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18
16. 넥 슬라이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구나. 나도 부탁해.”
셜록 홈즈 개나리가 말했다.
“……내가 해 줄 것 같냐?”
“왜 안 해 줘? 이건 실리적인 문제야. 너랑 난 룸메이트고, 내가 잘 자게 되면 도움을 받은 거지. 그럼 나도 언젠가 도움을 주겠지? 산수 못 하니?”
그래, 너 참 실리적이다. 거기에 감정이란 두 글자가 쏙 빠진 것 같은데?
싫다. 해 주기 싫다. 그래서 거절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그래.”
넌 좀 다른 방법으로 가자.
“넥 슬라이스!”
쩍!
난 뒤돌아서는 셜록 홈즈 개나리의 연수를 손날로 후려쳤다.
경동맥에 흐르는 혈류를 막든.
미주신경성 실신이든.
상관없었다.
척수나 척추에 손상이 없을 정도로 힘 조절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보기에는 험악해도 나한테는 쉬운 일이다.
변신족 육체의 컨트롤을 위해 2년 동안 굴렀다. 이 정도야 뭐.
난 쓰러지는 홈즈의 목을 잡고 침대 위로 적당히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팔다리가 줄 끊어진 인형처럼 아무렇게나 늘어졌다.
놔뒀다. 속이 후련했다. 이건 폭력이 아니라 잘 자라는 배려이니.
“다음?”
잘생긴 개나리는 날 보더니 말없이 몸을 돌려 누웠다.
완곡한 거절이었다.
그러든가.
나도 자리에 누웠고 곧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꿈조차 꾸지 않는 꿀잠을 잤다.
“코 골지 마라.”
아침에 잘생긴 개나리가 말했다. 나한테 한 말이 아니라 우리 거구의 불멸 친구한테 한 말이었다.
옆으로 퍼진 뱃살을 가진 비만 친구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한번 흘겨보고 넘어간 게 전부다.
둘째 날 아침부터는 정신없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식사!”
시간 되면 식당에 모여서 밥 먹고 돌아와서 씻은 뒤, 바로 밖으로 나가서 훈련이다.
뛰고 구르는 그런 종류의 훈련이 기초란다.
그래서 이게 힘드냐고 묻는다면.
보통 사람이야 힘들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그러니까 워밍업 수준이다.
변신의 육체와 처절한 과외로 단련 받은 나다. 이건 유치원 학예회 수준이라 이거다.
오전 구보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한 기초 체력 단련 이후, 점심을 먹은 우리는 다시 연병장에 모였다.
단발머리 박다람 교관님이 단상 위에 서서 물었다.
“격투기 경험 있는 사람?”
기술 단련 시간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녀는 간단하게 교과 내용을 설명했다.
어려운 건 없었다.
주먹 쓰는 법과 스텝, 그라운드 기술을 통틀어 그녀는 근접 전투의 전문가였고, 그걸 가르친다는 거니.
고로 기술 교관 담당이란 건 싸우는 법을, 그것도 근접전 위주로 가르치겠단 거였다.
몇몇이 격투 경험이 있다고 손을 들었다.
그중 멍청하지만 잘생긴 훈련생과 파랑새의 대련이 있었다.
“불멸의 육체는 무적이 아니에요. 주의해야 할 약점이 많아요.”
단발머리 교관이 말했고 곧 둘이 붙었다.
순식간이었다. 교관의 인스텝, 당황한 훈련생의 스웨이, 상대가 물러난 만큼 발을 앞으로 길게 뻗은 뒤 내친 파랑새의 주먹이 훈련생의 턱을 때렸다.
쩍.
훈련생의 눈이 풀리며 모로 쓰러졌다. 쿵 하고 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턱, 첫 번째 약점입니다.”
쓰러진 훈련생을 폴짝 뛰어넘으며 단발머리 교관이 말했다.
하하하.
절로 웃음이 나오네.
부드러운 미소로 말하는 단발머리 교관의 얼굴 뒤로 악마가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몸으로 직접 약점을 배웠다.
난 나서지 않고 관찰만 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부터 새로운 곳까지 꼼꼼히 외우는 암기 시간 같았다.
“기본부터 하죠. 원투부터.”
약점 파악 이후는 복싱의 기초를 배웠다.
몸 다루는 재주가 없는 애들은 힘들어했다.
난 어땠냐고? 놀면서 했다. 굳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는 딱 그 수준.
오히려 적당히 힘 빼고 하는 게 더 어려웠다.
자세가 어느 정도 잡히자.
“으잇차!”
무튜브로 레슬링을 배웠다는 잘생긴 멸치와 훈련 겸 대련을 했다.
근데 이건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태클한다고 내 허벅지에 부비부비하고 있다.
“앗, 넘어질 뻔.”
적당한 연기와.
톡.
적절한 타격으로 물리쳤다.
“좀 하네?”
가슴 큰 파랑새가 그걸 보고 말했다.
난 생긋 웃어 줬다.
네, 제가 좀 합니다.
자세 잡고 이론 몇 가지 때려 박으면 대부분 몸으로 배우라는 식의 기술 훈련이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대망의 세 번째 시간이자, 전부 죽여 버리겠다는 양초남의 시간이 도래했다.
그의 훈련은 어떻게 보면 작대기 과외 선생과 비슷했다.
그래, 불멸 훈련에 이런 게 빠지면 섭하지.
“불멸 전통 칼날 구보다.”
그가 말하며 훈련장을 선보였다.
구보란 소리에 뛰란 말이 함유되어 있으니, 훈련생 하나가 멀뚱히 보다가 물었다.
“……여길요?”
“기어가고 싶으면 기어가도 좋다.”
일부는 눈살을 찌푸리고 일부는 이미 안다는 듯 마인드 컨트롤하며 심호흡을 했다.
그래, 갑자기 칼날 위를 뛰라고 하면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난 짧지만 굵은 구보 코스를 봤다.
전체 길이는 대략 50m.
칼날 수직 길이는 한 3cm나 되려나.
왜 난 처음부터 15cm가 넘는 칼날 위를 달린 걸까.
나한테 왜 그랬어요? 작대기 선생님?
그렇게 시작된 훈련, 다들 피 튀기며 달렸고 난 아픈 척하며 뛰었다.
“아얏, 너무 아픈걸.”
내가 중얼거리자.
“고통에 익숙해져라.”
구보 코스 끝에 선 양초 교관이 말했다. 근데 죽여 버린다고 한 것치고는 이건 좀, 준비가 빈약한 거 아닙니까.
사실 이 정도가 정상이다.
변신족의 육체가 없는 불멸자에게는 고통을 이겨 내는 것 자체가 일이다.
난 적당히 즐겼다.
과장 좀 섞어서 말하면 지압 발판 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자, 이제 슬슬 대강 훈련 과정을 알겠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애초에 불멸의 육체를 어떻게 쓰는지 몸에 붙이는 과정이다.
나는 뭐, 음. 왜 선행 학습이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을 뿐이다.
과외 만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뛰어라.”
아침이면 라떼 교관, 이제는 다들 그리 부르기로 했다.
이 교관은 ‘나 때는 말이야’가 입버릇이었다.
대머리 라떼의 말과 함께 다들 구보를 시작했다.
오전 8시에 시작해서 10시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코스다.
“이게 지옥이라고 생각하나? 이건 워밍업일 뿐이다.”
라떼 교관이 말했고 난 동의했다.
이게 워밍업이 아니면 뭔데.
물론 나 외에는 다들 죽을 맛이었다.
숨을 헐떡이고 침 흘리는 놈도 있다.
혼혈임이 분명한 한눈에 봐도 120kg이 넘어 보이는 3조, 그러니까 나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다.
주변에 어지간하면 선남선녀만 있기에 심미안이 천상계에 머물렀는데, 가끔 내 눈높이를 지상으로 끌어내려 주는 친구이기도 했다.
“끄어어거.”
그 친구가 고어 영화에서 나올 법한 신음을 흘렸다.
난 적당히 속도를 조절해 그 옆에 붙었다.
이렇게 시작하면 얘가 또 꼴찌다.
그럼 라떼 교관이.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새 불멸자는 체중 조절도 못 한다. 그건 게으름이냐? 아니면 반항이냐?”
따위의 말을 뱉겠지.
내가 또 불쌍한 사람 보면 외면하지 못하는 성인군자이자, 착한 사마리아인 되시겠다.
그동안 본 결과, 얘 그냥 놔두면 분명 쓰러진다. 오전 구보 중에 벌써 두 번이나 기절한 몸이니.
난 거구의 비만 불멸자 옆으로 붙었다.
“호흡 잡아. 왼발에 들이마시고, 다시 왼발에 뱉어.”
“끄어억.”
그럴 정신이 없어 보이긴 하는군.
“호흡 크게, 발밑 보지 말고 멀리 봐.”
내 얘기가 귓등으로도 안 들리니?
“너 여유가 넘치는구나.”
후위 쪽에서 같이 달리던 수컷 파랑새 한 마리가 지저귀었다.
“아닙니다. 아우, 힘들어. 아이고 내 다리.”
“넌 포기해라.”
내가 엄살을 부리자, 파랑새가 비만 불멸 친구에게 말한 뒤, 휙 하고 앞으로 뛰어갔다.
고놈 참 날쌔네.
“우에에엑!”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만 친구가 옆으로 빠지더니 나무 기둥에 기대고는 그 나무에 거름을 줬다.
듬뿍 줬다.
피자와 김치전의 중간쯤 되는 작품을 보면 내 속도 같이 뒤집힐 거다.
일단 냄새부터 지독했다.
“미친.”
냄새에 민감한 훈련생 하나가 뛰면서 중얼거렸다.
아니, 너 그런 말 써도 되니?
팟.
언제 나타났는지, 잽싸게 옆에 붙은 라떼 교관이 입을 연다.
“미친? 내 귀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내 머리가 이상한 건가? 훈련생에게 묻겠다. 미쳤나?”
“후, 우, 아닙니다.”
“그래, 아닌 줄로 알겠다. 오늘 선두로 들어와라. 아니면 손가락을 자르겠다.”
저건 위협이 아니라 진실이다. 손가락을 잘려도 훈련 과정에 큰 이상은 없을 테니까.
후위의 마지막 무리가 눈앞에서 멀어져 간다. 라떼 교관이 뒤를 슬쩍 봤지만, 그도 별말 없이 그대로 떠났다.
후위를 지키는 파랑새 하나만 우리를 주시했다.
그들에게 시선을 떼며 내가 말했다.
“괜찮아?”
토악질하고 나니 좀 괜찮아졌는지, 비만 친구가 비틀거리는 몸을 나무에 기대고 말했다.
“상관 말고 가.”
그 눈빛에 보이는 포기라는 두 글자에 난 안타까움을 느끼고 말했다.
“슬램덩크 봤냐?”
“그거 안 본 사람도 있냐?”
“정대만이 되어라. 친구.”
포기라니 이르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되어라!
비만의 눈빛에서 ‘이 미친 새끼는 날 놀리나?’라는 의문을 읽었다.
“뛰어, 뛰다 보면 견딜 만해.”
“맞는 말이다.”
우리를 지켜보던 파랑새, 가슴 큰 파랑새였다.
“여기서 포기할 거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내용은 나쁘지만, 말투에는 배려가 느껴졌다.
오전 구보는 2시간 내내 뛰는 거고 코스도 정해져 있다.
그걸 완주하지 못하면 벌점이다.
그래서 이 친구는 그동안 꾸준히 벌점을 먹었다.
“전 피해만 줄 겁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우울하다. 암울함의 극치, 자아비판의 끝판왕 느낌이다.
“그래서 포기할 거야?”
파랑새가 물었고 난 비만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으려다가 포기했다.
이 새끼 땀 봐라.
대신 어깻죽지 옷을 잡고 들었다.
자, 호랑이 아니, 변신족의 힘이여 솟아라.
적당히 힘든 척하며 비스듬히 그를 일으켰다.
“도와줄게, 오늘은 완주하자.”
내가 말하자.
“왜?”
비만 친구가 물었다.
“내가 의리 빼면 시체라서. 우리 룸메이트잖아.”
딱히 이유가 필요한가.
쓰러진 사람을 돕고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는 데 이유는 필요 없는 법.
“가자고.”
이유 따윈 듣지 않겠다. 난 그의 팔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적당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말했다.
“호흡, 호흡만 잡아.”
내가 또 변신 과외 중에 24시간 마라톤 경험이 있는 몸이시다.
중요한 건 호흡이다. 일단 호흡으로 심장박동을 잡아야 나머지도 되는 거고.
“발 끌지 마. 그게 더 지친다. 너무 힘들며 차라리 빨리 걸어.”
적당히 다그치고 달래며 뛰었다.
그래도 완주는 실패다.
결승선을 앞두고 두 시간이 끝났다.
덕분에 나도 완주 실패.
“둘이 사귀냐?”
라떼 교관은 그 말만 한 채, 우리 둘을 무시했다.
평소 독설에 비하면 양반이네.
물론 그 한마디에 몇몇 놈이 킥킥거리긴 했다.
새끼들, 얼굴 다 기억했다.
비만 친구가 숨을 헐떡이면서도 내 눈치를 봤다.
“미…….”
“괜찮아.”
뭘 미안하다고까지 말하냐.
“……쳤냐?”
미안한 게 아니고 내 정신 상태에 대한 의문이었냐?
“내 멘탈은 무척 건강하니, 걱정 노노.”
비만 친구는 날 힐긋 보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땀이 주르륵하고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떨어졌다.
그의 발밑이 금세 젖었다.
이 자식도 노력했다. 아직 몸이 받쳐 주지 못했을 뿐.
“내일은 완주하자.”
“……굳이 왜.”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쳤냐고 물은 건 낯부끄러워 그런 거지, 사실은 미안한 걸까.
그런 낌새가 보였다.
뒤에서 따라온 파랑새가 그런 우리 둘을 보고 윙크했다.
“의리 좋네.”
네, 제가 의리 좋다니까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먹고 뛰고 싸고, 다시 기술 배우고 먹고, 육체의 내구도 시험하고.
하루가 이렇게 빠른 줄은 처음 알았다.
다시 밤이 찾아왔다.
여느 날과 같이 애들을 재워 주는 나날이겠지.
오늘도 잘생긴 개나리 놈은 거절하려나. 그럼 두 번 더 물어보고 자야겠다.
그 새끼가 대답 안 하고 몸을 돌릴 때마다, 희열이 느껴져 행복했다.
그리 생각하며 샤워를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너 3조냐?”
눈썹이 진한 혼혈이다. 불멸의 피가 섞였으니 얼굴은 나쁘지 않은데, 그와 별도로 거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어깨에 용도 몇 마리 감았고, 등에는 귀신 모양 문신도 했다.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빽빽하게도 했다. 네 몸이 도화지냐?
신체발부 수지부모 모르냐?
“사우나에 전신 문신 출입 금지 아니냐?”
내가 머리에 샴푸 거품을 내며 묻자, 새끼가 피식 웃는다.
“겁먹지 마라.”
겁? 누가 겁을 먹어?
제일고 원펀맨으로 날릴 때, 나한테 덤빈 놈 중에 조폭 꿈나무도 몇 있었다.
불멸치고는 튼튼한 몸이긴 하다만.
너한테 겁을 먹기에는 내 몸이 너무 무기다.
“어릴 때 한 거다.”
자식이 말을 이었다.
누가 물어봤냐?
대충 답하고 씻으니, 주변 시선이 느껴졌다.
“쟤 3조란다. 쟤가 걔야?”
“쟤는 버스 방귀인데.”
“오늘 뚱땡이 끼고 벌점 먹은 애잖아.”
“혼혈이네.”
날 향한 시선이고 날 지칭한 말이다.
“나는 불멸 아니냐? 다 들린다.”
그렇게 한마디 하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시선은 계속 느껴졌다. 탐색과 호기심, 경계심의 시선이다. 이 새끼들 뭐지?
씻고 방으로 돌아오며 생각해보니, 뭔가 찝찝했다.
놈들은 3조를 콕 집어 말했다.
예민한 놈들이 모인 곳답게 요 며칠 곧잘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이 일어나곤 했다.
다쳐도 빨리 낫지, 신경은 예민하지.
싸우기 딱 좋은 환경이긴 하다.
물론 우리 조는 좀 별개였다. 다들 잘 자니, 예민함이 반으로 줄었으니까.
“우리 방 애들 어디랑 시비 붙었어?”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요한에게 묻자, 그가 답했다.
“몰랐어?”
“뭐?”
“어젯밤에 우리 잘 때…….”
엄청 소곤거리네. 요한 형이 말하면서 앞자리 눈치를 봤다.
정확히는 잘생긴 개나리 눈치를 봤다.
저 새끼, 며칠 못 자더니 다크써클 생겼던데.
눈치 보면서도 요한 형은 할 말은 다 했다.
그동안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나 모를 정도로 시시콜콜하게 내용을 전했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 내 손길을 거부한 우리 잘생긴 개나리가 잠이 오지 않아 나갔다가 옆 방에 잠 안 오는 놈들과 시비가 붙었고.
– 평소 말하는 싸가지로 봐서는 분명 잘생긴 개나리 잘못일 확률이 높다.
– 몇 놈 쥐어 패줬단다.
그 와중에 싸움은 잘했나 보네.
맞은 놈들도 불멸이니 육체에 생긴 상처는 금세 사라졌지만, 마음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는지, 오늘 유독 3조인 날 향한 말이 많은 거였다.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점호가 끝난 뒤, 몇 놈의 발걸음 소리가 우리 방을 향했다.
예민한 청각, 나 외에도 다들 그걸 알았다. 적당한 긴장감이 방안을 감돌았다.
“싸우면 네가 선두. 방패로 딱이야.”
그 와중에 셜록 홈즈 년이 속을 긁었다. 요게 딱 꼬집어서 우리 비만 친구를 집고 말한 거다.
“내 문제다. 나서지 마.”
그걸 보고 잘생긴 개나리가 말했다.
아, 네, 이기주의 끝판왕님아.
나서는 놈을 보며 가만히 구경이나 해 주마, 하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 문신 놈하고 몇 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선이 마주치고 싸늘한 비수가 심장에 날아와 꽂힌 그런 기분이다.
침묵 속에서 문신남이 입을 연다.
“유광익이 누구냐?”
그는 날 찾았다.
……나?
내 눈이 잘생긴 개나리에게 향했다.
혹시 저 새끼가 내 이름 팔았니? 여기서 왜 날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