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7화
나를 일별한 오현진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엄청 잘하겠죠?”
멘토단과 짧게 말을 주고받은 오현진이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초조한 듯 내내 작은 소리로 가사 같은 것을 중얼거리던 김준우가 물었다.
이렇게 굳이 말할 정도면 오현진이 유명한 녀석인가?
나도 남의 상태창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을까요?”
아는 건 없지만 아는 척 말할 수는 있지.
“아, 모르세요?”
들켰나?
“아까 온라온 연습생 처음 입장할 때, 개인 연습생이라고 나오기 전에 전(前) 트루라고 화면에 나왔었어요.”
뭐?
새로 안 사실에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비록 내가 지금 처참한 지능지혜에게 시시때때로 우롱당하고 있기는 해도, 어렸을 때 중절모 쓴 교수와 함께하는 수수께끼 게임도 힌트 없이 다 깬 영재반 출신의 똑똑이라고.
물론 영재가 대부분 그렇듯 자라면서 범재가 되었지만 말이다.
‘전 트루. 전 트루라…….’
소속사 옮긴 연습생이 한둘도 아닐 텐데 전 소속사를 굳이 따로 언급해 줄 정도면 트루라는 곳이 대형 기획사 축에 드는 듯했다.
그리고 설정상 플레이어 캐릭터는 거기 있다가 나온 거고.
나도 모르는 내 캐릭터의 과거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서 아주 죽겠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일 나는 게 연예계인데, 그런 건 좀 처음부터 알려주고 시작하면 어디 덧나나?
귀중한 정보를 알려 준 김준우에게 예의 바르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몰랐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김준우가 당신에게 미미한 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3]아까 디링디링 울리던 호감도 알림에 김준우도 들어가 있었나 보다.
아무튼, 이제야 알겠다.
내 입장 순서가 그렇게 뒤였던 이유.
오현진의 호감도가 처음부터 엉망이었던 이유.
지금 오현진과 순서가 붙어 있는 이유.
그것도 모르고 1등 자리를 놓고 그런 일을 벌였으니… 편집 각 제대로 잡은 피디 잇몸 만개하는 거 다 보인다.
‘잘하네.’
무대 위에서는 오현진이 과장 살짝 보태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혼자 하는데도 무대가 비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대형 기획사에서 내보낸 건 아니라는 거지. 이건 완전 데뷔시키겠다는 인선이다.
1분 30초가량 진행된 오현진의 퍼포먼스가 끝났을 때 이런 알림이 뜰 정도니 말은 다 했다.
[완성형 연습생의 무대를 보았습니다. 지혜 +1]내가 저런 녀석의 1등 자리를 뺏었단 말이지….
저런 녀석의 호감도가 -36이란 말이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망한 건 알겠다.
많이는 안 바랄 테니 제발 ‘온라온’에게 쓰레기 같은 과거사만 없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런 걱정을 하는 동안 멘토들의 호평이 한창이었다.
“무대 너무 잘 봤어요.”
“잘한다. 이렇게 잘하는데 왜 아직도 데뷔를 안 했지? 여기 나올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힘이 좋아. 그래서 그런지 춤을 상당히 힘들게 추시네요. 5년 10년 뒤에도 그렇게 출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마지막은 멘토단 중에서도 가장 예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묵혜성의 말이었다.
와, 나도 꼭 저렇게 좋은 말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내는 법 배워야지.
그 뒤로도 묵혜성의 상세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이 길게 이어졌다.
저 짧은 무대에서 어쩌면 저렇게 많은 걸 지적해내는 건지 모르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가.
저 조언을 귀담아들으면 도움이야 되겠지만 멘탈이 물렁물렁한 녀석이라면 한동안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지희의 선택을 받고 무대를 내려오는 오현진의 안색은 미미하게 굳어 있었다.
“다음 연습생, 올라와 주세요.”
이제 내 차례였다.
나는 연습생들의 의례적인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가 허리를 직각으로 꺾어 인사했다.
아이돌은 뭐다? 인사성이다.
“안녕하세요. 개인 연습생 온라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름이 특이하다. 온 씨인 것도 특이한데 앞으로 해도 온라온, 거꾸로 해도 온라온.”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기억하기 쉬우니까 저는 좋아해요.”
새삼 내 닉네임이 무난하기 짝이 없는 ‘라온’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9차단박고시작’이나 ‘트롤보면짖는개’ 같은 닉이었으면 여기서 이름 불릴 때마다 얼마나 수치스러웠겠어.
다들 게임에 빙의할 때를 대비해 닉네임은 신중하게 짓자.
“카메라를 되게 잘 받는다.”
“눈이 예뻐요. 만화 같아.”
이것은 플레이어 한정 빈말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이 덜생긴 얼굴이 카메라발만큼은 잘 받는 건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이 나오고 있을 화면을 보았다.
“아니, 그렇게 돌리면 이제 자기 뒤통수가 보이지.”
내 멍청한 행동에 멘토들과 연습생들이 소리 내 웃었다.
젠장. 아무래도 빨리 지능을 올려야 할 것 같다. 이게 다 11에 불과한 지능 때문이다.
[Tip! 시스템상의 지능은 플레이어의 실제 지능과 무관하며 독자적인 능력으로 기능합니다. 그 외 차원 외부에서 온 혼이 큰 영향을 주는 일부 능력치에도 같은 법칙이 적용됩니다.]저게 무슨 소린지는 둘째치고, 지금 이 타이밍에 알려 준다는 건 내가 멍청하다 이거지?
개스템이 유발한 분노로 찌그러지려는 얼굴을 늦지 않게 두 손에 파묻어 감췄다.
귀엽다는 리액션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걸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바보짓에 대한 부끄러움을 수습하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그래…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리고 트루에서 연습생을 3년 동안 했다고 나와 있네요.”
3년씩이나? 적어도 15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다는 뜻이다. 나보다 오래 했다.
“앞서 오현진 연습생이 너무 잘해줘서, 우리 온라온 연습생한테도 기대가 커요.”
안 하시는 게 좋을 텐데. 제가 오늘 트루인지 트리인지 게네의 수치가 될 예정이라서.
“그럼 준비하신 퍼포먼스 보겠습니다.”
미리 사용 신청이 되어 있었는지 스태프가 준비해 준 마이크 스탠드를 중앙으로 끌고 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끼웠다.
[Hello, world!: 76.31%]헬로 월드는 빠르고 청량한 멜로디가 어딘지 아련하고 애틋하게 들리는 노래였다.
낯설고 환상적인 세계에 접어든 아이가 느끼는 설렘과 묘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가사는 우연하게도 내 지금 처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나는 순수한 아이가 아니라 썩을 대로 썩은 어른이고, 당장 설렘은커녕 분노만 가득한 상태라 감정 이입이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곡 자체의 기술적인 난도는 높지 않았지만 느낌 있게 잘 부른다면 얼마든지 플러스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사위가 조용해지고 새벽 내내 들었던 전주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가로막았던 것처럼 전혀 느껴지지 않던 현실감이 단번에 머리 위로 차갑고도 뜨겁게 쏟아졌다.
그제야 모두가 내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렸던 내가 바라마지않던 상황 아닌가.
빌어먹게도 가슴이 뛰었다.
‘……아니야. 이건 게임이다.’
NPC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들을 힘주어 보자 아주 잠깐 흔들렸던 마음이 잠잠해졌다.
나는 마이크를 가볍게 그러쥐고 첫 소절을 불러갔다.
세상이 우릴 위해 잠시 잠들었어
알 수 없지만
너의 얼굴 보고 문득 느꼈지
이제야 눈부시게 웃는 너를
한 번 숙지했기 때문에 가사는 의식하지 않아도 빠짐없이 외우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곡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도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너를 만난 건 처음이지만 나는 너를 알고 있다. 쌍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서로가 닮았으니까.
그러나 둘은 함께일 수 없고 짧은 만남은 찰나의 스침으로 끝났다.
네 말은 하늘색으로 번져 나에게로
두 눈은 쓸쓸하게도 반짝이는걸
감정은 흘러넘치게 두지 말자.
자그만 유리병 속에 모은 특별한 조약돌처럼, 찰랑거리는 못에 담은 별빛처럼 소중히.
잃어버릴 뻔한 소중한 꿈에 인사를
이제 네게 나를 맡길게, Trust me
우리 별이 되어 만나자
……끝났다.
완곡을 하지 않아서인지 순식간에 끝난 느낌이다.
기분 좋게 불어오며 머리카락을 헤집던 선선한 바람이 돌연 멎었을 때처럼 미묘한 기분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연습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수를 보냈다. 그들의 표정을 통해 내가 제법 잘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멘토들의 표정도 나쁘지 않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 묵혜성을 제외하고.
틈날 때마다 소리 없이 입안에서 되뇌어 70%를 넘긴 이해도 덕분일까.
생각보다 괜찮다. 많이 괜찮다. 망할 줄 알았는데 잘한 것 같아서 오히려 당황스럽다.
고작 76% 정도 되는 이해도인데도 이 정도인데 만약 더 연습해서 100%를 달성했다면 어땠을까?
사실 70%를 넘은 이후로 오르는 속도가 확연히 더뎌졌기 때문에 100%를 찍는 게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제나가 자신의 노래를 탁월하게 소화한 당신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호감도 +10 현재 호감도 +10]세상에 이런 일이. 원곡자셨나요? 갑자기 다섯 배쯤 공손해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행히 호감도가 10씩이나 올라서 그런지 제나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래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제나는 딱 그렇게만 말하고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미소를 띤 한지희가 뒤이어 평했다.
“먼저 말해두자면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게 없지는 않아요. 아니, 꽤 많죠. 그래서라고 해야 하나, 발전 가능성이 보여요.”
곡을 숙지하고 이해도도 제법 높였지만 스탯이 낮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자기 목소리에 맞게 잘 선곡을 한 것 같아요. 곡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났어요. 아마 굉장히 이 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겠죠. 원곡자 앞에서 이만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칭찬해 주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그거 시스템 덕분이에요. 저분이 원곡자인 건 노래 다 부른 다음에 알았습니다. 게임이니까 떨지 않는 게 당연한 거고.
물론 하나도 내색하지 않고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어쨌든 못했다고 욕먹는 것보다는 낫다.
“문제는 춤을 아예 안 춰서, 우리가 평가를 제대로 할 수가 없네요.”
그렇다.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가만히 노래를 부르기만 했다.
괜히 몰입이 깨질까 봐. 사실은 부르면서는 노래 생각밖에 나지 않아서.
“그렇다고 안 보고 갈 수는 없겠죠?”
때가 왔다.
[춤추는 까탈레나: 87.95%]이 춤추는 까탈레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한민국 엽기코믹계에 한 획 두 획 세 획은 그은 걸그룹 최고의 명곡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가요에서 나온 춤이다.
내가 이 혁명적인 춤을 알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1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우승하기 위해 뼈 빠지게 연습했던 춤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로서는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춤추는 게 꺼려져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내 얼굴이면 1등에 침 발라놓은 거라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몹시 당연한 말과 양념치킨 세 마리에 홀라당 넘어갔었다.
사실 걔들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거로 넘어간 내가 호구였다.
세 마리가 뭐냐. 못해도 열 마리는 얻어먹었어야지.
그 얼굴을 양념치킨 세 마리라는 헐값에 팔아넘기다니.
호구였던 내 모든 순간을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