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6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65화
훅 꺼지며 빠져들었던 잠에서 깨어나 다시 눈을 뜨니 낯선 소파 위였다.
“……?”
상황을 파악하느라 길게 누운 몸을 일으키거나 몸 위에 가볍게 덮인 담요를 걷어낼 생각도 못 하고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자니, 제각각 바쁘게 할 일을 하던 사람들이 내가 깨어난 것을 곧바로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일어났어?”
“너는 진짜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더라 정도가 아니라 진짜 업어가도 모르더라.”
“데미안 라온 온 씨, 지금은 2087년이고 당신은 지구에 유일하게 남은 생존자입니다.”
“아, 쌤! 그런 장난 치지 마요. 애 지금 진짠 줄 알잖아.”
“그래도 푹 자서 그런가. 얼굴이 어제보다는 확실히 덜 피곤해 보이네.”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나를 두고 괜한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을 듣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명확히 깨달았다.
“!”
직후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잠든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연습실에서 여기, 음악방송 대기실까지 왔을지를 떠올리니 정신이 절로 아찔해졌다.
아연한 내 표정을 본 곽상현이 설명했다.
“네가 전에 죽은 사람처럼 잠들어 있어도 큰일 있는 거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얘기한 적 있다며. 그래서 때 되면 일어나겠거니, 해서 처음에만 조금 깨우다가 그만두고 그냥 성하가 자는 너 들고 여기까지 옮겼다.”
“저기, 그게…….”
아무리 하루 사이 음악방송 컴백 무대에, 라디오 스케줄에, 트루 패거리 면담에, 숙소 및 오피스텔 침입 사건까지 후루룩 거치며 피로가 어마어마하게 쌓였다고는 해도.
활동기에는 강제 수면이 되는 피로도 회복 모드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야말로 기본 중에서도 기본에 해당하는 판단조차 못 했다니.
아무래도 어젯밤 시체 썩은 내 한번 독하게 맡고 남 부럽지 않던 영민한 머리가 빙글빙글 맛이 간 게 분명했다.
내 정보창을 켜 피로도를 확인해 보니 정확히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최소 수치인 50까지만 떨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악!”
사과하는 것과 동시에 급하게 일어나느라 폭이 좁은 소파에서 거의 굴러떨어질 뻔한 나를 옆에 서 있던 서문결이 놀라 붙들고 소파에 앉혀 놓았다.
“괜찮아?”
“미안. 이제 잠 깼어.”
몸에 둘둘 엉킨 담요를 풀어내 소파에 내려놓았다.
“지금 몇 시…….”
말하던 도중에 대기실 창문을 가린 블라인드 사이로 하얀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아침 일찍 시작하는 드라이 리허설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난 게 분명했다.
“너 몸 안 좋아서 드라이 리허설 빠진 건 PD님이 잘 이해해 주셨어. 리허설은 대현 씨가 대타 뛰었고. PD님은 오히려 이번 일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하시더라.”
다른 이유도 아니고 자느라 리허설을 불참한다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우리 매니저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PD를 비롯한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단순히 몸이 안 좋다는 변명뿐 아니라, 새벽에 벌어진 일들이 함께 흘러 들어갔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썩 내키는 기분은 아니지만 누굴 탓하겠냐.
이건 빼도 박도 못하게 내 잘못인데.
자칫하면 불성실하고 대책 없는 신인으로 찍힐 사안이 그 정도로 무마된 것에 대해 PD에게 따로 감사를 표해야 할 판이다.
“진짜 죄송합니다.”
한 번 더 확실히 사과하자 비호감으로 비치지 않는 게 어려운 내 행동에 대해 더 따지고 드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직접 말한 적도 없는 내 개인적인 사정을 자기들끼리 이미 다 알고 이해해 주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미치겠네. 나 왜 이렇게 꼬였냐?’
좋게좋게 이해해서 넘어가 주면 아무래도 좋은 거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건지 모르겠다.
어제 멤버들이나 곽상현이 비슷하게 행동했을 때는 별로 상관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설마 나 지금 스태프들 차별하나.
지금 안하무인 연예인 병 걸려서 연예면 1면에 모가지만 걸리기 일보 직전 상태인가?
하지만 나는 갑질의 기역 엇비슷한 행동의 기미가 보인다면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켠 강지우가 “초심 조심!” 하고 외치면서 내 뒤통수를 프라이팬으로라도 때려줄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 대체 뭐지?
모르는 사이에 제로 새끼한테 또 당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더 답답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내가 다른 사람 배려를 못 받아먹는 쓰레기인 것 같아서…….
‘하긴, 시체랑 눈 마주친 다음 날에 기분 좋으면 그것도 이상하긴 해. 거기에 오현진이랑 트루 패거리 얼굴까지 봤는데.’
어쨌든 이 비합리적인 불쾌감을 겉으로 표출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거라고.
나름대로 자기 객관화와 합리화를 마쳤다.
“아무튼 마침 딱 맞춰서 일어났으니까 일단 헤어랑 메이크업부터 하자.”
“네. 그럼 저 세수만 얼른 하고 올게요.”
“그래. 빨리 다녀와라. 대현 씨! 여기 라온이 좀 데리고 같이 갔다 와 줘.”
“넵.”
사실 나를 배려해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는 하지만, 곽상현은 다소 급해 보였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매니저들이나 멤버들이나 내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정신도 차릴 겸 얼굴을 대강 찬물로 닦아내면서 새 매니저 임대현에게 상황을 전달받았다.
“메이크업 받으신 다음에 바로 사녹 하러 이동해야 해요.”
“네.”
리허설 대타를 뛴 임대현에게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리허설까지 대타로 뛰느라 고생하시고.”
“아니에요. 저도 어제 일 다 들었는데요.”
나는 아까 스태프들처럼 다 안다고 말하는 듯한 임대현에게 대답 대신 웃어 보였다.
대기실로 돌아가 갖가지 메이크업 도구들이 펼쳐진 화장대 앞에 앉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지우랑 성하는 눈가 부기 빼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라온이 너는 그렇지도 않네.”
메이크업 스태프의 말에 여전히 미세하지만 붓기가 남은 게 보이는 견성하가 호감도 창에 대고 시끄럽게 투덜거렸다.
[나는 쟤 때문에 우느라 눈 팅팅 부어서 난리 났는데 쟤는 자고 일어난 지 10분도 안 됐으면서 왜 저렇게 뽀얗고 멀끔하냐. 견성하가 억울해합니다. 견성하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55]어이구 우리 댕구 나 때문에 울었쪄요?
……하고 강지우가 박박이들 대하듯 놀리고 싶었는데 저 녀석이 잠든 나를 여기까지 옮겼다는 점과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임을 고려해 참았다.
그 대신 어제 일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알아볼 겸 휴대폰이나 들여다보려고 했는데.
“어, 배터리 나갔다.”
새벽에도 간당간당하던 배터리가 그사이 다 되었는지 전원이 아예 꺼져 있었다.
“이리 줘. 여기 충전기에 꽂아둘게.”
“고마워.”
손을 뻗은 서문결에게 휴대폰을 넘겼다.
그 모습을 본 반요한이 말했다.
“자는 동안 너한테 전화 많이 오는 것 같더라.”
“그래?”
“사생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인 연락일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확인해 봐.”
“알았어.”
지금 확인하는 건 무리고.
‘나중에 사녹 끝나고 봐야지.’
* * *
“헉… 허억…….”
자느라 밥을 한 끼도 못 먹어서 그런가, 리허설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로도가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피로도 수치를 직접적으로 낮추지는 못하더라도 일시적인 상태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는 하는 은총은 여전히 사용 불가였다.
나는 그동안 틈틈이 쌓은 체력 스텟이 무색하게 리허설을 끝내고 본무대 녹화를 한 번 할 때마다 기절할 것 같은 기분으로 무대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다수의 걱정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귀에 딱히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음, 컨디션 망했고.’
새벽 일 때문인지 어제보다 더 크게, 그야말로 목이 터지도록 응원법을 외치는 에어리들을 봐서라도 어찌어찌 어게인 무대 사녹을 무사히 끝내기는 했다.
남은 에너지를 모조리 짜냈달까.
“너무 힘들어하는 거 아니야?”
“컴백 준비하면서 체력 많이 떨어졌나 보다. 밥 조금만 먹고 본방 들어갈 때까지 앉아서 쉬어.”
“네.”
대기실로 돌아와 그사이 충전된 휴대폰 전원을 켜 도착한 연락을 확인했다.
가족한테 온 전화와 메시지가 몇 개 있었고, 묵혜성한테 온 게 하나, 고경윤을 비롯한 지인들에게도 문자나 톡이 꽤 와 있었다.
나머지는 다 발신인 불명 번호로 온 연락들이니 지워 버려야지.
부모님한테 온 연락은 내 안부를 물으며 시간 날 때 전화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마 회사로부터 어제 일을 전해 들은 듯했다.
[저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바빠서 전화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음에 연락드릴게요.]지방으로 스케줄을 갔다는 묵혜성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톡을 보내온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적당히 성의껏 답장했다.
대기실에서 얼마간 쉬다 보니 어느새 본방송 시간이 되었다.
“이동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진 후에 표정 관리에 실패하거나 음 이탈 같은 실수라도 한다면 어떤 말이 나올지 알고 있기에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수록곡 무대를 치렀다.
“수고하셨습니다!”
스케줄을 하는 동안 나는 우리 쪽 스태프, 방송국 직원, 같은 연예인, 심지어는 다른 그룹의 팬들로부터 관심과 걱정, 보살핌 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 머릿속에서 점점 뚜렷해지는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그만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이었다.
* * *
그날 밤.
스케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묵혜성의 낯이 현관문 앞에 버티고 앉아 있는 듯한 한 인영을 보고 미미하게 찡그려졌다.
상대가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사생임을 반쯤 확신한 묵혜성이 성큼성큼 제집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매섭던 그의 기세는 반쯤 드러난, 못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잘난 얼굴을 확인하고 완연히 꺾였다.
“너 여기서 뭐 해?”
묵혜성의 물음에 앉아 있던 이가 고개를 어렴풋이 들었다.
어둑한 현관문 앞에 처량하게도 웅크려 앉아 있는 인물은 바로 그의 당질, 온라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