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137
134. 내가 걷는 곳이 곧 길이요, 진리니.
홀로그램 형태의 건물 구조도가 허공에 띄워졌다.
그 안에서 인질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둘뿐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심 대리가 중얼거렸다.
서귀포시 안에서도 해변을 접한 곳이다.
겉보기에는 그냥 한적한 곳에 있는 제주도 감귤 공장이지만.
실상은 조금 특이한 연구를 진행 중인 곳으로, 이계에 감귤 나무를 심는 걸 목표로 삼은 곳이다.
저거로 잘도 돈을 벌겠네.
뭐, 한때 이계 테라포밍이 트렌드였던 적도 있다.
물론 전부 다 망했다.
기후와 환경이 너무 다르니, 애초에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짓이었다.
테라포밍 시도 자체가 주가 조작을 위한 거란 기사가 나기도 했었다.
테라포밍 관련 기사가 뜬 후에 반쯤 페이퍼컴퍼니인 회사의 주가가 치솟고, 그걸 갖다 파는 거다.
그리고 몇 달 뒤, 상장 폐지.
개미의 내장을 파먹은 대형 사건이기도 했다.
이 사건의 배후에 테러 단체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는데.
어느새 묻혔지.
세계 정부 연합, 올드포스에서 피해액을 산출하고 구제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대형 사건으로 배운 적 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런 짓을 하는 이들은 남았다.
이 회사도 그중 하나였다.
“애초에 출근하는 사람도 몇 없었습니다. 총 여섯 명이 상근 근무자였고, 소재 파악은 모두 끝났습니다. 즉, 안에 있는 건 무장 병력뿐입니다.”
홀로그램을 보고 심 대리가 말했다.
“규모 추정 가능합니까?”
팀장이 분석팀과 통신을 시도했다.
위성 및 열 추적 장치를 달고 있는 드론을 통해, 이미 안에 숨은 이들의 숫자를 찾은 상태다.
“최소 1개 소대다.”
헬멧의 페이스 가드를 반쯤 올린 팀장이 말했다.
꽤 많다.
1개 소대면 40명이다.
“헬기 지원 가능하다고 합니다.”
뒤에서 심 대리가 말했다.
“언제 가죠?”
개나리 수라가 물었다. 태연해 보이지만, 아까부터 한 번도 궁둥이를 의자에 붙이지 않았다.
태연함의 가면 아래로 초조함이 엿보였다.
휙.
그때, 개나리 수라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눈깔.”
“할 줄 아는 말이 눈깔뿐이야?”
여전히 우리 사이는 돈독했다.
“파고들어 보지 말란 거다.”
음?
“내 속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혼혈 이레귤러.”
어라?
그게 보여?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스치듯 보면서 자연스레 기척과 심리 상태를 읽은 건데?
쌍남 형제와는 궤가 다른 예민함이다.
스치는 눈길만으로 내 의도를 읽었다는 거다.
툭 하고, 심 대리가 내 옆구리를 쳤다.
“그래. 알았다.”
대충 수긍해 줬다.
진짜 초조해 보였고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저 인질 둘 중 하나, 높은 확률로 어린아이가 개나리 수라와 밀접한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독특한 능력이다.
어떻게 한 거지? 공기 파동? 정기남도 집중하지 않으면 이 정도 예민함은 무리다.
개나리 수라는 육감과 직감의 영역이 아니라 확신을 담아 말했다.
“위에서 밑으로 간다. 단숨에 돌입해 최단 거리 동선으로 각 층을 소거, 인질을 찾는다. 영상 분석팀의 결론으로는 영상을 찍은 장소는 건물 가장 안쪽으로 추정했다.”
영상만 보고 그 위치를 특정하는 건 어렵다.
그래도 대충 예상은 할 수 있지.
팀장은 홀로그램을 양손으로 잡고 펼쳐서 내부도를 확대한 뒤, 세 곳의 포인트를 짚었다.
“예상 지점은 셋.”
건물 높이는 7층.
1층에는 넓은 주차장 부지를 가졌다.
주차장 부지를 중심 삼아 전선을 형성하기로 하고, 진입팀은 헬기를 타기로 했다.
그러니까, 위에서 밑으로 강하 후 진입하기로 한 거다.
옥상에서 침투하는 건 저들도 쉬이 예상 못 할 테니까.
놈들이 헬기를 보고 당황한 순간, 지상에서도 진입할 수도 있었다.
투다다다다다.
헬기의 굉음이 귀를 후렸다.
타임 어택은 임기응변이 중요하다.
시간이 제한적이니까.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헬기에 올랐다.
둥.
내가 오르자, 헬기 동체가 밑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무겁긴 하네.”
심 대리가 통신기를 통해 말했다.
이쪽은 헬기 조종이 가능한 재원인지라 조종석이다.
지원 나온 헬기는 무기를 적재한 게 아닌, 부자들이 애용하는 헬기 택시다.
애초에 사람 나르는 게 전부인 헬기인 거다.
그 헬기에 내 몸무게와 더불어, 4번 타자와 아다만티움 정글도가 실렸다.
웨어러블 기어도 솜털처럼 나풀나풀한 무게가 아니고.
거기에 소총과 권총 두 자루, 예비로 던지는 단검과 보위 나이프도 한 자루 더 챙겼다.
소음탄, 수류탄, 섬광탄은 기본이고.
나만 그렇게 챙겼나? 아니다. 다른 이들도 그렇다.
물론 내 몸무게가 이들보다 훨씬 무겁긴 했다.
변신족 각성은 뼈와 근섬유의 변화를 가져왔기에, 이후 내 몸무게는 이미 겉보기와 다른 수준이 됐다.
“이륙 불가예요?”
“안 되도 되게 하는 게 내 일이지.”
심 대리가 특전사 출신이라고 했던가.
헬기를 기다리는 시간 30분을 제하고는, 모든 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됐다.
작전 지시조차 짧았고, 그마저도 움직이며 했다.
영상을 보고, 작전 방향을 바꾸고, 출발하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두다다다.
프로펠러 소리 사이로.
“무운을.”
지원 나온 1팀 과장이 말했다.
박필로 팀장이 손짓으로 그 말에 답했다.
헬기가 창공을 난다. 부유감이 느껴졌다.
곁눈질로 슬쩍 개나리 수라를 봤다.
이제는 초조함이 얼굴에 드러났다.
호흡이 과격하다. 일반 사람이 보기에는 평온하다고 볼 수 있지만, 불멸자에게는 그리 보이지 않았다.
“집중.”
툭.
발끝으로 그녀의 발끝을 차며 말했다.
개나리 수라가 날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아서 하겠지.
손발을 맞춰야 할 팀원이 엉망이 되는 건 곤란하다.
다른 요원이 합류할 자리를 차지했다면, 그만한 몫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거다.
팀장이 그렇게 판단하고 합류를 허락했다면 팀원은 믿을 뿐이다.
물론, 수틀리면 난 개별적으로 움직일 거다.
아, 박필로 팀장님이 변수를 싫어한다고 했던가?
그런데 그 변수는 상대가 만들었으니, 이제는 밀어붙여야 한다.
인질이 아니라 일반적인 타격 작전이었다면 우리도 지원군을 기다렸을 거다. 변수를 줄였을 거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두두두두.
프로펠러 소리가 변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 헬기가 선회했다.
목표 지점이 밑에 보였다.
“로프 내립니다.”
한가하게 착륙하고 헬기 밑에서 대가리 숙이고 들어갈 상황은 아니다.
튼튼한 합금 섬유 로프를 헬기 밑으로 훌렁 떨궜다. 개나리 수라가 먼저 로프를 잡고 내려갔다.
역레펠 자세다.
A급이었다. 어디서 제대로 배웠다.
쭉 내려간 뒤, 뒤로 맨 기관단총을 앞으로 돌리고 경계 자세.
“먼저 가십시오.”
박필로 팀장의 귀에 대고 말했다.
로프가 튼튼하긴 하겠지만, 내 몸무게를 견디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팀장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한 손으로 로프를 잡고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저건 또 저거대로 묘기다.
압축 경화 장갑의 강도를 믿고
반쯤 추락하듯 떨어지다가 마지막에 힘을 줘서 속도를 줄이고, 톡 하고 내려선다.
몸 쓰는 게 보통은 넘는다.
다음은 나다. 로프를 잡고 팀장처럼 내려갈까, 아니면 S급 역레펠 자세를 보여 줄까 하던 순간이었다.
꽝!
프로펠러 소리보다 배는 큰 폭음이 터졌다.
옥상과 연결된 출입구다.
철제문이 폭압에 튕겨 날아갔다.
놀란 개나리 수라와 팀장이 엄폐물을 찾아 몸을 날렸다.
터진 문 안, 출입구 안에서 붕 하고 뭔가 날아왔다.
불멸자의 초인적인 감각은 그 물체를 파악했다.
도끼다. 붕붕 도는 도끼의 목표는 헬기였다.
놔두면 공중 폭사일까?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난 로프를 한번 튕겨 왼발에 감고 정글도를 쥐었다.
끼잉.
내 무게를 견디던 헬기가 기우뚱 기울었다. 난 공중에서 한 발에 감은 로프에 의지한 뒤,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위에서 밑으로 칼을 내리쳤다.
날아온 도끼와 칼날이 만났다.
깡!
불똥이 튀며 도끼의 방향이 틀어진다.
젠장, 힘 더럽게 좋네.
날아온 도끼에 실린 충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무리 공중에서 디딤발도 없는 상태라지만, 내 팔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튕겨 나간 도끼가 운 나쁘게 위로 치솟아 프로펠러를 때렸다.
터더더더덩!
머리 위로 불똥이 후드득 떨어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굉음이 귀를 울렸다.
추락하기 직전, 난 왼발로 감은 로프를 당겨 잡았고, 바닥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버텨.”
심 대리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렸다.
그대로 뛰어내릴까 하다가 로프를 잡고 균형을 잡았다.
심 대리는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으며 헬기를 선회시켰고.
그사이, 난 로프를 느슨하게 잡고 밑으로 미끄러졌다.
추아아아아아악.
손바닥 안에서 불똥이 튀었다.
마찰열로 손이 후끈했다. 그래도 데일 정도는 아니다.
이럴 때마다 왕자에게 감사를 보낸다.
갤럭시 필드를 제하고도 장갑의 내구도는 훌륭했다.
“병원에서 보자.”
떨어지기 직전, 통신기로 심 대리가 중얼거렸다.
아마, 아무도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얘기한 것 같다.
두두두.
헬기가 건물 밑으로 추락한다.
곧 콰앙- 하는 폭음과 함께, 밑에서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헬기가 주차장에 다이빙했다.
심 대리는 죽지 않는다. 그는 불멸자다.
문제는 우리지.
선회하는 헬기 덕분에 몸이 반쯤 허공을 날았기에 낙법을 써야 했다.
난 바닥을 반쯤 굴렀고.
처음 떨어질 때 충격을 왼쪽 발에 실었던 탓에, 왼쪽 정강이뼈가 우득 하고 부러졌다.
아파!
그래도 꾹 참는다.
일어나니 이마에 총구가 겨눠져 있었다.
착륙 지점까지 고르기에는 정신이 좀 없었지.
비리비리한 체구의 특수종, 불멸자다.
총구를 쥔 놈의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근육의 움직임이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타다당.
반동으로 총구가 들린다. 코앞에서 쏘는 총알을 피하는 건 묘기다.
그리고, 난 그 묘기를 해냈다.
대신 헬멧은 구멍이 뚫려 날아갔다.
뒤로 반쯤 넘어지며 피하는 바람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오른쪽 발가락에 힘을 주고 버텼다.
지금 왼발에 힘을 주는 건 나도 무리다.
비리비리한 불멸자가 총구를 밑으로 돌렸다.
발가락으로 버티며, 허리춤에서 글록 17을 뽑았다.
겨누고 쏘는 동작에 주저는 없었다.
탕, 탕.
단발로 두 발.
첫 번째로 노린 건 놈의 총열.
불똥이 튀고 두 번째 탄은 놈의 이마를 맞췄다.
텅.
요새 방탄 헬멧은 성능이 매우 뛰어나기에 정면에서 탄을 맞아도 뚫리지 않는다.
그래도 충격은 남지.
놈의 머리가 들렸다.
그사이 균형을 회복한 난 바닥을 기듯이 나아가며, 상대의 오금을 잡고 꺾었다.
전신에 방탄방검 슈트를 입은 놈이다.
칼도 막고 총도 막는 슈트다.
이 슈트의 약점은 지속적인 압력에 취약하다는 것.
즉, 잡고 꺾으면 된다.
우두둑.
무릎 관절을 역으로 꺾어 주고.
“으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의 자세가 낮아지는 걸 확인한 뒤, 일어나면서 목을 옆구리에 끼웠다.
어쩌다 보니 역방향 길로틴 초크가 됐다.
우측 밑으로 놈의 배가 보였다.
난 살짝 뛰었다가 뒤로 누웠다.
내 무게와 아다만티움 세트 무게를 고스란히 실었다.
쿵.
콰드드득.
목뼈가 반쯤 뽑혔다.
슈트의 목 부분에 질척질척한 액체가 흘렀다. 부러진 목과 찢어진 피부, 부서진 근육 사이로 피가 흘렀다.
“방수가 형편없네.”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난 팀장과 개나리 수라를 뒤에 두고 앞에는 무장 병력을 앞에 둔 상태였다.
“여어, 안녕들 하지?”
내가 입을 열자.
“완전 또라이 새끼잖아.”
무장 병력 중 하나가 말했다.
어째 눈에 익은 놈들일세.
기억을 더듬었다.
“어? 나 너 알아.”
변신족의 피는 가끔 흥분한 내 입을 막지 못했다.
눈앞의 상대, 머니 & 세이브에서 본 놈이다.
사설 경비대 중 하나.
내가 다리를 잘랐던 변신족이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다리 자른 놈을 잊을 정도는 아니다.
“너.”
그 변신족이 날 보고 손가락을 들었다.
아차 싶었다.
그때의 나는 불감가학에 걸린 호랑이 가면이었다.
“이 새끼, 불멸특수대일 줄 알았지!”
놈이 흥분했다. 난 뒤로 성큼 물러났다.
떨어지며 부러진 왼 다리가 거추장스러웠다.
“조져!”
변신족 놈이 외쳤고.
그걸 보며 난 확신했다.
이 새끼들, 프로메테우스네.
사수가 보면 신나서 캐쉬히포를 갈겼을 텐데.
“팀장님, 작전 망했는데요?”
단기 식물인간으로 만든 불멸자를 한 손에 들고 방패로 삼으며 말했다.
“5분 내로 진입로 확보 못 하면 인질은 포기다.”
이중봉 팀장과 박필로 팀장은 달랐다.
작전을 짜는 방법도, 선택의 순간에도.
그는 서슴없이 포기를 입에 담았다.
그건 내 스타일 아닌데.
“개소리.”
거기에 얘 스타일도 아닌 듯.
개나리 수라가 무섭게 눈을 치켜떴다.
꿈에 나올까 무섭네.
우리는 위로 삐죽 솟은 콘크리트 통풍구 뒤에 몸을 숨겼다.
투다다다다!
총알은 막지만, 상대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위기였다.
무엇보다 인질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난 다리 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입니다.”
“……너 진짜 머리에 이상 있지?”
팀장이 말했고 난 외면한 채로 정수라에게 물었다.
“나 믿지?”
“개소리.”
얘가 진짜.
남은 수단이 없었다.
우리가 저걸 뚫을 때쯤이면 인질 둘을 빼돌릴 수도 있고, 극독을 투여할 수도 있다. 그럼 인질은 사경을 헤매다 제 목숨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린애는 각성 전이니, 목만 잘라도 죽잖아.
그런 끔찍한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팀장님하고 같이 시간 끌어, 인질은 내가 데려온다.”
내가 입을 열었다.
앞에는 무장 병력 위치는 옥상.
길은 막혔다.
어떻게 보면 이건 개소리가 맞다.
“어떻게?”
개나리 수라가 물었다.
“내가 걷는 곳이 곧 길이요, 진리니.”
난 아버지가 좋아하는 옛날 노래 한 구절을 읊고 4번 타자를 뽑았다.
길이 없다면 길을 내면 된다.
“시간 잘 끌고 계십쇼.”
말한 뒤, 들고 온 시체를 밑에 깔았다.
옥상을 얼마나 두껍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건물은 애초에 방어용 자재로 지은 게 아니잖아?
소음탄 하나를 뽑아서 상대에게 던졌다.
꽈르르르릉.
소음을 터트리는 게 목적인 탄이다. 그건 제 역할을 했다.
난 그사이, 4번 타자를 들고 밑을 향해 쐈다.
꽝!
반동에 어깨가 들렸다.
디딤발이 불편해서 반동 해소가 완벽하지 못했다.
콘크리트 땅에 구멍이 생겼다.
그래도 완벽히 뚫리진 않았기에, 그 안에 수류탄 두 개를 까서 넣고 아까 까져온 시체로 덮었다.
그리고 그 위를 다시 내가 샌드위치처럼 몸으로 눌렀다.
“미친.”
팀장이 감탄했고.
“내 딸이다.”
정수라가 입에서 주스 뿜을 소리를 뱉었다.
뭐라는 거야.
꽝!
수류탄이 터졌다. 시체가 들썩였다.
난 힘으로 폭압을 버텨, 폭발의 여파가 밑으로 쏠리게 했다.
곧 밑에 휑한 구멍이 생겼다.
“저 먼저 갑니다. 위에서 버티는 척 좀 하고 계십쇼.”
말하고 밑으로 내려갔다.
옥상에 오는 걸 예상하고 병력을 준비했다면 밑은 허전하겠지.
톡 하고 한 발로 떨어진 6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괜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게 아니다.
난 처음부터 이도 저도 안 되면 뚫고 내려갈 생각이었다.
근데 뭐라고? 딸이라고?
거참, 정수라 그렇게 안 봤는데. 몹시 조숙하네.
하여간 애 엄마가 애타게 찾으니, 애는 구하고 볼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