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7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78화
“가서 기죽지 마! 너희가 최고야!”
“그렇게 무조건 치켜세우는 건 애한테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정서 발달에도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데.”
“시끄러워, 내 눈에는 무조건 우리 애들이 최고야.”
“맞아요. 결이 형이 최고예요.”
“나는?”
“…두 번째로 최고.”
새벽같이 일어난 멤버들의 열렬하고 미지근한 응원을 받으며 나와 서문결은 숙소를 나섰다.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해 준 오늘 의상 컨셉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신입사원 스타일이었다.
당장 회사에 출근해도 될 정도로 멀끔하게 차려입은 우리는 촬영이 이루어지는 방송국으로 향했다.
“형, 안 떨려?”
“그런 것 같은데. 너는?”
“나도. 경연 뭐 시킬지 궁금하다.”
“그러게.”
미팅 때 미리 들은 건 최종 경연 과제뿐이라 당장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현장에 도착해서는 오늘은 첫 대면식 촬영이 있을 거라고 간단히 안내받은 뒤 한동안 카메라가 설치된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촬영 시작한 것 같은데.”
“우리도 금방 부르겠지?”
제작진 측에서 입장 순서를 얘기해 주지 않아서, 우리가 몇 번째로 들어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게다가 사전에 기사로 공개된 출연진은 만만한 우리랑 리프틴뿐이라 다른 출연진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연차 순이면 진작 들어가고도 남았을 텐데.’
“오르카 나와서 대기하겠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점검한 우리는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 …셨다.
“안에서 말소리 들린다. 누구 있나 봐.”
“떨려?”
“약간 긴장되는 정도.”
“괜찮아?”
“어. 나는 형만 믿을게. 형은 나만 믿어.”
“믿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태프의 신호를 받은 우리는 환한 조명이 들어온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다.
“어.”
그리고 서문결마저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한 자리를 제외하고 모든 자리가 차 있었다.
즉, 우리가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아니, 대체 기준이 뭐길래?’
빠르게 모인 이들의 면면을 훑어보니 2년 차인 리프틴부터 시작해 8년 차 다이나식스까지 골고루 포진한 라인업이었다. 체이서, 마이아워에 주안의 플루토까지.
우리가 리프틴 다음으로 신인인 게 맞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무대 중앙으로 나갔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곳에 없는 강지우를 대신해 서문결이 인사 구호를 선창했다.
이건 또 신선한 느낌이군.
스튜디오는 앞쪽 무대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그 양옆으로 출연자들을 세 팀씩 마주 보고 앉게 한 구조였다. 앉은 자리 뒤쪽 벽은 커튼 같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끄트머리에 마련된 우리 자리에 앉으러 갈 때까지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시간이 펼쳐졌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허리를 크게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와, 두 분 다 진짜 잘생기셨다.”
“안쪽에서 걸어오시는데 갑자기 빛이 막 환하게 쏟아지는 기분?”
“야, 나 라온이랑 친해. 결이랑도.”
“주안 형, 애들한테 괜히 주접떨지 마요. 애들 그런 거 부담스러워해.”
“오르카다. 아이돌 보는 기분이야.”
“너도 아이돌이잖아….”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가운데 겨우 자리에 앉은 뒤 맞은편에 앉은 옥도윤과 손 인사를 나누었다.
그 옆에 있는 바인은 뭐…….
“진짜 우리가 왜 마지막이지.”
“무슨 이유가 있겠지.”
“섭외 순서… 이런 건 아닐 것 같은데.”
“첫 경연 순서를 제작진 쪽에서 미리 정해 놓고 그대로 부른 걸 수도.”
“그건 따로 정하지 않을까?”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우리가 제일 나중에 불린 이유를 추측해 보는데.
“!”
갑자기 출연자들 쪽을 비추던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앞쪽에 빛이 집중됐다.
무언가 시작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도 흘러나왔다.
제각각이던 출연자들의 주의가 자연히 앞쪽으로 쏠렸다.
“뭐 하려나 보다.”
“이제 시작인가?”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오든 무조건 우리보다 선배일 것이기 때문에 나와 서문결은 자리에서 미리 일어나 있었다.
“우와.”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빛제나, 갓제나, 황제나였다.
“제나 선배님?”
“세상에.”
“진짜 언제 봐도 너무 멋있으시다.”
제나는 범접할 수 없는 대선배였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호의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픽하트 이후로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인연이라는 게 묘하군.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은 제나입니다. 여러분 모두 헥사곤 스테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박수 세례가 그친 뒤, 무대 앞쪽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육각형 모양을 한 헥사곤 스테이지의 로고가 떠올랐다.
“여러분은 ‘육각형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들어는 봤는데 무슨 뜻인지는 잘….”
여기저기서 긍정의 반응이 돌아왔다.
생경하다는 눈치로 “그게 뭐야?” 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나는 간단한 개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육각형 아이돌은 보컬이나 랩, 댄스, 비주얼은 물론이고 예능이나 연기 등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활약하는 만능 아이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다 잘하는 아이돌인 거죠.”
“제나 선배님처럼.”
진행에 방해가 안 되도록 작게 중얼거린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제나가 이쪽을 바라보며 생긋 웃어 주었다.
“바로 여러분처럼요.”
웃는 얼굴로 출연진을 가볍게 띄워주는 제나의 말에 분위기가 한결 살아났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연예계지만, 이 모든 능력을 고루 갖추신 분은 흔치 않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 계신 한 분 한 분의 섭외가 굉장히 간절했다고 PD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찬하는 박수가 나왔다.
“저희 헥사곤 스테이지에서는 특히 프로듀싱 능력을 중심으로 하여 네 번의 경연을 펼치게 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보여주실 놀라운 무대가 ‘아이돌은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인형 같은 존재다’와 같은 낡은 편견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제나의 격려 아닌 격려에 여느 때보다 큰 박수가 쏟아졌다.
“혹시 입장 순서가 어땠는지 기억나시나요?”
“네!”
“마지막으로 나와서 잘….”
“이런 순서였던 것 같은데.”
리프틴 옆에 앉은 마이아워 제리의 손이 크게 U자를 그렸다.
리프틴부터 시작해서 우리로 끝나는 형태였다.
순서를 봐도 여전히 모르겠군.
제나가 폭탄을 떨어트렸다.
“네. 바로 자신의 자작곡으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몇 번이나 했느냐에 따라 입장 순서가 정해졌는데요.”
자연히, 마지막으로 입장했던 우리를 향해 시선들이 확 쏠렸다.
‘악편은 안 한다는 말이 자극적인 연출은 안 한다는 말은 아니었나 보지?’
“와, 오르카 알고는 있었는데 무서운 팀이었네.”
“대단하다.”
실력이 음악방송 1위 횟수랑 얼마나 상관있다고! 세상에 1위 못 한 명곡이 얼마나 많은데!
때아닌 날벼락으로 사방팔방에서 견제받게 된 게 억울해서 그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일단 전혀 몰랐다는 듯 서문결을 바라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봤다.
“우리가 1위를 그렇게 많이 했었나…?”
“그러게.”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입장 순서의 비밀을 공개한 여파가 지나간 뒤.
큐카드를 든 제나가 헥사곤 스테이지의 전체적인 규칙을 안내했다.
요약하자면 경연은 총 4번, 모든 경연의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우승 팀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궁금해요!”
“어떤 거죠?”
“바로 해외 음반사와 연계하는 앨범 발매 및 글로벌 쇼케이스입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출연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건 크다.
특히 우리 같은 중소 회사는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이 충분하지 못해서 안 그래도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었다.
나는 서문결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무조건 1등 하자.’
‘그래.’
“그럼 첫 번째 경연 순서를 정할 겸, 몸풀기 과제를 하나 준비해 보았습니다.”
“과제?”
“갑자기?
출연진들이 당황할 새도 없이 스피커에서 곡이 흘러나왔다.
이 노래를 모르면 아이돌 자격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했던 걸그룹 노래였는데, 아이돌들답게 즉석에서 안무를 춰 보이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즉각적인 호응이 나왔다.
”여러분 모두 너무 잘 알고 계시는 메가히트곡이죠.“
”네!“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 방금 들려드린 곡의 1절을 최대한 완벽하게 카피해 주시면 됩니다.”
제나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벽을 가리고 있던 커튼이 떨어졌다.
“앗!”
그냥 막혀 있는 벽인 줄 알았는데, 문이 달려 있었다.
모두 여섯 개인 문에 각각 붙어 있는 그룹 로고들을 통해 방 주인이 누구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첫 번째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삑.
벽에 붙은 타이머에 전원이 들어왔다.
[01:00:00] [00:59:59] [00:59:58]초마다 줄어드는 타이머의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
상황 파악을 마치자마자 벌떡 일어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의 로고가 붙은 문을 향해 냅다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