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48
46. 실적 없는 회사원은 없다 (2)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빔프로젝터와 하얀 벽, 혼자 살기엔 지나치게 적적하다.
“개인 영화관입니까?”
들어가자마자 물으니.
“외부 회의실이다. 코드명 동훈이 집.”
사수가 옆에서 설명해 줬다.
외부 회의실은 필요하면 안전 가옥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코드명이 필요한데, 그게 ‘동훈이 집’이었다.
거지 같은 작명 센스다.
탁.
“집중.”
팀장이 손바닥으로 벽을 치며 말했다.
팬더 대리가 빔프로젝터를 조작하더니 곧 화면에 둥둥 돌 그림이 떠올랐다.
“개요 시작.”
이게 뭔가 하는 순간 일은 시작됐다. 난 조용히 청자의 위치를 고수했다.
팬더의 브리핑은 자세하고, 사수의 브리핑은 간단하다.
팀장의 브리핑은 요점을 콕 짚어서 하는 편이었다.
흰 벽에 마모된 벽돌 따위가 보였다.
아니, 벽돌은 아닌가.
겉은 붉고 파인 부분은 검었다. 그 안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특이하게 생긴 돌이었다.
“축능석이라고 이름 붙였다. 양키들은 사이오닉 스톤이나 사이킥 브릭 따위로 부르고.”
“신소재입니까?”
팬더 대리가 물었다.
“맞아.”
화이트홀에서 채취하는 신소재는 현대의 주요 자원 중 하나다.
겉으로는 싸우지 않아도 암중으로는 자원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운다는 말이 많았다.
“축능석은 아우라가 축적되기에 붙은 이름이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건전지가 될 거로 예측했다, 분석팀은.”
초능력자는 아우라라는 에너지를 뿜는다.
그건 염화나 결빙, 염력이라는 특정 능력과 관계없는 에너지의 일종이다.
그 에너지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존재한다고 했다.
축능석이란 새로운 소재가 발견됐는데 그 돌에 아우라를 저장할 수 있단다.
즉, 아우라라는 초능 에너지를 입맛에 맞게 쓸 수 있게 축적해 주는 돌이다.
그래서 건전지라고 말한 거고.
“축능석은.”
팀장이 말을 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
화면 위로 아이언맨이 나왔다.
가슴 가운데에서 빛을 뿜는 슈트를 입은 남자다.
그걸 본 순간, 배웠던 역사가 머리를 스쳤고.
곧 축능석의 가능성이 보였다.
돌에 초능 에너지가 모인다. 그건 곧 새로운 무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특수종과 일반종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지만, 그 일반종에게 특수종을 압도할 무기가 생긴다면?
머릿속 뇌세포가 제멋대로 춤을 추는 기분이 들었고.
일의 인과가 보였다.
신소재는 전부 좋은 게 아니다.
어떤 종류는 현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축능석은 그런 가능성을 내포했다.
넓어진 인식과 인지의 힘이 하나의 사실을 짚었다.
난 의문을 가졌고 물었다.
이건 상황 파악만으로 알 수 없는 종류의 의문이었다.
“모든 돌의 저장 공간이 같진 않을 거 아닙니까?”
아우라 축적이 무한대로 되는 건 아닐 거다.
“그렇지.”
팀장이 눈썹을 씰룩였다.
“등급이 있다. 현재 발견한 것 중 최고 등급이 더블 에이다.”
A가 두 개.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표기법이 랭크다.
F에서 S까지.
에이보다 높다면 S다. 그런데 더블 에이라면.
“S랭크 축능석이 있군요.”
S보다는 못 하지만 A보다는 뛰어난 물건.
S가 있기에 그보다 못한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S랭크 신소재 축능석은 이미 존재한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D랭크 축능석 하나를 꽉 채우면 비행기 한 대를 인천에서 뉴욕까지 보낼 수 있다.”
효율 개 좋네.
“위로 올라갈수록 대충 2배로 보면 되고. 더블 A라면 S랭크 변신족을 때려잡을 힘이다.”
물론 여러 가지 조건이 붙을 것이다.
축능석을 기반으로 한 무기가 존재할 것.
그 무기를 쓸 인재도 필요할 것이다.
아니지, 고작 칼이나 총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슈트 형태가 좋을 것이다.
탁월한 운동 신경의 군인에게 입히고 훈련을 통해 적응하게 하면 될 것이다.
이런 조건이 선결됐을 때, 저 축능석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고작 돌멩이 하나로 사회에 타격이 올까.
문제에 답이 있는 법이었다.
축능석은 하나가 아니었다.
“몇 개입니까?”
사고의 단계를 몇 개나 뛰어넘은 질문이었다. 물은 나도 알고 답하는 팀장도 알았다.
“최소 50개.”
세상에 S랭크 변신족은 몇 명이나 있을까.
모른다. 불멸과 변신의 숫자는 언제나 기밀이니.
쉰은 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저 숫자는 정말 무시할 수 없다.
저 돌에 대단함을 깨닫는 동시에 또 알았다.
“문제가 생겼군요.”
역시나 사고를 몇 단계 넘어서는 질문이다.
팀장이 팔짱 낀 채 나와 눈을 마주쳤다.
“처음 발견한 건 사이오닉이었다. 전부 먹으려고 했는데 그 협회 내에서 정보를 팔아먹은 놈이 있었지.”
역시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굳이 이 얘기를 꺼낼 이유가 없겠지.
퇴근 전까지 키보드 두드리는 거 보고 게임이나 하나 했더니, 이 PPT를 만든 거였나.
우리 팀장도 필요할 땐 일을 한다.
그것도 꽤 깔끔하게 잘 만든 PPT였다.
“그 정보는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고. 불멸특수대의 목적은 그 돌의 반을 확보하는 거다.”
쉽게 말해서 화이트홀 너머에서 축능석 쟁탈전이 벌어진다는 말이었다.
각 팀장급이 모인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겠지.
“여기까지는 회의 내용이고, 지금부터가 회식 메뉴다.”
갑자기 무슨 회식.
팀장의 말과 함께 PPT 내용이 변했다.
띡.
리모컨 버튼에 따라 화면이 변하고 그 안에는 현 불멸특수대의 작전 진행 상황과 난입할 게 분명한 집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화람에서는 최소 다섯, 세 개 팀이 관여한다. 분석 2팀, R&D 개척팀과 경호팀. 난 전투원으로 지원 요청받아서 개척팀에 들어가고. 거길 너희도 같이 간다.”
팀장이 PPT 화면을 넘겼다.
어떻게 보면 말이 되고,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내용이 보였다.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저래도 되나 싶은 그런 거.
“가능하지?”
팀장이 물었다.
“네, 가능은 합니다.”
갖가지 법과 사내 수칙에 능통한 팬더 대리가 답하고.
“이론상으로는요.”
한마디 덧붙였다.
“포지션 잡고 장비 챙기고.”
팀장이 말을 이었다.
“이거 커 보이는데요.”
대리가 목소리를 떨고 말했다.
예민한 불멸의 감각이 저 떨림은 불안함이 아니라 쾌감이라는 걸 알려 줬다.
“알면 잘해.”
“화이트홀 위치와 들어가는 팀 인원, 작전 개요 빼 오겠습니다. 우리 팀 개입 시나리오도 짜야겠네요.”
“정아야.”
“네.”
“너 포지션 저격이다. 지형 숙지하고.”
“네.”
“동훈이는 무기도 좀 세팅하고.”
난 사수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귓속말을 속삭였다.
예민한 불멸이 둘이기에 귀에 바짝 갖다 대고 작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입김 때문인지, 사수가 움찔 어깨를 떨더니 답했다.
“일.”
일? 일이라고?
우리 팀장이 진짜 일을 한다고?
모세가 바다를 가른 현장을 본 기분이다.
노아의 방주가 먹구름을 뚫고 지상에 내려앉은 걸 본 그런 기분.
“와.”
“뭐?”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자, 팀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신기해서요.”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네. 칠푼이 새끼 말투가.”
반푼이 아니고 칠푼이네.
내 위치가 업그레이드됐다.
아, 좋아라.
좋긴 뭐가 좋나. 반푼이나 칠푼이나.
“포지션 숙지하고.”
이중봉 커맨더.
이동훈 사전 조사, 정보 취합 정리.
김정아 저격수.
유광익 고기 방패.
“난 왜.”
내가 항의했다.
“불만 있으면 니가 팀장 해. 시발.”
물론 씨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작전 개요, 브리핑, 그 외 일어날 모든 상황을 숙지한 뒤.
임기응변이 필요한 순간과 장비 세팅까지 말한 뒤다.
회의 다녀오고 고작 두 시간, 팀장은 고작 2시간 동안 이걸 준비했다.
팬더 대리의 눈치를 보니 이쪽도 함께 준비한 듯하지만.
이걸 보니 알겠다.
이 인간들 진짜 대단하잖아.
이걸 두 시간 만에 짠 거야?
물론 이걸 보고 이해한 나도 정상은 아니다.
넷이서 이런 작전을 실행하기도 하는구나.
역시나 불멸특수대.
이런 생각을 하는 중이다.
“이틀 뒤로 잡으면 되겠네요.”
팬더 대리가 긴 브리핑의 끝을 말하고 한 손으로 맥주캔을 짜그라뜨렸다.
나도 남은 맥주를 한 번에 털어 넣고 캔을 구겼다.
팀장은 노트북을 조작해 프로젝터 파일을 삭제했다.
파일이 소거된 걸 확인한 그가 허리를 편 뒤, 나와 팬더, 사수를 훑어보고는 3팀 회식의 마지막 건배사를 읊었다.
“이번 거 우리가 먹는다.”
그 한마디가 심장을 두드렸다.
고작 넷, 우리 팀 총원은 넷이다.
그래서 지원 임무만 맡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 팀장은 넷을 한 팀으로 보고 대형 하나를 통째로 씹어 삼키자고 했다.
진짜 지랄 맞은 성격인데.
이런 건 또 마음에 든다.
“넷.”
셋이 동시에 답했다.
* * *
회식 다음 날부터 동훈 대리는 전보다 배는 바빠졌다.
그리고 난 그제야 팬더 대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블랙홀 사건 당시 보여준 실시간 작전 지시 따위는 그에게 일도 아니었다.
타다다닥.
키보드 몇 번 두드리는 거로 기밀을 빼내고 그걸 능숙하게 파일철로 만들었다.
“우리 거야?”
맞은편 팀 대리가 묻는 말에.
“아니, 너희 건 내일.”
아무렇지 않게 답하고 파일철을 정리해서 나한테 던졌다.
탁 하고 받자, 팬더 대리가 말했다
“그거 읽어 보고 요약하고.”
다른 파일은 사수에게 던졌다.
“넌 그거 요약하고.”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그저 서류 작업에 열중하는 팀이었다.
그 안을 본다면 전혀 다른 내용이었지만, 아무도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을 두진 않았다.
팬더 대리는 능구렁이 중의 능구렁이였다.
이 모든 일이 48시간 이내에 벌어졌다.
동훈 대리는 그 뒤에도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완을 발휘했다.
“야, 그 당직 내가 서 줄게.”
무기고 당직을 채가더니, 서류 조작으로 화기를 지급할 준비를 끝내고.
몇 가지 사건을 만들고 전화를 돌렸다.
그렇게 이틀 뒤, 나와 사수는 초능 특수종 범죄자를 추적 중이었다.
“저기!”
내가 외쳤다.
“칫.”
강도 전과가 있는 손에서 접착제를 뿜는 특이한 초능 소유자다.
놈이 나무를 박차더니 옆으로 날았다.
주변에 민간인은 없었다.
당연했다.
화이트홀이 생긴 지점은 서울 끝자락인 천왕산 남쪽이었다.
거기에 이미 통제도 이뤄진 뒤일 테니까.
그리고 우린 여길 오기 위해서 저 친구를 1km 가까이 쫓았다.
“선배.”
내가 외치자, 사수가 내 우측으로 거리를 벌리며 뛰었다.
스파이더맨처럼 날아다니는 놈이 나무를 하나 타고 넘더니, 위로 뛰어 더 높은 나무로 자리를 옮겼다.
원숭이와 스파이더맨의 중간쯤 되는 놈이었다.
불멸의 예민한 감각이 주변 변화를 감지했다.
가까이 왔구나.
“다 왔다.”
사수가 멀리서 말했다.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난 작전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탐 크루즈도 울고 갈 액션 연기부터였다.
“서라!”
외치고.
“서겠냐!”
엑스트라의 대사를 듣고 뛴다.
미친 듯이 내달리자, 통제선을 만든 군인 무리가 보였다.
“여기는 통제…….”
“나와! 나 불특대야!”
불멸특수대는 어지간한 정부 단체보다 상위의 집단이다.
특수대 요원은 비상 상황 시 자의로 통제 구역을 넘어갈 수 있다.
즉, 이런 상황.
“미친 스토커 새끼!”
쫓던 범죄자가 경계선을 넘어 버린 이런 상황 말이다.
근데 저 새끼가 누구보고 스토커래.
“안 됩니다!”
사명감이 투철한 군인이 길을 막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사수가 그 군인의 목을 잡아 던지고 내달렸다.
그런 우리 눈앞에 하얗게 빛나는 원이 보였다.
화이트홀, 이계로 통하는 게이트다.
검게 물든 구멍이 아니라 하얗게 물든 구멍이다
처음 보는 화이트홀을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찰나의 순간, 기회는 잠시뿐이다.
범죄자 새끼가 홀을 두고 옆으로 꺾는 걸 보고.
“앗, 이놈이 어딜 갔지.”
대사를 외치고.
“거긴 안 돼.”
사수의 대사를 듣고 냅다 화이트홀로 달렸다.
“어, 어, 어, 야!”
“그, 뭐, 너희, 야, 안 돼!”
통제 구역을 지키는 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한 우리 둘은 그렇게 화이트홀로 몸을 던졌다.
곧 묵직한 중압감이 어깨를 짓눌렀고.
난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느끼며 생각했다.
얼음덩이 사수나 나나, 연기는 글러 먹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