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8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85화
방송에 삽입될 개인 인터뷰를 끝으로 텐 투 텐 촬영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은 조용했다.
“상현이 형, 안 피곤해요? 졸리면 잠깐 세우고 좀 쉬다 가도 괜찮은데.”
충혈된 눈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던 곽상현이 조금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어어. 요한이가 보약 가져다 준 거 요즘 챙겨 먹어서 그런가 아직 살 만해. 너 촬영할 때도 좀 쉬었고.”
표현이 참.
할 만해도 아니고 살 만해라니.
나중일을 생각해서라도 매니저 인력 충원이 얼른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너도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힘들 텐데 지금 잠깐이라도 좀 자 둬.”
“아니에요. 원래 조수석 앉는 사람은 운전하는 사람 자는지 안 자는지 잘 봐야 한댔어요.”
내 말에 곽상현이 종일 방송 관계자들을 상대하느라 피로해진 얼굴 근육을 이용해 짤막하게 웃었다.
곽상현은 차라리 대화라도 하면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내게 이것저것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오늘 혜성 씨랑 많이 친해진 것 같아? 너 촬영하기 전까지 걱정 많이 했잖아.”
“음, 그런 것 같아요. 아니, 그래도 그렇게까지 걱정한 건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진짜 걱정 많이 했거든.”
“그랬나?”
“그랬어. 그리고 보면서 감독님들이 네 칭찬 되게 많이 했다? 방송 잘한다고.”
“저번에 아예대 촬영 때도 그랬는데 약간, 제가 예능 쪽 감독님들한테 좀 인기 있는 스타일인가 봐요.”
“네 인기가 감독님들한테만 많겠니…….”
어쨌든 곽상현은 오늘 촬영한 게 특히 느낌이 좋다며 얼른 방송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 왔다.”
차를 멈춘 곽상현이 숙소 건물 근처에 몰려 있는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이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저 인간들 또 왔네.”
“안 그래도 요한이 형이 요즘 짜증 엄청 내더라고요.”
전에 SNS에 한 서슬 푸른 에어리에 의해 한 번만 더 사적인 영역 침해하는 게 눈에 띄면 얼굴, 이름, 나이 다 까버리겠다는 경고 내지는 협박성 글이 올라온 이후로 한동안 좀 드물어졌나 싶더니, 요사이 새로운 무리 하나가 다시 생겼다.
“일단 얼른 들어가자. 내가 막아볼 테니까 넌 빨리 들어가.”
“아뇨, 뭐…… 어차피 건물 안까지는 못 들어올 텐데요. 형도 별로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거고.”
말이 좋은 소리는 못 듣는다지, 한 번은 나한테 뻗는 손 막아주려다가 눈가에 멍이 진 적도 있다. 그때 얼마나 미안하던지.
“제가 알아서 무시하고 지나갈게요. 형은 주차하고 올라오세요.”
저기 저 두 명은 아까 서울숲이랑, 밥 먹을 때랑 오락실이랑…… 그런 데서 다 봤던 것 같은데.
아니, 뭐 그런 스케줄이야 어차피 볼 사람은 다 보는 거니까 능력껏 따라오더라도 어떻게 알아냈는지 생각해 보면 기분이 약간 이상하기는 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숙소는 진짜 좀 아니지 않나?
물론 내가 이렇다는 거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달라서 우리 중에 가장 예민한 편인 반요한의 경우에는 비공개 스케줄에 따라오는 것도 대단히 싫어한다.
내 말에 곽상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같이 가자. 욕먹는 것도 내 일이야. 진짜 욕먹어야 하는 건 쟤네기는 한데.”
나는 한숨을 꾹 참으며 차에서 내렸다.
이쪽 차를 애초부터 주시하고 있었는지 우리한테 가까워지는 속도가 빨랐다.
“떨어지세요. 숙소 찾아오면서 사생활 침해하면 법적으로 대응한다고 저번에 말씀드렸습니다.”
“라온아! 이거 가져가!”
누군가 명품 브랜드 로고가 나 보라는 듯 또렷이 박힌 종이 가방을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안 받아요. 저희 선물 안 받는 거 아시잖아요. 그리고 숙소도 찾아오지 마세요.”
“그럼 편지라도 가져가. 편지는 받잖아.”
“이렇게 주시는 건 안 받고요. 회사로 보내주시는 건 저희 시간 날 때마다 감사히 하나하나 읽고 있으니까 여기 오지 마시고 회사로 보내주세…….”
그때, 어떤 사람이 핸드폰으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까지 다 녹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말로 하지 말고 방송할 때 작가님들이 하는 것처럼 스케치북에 큼지막하게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보여 줘야 하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라온아, 더 말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
“아저씨가 뭔데 애 말하는 걸 막아요?”
“뭐냐니요. 애들 매니저고요. 크림색 블라우스 입은 여자분,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좋게 말할 때 찍지 마세요! 경찰 신고할 겁니다!”
곽상현이 인내심을 있는 대로 박박 끌어모아 그렇게 말했지만 한 여자는 오히려 나를 향해 간드러지게 말했다.
“라온아, 어차피 이런 건 신고해 봤자야. 누나가 다 해봐서 알아.”
와, 혈압.
간신히 우리 숙소로 돌아가니 거실에서 TV로 최근 음악 방송들을 쭉 모니터링하던 멤버들이 현관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잘하고 왔냐?”
“어어, 나 피곤해…….”
“밑에 시끄럽던데. 괜찮았어?”
“상현이 형 팔 긁힌 것 같아.”
“와…… 진짜 왜 그러냐 그 사람들은, 진짜.”
그렇게 말한 강지우가 밴드와 약을 찾으러 갔다.
“저번에 나보고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말로는 서울 오려고 아르바이트하느라 엄청 힘든 거 다 우리 생각해서 참았다던데. 오면 안 되는 숙소 찾아와서 주는 거 금지인 선물 억지로 내미는 게 뭐가 우리를 위해서예요? 나 진짜 그런 사람들은 이해가 안 돼……!”
견성하가 질색하며 말했다.
팬들이 단체로 모이는 오프 스케줄 질서는 저번 출근길 사건 이후로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은데.
조금 전처럼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듯했다.
“형들은 왜 아직 안 잤어. 원래 일찍 자잖아.”
“이제 활동 마지막 주인데, 이제까지 했던 무대 모니터링 제대로 하고 이번 주는 더 잘하려고.”
“우리가 넓은 마음으로 네 것도 다 분석해 줬다.”
“뭐야. 어땠는데.”
“내일 말해줄게. 너 지금 엄청 피곤해 보여.”
“그렇게 돌아다녔으면 피곤할 만도 하지.”
“내가 가서 뭐 하고 온 줄 알고?”
그때 고단한 낯으로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온 곽상현이 거실에 펼쳐진 간이침대에 누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얘들아 4시간 뒤에 깨워줄 테니까 한 번 깨울 때 빨리 일어나야 해. 형 잔다…….”
“아니, 씻고 자야죠!”
“아냐. 자고 일어나서 씻을게…….”
“팔 긁혔다면서!”
“괜찮아, 괜찮아. 푹 자면 다 낫는다…….”
“근데 푹 못 자잖아요!”
강지우의 일침에 곽상현이 슬픈 눈으로 도로 일어나 상처 난 팔을 내밀었다.
“형… 제가 꼭 고모한테 누구든 좋으니까 아무나 신입 좀 뽑아오라고 얘기할게요.”
“아니, 그래도 아무나는 좀 그렇고, 제대로 된 사람으로 뽑아줘.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잠은 일주일 동안 6시간 이하로 자도 멀쩡할 만큼 튼튼한 25세 이하 경력은 8년 이상에 방송국에 인맥 좀 있고, 운전은 1종보통 면허랑… 외국어는 영어 기본에…….”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25세 이하인데 경력이 8년인 건 대체 뭐죠?”
“무슨 경력직 신입 찾는 얘기를…….”
“아직 형이 덜 힘든가 봐.”
“오히려 너무 힘들어서 이성적인 판단이 잘 안 되는 상황 같은데.”
어쨌든 우리는 모두 곽상현이 과로사하거나 우리 매니저를 때려치우기 전에 매니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깊이 동감했다.
* * *
우리의 미니 2집 활동이 거의 끝나갈 때쯤, 위튜브에 묵혜성과 내가 출연한 편의 텐 투 텐 예고가 떴다.
[텐 투 텐 예고] 상상 그 이상! 서울숲을 분위기 있는 호텔 바로 만들어 버린 묵혜성과 온라온(+의문의 행인)의 특별한 젓가락 행진곡(재즈ver.) 콜라보|MBS 18××××그런데 이제까지 올라오던 다른 출연자들의 예고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어떻게 다르냐면, 이제까지 올라오는 다른 출연자들의 예고편들은 전체 방송 분량을 조금씩 잘라 이어붙여 만들었다면.
우리 예고편은 그냥 저 버스킹 부분만 통으로 가져다 놓았다는 점?
예고편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얼굴 부분이 텐 투 텐의 상징 캐릭터 ‘텐텐’으로 가려진 크리스틴이 연주를 막 시작하려는 지점에서 딱 끊겼다.
– 뭐임 이사람들 아이돌 아니야???? 피아노를 왜이렇게 잘 쳐
– 0:58 온라온 여기서 씩 웃으먄서 템포 올리는데 진짜 너무 잘생겨보임
┗ 무슨 말씀하시는지는 알겠는데 온라온이 잘생겨보이는건 0:00 부터 꾸준히 그랬어요
– 이거 악보도 없고 걍 다 즉흥이면 천재인건데..? 테크닉도 나쁘지 않고 감성이 특히 좋음 재즈는 스윙감이 생명인데 약간 해나장 닮았다 스타일이
┗ 해나장이 누구예요?
┗ 한 7~8년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던 재즈피아니스트 있어요 지금도 외국에서는 활발히 활동하심
– 뭐냐.. 묵혜성이랑 온라온은 공익을 위해 피아노 매일매일 쳐라 얘네 보고 피아노 배우겠다는 사람 늘어나서 우리나라 10년 안으로 음악 강국될듯
– 어어떻게 여기서 끊어 당장 풀영상 내놔 엠브스
나와 함께 예고편을 보던 멤버들 역시 매정하게 끊긴 영상에 수군거렸다.
“뭐야, 뭐야.”
“왜 여기서 끊겨.”
“궁금하면 본방사수.”
“라온아, 저 사람 누구야?”
“궁금하면 본방사수.”
“치사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멤버들을 약 올리면서 놀리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저 날 있던 모든 일들을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었다.
“근데 이렇게 해놓으니까 아예 다른 방송 같다.”
“완전. 무슨 로드 투 뮤직 같아.”
참고로 로드 투 뮤직은 가수나 연주자 등이 모여 국내외를 돌며 버스킹을 하는 음악 예능이다.
“그냥 가서 즉석으로 한 거야? 미리 연습한 거 아니고?”
“아냐아냐. 예전에 좀 쳤던 곡인데. 묵 쌤이랑 미리 맞춰본 건 아니야. 다 걸고 쌩 즉흥.”
“나는 대체 어느 정도로 잘 쳤길래 에어리들이 그렇게 흥분했나 싶었는데, 진짜 잘 치네.”
“뭐야, 내가 피아노 친 거 알았어?”
“스타텔에 그거 버스킹 찍은 직캠도 하나 올라왔었거든. 금방 내려가기는 했는데.”
“그 금방 내려간 동영상을 형은 대체 어떻게 봤는데.”
내 물음에 반요한이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얘 너무 사기예요. 뭔 피아노까지 잘 쳐.”
견성하가 투덜거렸다.
“후후, 진정한 고수는 힘을 3할 정도 숨겨놓는 법이지…….”
“뭐? 3할이나? 아직 숨기고 있는 거 있으면 지금 빨리 말해!”
“사실 난 한국인이다!”
“그건 우리도 알고 있는 거고!”
“그건 알면 안 되는 건데.”
그리고 며칠 뒤, 텐 투 텐이 방송하는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