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5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57화
장해나는 자신이나 남편 둘 중 한 명이라도 조금만 더 무르고 수더분한 성격이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라면 염치없는 사람이 되더라도, 더는 미루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너를 온몸으로 끌어안아 사랑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들은 남들의 눈에 매정해 보일 만큼 엄정했고 그래서 자신들의 피를 이은 것 같지 않은 둘째 아들을 여태껏 완전히 버리지 않을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지금 또다시 상처를 준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더라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질문이었다.
내 앞에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지난 시간에 대해 논하고, 모르는 척 때늦은 애정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장해나와 온현우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누구냐니.”
온라온은 우선 부모의 의심을 조심스럽게 밀어내 보았다.
이 질문이 찾아올 것이라 짐작했던 것과는 별개로 정말 이게 최선인지 스스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는…… 못 보던 사이 많이도 자라 있었지.”
온현우가 입을 열어 겁먹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를 다그치는 기색은 없으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아이는 빨리 자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려 했다. 너는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보다 한결 낫고 좋은 환경 속에서 훌륭히도 자라난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온현우는 그날 병원에서 아내를 닮은 눈을 마주친 순간 훌쩍 자란 몸속의 근본적인 무언가가 달라졌음을 직감했다.
– 너무 늦으셨어요…….
무엇보다도, 마치 타인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던 그 날의 서글픈 말소리를 떠올리면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것 이상의 진실을 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 애는…….”
그래서 그들은 몇 안 되는 근거를 긁어모았다.
“운동을 썩 잘하지 못했다. 달리기든 뭐든 서툴러서 결국 어느 날에는 무릎에 큰 상처를 달고 집에 와야 했지.”
아이돌 체육대회를 비롯한 온갖 예능에서 월등한 민첩 수치를 바탕으로 날아다녔던 온라온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과거의 자신이 운동을 못 했다는 것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여기 와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네.’
하지만 온라온을 놀라게 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운동신경은 그렇게나 좋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학예회를 위해 잠깐 배운 춤은 구석 자리에서도 눈에 띌 만큼 잘 춰서 모두 놀랐었어.”
“세하는 매운 음식을 참 좋아하는데, 그 애는 형과 달리 매운 음식은 좋아하기는커녕 냄새도 맡지 못했어. 하루는 길에서 팔던 매운 타코를 먹고 크게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가야 했었는데 기억나니?”
“그 애는 자기 이름의 끝을 길게 늘여 발음하는 편이었어…….”
온라온은 모르던 그의 이야기가 부모의 목소리로 한 올 한 올 풀어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장해나와 온현우는 이제 눈앞의 아이가 ‘온라온’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말뿐만 아니라 단순히 그들이 기억하는 아이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 애는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해서 손가락 끝이 쪼글쪼글해질 떄까지 욕실에서 나오지 않는 일이 많았다.”
저들의 이야기가 순간에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말해줘서 아는 게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사실들이었다.
“네 태명이 행복이라서, 네가 세상에 나오면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곱씹을 추억거리가 떨어진 장해나와 온현우가 기억에 남은 둘째의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더 적다는 사실에 새로이 충격을 받을 참에.
온라온은 생각보다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 분은 왜 그걸 다 알면서도…….”
부모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것이 목 아래까지 출렁출렁 차올라 온라온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약간 벌린 채 입술을 덜덜 떨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데도 일방적으로 원망하거나 울며불며 마구잡이로 성내지 않는 것은 온라온의 성정도 부모가 가진 것과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나갈 줄 알았어. 믿을 수 없을 만큼 예쁘고 착한 애가 집을 돌아다니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을 줄 알았어.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일에 익숙해질 줄 알았어. 그렇게 언젠가 네게 익숙해지면, 정 정도는 들 줄 알았어. 네가 내게 원하는 걸 웃으면서 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러길 바랐어. 결국 익숙해지지도 못하고 정도 못 주고 할 만큼 했다며 포기해 버린 내가 나쁘다는 걸 알아. 끔찍한 건 네가 아니라 나라는 것도 알아. 그런데 그 애가… 어느 순간에, 너는, 이제…….”
장해나가 끝내 횡설수설조차 못 하고 흐느꼈다.
아이에게 아내보다 더한 거부감을 느꼈던 온현우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는데 눈이 붉었다.
딩동, 하는 초인종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누가 됐든 알아서 돌아가겠거니 하면서 자연스럽게 초인종 소리를 무시했으나 방문객에게는 급한 용무라도 있는 듯 경망스러운 딩동딩동 거리는 소리가 끊이기 때문에 결국 온현우가 약간 인상을 쓰며 일어났다.
“내가 가보지.”
시간이 흐른 뒤, 온현우는 전혀 의외의 인물과 함께 돌아왔다.
온라온이 눈을 크게 떴다.
“래… 영민 형?”
방문한 사람은 이영민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를 담당하는 매니저 이영민입니다. 갑자기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아, 저번에 뵈었죠.”
한국에 갔을 때 이영민을 본 적 있는 장해나가 내비쳤던 눈물의 흔적을 짧은 사이 수습하고 인사했다.
그래서 여기는 왜 왔냐는 듯한 세 사람의 똑 닮은 시선이 이영민에게 향했다.
“급하게 스케줄이 잡혀서 휴대폰으로 연락을 드렸는데 받지 않아서 데리러 왔습니다.”
“아, 그래?”
온라온이 뒤늦게 휴대폰을 찾아 주위를 더듬는 사이 이영민은 장해나와 온현우에게 양해를 구했다.
“네. 시간상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찾은 휴대폰 화면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온라온을 일별한 장해나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달리 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온라온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볼게요. 안 나와보셔도 돼요.”
“다시 올 거냐?”
온현우가 물었다.
“……네.”
* * *
전례가 있는 만큼 온라온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한 부모의 배웅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온 직후, 사전에 정해 두었던 암호를 확인하는 것을 통해 이영민이 래리라는 것을 확인했다.
“무슨 스케줄인데? 전화 온 것도 없구만.”
그렇게 제로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진 뒤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타 용건을 물었으나.
“글쎄요.”
래리는 정작 별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글쎄는 무슨 글쎄.”
“감격스러운 가족 상봉을 방해한 것이었다면 실로 죄송하게 됐습니다만.”
“……됐어.”
답을 알려주는 온라온의 말에 이영민이 길고 얇게 웃었다.
“원래 몸으로 귀환하는 것에 성공한다고 해도 잘 풀어나가기 가장 어려운 게 뭔지 아십니까?”
“뭔데?”
“가족 문제입니다.”
이영민이 말을 이었다.
“아예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나가는 거라면 모를까, 가족은 날 때부터 더없이 확고하게 맺게 되는 관계이니만큼 가족 구성원 간 유대감이 점차 옅어지는 경향이 있는 현대에도 이 문제는 참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
“게다가 가족은 영혼이 바뀌며 발생하는 충격에 가장 많이 영향받는 집단이기도 하거든요.”
이영민은 예전에 조회해 보았던 온라온과 온라온의 가족이 겪은 크고 작은 비극들을 떠올렸다.
첫 아이와 달리 애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찾아온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매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울어야 했던 장해나, 사업이 크게 잘못될 위기에 처해 잠도 못 자고 뛰어다녀야 했던 온현우, 불안하게 흔들리는 집안 분위기에 어린 나이에 엇나갈 위기에 처했던 온세하…….
시간이 흐르며 여파는 어느 정도 잦아들기는 했지만, 모두 잘못된 영혼을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며 벌어진 일들이었다.
“먼저 관리자로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고객님이 처한 상황 자체가 놀랍습니다.”
“뭐가 놀라운데?”
온라온의 목소리는 삐딱했다.
“애초에 가정 자체가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남들은 하나만 겪어도 힘든 그 모든 일을 겪은 뒤에도 여전히 이 집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확실히 고객님의 가족분들은 굉장히 독립적이면서 고집스러운 성향입니다만.”
“우리 가족이 서로한테 극도로 관심이 없다는 말을 그렇게 포장할 필요는 없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군요.”
이영민은 온라온의 빈정거림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했다.
한참 뒤.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요?”
“내가 그 사람들이랑 이제 와서 가족 같은 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온라온으로서는 나름의 고심 끝에 건넨 질문이었으나, 이영민은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군요. 이런 일에서 고객님에게 일반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건 경험적 사례를 통해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
“내리시죠. 저보다 더 도움이 될 사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별 의문을 갖지 않고 차에서 내리니,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강이 보였다.
“라온아.”
그리고 강보다 가까운 곳에, 서문결이 있었다.
“무슨 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