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7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77화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음악방송 스케줄이 있었다.
점심으로 먹은 설렁탕이 소화되길 기다리며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데, 누군가 우리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리프틴 멤버들이 우리 대기실로 쭈뼛쭈뼛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리프틴의 리더 윤명수가 대표로 사과하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다른 멤버들도 윤명수의 뒤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뒤쪽에 서 있던 바인도 무표정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빼지는 않았다.
“뭐야. 왜 그래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
“괜찮아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죠!”
마음속으로 (바인을 제외한) 리프틴 멤버들이 흘린 눈물에 대한 이해를 진작 마쳤던 우리는 당황해서 녀석들을 만류했다.
사실 리프틴 멤버들이 사과하고 싶어 한다는 말은 매니저를 통해 미리 전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각 잡고 진지하게 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대기실에 우리 스태프들까지 있는데.
“바인.”
고경윤이 원인 제공자인 주제에 가장 소극적이던 바인을 불렀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바인이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순간 저희 팬분들 얼굴 보니까 갑자기 감정이 조절이 안 돼서…….”
“아, 네….”
바인이 흘린 게 악어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내가 사무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긴 몰라도 이 자식이 고경윤에게 등 떠밀려 하는 사과만큼은 진심이 한 방울도 안 담겨 있을 게 분명했다.
바인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좋지 않은 다른 멤버들도 조금 전보다 기계적인 반응을 돌려주었다.
“다음에 안 그러시면 되죠.”
“네. 죄송합니다.”
“…….”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이 분위기 어떡하냐.
“우리 제발 어색하지 말자. 난 형들 아니면 친한 아이돌 친구 없단 말이야.”
“뭐?”
“뭐라고?”
[주위에 있는 모든 이가 당신의 발언을 불신합니다. TP +5]이 자식이?
“얘가 지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니까요.”
“선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내 인간관계를 둘러싸고 잠깐의 소란이 일어난 뒤.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서 소소한 대화를 이어갔다.
매니저 눈치 보느라 말도 제대로 못 붙였던 평소 모습을 떠올린 내가 너희 이래도 되냐고 묻자, 고경윤이 잘해주는 그룹이랑 말 정도는 편하게 하고 살자고 회사와 담판을 지었다는 징샤오의 신난 답이 돌아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렇게 잘해주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더라고.”
“아. 준우 형, 그 얘기 좀 그만하라고.”
나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딱히 없는 고경윤은 바인과 함께 돌아가는 쪽이었는데, 녀석의 뒷모습을 보자 할 이야기가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아!”
급하게 대기실 밖으로 따라 나갔더니 말 한마디 없이 걷던 둘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어차피 사이가 틀어진 바인은 완전히 무시한 채 고경윤을 보며 말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먼저 가.”
“…….”
인상을 확 찡그린 바인이 충분히 멀어지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고경윤에게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봤을 때 저 자식 어제 일부러 우는 것 같았거든?”
“……그래요?”
“어. 그렇게 확신한 이유는 못 말해 주는데 일부러 운 게 99퍼센트 확실하니까 기회 되면 한 번 확인해 봐. 안 믿으면 어쩔 수 없고.”
“믿어요. 팀이나 팬들한테 그렇게 애착이 강한 녀석은 아니라 거기서 운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했거든요. 선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일부러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죄송했어요. 선배한테는 항상 죄송할 일만 생기는 것 같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한 번만 더 죄송하면 진짜 죄송한 게 뭔지 보여준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고경윤은 사과를 멈추었다.
* * *
모 음원 사이트에서 주최하는 시상식.
인적이 드문 곳에서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오르카 성장세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아, 거기 이번에 초동만 거의 60만 장 나왔다며?”
“예. 컴백 한 번 할 때마다 두 배씩 느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 챌린지도 국내외로 대박 났던데요. 보셨어요?”
“봤지.”
알고리즘을 탄 ‘Action’ 챌린지는 산을 건너 바다를 건너 순조롭게 전파되고 있었다.
춤에 집중하는 것과 웃음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뉘었던 두 유형의 챌린지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확실히 흐름이라는 게 있다니까.”
“무대 하는 거 보면 쟁쟁하다는 아이돌들 사이에서 실력도 안 빠지고. 이대로만 가면 대상도 가능할 것 같은데…….”
“올해는 서희랑 라비릭이 음원, 음반 양면에서 워낙 쟁쟁해서 어렵고…… 내년쯤에 또 제대로 터지면 또 모르지.”
그날 밴드 풍으로 편곡한 ‘From’과 수록곡 무대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호평받은 오르카는 음반 본상과 퍼포먼스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비록 여자 솔로 가수인 서희가 1월에 발매한 곡이 올해 내내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올라와 있고, 최정상 보이 그룹인 라비릭이 2연속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대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오르카는 참석하는 모든 시상식에서 굵직한 상을 받으며 대세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월 셋째 주.
3주간의 ‘Action’ 활동이 여덟 번째의 1위 트로피를 받으며 끝났다.
“이게 끝나긴 끝나네요.”
“그러게. 절대 안 끝날 줄 알았어.”
“얘들아,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고생하자!”
강지우의 쓸데없이 발랄한 말에 멤버들이 야유를 보냈다.
“야, 멘트 좀 바꿔.”
“구식이야 진짜.”
“새해엔 지우 형이 새사람이 되기를….”
견성하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것을 들은 온라온이 중얼거렸다.
“다다음 주면 새해인 게 안 믿긴다.”
“뭘. 이제 정신 차리면 1월일걸.”
* * *
새해가 밝았다.
“……어라?”
미래 아닌 미래를 경험하고 온 온라온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 두고 손 소독제를 들고 다니며 평소보다 더 위생에 신경 쓰는 등 혹시 모를 전염병 사태에 대비하며 매일매일 뉴스를 샅샅이 뒤졌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는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다.”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쳤던 질병이 정말 아예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된 건지, 그렇다면 전염병이 사라진 것이 차후의 아이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마스크 없는 세상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온라온이었다.
“이제 손 소독제 안 들고 다녀?”
“안 들고 다녀.”
오늘은 헥사곤 스테이지 제작진과의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헥사곤 스테이지 출연진이 모두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며칠 전에 난 바 있었다.
[단독] ‘헥사곤 스테이지’ 출연진 확정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쟁쟁한 라인업”(사진)
LTBS가 야심 차게 기획한 작곡 경연 프로그램 ‘헥사곤 스테이지’의 출연진 라인업이 확정되었다.
‘헥사곤 스테이지’ 제작인은 “공장식 아이돌이 아닌 스스로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하는 K팝 아티스트들을 섭외했다. 고유한 개성과 탄탄한 실력으로 K팝 팬들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략)
오르카는 대세 중의 대세라고 불리는 보이 그룹으로 ‘Again’, ‘Rewind’, ‘From’ 등 굵직한 히트곡을 작곡한 실력파 아이돌 온라온과 서문결이 동반 출연한다.
(후략)
섭외 과정에서 적잖은 난항을 겪은 헥사곤 스테이지의 함다운 PD는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출연자 둘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유, 안녕하세요. 두 분 다 실물이 훨씬 나으시네요.”
그런 소리를 어디 갈 때마다 들어 온 온라온과 서문결은 호들갑 떨지 않고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앉으세요.”
“넵.”
“워낙 바쁘신 분들이니까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보겠습니다.”
“저희야 좋죠.”
오르카가 바쁘다는 말이 단순히 치켜세워 주기 위한 말이 아닌 것이, 미팅 뒤에는 바로 단체 인터뷰, 그리고 스포츠웨어 브랜드 CF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저쪽에 비하인드 캠 돌아가고 있으니까 참고해 주시고요.”
“네.”
카메라 위치를 확인한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면, 우선 두 분은 스스로 보유한 작곡 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객관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만 놓고 보자면 저나 결이 형 모두 혼자 힘으로 곡 하나를 완성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멜로디만 찍는 게 아니라, 전체를 완성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물론 주변에 계신 분들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혼자 완성까지 작업하는 편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침착하게 답변하는 온라온과 서문결을 향해 함다운 PD가 재차 물었다.
“이미 프로듀싱 능력으로 유명한 두 분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만에 하나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솔직하게 답변해 주셔야 해요. 그래야 저희가 나중에 경연 주제 난이도를 조절해 드릴 수 있거든요. …정말이시죠?”
“네.”
“네.”
“좋습니다.”
1시간 뒤, 미팅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드린 과제 잘 준비 부탁드릴게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도 바쁜 일정을 정신없이 소화하다 보니 첫 촬영 날은 금세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