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3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38화
우리가 축제에 가서 부르기로 계약한 곡은 총 4곡이다.
거기에 앵콜 곡까지 생각하면 6~7곡 정도 부르고 온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전에 대학 축제 축하공연 후기들을 살펴봤는데, 축하공연을 하러 온 가수가 성의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는 관객의 호응 유도를 아예 안 하거나, 멘트가 별로 좋지 않거나, 앵콜 곡 없이 자리를 바로 떠나버릴 때였다.
앞에 두 개는 그렇다 쳐도 마지막은 애초에 계약이 그렇게 된 건데 뭐 그런 걸로 하나하나 욕하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우리는 앵콜 안 한 적이 없긴 해.’
그 밖에 여러 행사에 다니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우선, 관객의 호응을 받으려면 사람들이 잘 아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는 노래라고 해도 잔잔한 곡을 부르면 발라드의 신 배세일이 와도 행사 분위기가 영 안 산다는 것.
그걸 잘 아는 멤버들도 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냈다.
“그러면 일단 첫 곡은 신나는 거?”
“어게인 고?”
“아냐. 그거 아껴.”
최근 ‘Again’은 우리 사이에서 거의 비장의 무기로 여겨졌다.
“프롬도 신나잖아.”
올해 신곡인 ‘From’도 슬슬 그 비슷한 위치가 되어가는 중이고.
“그것도 안 돼. 아무리 신나는 거여도 사람들 그렇게 노는 거 안 익숙해서 처음에는 소심하게 낯 가릴걸. 시작은 안 부담스럽게 잔잔하게 가야 해.”
“뭐 그런 걸로 낯을 가려…?”
다소 어이없게 들리는 소리였지만 우리는 재학생의 의견을 성실히 반영해 차트에서 ‘From’과 함께 굳건히 버티고 있는 ‘A to Z’를 첫 곡으로 올렸다.
아무래도 최신곡이고 차트에 있는 노래라 비슷한 결인 ‘Dream’보다 귀에 익숙해 S대 학생들의 경계심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다음에 ‘Dream’ 가자.”
“우리 언제 신나?”
“……너희 대체 무슨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건데.”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 * *
5월의 축제를 앞둔 S대는 예년과 달리 들뜬 분위기였다.
“총학 스타텔 봤어?”
“아니. 왜?”
“올해 우리 축제에 오르카 온대.”
친구의 말에 영 시큰둥하던 학생의 표정이 달라졌다.
“진짜? 축제에 돈 안 쓰는 학교가 웬일이냐.”
여태 이름을 들어본 연예인보다 이름을 못 들어본 연예인을 더 많이 불러서 작년 축제 때도 총학생회가 욕을 많이 먹었다.
“반요한 우리 학교 다니잖아.”
“아, 맞네. 이번에 복학했대서 애들 난리 났던 거 기억난다. 실물 미쳤대.”
“같이 보러 갈 거지?”
“그래. 가자.”
S대 재학생 중 반요한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만큼 극소수였다.
반요한이 수능 만점자라는 것, 1학년 때부터 알음알음 소문이 날 정도로 잘생겼다는 것, 화제의 픽하트에 출연하고 아이돌로 데뷔했다는 것, 데뷔 후 묻히는 게 아니라 여러 매체에 얼굴을 자주 비친 것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로는 반요한 팬들이 2년 전 픽하트 때 대학 근처에 미친 듯이 걸어댔던 광고가 있었다.
광고 게재 기간이 끝난 뒤 요란하던 광고들은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 하나만은 아직 남아 있었다.
픽하트가 끝난 이후로도 반요한의 팬들은 매년 생일 광고 위치는 유지하고 사진과 영상만 새 걸로 바꾸어주고 있었다.
그게 바로 현재 S대생들에게 ‘요한’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 요한 앞에서 만나.
……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외부 사람이 들으면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싶겠지만, 적어도 인근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학생이라면 못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대표 아이돌이 온다니, 잠잠하던 대학생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 * *
학생들을 괴롭히던 중간고사가 끝난 5월 초.
S대 3대 바보 중 하나는 축제 가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영 재미가 없는 게 S대 축제였지만.
올해는 바보가 꽤 많았다.
수많은 학생이 축제를 보내는 밤에 열리는 축하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모였다.
그리고 역시나.
‘개노잼…….’
‘오르카 언제 나와?’
‘차라리 도서관 가서 공부나 할걸…….’
중간에 있었던 학교 밴드 공연만 그나마 들어 줄 만했고, 그 외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따분함에 시달리던 대학생들에게 드디어 낭보가 들려왔다.
– 그럼 오늘의 마지막 게스트, 오르카를 큰 환호와 함께 모셔보겠습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분위기를 끌고 가느라 진땀을 빼던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A to Z’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음원 차트에 고정되어 대중들의 귀에 익은 노래였다.
‘아는 노래다!’
기분이 축축 처지는 발라드만 계속 나오던 무대 쪽에는 관심을 끄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던 한 대학생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드디어!’
일단 이름 정도는 들어본 연예인이라 하니 평소에 관심이 있었든 없었든 휴대폰을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려 무대 쪽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센스 있게 학교의 상징색인 진한 남색 톤으로 캐주얼한 의상을 맞춰 입은 오르카가 무대 위로 올라와 첫 곡 ‘A to Z’를 불렀다.
잘 알려진 곡이라 그런지 초반 곡들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떼창도 어느 정도는 나왔다.
첫 곡을 무사히 마친 오르카 멤버들이 가운데로 모였다.
– 여러분 인사 먼저 드릴까요!
– 네!
–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와아아아아!”
– 환영 감사합니다.
– 이렇게 환영해 주시니까 저희가 오늘 생각했던 것보다 좀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될 것 같은데….
“와아아아아악!”
대놓고 미끼를 던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더 격하게 터져 나오는 환호에 오르카 멤버들이 더 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 일단 오늘 얼마나 많은 분이 이 자리에 계신 건지 저희가 한번 출석을 확인해 보려고요. 많이 오셨으면 저희가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길게 할 수도 있고…….
강지우가 너스레를 떨었다.
– 그런데 문결 아니고 결 씨, 한 학년에 20대와 50대가 함께 있을 수 있는 멋진 장소가 또 대학교지 않습니까.
– 맞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나이는 궁금해하지 않고, 오직 학년별 출석률만 확인해 볼 건데요.
강지우가 온라온의 말을 받았다.
– 마침 저희 팀 막내가 또 올해 성인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1학년, 갓 입학한 새내기 중에 가장 많을 나이죠.
강지우의 소개를 받은 온라온이 왜인지 뿌듯한 얼굴로 성큼 앞으로 나왔다.
– 안녕하세요! 오르카 막내 온라온입니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분들이 모인 대학이니만큼 오늘 한 번 제대로 놀다 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한외국인 개그와 적절히 띄워주는 말이 더해지니 재학생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 자, 그럼 1학녀어어어어언! 소리 질러어어어어어!!!
“와아아아아…!”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 1학년들의 함성을 듣던 온라온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 아잇. 이걸로 안 돼, 안 돼. 뒤에 선배님들이 두 눈 시퍼렇게 기다리시는데, 우리 새내기들 초장부터 기선제압 가야죠! 들어보세요. 저는 여러분이 저희 형들한테 지는 모습 못 봅니다. 여러분이 잘되길 바라는 제 마음 이해하신다면 더어! 크게!!!
“우와아아아아악!!”
– 네 좋습니다!
뭐 이런 스킬이 있냐고 투덜대면서도 알차게 《들어보세요》 스킬을 써먹는 온라온이었다.
다음으로 견성하, 서문결과 강지우 순으로 2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출석 체크와 자기소개를 마치자, 오르카 멤버 중에는 단 한 명만이 남았다.
– 여기서 여러분은 왜 한 명은 가만히 있나 하시겠죠.
– 여러분 마음 저희가 다 압니다.
– 알고말고요.
–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이 놓아주신 관악의 사슴, 관악의 아이돌, 관악의 남즈아!!
대학 축제에서 술 판매는 진작 금지되었건만, 어디서 약주라도 한잔 얻어 마시고 온 사람처럼 점점 격정적으로 변하는 온라온의 목소리를 따라 얌전하던 학생들의 분위기도 ‘오오!’ 하며 고조되었다.
그런 온라온의 옆에서 강지우와 견성하가 장난스러운 입 모양으로 ‘반요한’을 소리 없이 연호하자 신기한 사람을 보듯 온라온을 보던 학생들도 그를 따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요한! 반요한! 반요한!”
열광적인 분위기.
가만히 있던 반요한이 드디어 앞으로 나왔다.
뺨에 붙인 핀마이크 위치를 조정하는 반요한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쳤다.
– 안녕하세요. 경영 16 오르카 반요한입니다.
“꺄아아아아악!”
자교 출신 아이돌이 직접 무대에 올라서니 흥분이 안 될 수가 없었다.
–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사랑하는 후배님, 동기님, 그리고 선배님 모두 소리 질러!!!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에야말로 근처 산이 들썩거릴 정도로 엄청난 함성이 나왔다.
이래저래 시큰둥한 관객 호응 유도에는 도가 튼 오르카였다.
– 좋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잠깐 귀 좀 막아봐.
반요한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멤버들이 순순히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얘네가 뭘 하나 싶어 학생들은 호기심이 어린 얼굴로 무대를 올려다봤다.
– 제가 사실 선배. 후배. 그리고 동기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딱 한 가지가 있는데요.
학연을 강조한 반요한이 말을 이었다.
– 우리 학교 학생들이 그렇게 잘 논다, 잘 논다…. 오늘 오기 전에 저희 멤버들한테 어마어마하게 겁을 줬거든요. 너희 오늘은 세 곡만 불러도 나가떨어질 거라고.
S대 축제가 재미없다는 말은 유명했기에 곳곳에서 자조적인 웃음이 와르르 튀어나왔다.
물론 학생들은 바보가 아니니 반요한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멘트 다 미리 짜고 온 거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학교 축제가 재미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반요한이 엄연히 자신의 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 그런 만큼 오늘 숙소 가면서 제 동생들한테 얘들아, 내 친구들이 이렇게 잘 논다고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오늘 잘 놀 수 있죠!
“네!!!”
그래도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내 선배·동기·후배가 쪽팔릴 일은 안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냐.
학생들이 목청껏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