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5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59화
순위결정식이 방송된 다음 날은 픽하트 2차 경연 리허설 날이었다.
“너 어제 반응 좋더라.”
“그래? 땡큐. 근데 징샤오 얘 어딨어?”
“왜?”
“아니, 방송에서 이상한 말을 하잖아. 동생 같기는 누가 동생 같아. 내가 걔보다 몇 살을 더 먹었는데.”
“…그냥 한 살 아니냐?”
“야, 일 년 차이도 내 나이 때는 엄청난 거야.”
조마다 두세 번씩 리허설을 하는 데다가 이번에는 세트까지 따로 설치하기 때문에 온종일 대기해야 했다.
그동안 연습생들은 대기실에 모여서 핸드폰을 하거나 떠들거나, 혹은 조원들끼리 모여서 연습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내 글 인기글 올라갔다.”
“존나 부럽네…. 내 얘기는 거의 없어. 제발 인기글 괜찮은 거 하나만 올라갔으면 좋겠다.”
방송 반응 중 연습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것 중 하나는 ‘픽하트 시즌 3 게시판’, 줄여서 ‘픽삼게’ 혹은 더 줄여서 ‘픽게’라고 불리는 사이트였다.
커뮤니티 중에서 화력이 좋은 곳 중 하나라 방송 반응을 확인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익명 커뮤니티라는 특성상 최소한의 여과도 없이 많은 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에 멘탈 보호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해당 사이트 이용자들조차 연습생들이 커뮤니티 글을 본 것 같으면 ‘얘들아 그래도 여기는 오지마ㅠㅠㅠㅠ’ 같은 댓글을 달겠는가.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춤을 연습하기보다는 혼자 젤리가 장애물을 피해 달리는 게임이나 하기로 했다.
체력을 되도록 아껴야 했다.
데이가 내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와, 얘 밥 먹고 이거만 했나 봐. 진짜 잘… 어, 죽었다.”
밥 먹고 게임만 한 거 맞아서 실수했다.
새 게임을 시작하려 할 때, 드라이 리허설을 하고 온 반요한이 내 옆에 털썩 앉더니 약간 피곤한 어조로 경고했다.
“온라온, 너도 조심해.”
“뭘?”
“사생.”
“웬 사생…… 형 설마 사생 붙었어?!”
건성으로 대답하던 나는 뒤늦게 놀라 손에서 미끄러질 뻔한 핸드폰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반요한을 마주 보았다.
“어. 회사랑 숙소랑. 결이는 학교까지 왔다더라.”
“와…….”
“원래 그냥 집에서 지내려 했는데, 집까지 알아낼까 봐 그냥 숙소에서 계속 지내기로 했어. 번호도 어디서 풀렸는지 톡이랑 전화 계속 와서 어제 싹 바꿨고.”
반요한은 “괜히…”까지 말했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마 “괜히 강지우 대신 나온다고 했다” 같은 말을 하려다 생각을 바꾸고 멈춘 것일 터다.
“그거 잘못하면 계속 그럴 텐데…. 힘들겠네.”
영 재수 없는 놈이었지만 스토커나 마찬가지인 사생은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더군다나 반요한은 그동안 아이돌이 될 생각 같은 것도 해본 적 없었고, 온전한 일반인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듣기로는 팬들에 의해 유치원생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모조리 발굴되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어제 갑자기 번호 바꿨다면서 단톡도 새로 파더니 사생 때문일 줄이야.
“아직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번호도 그냥 쓰려 했는데 고모가 차라리 일찍 바꾸는 게 낫대서 바꾼 거고. 어쨌든 너도 조심해.”
“아니, 뭐… 조심이야 하겠지만.”
“진짜 조심해. 당장 너 합숙 끝나고 그동안 뭐 했는지 정도는 나도 지금 다 불러줄 수도 있어.”
“헐. 형 사생이야?”
“…….”
“그냥 농담으로 해본 말인데 왜 대답을 못 하지? 설마 진짜…?”
“아니, 머리를 좀 써봐. 이게 그 뜻이겠냐고.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반요한이 나를 한심해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내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그럼 내가 어제 뭐 했는지 진짜 한 번 맞혀 보든지.”
“어제 뭐… 루이젠 사옥에 모여서 연습했겠지. 점심은 돈가스 김밥 먹었고.”
“그럼 그저께는.”
“에버그린 미라백화점 일산점에서 두 시간 동안 직원한테 설명 들으면서 립 제품 죄다 발라보고 퍼스널 컬러 진단까지 받았다며.”
“아니, 어떻게 그걸 그렇게 자세히…?”
“합숙 끝난 날에는 지역 도서관에서 실용음악이랑 화성학책 폐관할 때까지 보다가 근처에 있는 그레텔 커피 가서 A4 2장에 한참 뭐 쓰다가 엄청 밝은 얼굴로 컵 반납하고 돌아갔고. 숙소는 키넥스 근처 아니야?”
“미…. 뭐 이렇게 잘 알아. 이 형 진짜 수상한데?”
“바보야, 목격담 다 그날 밤에 바로 떴어.”
“!”
“참고로 어제 일은 결이한테 들었고 숙소는 그냥 한 번 찍어봤다.”
“이 인간 순 사기꾼 아니야?”
“너는 이미 똑같은 수법으로 세 번쯤 당한 선량하고 순진한 시민이고.”
이걸 사기라고 하면 너는 21세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헛소리를 이어 지껄인 반요한이 인터넷에 올라온 내 목격담을 직접 찾아 보여줬다.
반요한의 말대로 매일 내 목격담이 하나씩은 올라와 있었고, 정면이 아닌 각도에서 찍힌 사진이 여럿 첨부된 글도 있었다.
‘언제 찍혔지?’
나름 대비한다고 길에서 만 원짜리 모자도 하나 사서 계속 쓰고 다녔는데.
마스크는 5월 초라고는 해도 날씨가 꽤 후덥지근하고, 내가 진짜 연예인도 아닌데 좀 과한 것 같아서 안 썼다.
어쨌든 다 알아보고 저렇게 글까지 올라올 줄이야.
카페 아르바이트생이랑 화장품 가게 직원이 픽하트 나오는 분 맞냐고 물어본 거 말고는 말 거는 사람도 없길래 아무도 못 알아본 줄.
“글 내용 보면 다 동네 주민이 우연히 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조심해라, 진짜. 숙소든 뭐든 알려지는 거 순식간이야.”
“아, 나도 회사 분에게 사생 조심하라는 말 들었어.”
아까 내게 방송에서 이상한 말을 한 죄로 응징을 당하고 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징샤오가 언제 일어났는지 끼어들었다.
“맞아요. 저번 시즌에 나가셨던 저희 회사 선배님들도 사생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대요.”
이어폰을 양쪽 귀에 모두 꽂고 눈을 감고 있어서 우리 얘기를 안 듣고 있는 줄 알았던 옥도윤 역시 말을 얹었다.
“그것도 다 인기 있으니까 붙는 거지.”
근처에 앉아 있던 연습생이 냉소적으로 던진 말에 뭐라고 말하려던 징샤오가 입을 다물었다.
반요한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저런 인간과 굳이 상종하지 않겠다는 것에 가까운 태도였다.
“그런 말이 어딨어요. 모르는 사람이 나 오는 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난 진짜 너무 싫은데.”
내가 눈살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목격담이 올라온 게 처음도 아니건만, 내가 모르는 사이 누가 나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때 여전히 약간이기는 해도 당황스럽다.
사생은 진짜 생각만 해도, 어우.
“맞아요.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 몇십 번씩 받아보면 얘기 달라질걸.”
어디서 났는지 모를 알코올 솜으로 핸드폰 액정을 신중하게 닦던 나윤재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는 모습을 보니 쟤도 당했군.
“좋은 얘기도 아닌데 그만하자. 당 떨어지는데 초콜릿 먹을 사람.”
반요한이 주머니에서 초콜릿 여러 개를 꺼냈다.
“나요.”
“나도 하나만.”
“자.”
만졌을 때 뭔가 흐물거린다 싶었는데 껍질을 까보니 온통 녹아 있었다. 덕분에 손은 끈적해졌고.
“아, 다 녹았어.”
“내 건 안 녹았는데. 왜 네 것만 그러냐?”
뽑기에 실패한 나는 포장지 안에 고여 있던 초콜릿이라도 입에 흘려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티슈 있는 사람? …없어? 손 닦고 와야겠다.”
“그 정도는 그냥 빨아먹지.”
“안 돼. 내 손 지금 더러워서 그냥 포장지만 만져서 까려고 했다고. 그냥 닦고 올래.”
“너희 조 순서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갔다 올 거면 빨리 갔다 와.”
나는 알았다고 대답한 뒤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몇 번 왔던 곳이라 화장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데 저는 분량이랑 편집만 봐도 누가 데뷔할지 뻔히 알겠던데. 이런 생각 솔직히,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화장실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로 흘러나온 이야기에 나는 우뚝 멈춰 섰다.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얘기 중인 것 같았다.
“아, 그거? 솔직히 첫방만 봐도 대충 다 눈치까겠더라.”
지금 들어가도 되나?
“우리 분량 분석한 픽게 글 봤냐? 상위권 몇 명이 그냥 다 독식했던데.”
안 될 것 같지?
* * *
온라온이 지뢰를 피하는 기분으로 위층 화장실로 향하는 동안, 안에 있던 연습생들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이거 봄?”
한 연습생이 자기 핸드폰으로 기본 프로필 사진을 걸어놓은 SNS 계정을 찾아 보여줬다.
끡하트망해라 [몇몇 회사한테 일정이랑 촬영 내용 미리 다 공유해준거 모를 줄 알지 ㅋㅋㅋ 다른 기획사 이거 알고 있을지 모르고 있을지 궁금한데 한번 찔러봐? 근데 알면 뭘 할 수 있겠냐… 회사 건물들부터가 죄다 이 모양 이꼴인데 갑질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에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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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끡하트망해라 [저는 탈하트했고 이 계정도 나중에 터트릴 거니까 고소든 뭐든 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ㅎㅎ 탈하트 못하는 여러분 인생 걱정이나 하세요 멀쩡한 애들 5분만에 개새끼로 만들고 사람을 돈줄로 아는 읹수랑 암트가 있는 한 애샛기들이 데뷔를 해도 못해도 님들은 괴로울 테니까요…]
뒤로도 트윗이 몇 개 더 있었는데 계정 주인이 고소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수위의 욕이 대다수였다.
“와, 사이다 오지네.”
“이거 비공개 계정인데 어떻게 봤냐?”
“전에 팔로 받을 때 걸어뒀지. 이 사람 저번에 방송 스포했는데 다 맞아서 나 개소름 돋았잖아.”
“그럼 이거 다 사실인 거네?”
그들의 이야기는 한 연습생이 제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자각할 때까지 계속됐다.
* * *
손을 씻고 온 다음 드라이 리허설을 깔끔하게 마쳤다.
리허설은 그러고도 무대마다 다른 세트까지 설치해서 하는 것을 포함해 두 번이나 더 남아 있었다.
“우리 팬들 이름이 농부래. 귀엽지.”
“왜 농분데? 설마 형네 회사 이름이 시드라서…?”
“그거 맞는데.”
체력을 아끼기 위해 가만가만 이야기만 하며 다시 한참 기다리다가 카메라 리허설을 하러 이동했다.
피디가 각종 카메라의 위치와 각자 파트 때 어떤 카메라를 보아야 하는지를 대강 알려주었다.
오늘 일일 퀘스트 달성 조건이 ‘카메라 리허설 때 카메라 3번 이하로 놓치기’여서 나는 특히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운 채 설명을 들었다.
“이 파트에서는 중간에 왼쪽에서 클로즈업 들어갈 거니까 확인하고.”
“네!”
이미 1차 경연 때 경험해 본 일이라 그런지 다들 이해는 빨랐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이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지만.
빨간 불이 여기 들어왔다 싶으면 저기 들어와 있고… 하나 찾았다 싶으면 다시 저 멀리 옮겨 가 있고…….
카메라를 2초 이상 놓치자 ‘miss!’라는 주황색 이펙트가 시야 한구석에 떠올랐다.
‘세 번 더 놓치면 오늘 길에서 잔다.’
나는 정신을 더 바짝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