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118
115. 형, 이제 몸 풀렸다.
어둠 속에서 눈동자 수십 개가 불을 켜고 달려든다.
크르르, 으르르.
인베이더의 숨소리가 귓가에 닿을 것 같았다.
흩어지는 숨결과 야성의 빛나는 눈, 살의와 적의를 감싸 안은 괴물 무리가 몰려온다.
“조준 사격으로 빈틈에 총알을 박아 넣습니다.”
혼혈 대리는 그렇게 말하며 소총을 들었다.
팅.
소총의 격발 형태를 단발로 바꾼다. 진즉부터 피격 범위 안이었다.
이쪽은 불멸특수대원, 넓적한 돌이나 쇠붙이로 몸을 감싸도 쏠 곳은 많았다.
다가오면 쏜다. 단순한 명제만 남았다.
그렇게 감각을 곤두세울 때, 달려들던 놈들이 훅하고 흩어졌다.
한순간에 전부 시야각 밖으로 사라진다. 몇 놈은 몸을 낮추고, 몇 놈은 몸을 옆으로 굴렸다.
달려들던 톨킨 선생님 선물 세트 인베이더 무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귀를 쫑긋 세웠다.
이 새끼들 봐라?
“……이쪽 인베이더는 원래 이럽니까?”
기남이 물었다.
지뢰 지대를 피해 동작 감지 라이트를 깨고 야습을 한 놈들이다.
처음부터 일반적인 인베이더 무리는 아니란 거지.
놈들은 소총의 피격 범위를 인식하고 몸을 낮춘 뒤, 초소를 감쌌다.
야습 다음에는 포위다.
퉁퉁퉁.
초소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퉁퉁퉁! 퉁! 퉁! 퉁!
점점 그 소리가 커졌다.
신기할 정도로 전술적인 움직임이다.
감각이 발달한 불멸자 대응법으로도 더없이 훌륭했다.
보이지 않으면 쏠 수 없다.
들리지 않으면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크르륵거리는 하울링 대신 퉁퉁거리는 거친 소리가 초소 안을 울렸다.
“지랄 맞네요.”
대리님은 차분하게 말하더니, 발치에 있던 초소 무기고를 열었다.
퉁.
벽에 숨겨져 있는 히든 박스다.
당겨 여는 구조였고 그 안에서 섬광조명탄, 혹은 불꽃신호탄이라 불리는 물건을 꺼냈다.
긴 막대 형태의 신호탄의 끝을 잡아 비트니, 치이익 하고 불꽃을 토했다.
그걸 밖으로 던졌다.
나이트 비전 수준으로 어둠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다고 해도, 어두울 때보다 밝은 게 편한 건 당연하다.
치익, 치익, 치익.
주저 없이 세 개의 신호탄을 더 터트려 좌우로도 던졌다.
눈앞이 밝아지면 그림자 따위가 눈에 걸렸다.
“왼쪽 벽에 붙어서 옵니다.”
개나리 기남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벽을 퉁퉁 두들기는 소리는 평범한 불멸자의 청력에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여기 있는 불멸자는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남이가 하면 나도 할 수 있고.
청각에 집중하고, 퉁퉁거리는 소리를 분리한다.
그 와중에 들리는 소음을 다시 인식.
슥- 하고 벽에 붙어서 몸을 밀어내는 소리가 귀에 걸렸다.
놈들이 벽에 달라붙었다.
왼쪽만 있는 건 아니다.
터진 창가 밖으로 몸을 내밀고, 좌우로 총을 갈기면 된다. 상대의 움직임에 해법을 찾고 움직이면 그만인데, 인베이더 새끼들이 오늘따라 머리를 핑핑 제대로 굴렸다.
부부부부붕!
그 터진 창문으로 돌덩이가 날아들었다.
기남이가 한 대 맞을 뻔한 걸 손으로 쳐 냈다.
난 코트를 휘저어 휘둘러 대리님과 까칠이 앞을 막아섰다.
두두둥.
코트에 걸린 헥사곤 필드가 발동해 돌멩이를 떨궜다.
“온몸에 마법 도구를 두르고 다녀? 부자야?”
까칠이가 물었다.
그 와중에 그게 궁금하냐?
“한푼 두푼 모아서 샀지. 나 기어 푸어야.”
마법이 걸린 물건이든, 과학의 집결체든, 특수종의 무기는 보통 기어라고 불렀다.
기어에 돈을 다 때려 박고 사는 놈들을 기어 푸어라고 부르기도 했고.
“그게 중요해?”
“아니, 그냥 궁금해서.”
까칠이 얘도 간덩이 상태가 심각하다. 이 상황 위기 아니냐?
하여간, 난 놈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붙어서 싸우려 한다는 거다.
단순한 사고방식에 따른 훌륭한 전술 움직임이다.
고블린과 오크, 트롤이 서른 마리 가까이 모였다.
근접전은 피하는 게 옳다.
붙는 순간 오크의 괴력에 팔이 뜯기면 끝, 재생력을 믿고 덤비는 트롤에게 잡혀도 끝.
근접전 랭크가 S 수준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무리다.
“도주로가 막혔습니다.”
위기감을 엄마 뱃속에서 깜빡 놓고 태어난 까칠이가 말했고.
대리님은 말없이 콧김을 훅 뿜더니, 벽에 세워 둔 제 산탄총을 들었다.
새카만 총과 액정 조준경이 달린 신식 산탄총이다.
창가 바로 옆에 벽에 붙는 거로 돌덩이의 피격 범위에서 피한 뒤, 혼혈 대리가 총을 중간부터 꺾었다.
“코너 샷?”
내가 중얼거렸다.
파란 액정 조준경 위로 고블린 머리통이 보인 순간, 대리님은 방아쇠를 당겼다.
쾅! 펑!
후두두둑.
밖을 힐끔 보자, 신호탄 위로 고블린의 살점이 후두둑 떨어지는 게 보였다.
쿵 하고 머리 떨어진 고블린 사체가 떨어진다.
콧김을 훅- 뿜은 대리님이 총구 방향을 바꾸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쾅!
한 발이 아니다. 위아래로 움직이며 총 네 발을 더 때렸다.
그 결과, 다가오던 고블린 두 마리가 더 피떡이 됐고, 몸을 바짝 숙여 다가오던 오크는 철판으로 제 몸을 막았는데, 그 철판에 수십 개의 구멍을 남기며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을 기었다.
혼혈 대리님의 콧김 다섯 번으로 퉁퉁거리는 소리가 부쩍 줄었다.
인베이더 놈들이 주춤했다.
액정 조준경으로 주변을 살핀 대리가 입을 열었다.
“시야각 막힘, 적 위치 파악 불가.”
“위.”
기남이 대리님 말에 답하듯 말했다.
동시에 위에서 뜨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청각에 집중해 소리를 구별해도, 바로 옆에서 자동 샷건이 불을 뿜는 중이었다.
기남이와 내가 놓친 기척이었다.
우드드드득.
불길한 소리가 들렸고.
퉁.
곧 천장 일부가 날아갔다.
“천장을 뜯었네.”
말하며 까칠이가 위로 총구를 들고 소총을 갈겼다.
허리를 뒤로 젖힌 채로 쏘는데도 놀라운 집탄력과 명중률, 괜히 불멸자가 아니었다.
티티티티티팅!
연발로 바꿔 갈긴 총알이 철판에 막혀 사방으로 튀었다.
사방에 불똥이 튀고, 빨간 선이 잔상처럼 남았다.
“쏘지 마.”
기남이가 급히 말했다.
난 튄 총알을 코트로 막아 내기에만 급급했다.
“반탄석이다.”
이계에서만 나는 소재다.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을 튕겨 내는 소재의 금속.
끝이 깨져 불규칙한 육각형 모양의 철편 뒤로 인베이더가 눈을 드러냈다.
그걸 노리기 위해 권총을 뽑자, 놈이 머리를 쏙 넣는다.
일자로 찢어진 동공,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 트롤이었다.
반탄석 방패로 미처 막지 못한 부분에 박힌 총탄이 피부 밖으로 도로 나왔다.
한순간 상황이 역전됐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고블린 두 마리가 창가에서 튀어 올랐다.
정확히 혼혈 대리님을 향해서였다.
두 놈 다 손톱을 곧추세운다.
모두가 멈춘 시간에서, 나만 움직였다.
탁.
고블린의 손톱이 산탄총 총신에 닿았고, 대리님은 그에 반응하며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그 타이밍에 맞춰 다른 고블린 놈은 혼혈 대리의 목을 노리고 손톱을 찔렀다.
난 반쯤 뽑은 권총을 마저 뽑고 쐈다.
탕탕!
두 발의 탄이 고블린 머리에 구멍을 냈다.
터진 창문에서 오크의 손이 불쑥 솟더니 구르듯 안으로 들어온다. 반탄석 방패를 든 오크가 안으로 난입했다.
편편한 방패 겸 돌을 본 순간, 난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고 혼혈 대리한테도 경고했다.
“쏘지 마십쇼.”
쏘면 총탄이 튕겨 나간다. 그럼 전신에 구멍이 난다. 타격을 입으면 끝이다.
방법은 둘.
하나는 반탄석이 받아 내는 이상의 충격을 주는 것.
툭 하고 땅을 차고 대리님 앞을 막았다.
올라온 오크의 입가가 비틀렸다.
신나 보였다.
놈이 반탄석 방패를 휘둘렀다. 끝이 뾰족했다.
침착하게 끝까지 보고 고개를 뒤로 빼며 스웨이.
이후 반탄석 방패가 내 목 앞을 스치고 어깨 위쯤 왔을 때, 어깨를 튕겼다.
툭.
그렇게 몸을 안으로 말며 오크의 안쪽으로 파고들자, 놈이 박치기를 시도했다.
내려치는 머리는 왼손으로 막고.
쿵.
오른손에 쥔 권총 총신을 목구멍 아래에 대고, 당겼다.
탕, 퍽.
머리 위로 피와 뇌수가 주르룩 흘러 헬멧 위를 적셨다.
반탄석이 해소할 수 없는 과도한 충격을 줄 수 없다면.
반탄석 안쪽에서 총알을 박아 주면 되는 거였다.
난 그렇게 했다.
하지만 방탄을 적신 뇌수를 닦을 틈도 없었다.
“오른쪽.”
기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안다.
창문 바로 바깥, 우측 고블린이 불도끼를 던졌다.
후웅!
근거리에서 빨갛게 빛나는 도끼가 날아왔다. 난 회전하는 도끼의 움직임을 눈에 담고 왼손을 뻗었다.
턱.
도낏자루를 중간에 잡아채며 뒤로 팔을 뻗었다가 역으로 던져 줬다.
부웅! 꽝!
발화석은 몇 번 두드리면 빨개지고, 그 색의 정도가 진해진 상태에서 충격이 더해지면 터진다.
그걸 쓰던 놈들이 역으로 그 충격에 휩쓸렸다.
꾸에에엑!
정면에 선 고블린 무리는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육편이 됐고.
지금 비명은 그 뒤에 선 오크 놈의 무릎 밑이 날아가며 지른 것이었다.
“방심하지 마.”
기남의 목소리였다.
불멸자는 급해도 목소리를 높이진 않지만, 말이 빨라지고 존댓말을 생략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느새 천장을 뚫은 트롤 놈이 퉁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반탄석 뒤로 몸을 구겨 넣은 놈을 보며 기남이 품에 손을 넣었다.
대리님과 까칠이는 벽에 등을 붙였다.
밖에는 아직도 고블린 오크가 남았고.
지금 막 초소에 트롤 한 마리가 난입했으며.
뚫린 천장 위로 다른 트롤 놈도 고개를 내밀었다.
“BB.”
대리님이 말하며 인젝션을 헬멧 틈에 꽂아 넣었다.
목덜미에 인젝션을 꽂아 약물을 투입하면 효과가 직방이다.
까칠이도 그 말에 따랐고 기남이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랬고.
BB-8, 오딘의 축복이라 불리는 약이다.
독일에서 개발한, 순간 신체 능력을 증폭해 주는 약.
약물이 체온을 덥힌다. 올라가는 체온, 신체 능력의 향상이다. 그걸 느끼며 난 생각했다.
인베이더는 많은 걸 준비해 왔다.
야습과 포위.
불도끼와 천장을 뜯는 치밀함까지.
놈들은 근접전을 강요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트롤은 반탄석 방패 뒤에서 슬쩍슬쩍 눈만 내밀었다.
저 눈에 탄을 박아넣고 싶지만, 상대는 고속 재생이 가능한 괴물이다.
오크나 트롤이나 신체 능력은 거기서 거기라고 본다.
다만, 오크는 저돌적이고.
트롤은 더 저돌적이다.
팔이 뜯겨도 상대 목덜미를 잡아 뜯는다.
힘은 평균적으로 오크가 더 세다고 보지만.
상대하기는 트롤이 더 나쁘다.
이게 바로 불멸자를 상대하는 다른 특수종의 마음일까.
“버틸 수 있습니까?”
난 잠깐 생긴 공백에 입을 열었다.
“후욱, 후욱.”
약발을 받은 혼혈 대리가 숨을 몰아쉬었다.
전부 페이스 가드를 내린 채다.
중력도, 산소도 전부 불리하다.
산소통이 깨지기라도 하면 더 불리해질 테고.
무엇보다 머릿수가 너무 딸린다.
“버티면?”
기남이 물었다.
“머릿수부터 맞춰야지.”
내가 답했다.
대리님은 답 대신 산탄총을 바닥에 던져 두고 허리춤에 찬 보위 나이프 두 자루를 꺼내 쥐었다.
까칠이는 언제 꺼냈는지, 강선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압축 경화 장갑을 낀 거로 봐서 강선 전투술을 특기로 삼은 듯했다.
기남이는 품에서 얇은 투척 단검을 꺼내며 말했다.
“웃기는 소리, 너나 버텨라. 이쪽은 내가 정리한다.”
“……진짜?”
진심으로 물었다.
진짜 기남이가 정리하면 난 좀 쉬엄쉬엄 싸우면 되니까.
“내가 해. 내가 한다고. 반드시 한다.”
기남이가 숨도 안 쉬고 답했다.
“얘 죽지 않게 잘 부탁드립니다.”
대리에게 말하고, 난 창가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고블린 놈의 머리통을 향해 4번 타자를 휘둘렀다.
붕.
위협일 뿐이다. 놈이 고개를 밑으로 바짝 숙였다.
“사이가 좋네요.”
“그래도 동기니까요.”
애용하던 샌드백이 사라지면 무척 서운할 것 같다.
“남자 좋아하는 건 아니지?”
이제 확신한다. 까칠이 이 자식은 불멸자 특유의 병에 걸렸다.
불감가학은 아니지만, 위기감 결여라는 병이다.
어지간하면 죽지 않고, 그에 준하는 경험도 없기에 겁이 없다.
‘겁대가리 상실증’이라고도 부르는 병이었다.
“버티고 있어라. 데이트는 안 해도, 갔다 오면 포옹 정도는 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빙글 몸을 돌려, 터진 창가 난간에 등을 대고 몸을 굴리며 나갔다.
푹 하고 젖은 모래처럼 느껴지는 땅을 디디자, 앞을 막은 놈들이 보였다.
쿠르륵. 후르륵.
남은 건 몇 마리는 되려나.
신호탄을 배경으로 그림자가 들쭉날쭉하다.
고블린은 다섯, 오크는 여섯, 트롤은 하나.
트롤 두 마리는 초소 안에 있고.
우둑우둑.
난 좌우로 목을 꺾으며 말했다.
“형, 이제 몸 풀렸다.”
특이종의 개입, 덕분에 놈들은 초소의 약점을 파악했고 전략을 짜왔다.
다만, 놈들이 모르는 건.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거다.
“어금니 꽉 깨물고 와라.”
말하며 4번 타자를 겨눴다.
반탄석을 든 오크 몇 놈이 앞을 막고 트롤 한 놈은 눈알을 굴리며 날 두고 돈다.
일단 포위는 패시브네.
뭐, 열심히 막아 봐라.
왼발로 땅을 지그시 누르며 난 생각했다.
저 안에서야, 보는 눈이 많아서 변신족의 괴력을 쓸 수 없었다지만.
우리 인베이더 친구들이 말을 하나, 뭘 하나.
지금은 힘을 아낄 필요도 없다.
꾹.
지긋이 땅을 누르니, 발목까지 땅에 잠긴다. 무시하면서 무게를 싣는다. 겉면을 이루는 부드러운 질감의 흙을 뚫고 단단한 땅에 발바닥이 닿는 순간, 난 땅을 짓누르며 몸을 날렸다.
꽝!
내가 디딘 땅에서 폭음이 터지며 젖은 모래가 위로 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