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111
“방금 브리핑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이건 모를수가 없을걸. 대놓고 2번대를 서포팅하는 듯한 배치와 작전 구도에, 들어갈때와 나올때 전부 앞뒤로 2번대를 호위하는 방식….. 나야 상관없지만, 불만을 품은 놈들이 꽤 있을거야.”
“불만이라…..”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들이 방식에 구애받는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헛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에이전트의 의뢰를 받고 고용되었으니 웬만하면 그들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맞겠지만, 현장에서 그런 걸 따져가며 일할 놈들이 얼마나 될까.
전문적인 조직에 소속되어 훈련을 받은 전력이 아닌 이상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사실상 에이전트들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워진 시점에서 정해진 수순이라고 봐야겠지.
“이봐.”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뒤에서 레녹이 타고 있던 트럭을 거칠게 두드렸다.
형광으로 염색한 것처럼 밝은 연녹색의 머리칼과, 얼굴에 가득한 피어싱.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와, 새파랗게 칠해진 입술까지.
프리랜서가 아니라 갱단이나 폭주족이라고 부르는게 더 잘 어울리는 청년이 레녹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뒤에는 어느새 다른 트럭에서 내린 십수명의 팀원들이 빤히 레녹을 쳐다보고 있었다.
“얘기 좀 하지. 내려와 봐.”
“거기서 말해.”
“뭐?”
“잘 들린다.”
레녹은 연초를 손가락에 끼운채로 무심하게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남자의 이마에 핏대가 솟는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판을 깰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팔짱을 낀 채로 삐딱하게 레녹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들은 작전 구상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말이야.”
“의문?”
“그래. 말이야 돌입-행동-후퇴의 세 역할을 분담하는 형식이지, 사실상 그쪽의 2번대 똥을 치워주는게 전부 아니냐? 이런 방식은 인정 못하지.”
치고 들어오는 말의 도입부가 너무 뻔해서, 그 다음 말까지도 듣지 않고 줄줄 읊어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레녹은 가만히 연기를 뿜어내면서 남자의 다음 말을 유도했다.
‘분명히 오퍼레이팅을 현장 대기팀에게 넘긴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지.’
지금 이 시점부터 전적으로 작전의 주도권을 레녹에게 넘겨주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개입을 자제할 생각인가.
아니, 고작 이 정도의 분란도 억누르지 못한다면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일지도 모르지.
짜증나는 일이지만, 레녹은 한편으로는 납득했다.
거리의 밑바닥을 굴러다니는 쓰레기들.
규율과 통제가 아니라, 타고난 힘과 돈만을 쫓으면서 살아가는 인생.
그들을 작전이라는 하나의 질서 안에 묶어놓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해결책이 필요한 법이다.
자존심 상해할 일도 아니다.
따지자면 레녹도 저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거리의 주민이 아니던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명성과 몸값에 취해서 본질을 잊어서는 안된다.
처음 이 도시에 도착했을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 위로 올라가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는가.
차가운 세면대의 감촉. 뜨끈했던 총열의 온기, 불쾌한 토악질의 느낌…. 모두 레녹의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숨쉬고 있다.
다른 모두가 잊어버리고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레녹 혼자만은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이 불쾌한 도시의 본질을.
그리고 자신 역시 그들과 다를바가 없다는 그 저열한 진실을.
“………..”
싸늘하게 가라않은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던 레녹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듣고 있겠지?”
이어폰 너머에서 숨죽이며 이 상황을 듣고 있을 이들에게 전한다.
“이 상황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비용. 잊어버리면 안될거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들려오는 대답을 듣고 나니, 그쪽 요원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레녹은 만족했다.
“거기, 트럭에 탄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러는 사이 남자는 자신의 편을 좀 더 늘리고 싶은 듯 레녹과 같은 트럭에 타 있던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말을 돌렸다.
“이건 공평하지 못하다고. 우린 저 마법사의 실력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아무리 클라이언트가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는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무거운 목소리로 남자의 말을 끊은 것은, 트럭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있던 무심한 표정의 거한이었다.
“……뭐?”
“그 남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제대로 된 실력자다. 난 오히려 클라이언트의 안목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나도 마찬가지야.”
그 옆에 앉아있던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가 말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으니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난 이쪽 역할에 불만이 없고, 오히려 그쪽 1번대와 3번대가 제대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데.”
여자가 눈동자를 빛내면서 말했다.
“까놓고 말해서 그쪽은 이번 작전에서 처음 얼굴을 보는 사이 아닌가? 반면 우리는 한번 이미 손발을 맞춰보면서 서로의 기량을 점검해본 상황이지. 어느쪽이 더 작전 수행이 어울리는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
설마 이 자리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줄지 몰랐던 레녹이 고개를 돌려 빤히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
레녹의 시선을 눈치챈 두 사람이 제각기 슬쩍 다른 쪽으로 시선을 피했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움직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레녹은 곧바로 그 속내를 깨닫고 피식 웃었다.
염화능력자를 비롯한 저 두 남녀는 이번에도 레녹과 같은 2번대로 묶여서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레녹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두 사람은 이번 작전에서 가장 많은 서포팅을 받을것이 분명한 2번대의 역할을 다른 팀원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저번 작전에서 저들이 보였던 실태를 생각한다면 이 자리에서 레녹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낫다는 암묵적인 합의도 있었겠지.
저 당당하지 못한 시선처리에는 그만큼 다양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어느쪽이 레녹에게 있어서 가장 도움이 될까.
‘작전목표와 내 목적을 혼동하면 안되지.’
레녹이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크레이그를 찾아서 오래된 가문이 남긴 유산에 대해 묻는 것.
나아가 이 세상에 대한 비밀과 단서를 찾아내는 일이다.
팔시온의 임시기지를 습격해서 정보를 빼내고 본진을 추적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레녹의 목적에 따른 일환이어야 했다.
“후우…..”
빠르게 계산을 마친 레녹이 천천히 트럭 난간을 붙잡고 사막의 모래를 밟았다.
훌쩍 뛰어내렸다가는 무릎이 휙 나가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몸이다.
남자는 그런 레녹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틀렸어…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병신들 뿐이군.”
그는 허리춤에서 길쭉한 대거 한자루를 뽑아들면서 빠르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거기서 내려왔다는 건, 이쪽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겠지?”
레녹은 대답하기에 앞서 왼쪽 손목에 찬 시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작전결행시각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 정도군.”
“씨발, 이새끼가 아까부터 대꾸는 안하고…..!!”
결국 성질을 참지 못한 연녹색 머리의 남자가 땅을 박차고.
모래먼지가 터져나오는 것과 함께 그 모습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타앙!!
그러든 말든 레녹은 연초를 문 채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이런 머저리들을 상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셀 수 없을만큼 많고, 그 효율성 또한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을만큼 레녹의 마법은 진일보한 상태다.
상대가 선수를 내미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반응하는 것이 가능한 레녹의 입장에서 따져야 할 것은.
마법을 사용하고 난 뒤의 여파. 그리고 그의 힘과 재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 뿐.
‘작전을 시작할 때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어.’
망설임없이 손을 뻗어 허공의 마력을 움켜쥔다.
이 세상의 법칙으로 따졌을때, 그는 어디까지 올라온 걸까. 5레벨, 아니면 6레벨?
그리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까지 함께 잡아 올려쥔다.
[샌드 스러스트]그와 함께 레녹의 발 밑에 가득 쌓여있던 모래 격동하면서 일제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아아….!!!
암황색의 커튼이 뜨거운 사막의 하늘 아래 드리워지며 주위의 시야를 모조리 가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프리랜서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모, 모래술사….!!”
“말도 안돼. 어떻게 저런 희귀한 술식을 마음대로…!!”
완성된 거대한 모래의 우산이 고고하게 땅을 굽어보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눈에 보기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
레녹의 주위를 감싼 거대한 모래의 장막을 어쩌저도 못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보며, 레녹은 자신이 만들어낸 우산 아래 털썩 주저앉았다.
마법으로 주변의 공기를 서늘하게 관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사막에서 그늘이 주는 만족감은 비할 데가 없다.
입에서 길쭉하게 연기를 뿜어내면서 레녹이 주변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때까지 좀 쉬었다 가는게 좋겠군.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들어와도 좋아.”
폭류
“………”
마치 연녹색 머리의 남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
그러나 아까와 달리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멍한 표정으로 레녹을 쳐다보던 연녹색 머리의 남자도, 굳은 안색으로 천천히 뒤로 물러났을 뿐.
그 얼굴에 한줌의 적의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레녹은 만족했다.
괜히 작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쓸데없는 폭탄을 안고가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상식외의 방법으로 전의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방식이 유효하게 먹혔던 모양이었다.
“결정됐군.”
그제서야 레녹을 향해 다가와서 말을 건네는 한 사람.
옆머리를 비대칭으로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문신을 채워넣은 젊은 인상의 청년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사막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유목민들 사이에서나 간간히 볼 수 있다는 모래술사…. 그것도 이런 환경에서라면 더할나위없지. 에이전트가 도대체 어떻게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서 가장 완벽한 인재를 찾아냈군.”
그는 레녹을 보면서 천천히 한쪽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했다.
“첸 크루거. 이번 작전에서 1번대의 통솔을 맡고 있지. 참고로 저 데이브라는 친구는 3번대를 담당하고 있어.”
“반이다.”
레녹은 그와 대충 악수를 하면서 아직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연녹색 머리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후발대를 맡은 것이 불만이라 먼저 이렇게 레녹을 향해서 승부를 걸어왔던 건가.
먹히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고 판단하고 행동에 돌입한 것이겠지만 막상 레녹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 과정에서 이런 방식으로 압도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나면, 결국 상대의 의사는 부딫혀 사라지고 남는 것은 레녹의 능력뿐이었으니.
지금도 첸이라는 이 남자는 레녹을 모래술사로 생각하면서 순식간에 호의를 표하고 있지 않은가.
판을 뒤집어서 전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전투방식은, 레녹이 가장 선호하는 마법 사용법 중 하나였다.
이런 ‘영역’에 대해서 조금만 더 감을 잡을 수 있다면 뭔가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직까지는 그저 막연한 감각에 가까워보였다.
레녹이 생각에 잠긴사이, 첸은 다른 팀원들과 적절하게 대화를 나눈 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1번대와 3번대 끼리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고, 레녹의 실력을 본 뒤에 작전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할 생각이었던 모양.
작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건 본연의 목적만 챙길 생각인 레녹이야 알 바는 아니었지만, 몇번 더 손속을 보여줘야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다른 팀원들을 이끌기에는 첸이 훨씬 더 적합해보였다.
“반. 일단 우리끼리 작전을 조정한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들어는 보지.”
“좋아. 지금 클라이언트 쪽에서 구상한 작전은 더할나위 없이 효율적이지만, 한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어.”
첸은 그렇게 말하더니 손가락 세개를 치켜들었다.
“하나. 팀원들의 개인 능력 편차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둘, 이러한 작전개요를 사전에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 마지막으로, 2번대의 활약에 지나치게 그 성패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
“………”
“1번대와 3번대는 기지 안쪽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진형을 유지하다가 다시 후퇴하는 것이 전부야. 사실상 2번대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모든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녹을 향해 눈을 빛냈다.
“내 생각에 이 작전은 반 당신의 능력을 기준으로 세워진것 같은데, 내 추측이 맞을까?”
“글쎄.”
레녹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작전 구상과정에 내가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서 뭐라 해줄 말이 없군. 다만 이전에 그들과 함께 일을 한번 해봤을 뿐이다.”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