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9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95화
주열음 이사가 시드에 합류한 바로 그 날.
반가을 대표는 연습생들과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회의에 돌입했다.
“그룹 이름부터 정해야죠. 예전에 정해뒀던 게 있기는 한데, 지금 이미지랑은 조금 안 맞는 것 같아서 새로 받아왔거든요.”
그때 지은 이름이 뭐였는지는 몰라도 직원들과 연습생들이 안도하는 게 보였다.
‘이 사람 작명 센스 별로구나.’
직원 한 명이 물었다.
“받아와요? 누구한테요?”
“점쟁이.”
“……네?”
모두가 황당해했다.
노골적으로 서먹한 반응에도 반가을 대표는 여유롭게 손을 내저었다.
“나도 미신 같은 건 안 믿는 사람이라 여러분 반응들은 잘 이해하지만, 그분은 좀 믿을 만하거든요. 사업가나 정치인들도 자주 찾아가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 점쟁이가 뭐라고 했는데요?”
사업가와 정치인들도 자주 찾아간다는 말에 혹했는지 주열음 이사가 물었다.
“우리 애들이 잘될 거래요.”
“그건 그냥 호객 멘트 같은데.”
“잘되는데, 그냥 잘되는 것도 아니고 대박이 난대요.”
“대표님… 복채 얼마나 주셨어요.”
“…….”
“대표님?”
직원들의 반응이 몹시 싸늘한 가운데 반가을 대표가 하하 손을 내저었다.
“사비로 냈으니까 걱정 마요. 아무튼 바다와 관련된 이름이 그렇게 운을 트기 좋다는 거예요.”
갑자기 바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미리 몇 가지를 생각해 봤거든요.”
반가을 대표가 생각해 둔 그룹 이름을 몇 가지 말하자 나를 비롯한 직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니까, 문어처럼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라는 의미가 담긴 크라켄…. 상어처럼 맹렬하게 돌진하라는 의미가 담긴 지오스… 말씀이시죠.”
차라리 그냥 죠스라고 하지.
지오스라니.
기묘하게 옹졸했다.
반가을 대표가 생각해 온 것은 몇 가지 더 있었지만 말할 가치도 없었다.
“…….”
“왜 그래. 별로야?”
큰일이다.
다행히 반가을 대표는 감은 없어도 융통성은 있는 사람이라 자신이 지어온 끔찍한 이름들만 고집하지는 않았다.
만약 반가을 대표가 그 횟집 같은 이름들을 고집했다면 나는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은 계약서를 받자마자 파쇄기에 넣어버렸을 것이다.
“괜찮지 않나? 크라켄… 지오스….”
“대표님은 꼭 스카우트랑 곡 작업만 하세요. 다른 기획은 건드릴 생각 마시고요.”
미련이 아직 남아 보이는 반가을 대표의 말을 들은 주열음 이사가 딱 잘라 말했다.
“주 이사님만 믿고 갈게요, 저희는.”
믿었던 직원들의 배신에 반가을 대표가 커피를 들이켰다.
온화하던 인상이 와그작 찡그려지는 걸 보니 그렇게 한 번에 마시기에는 썼나 보다.
“그런데 바다는 포기를 못 하시겠다고요….”
“바다가 중요한 거라니까? 그 점쟁이가 우리 애들이 바다를 건너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모습을 봤대요.”
새로운 지평.
말만 들으면 참 거창하고 있어 보였다.
결과물이 크라켄과 죠스라서 그렇지.
어쨌든 직원들은 얼마인지 감도 안 잡히는 복채를 내고 이름을, 정확히는 이름의 힌트를 받아온 대표의 성의를 존중하여 이런저런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바다라는 모티브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으니까.
“막 그런 거 있지 않나? 노래 엄청 잘해서 다 홀려버리는 거. 아, 세이렌이요!”
“그거 여자 괴물 아니에요?”
“안 되겠네. 우리 애들은 남자애들이고 괴물도 아닌데. 이렇게 잘생긴 괴물이 어딨냐?”
무슨 포인트에선지 견성하가 부끄러워했다.
“돌고래처럼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자는 의미가 담긴 돌핀 어떠세요.”
“유림 씨는 돌고래랑 친해요?”
“그건 아닌데 귀엽잖아요?”
“진주 같은 팀이 되자는 뜻으로 씨펄은 어때요?”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세요?”
“이야, 너네도 나한테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구나.”
주열음 이사의 말대로 빠져 있던 반가을이 하하 웃었다.
처음에는 위아래가 지나치게 없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던 주열음 이사는 도중부터 이 상황을 즐기는 눈치였다.
즐기지 못하는 건 7년 동안 쓸 그룹 이름이 이 웃기지도 않은 만담에 걸려 있는 연습생들이었다.
괴상한 이름이 튀어나올 때마다 견성하의 안색이 파래졌다 빨개졌다 난리였다.
“저는 씨펄 괜찮은 것 같은데….”
“씨펄… 그 얘기는 아까 끝난 거 아니에요?”
“지금 욕한 사람 누구예요.”
“아니, 욕이 아니라 누가 씨-펄이라고 했어요.”
결국 당장 모두가 찬성할 만큼 괜찮은 이름이 나오지 않아, 반가을 대표가 직원들에게 내일까지 각자 하나씩 생각해 오라는 임무를 내리며 회의가 끝났다.
그렇게 직원들은 업무에, 연습생들은 연습에 복귀했다.
“나 지금 대표님이 처음 말씀하셨던 지오스가 참 괜찮아 보인다.”
잠깐 사이 온갖 이름에 농락당한 강지우가 침착한 목소리로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러자 반요한이 끔찍한 소리 말라는 듯 질색하며 말했다.
“정신 차려. 누가 봐도 그건 죠스고, 상어바 광고에 그룹 인생을 걸 생각 아니면 그런 흉물스러운 건 잊고 더 나은 이름이나 찾아.”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었다.
* * *
미친 강도의 댄스 연습을 한바탕 마치고 연습실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내가 씩씩댔다.
“너네, 가 아니라 당신들, 이렇게 빡세게 연습 안 했잖아…. 이거 뭔데…….”
빡세다는 표현보다 거칠고 과격한 표현 없나.
토할 것처럼 힘들다? 이 짓을 한 번 더 하느니 차라리 죽겠다?
아무튼 얘네 연습이 장난 아니게 힘들었다.
전에 같이 지내면서 은근슬쩍 끼어서 할 때보다 훨씬.
손 하나 까딱할 힘도 남지 않은 내게 시원한 물을 가져다준 서문결이 나를 걱정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리 원래 이렇게 연습했어.”
“맞아. 너무 힘들게 하면 너 도망칠까 봐 내가 너 있는 동안에는 휴가 겸해서 힘 좀 빼자고 대표님한테 건의했지. 그때 얘네 컨디션도 전체적으로 나빴고, 쉬기에는 딱 적기였어.”
지치기는 했으나 나보다는 살 만해 보이는 반요한의 뒤를 이어 강지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널 우리 회사로 데리고 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만큼 진심이었다는 것 하나만 알아 둬라.”
“우리 원래 주말마다 직원 몇 분이랑 같이 등산도 간다? 올라가는 길에 쓰레기 다 주우면서. 너도 이번 주말에 갈 거야.”
“사실 너 있을 때도 가려고 했는데 반요한이 그런 사내 문화 있는 거 알면 절대 우리 회사 안 올 거라고 해서 너 있는 동안만 쉬었다.”
“사실 내가 가기 싫어서 그랬던 거기도 해. 날 좋은 주말에 등산이 웬 말이야.”
“하하, 내가 그걸 몰랐을 것 같냐?”
얄밉도록 죽이 잘 맞는 반요한과 강지우가 번갈아 가며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했다.
이미 다 잡은 물고기라 이거다.
열불이 뻗쳤다.
“사기꾼들이…….”
“내가 말했지. 너는 사기가 난무하는 21세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반요한이 나를 비웃었다.
“내 계약서 아직 한국 안 왔거든? 숙소에 들어가지도 않았거든? 이 계약 무효야.”
“어허.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맞아. 여기에 뿌리 내렸다, 생각하고 받아들여.”
이거 완전 호구 같은 회사가 아니라 호구인 척한 사기단 아니냐?
나를 그만큼 원했다는 것에 감동해야 할지, 회사가 단체로 여우 소굴이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눈물과 욕을 삼키며 시스템 공인 효율 쓰레기 능력치인 체력을 버닝 스탯으로 지정했다.
일단 살고 봐야겠다.
* * *
연습을 모두 마치고 오랜만에 돌아간 숙소는 전에 나갈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자 시스템창이 떴다.
[시드 엔터 연습생 숙소를 정식 숙소로 지정하시겠습니까?] [Y/N]나는 Y를 꾹 눌렀다.
[시드 엔터 연습생 숙소가 정식 숙소로 지정되었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동거인에게 숙소 버프가 적용됩니다. (동거인: 강지우, 견성하, 반요한, 서문결)] [숙소 버프 효과로 당신이 이곳을 숙소로 여기는 한 체력이 10% 증가하며 숙소에서 수면 시 일반 모드의 피로도 회복 속도가 50% 상승합니다.]소소하게 좋은 효과였다.
나는 수면 모드를 일반 모드로 돌렸다.
방은 일단 전처럼 쓰기로 했다.
견성하와 서문결이 작은 방, 나와 강지우와 반요한이 큰 방.
“나 먼저 씻는다?”
“…….”
나와 눈이 마주친 견성하가 “그러든지.” 하고 간단하게 대꾸한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 *
이 숙소를 떠나던 날에는 온갖 생각이 머리에서 휘몰아쳐서 밤새도록 잠이 안 왔는데.
오늘은 베개에 머리를 붙이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환한 빛이 들어오는 것 같아 눈을 떴더니.
‘……사막?’
어딜 보아도 금가루 같은 모래가 산처럼 쌓여 반짝이고 있었다.
햇볕이 저렇게 쨍쨍한데 발바닥이 뜨겁지 않고 까슬거리며 간지러운 감촉만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이 확실했다.
꿈을 꾸는 것 자체도 오랜만이지만, 이런 식의 자각몽은 또 처음이었다.
어디로든 움직이고 싶었으나 모래 속에 파묻힌 발이 영 빠지지 않았다.
발이 안 떨어질 뿐이지 그나마 팔이나 목 같은 다른 부분은 아무렇게나 움직일 수 있었다.
설마 잠에서 깰 때까지 이러고 서 있어야 하나, 약간의 막막함을 느낄 때.
돌연 모래 더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솟구쳤다.
분수처럼 비산하는 모래알.
와. 내가 감탄했다.
‘고래 날다….’
오리가 나는 시대는 갔다.
대세는 고래가 나는 것이다.
이게 무슨 헛소리인지 나도 잘 모르겠으나, 거대한 고래가 신비로운 위용을 뽐내며 날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대왕고래만큼이나 거대한 데다가 보통은 까매야 할 부분도 희어서 조금 헷갈리기는 해도.
범고래 같았다.
포말처럼 온통 새하얀 범고래는 상공과 지상을 자유롭게 오갔다.
괴물처럼 거대한 생물에게 잡아먹히지 않을까 겁먹지 않은 것은 고래가 들려준 노랫소리가 다정했던 덕분이었다.
거대한 바다 생물이 강이나 바다처럼 흐르는 듯한 모래를 유영하며 나아갈 때마다 현실에 예속되지 않은 음률이 성대하고 웅장하게 메아리쳤다.
그것이 도로 하늘로 올라가 가볍게 꼬리를 휘저을 때면 몸에 묻어 있던 금빛 모래들이 떨어져 흩날리며 휘파람처럼 맑고 나긋한 소리를 내었다.
악상이 달라질 때마다 희었던 범고래의 등 부분이 맑은 물에 물감이 투명하게 풀어지는 것처럼 물들었다.
동시에 하늘도 같은 색채로 물들어 미감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신비와 경이에 맞닿은 감각.
나는 꿈이기에 구현될 수 있는 이 환상적인 순간에 고스란히 압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