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8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89화
답지 않게 겸손히 말한 온라온이 이내 곧은 손가락을 움직여 피아노 건반을 가뿐하게 짚어가기 시작했다.
“와……. 이 노래 이렇게 들으니까 진짜 좋네요.”
“뭐야, 왜 우리한테는 안 들려주고 저기 저 생면부지인 사람들한테 먼저 들려 주는 건데?”
“강지우, 넌 진짜 이상한 거에다가 질투한다. 징그러워.”
알고 지낸 지 1년 만에 막내의 새로운 능력을 보게 된 오르카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온라온은 피아노 커버의 느낌을 더욱 살리기 위해, 다소 멜로디컬하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댄스곡인 ‘Dream’을 잔잔하고 나긋하게 편곡해 연주했다.
비록 스스로의 높은 기준 때문에 제대로 완성한 건 없어도.
그간 만족할 만한 곡을 써내기 위해 혼자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왔기 때문에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세심한 조율 덕분에 곡은 한층 몽환적으로 울려 퍼졌다.
호기심 가득한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이 그 소리에 자연스럽게 이끌려왔다.
봄비처럼 찾아온 버스킹에 흠뻑 빠진 시민들이 저마다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카메라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담아 시청자들도 현장 반응을 생생히 알 수 있었다.
– 와 노래 뭐지 진짜 좋다
– 예고편에 나온 젓가락행진곡 기다렸는데 갑자기 더 취향저격하는 노래 찾아버림
– 뭐야.. 왜이렇게 잘쳐ㅠㅠㅠㅠ
– 아니,, 우리애 못하는게 뭐지 진짜..? 피아노까지 이렇게 기깔나게 쳐버리면 누나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단다ㅠㅠ
– 지금 나온 노래 우리 온라온이 막내로 있는 대박멋찐그룹 오르카 신곡 Dream입니다! 팬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명곡이니까 많이많이 들어주세요ㅠㅠ!!!
직접 말하면 자신들의 곡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일 것 같아 온라온이 따로 곡 제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제작진이 센스 있게 ‘ORCA|Dream (piano ver.)’라는 자막을 연주를 시작할 즈음에 넣어준 덕분에 음원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Dream’이 곧장 올라왔다.
이내 온라온의 손이 멈추자 청중은 짧지만 근사한 음악을 들려준 연주자를 향해 아쉬움 담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던 온라온은 답례로 미소와 함께 꾸벅이는 인사를 돌려주었다.
[(감사합니다.)]스튜디오의 패널들도 한마디씩 했다.
[이야, 저기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묵혜성이랑 온라온이 코앞에서 숨을 쉬고 있는데 피아노까지 쳐줘. 이건 뭐 평생 남을 추억이죠.] [라온 씨 손이 너무 곱다.] [이제까지는 뭐라고 해야 하지…. 라온 씨가 되게 통제 안 되고 정신 사나운 이미지였는데 이걸 이렇게 너무 잘 치니까 이제 사람이 달라 보이네.] [좀 더 듣고 싶은데, 설마 이거 하나 치고 끝은 아니겠죠?] [사실 제가 알기로는 여기 혜성 씨도 피아노를 좀 치거든요.]한 패널이 대본에 미리 나와 있던 멘트를 자연스럽게 언급하는 것을 끝으로, 다시 서울숲의 전경이 화면에 나왔다.
[(저 혼자 하니까 느낌이 잘 안 사는 것 같은데, 같이 칠까요?)]젓가락 행진곡 초반부를 먼저 혼자 짧게 친 온라온이 묵혜성에게 함께 연주할 것을 권했다.
“그러자.” 하고 깔끔하게 답한 묵혜성이 온라온의 옆에 흔쾌히 앉았다.
두 사람이 어여쁜 녹청색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것은 뭇 이터널과 에어리의 가슴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설레게 하는 장면이었다.
[(악보도 없는데 마음 가는 대로 가죠!)] [(구해오라고 하면 되는데.)] [(아니에요. 제가 쌤한테 맞출 수 있어요.)] [(그래?)] [(진짜예요. 방송 나가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잘할 수 있어요.)]아까까지 보이던 수줍은 겸손은 어디 가고, 의욕이 충만해진 온라온은 보는 사람의 기분이 다 좋아질 만큼 선뜻한 미소를 짓고 묵혜성에게 즉흥 연주를 조르고 있었다.
[라온 씨가 혼자서 한번 잘 치더니 갑자기 자신감이 살아나셨네요.] [어떡하지. 나 너무 기대돼.] [저는 그냥 이 친구가 하는 모든 말이랑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저 오늘부터 라온 씨 팬 될 것 같아요.]가볍게 숨을 내쉰 두 사람이 짧은 시선을 주고받았다가, 곧바로 경쾌한 연주에 들어갔다.
처음에 연주했던 ‘Dream’ 이상으로 탄성이 절로 나오는 솜씨.
애틋이 품은 추억만큼이나 선명한 미소를 입가에 매단 온라온이 저 순간의 그 누구보다 행복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든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간혹 지나치게 순수한 즉흥성으로 인해 두 사람의 박자가 한순간 어긋나면, 온라온이 그마저도 곡의 일부로 천연덕스럽게 승화시켜 버렸다.
– 예고편 65번쯤 봤는데 다시 들으니까 또 좋다ㅠㅠㅠ
– 둘이 텐션 너무 좋아ㅠㅠㅠㅠㅠ
– 저 재즈 진짜 좋아하는 사람인데 저런 리듬감은 타고나야함.. 온라온 리듬 쪼개는거 장난아니다 ㄹㅇ루
– 온라온파트 잠깐만 봐도 ㅈㄴ어렵고 빡세 보인다..
[[그런데 이때……>]심상치 않은 자막과 함께 인파 속에서 바이올린 케이스를 든 크리스틴이 앞으로 성큼 나왔다.
한 외국인이 바이올린을 멋지게 꺼내 들자 주위에 몰려들어 구경하던 시민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아직 이 상황을 모르는 두 사람>]이때까지도 연주에 한껏 몰입한 묵혜성과 온라온은 크리스틴의 난입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분주해진 제작진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 모습을 눈치챈 시민들이 “이거 미리 짠 게 아닌가?”라고 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을 보여주는 편집이 크리스틴의 깜짝 등장을 더욱더 극적이고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크리스틴은 모두의 기대대로 기예를 선보여 안 그래도 흥미롭던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어떤 자막이나 패널의 멘트가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벅찬 눈과 사랑스럽게 상기된 뺨을 하고 어릴 적의 소원을 직접 이뤄내는 소년도, 귀애하는 당질을 위해 사실은 잘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기억을 애써 더듬어 차분히 건반을 짚어가는 남자도, 말 한마디, 눈짓 하나 주고받지 않고 동료의 아들과 합을 맞추며 제 예술욕을 충족하는 여자도.
사뭇 비현실적이었다.
[(앵콜! 앵콜!)]마법 같은 연주가 한바탕 끝난 뒤에 진심을 담은 박수와 함께 앵콜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청중에게 예의 바르게 화답한 온라온은 크리스틴에게도 양쪽 엄지를 치켜들었다.
[(멋진 연주였어요!)] [(두 사람도 멋졌어. 나를 부르는 음악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만, 실례했네.)] [(아니에요. 정말로 대단했어요. 저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길래…….)] [(오, 나는 크리스틴이라고 해.)]크리스틴이 자신을 ‘해나의 동료’라고 칭한 것은 없는 말인 것처럼 건너뛰고 영어 해석 자막이 달렸다.
크리스틴이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고 소개를 마친 순간 화면이 잠시 멈추고, ‘크리스틴 와그너, 21년 경력의 바이올리니스트’ 하고 크리스틴의 정체를 알리는 자막이 돼지 꼬리 표시 끝에 적당한 크기로 들어갔다.
그녀가 과거 연주회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이나 이번에 내한해 선보일 예정인 리사이틀에 관한 것들이 추가 자료화면으로 나왔다.
[[※100% 실제 상황입니다>]촬영분을 스튜디오에서 보던 묵혜성을 제외한 출연진들도 크리스틴의 정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후 크리스틴이 두 사람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분량이 이어졌다.
– 묵오빠가 20년정도 먼저 데뷔했다고 하니까 크리스틴 눈ㅋㅋㅋ튀어나올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솔직히 같은 한국인이 봐도 곧 마흔 같아보이지는 않으세요,,, 저 얼굴이 어떻게,,,,,? 뱀파이어 아닌지 의심해 봐야만
– 묵혜성 동안의 비결은 잠과 샐러리(joke)
사실 크리스틴은 온라온을 놀라게 하기 위해 자신이 온라온 어머니인 장해나와 동료 사이이며 온라온이 누구인지도 대략은 짐작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제작진과 한 바 있었으나.
바다 건너에서 온 뜻밖의 소식에 얼이 빠져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장해나에 의해 해당 인터뷰는 방송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인터뷰에 대해 들은 장해나는 크리스틴에게 멋대로 통화를 끊은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다른 건 다 괜찮지만, 혈연관계와 관련한 내용은 방송에 나가지 않게 해달라며 애끓는 마음으로 부탁했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관대히 오래 알고 지낸 동료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어쨌거나 가족관계는 남이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니까.
물론 연예인의 혈연관계라는 큼직한 떡밥을 순순히 놓칠 제작진이 아니었지만.
크리스틴이 인터뷰를 내보낸다면 연주 영상이 방송에 나가는 걸 허락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경하게 나감으로써 온라온이 장해나의 팬이라고 자칭하는 부분까지 모두 편집되었다.
장해나와의 관계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언급이 될지 몰라 긴장한 채로 방송을 보던 온라온은 아예 사라진 관련 내용에 약간은 의아함을 느꼈지만, 그 이상으로 안도했다.
온라온과 묵혜성, 크리스틴이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할 때 최고 시청률을 찍은 방송은 지난주 시청률을 너끈히 경신하며 순탄하게 이어졌다.
– 온라온 아예대 때도 그렇고 엄청 맛있게 잘먹는다ㅋㅋㅋㅋ 이시간에 돈까스 먹고 싶어졌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랑구는 오락실 처음이라면서 게임 왤케 잘해?
– 온라온 5등은 할 수 있다고 허세부리다가 펀치기계 점수 개허접하게 나오는거 진심 하찮음….뭔데 이렇게 귀엽고 난리냐
– 남정네 둘이서 아이도루 포즈하고 찍은 스티커사진 알차게 꾸미는거 너무 귀엽지 않냐
– 본격 온라온+묵혜성 입덕방송
– 근데 이번주 혜성편 분량 평소보다 훨씬 길었던 것 같은데 나만 그런가?
– 온라온이 너무 열일해서 내보낼 건 많은데 다음주에 방송할 순 없으니까 오늘 시간 길게 빼준듯?
– 벌써 끝이라니 믿을수없어.. 말도안돼.. 텐투텐은 수신료의 가치를 위해 이 두사람 당장 고정으로 박아라….
짙은 아쉬움을 남긴 채 내내 큰 웃음을 주던 방송이 모두 끝나고, 오르카 멤버들은 누가 봐도 열심히 하고 온 온라온을 추켜세웠다.
“너 진짜 가서 뭘 많이 하고 왔구나.”
“고생했어.”
“반응 진짜 좋아.”
하지만 알짜배기 예능 텐 투 텐 출연이 불러일으킨 파장을 그들이 제대로 체감하는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난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