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229
약먹는 천재마법사 229화
임원총회(4)
수백억 셀이 넘는 손실을 입힌 적을 역으로 사장단에 편입시킨다는 기이한 발상.
하지만 레녹은 그녀의 결정이 더없이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어차피 외부의 견제로 인해서 올리비에라 본인은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단신으로 상무이사를 비롯한 처형부대를 참살한 레녹의 저력이 어디까지인지 쉽게 확인할 수 없는 현재 시점에서 조직에 가해지는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리스크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올리비에라에게는 적과 아군의 경계선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이다.
레녹이 단상 구석에 뒷짐을 선 버질을 강하게 노려보자, 그가 씩 웃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레녹과 했던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책임을 지고 이번 일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카르텔이 더 이상 레녹과 적대하지 않게 되기는 했으니.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상대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더 못봐주겠군…….”
레녹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올리비에라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짐작이 간다.
정말로 레녹의 재능이나 능력에 깊게 매료되었을 뿐이라면 임원총회가 아니라 레녹을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만.
하지만 족히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과 외부의 시선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공표를 했다는 의미는,
사람들의 시선을 조직 내부의 분열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자를 향해 돌리겠다는 것.
마치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카르텔의 약함이 아니라 단순히 내부 후계자 계승다툼으로 보이게 만들 작정이다.
[안타레스.]만약 부탁과 약속에 시기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묶은 사슬을 잡아당겨야 할 순간.
저쪽에서 레녹을 한편으로 끌어들여 연극을 시키려 한다면, 레녹도 새로운 등장인물을 등장시키면 그만이다.
[준비됐다. 타이밍만 정해.]안타레스의 난입과 동시에 레녹은 회장에게 거절의사를 밝히고 에낙필의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홀을 빠져나간다.
그녀와의 협상은 이렇게 훤히 드러난 홀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할 터.
중요한 것은 새로운 조력자를 불러내는 순간이다.
회장의 견제를 받지 않고 일을 원만하게 마무리 지으려면, 머리를 잘 굴려야 함은 당연한 일이니.
“…….”
휴대폰을 쥔 채로 몸을 일으켜 세우자 주위의 시선이 더욱 따갑게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레녹이 곧바로 단상을 향해서 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
“누구 마음대로 그걸 결정하는 거지?”
거대한 스타디움의 상공에서 한줄기 검은 섬광이 내리꽂혔다.
찌지지지직-!!
단상의 정 중앙에 내리꽂힌 섬광이 그대로 거대한 흑색의 파동을 그리며 순식간에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파동의 중앙에서 마치 그림자가 걷히듯이 한 청년의 모습이 나타난다.
나이를 알 수 없는 외견과 어딘가 불량스러운 말투.
레녹이 단 한시도 잊어본 적 없던 그 오연한 태도까지.
틀림없었다.
시거 뱅 갱단과의 전투, 에덴을 죽인 직후 마주쳤던 강력하기 짝이 없던 흑마법사.
판데모니엄이 느닷없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고민할 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에낙필의 다섯 손가락을 꺼내 들려던 그 순간, 레녹은 강렬한 위화감을 느끼고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복마전의 등장. 하물며 이렇게 요란하기 짝이 없는 출현이다.
주위에서 난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터.
그런데도 레녹의 주변은 소름 끼치게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람들. 일말의 당황함도 느껴지지 않는 태연한 표정.
눈앞에서 복마전의 일원이 나타났는데도 아무런 반응조차 내비치지 않는 모습. 하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은 채,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제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달은 레녹이 전율했다.
‘공간 내의 의식만을 가속시켜 거꾸로 주위의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건가…….!!’
검은 섬광이 내리찍히는 그 찰나의 순간.
시간의 처음과 끝을 정해둔 채, 그 사이에서 실존하는 정신의 시간을 가속시켜서 일시적으로 주위와 동떨어진 의식세계를 만들어낸다.
주위의 공간이 완전히 멈추지 않고 극도로 느려진 것은 그 영향.
특별한 정신내성이 없는 이라면 이 순간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튕겨 나갈 터.
‘그렇다면……!!’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감각을 돌려 단상을 확인하자, 거기에는 예상했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네명의 사장단까지 완전히 멈춰버린 그 정지된 세계에서, 올리비에라와 청년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두 사람은 그 가속된 의식세계 속에서도 아무런 영향조차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살짝 고개를 기울인 채로 청년을 올려다보던 그녀가 불쾌한 전성으로 말했다.
[명……. 그 낯짝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구나.]‘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건가…….’
자신의 내면을 오롯한 세계로서 완성시킨 완성자의 눈에 두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레녹으로서는 지금 당장 가늠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명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빤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올리비에라의 베일 너머로 시선을 던지던 그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하, 진체가 여기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허깨비였잖아. 시시하기 짝이 없군.”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올리비에라가 물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너희들의 헛짓거리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다. 관심이 필요한 것이라면 자리를 잘못 찾았으니 돌아가거라.]“나도 골골대는 노친네에게는 관심 없어. 난 또 그쪽 ‘연구’가 다 끝난 줄 알았지.”
[…….]“비루한 몰골이 나아지지 않았다는걸 알았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저건 건드리지 마라.”
[저거라니?]“저거 말이야, 저거.”
명이 레녹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올리비에라의 눈이 일순 깊게 번뜩였다.
“욕심부리지 말라고, 할멈.”
명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겠지?”
[……어처구니가 없군.]그제서야 명의 의중을 깨달은 올리비에라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올리비에라의 사정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단지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명분이었을 뿐.
레녹을 카르텔에 묶어둘 생각은 하지 마라.
명은 오직 그것을 경고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직접 나타났던 것이다.
[네가 재능있는 술사들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냐?]“글쎄?”
미심쩍은 웃음을 흘린 그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고작 할멈 혼자 가지기에는 아까운 물건이라는 건 틀림없지.”
“카르텔의 어떤 직위를 쥐여주든 아무런 관심도 없다. 하지만 그 알량한 조직 따위를 위해서 귀찮은 수작을 부린다면…….”
말을 잇던 명의 눈이 정확하게 레녹을 포착하고 길게 휘어진다.
그 웃음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모습이 그대로 검은 파동 너머로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마지막으로 남긴 그 말만이 스타디움 전체에 메아리치면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들의 고막을 파고들었을 뿐.
순식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파악한 버질이 회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회장님, 이건……!”
[실로 귀한 손님이 왔다 가셨구나.]올리비에라는 팔짱을 끼며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스타디움의 전광판.
까마득하게 떨어진 구장의 끄트머리, 검은 슈트차림을 한 여자가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다.
차가운 공기 속에 녹아드는 녹색 안광이 바이저 너머로 발광한다.
그 시선에 담긴 날카롭고도 은밀한 살기를 고스란히 느낀 그녀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한 균형을 잘 유지했어야 했거늘……. 역시 생각대로 되진 않는군. 여기서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된서리를 맞겠구나.]“그럼…….”
[총회는 중지다. 못다 한 이야기는……. 저 아이에게 직접 들으면 될 것 같으니.]올리비에라의 시선이 그제야 다시 레녹에게 향했다.
레녹 역시 묵묵히 그녀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안타레스를 불러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 *
카르텔의 임직원 수천명을 불러모은 총회는 그렇게 파격적인 선포와 언동만을 남기고 끝났다.
그사이 찾아온 불청객이 판을 통째로 뒤집어버렸지만, 그것을 눈치챈 이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복마전의 흑마법사가 선택한 방식은 그 불량한 언동과는 달리 굉장히 날카롭고 치밀하기 그지없었으니.
그는 올리비에라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과 동시에, 무력시위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과연 그 과정에서 레녹이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일 터.
명이 과연 그것까지 의도했는지, 당장의 레녹은 알 수 없는 문제였다.
고민에 잠긴 사이 일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카르텔의 임직원들을 모조리 돌려보낸 뒤, 올리비에라는 레녹을 직접 그녀의 심처로 불러냈다.
그녀를 보좌하는 네 명의 사장단과 함께.
가장 먼저 나타나 의뭉스러운 웃음을 흘리는 칸소아와 뒤이어 도착한 메릴다.
“이 녀석이 반이라는 놈이군.”
레녹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메릴다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뭔가 쓴 냄새가 나는데……. 너 무슨 약초 같은 거 키우냐?”
“…….”
코를 쥐어 잡고 형광색 머리칼을 이리저리 흔드는 소녀의 모습에 레녹도 살짝 놀랐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오기 직전까지 약을 배합하는 일에 신경 쓰고 있었는데, 설마 그 향기를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기본적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레녹은 스스로의 냄새까지도 말끔하게 지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후각 이상의 무언가를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있다는 소리인데……. 흥미로운 일이었다.
생각을 이어가기도 전에 다음으로 버질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질은 레녹과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슬쩍 웃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쳐다보지는 말았으면 좋겠군. 난 약속을 지켰으니까. 오늘 이후로 카르텔에서 너희 사업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네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닐 텐데? 카르텔의 사장이라는 게 얼마나 강력한 직위인지 모르지는 않을 테지.”
“…….”
레녹이 입을 다물자 버질이 선글라스를 내리고 씩 웃었다.
“회장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았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뭐, 다른 녀석들은 그리 내키지는 않는 듯하지만…….”
뚜둑!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널찍한 대문이 열리고 마지막으로 1 사장 파르덴 맥퀸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사장들이 일제히 살기를 일으키며 그를 노려보았지만, 맥퀸은 한치의 동요도 없이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구석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널찍한 집무실, 책을 쌓아 올린 언덕에 놓인 의자에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자리했구나.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 내 몸소 시간을 들였다.]나직한 올리비에라의 말에 사장단 전원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레녹만이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 미간을 가늘게 좁혔다.
‘또 환영이군…….’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이렇게 진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인지.
분명 그것이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의 가장 치명적인 비밀이리라.
어쩌면, 지금 그녀가 하는 일련의 모든 행동들까지도…….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 그녀가 재차 입을 열었다.
[총회에서 이미 한차례 말한 대로, 나는 49구역의 마법사에게 카르텔의 계열사 경영을 맡길 생각이었다.]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에 드리운 베일을 걷고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선이 얇은 여성의 얼굴.
수백년을 살아온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젊음.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곱 가지 색이 섞인 채 온전히 빛나는 찬란한 마안의 빛이다.
“……!”
분신이 가진 마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모인 사장단 전원이 그 시선을 피한다.
“……후우.”
레녹은 대답하는 대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판데모니엄이 직접 개입하고 난 뒤에야 레녹의 의중을 물어오다니.
수백 년을 살아온 괴물답게 상대의 의중 따위는 전혀 관심 없는 독선적인 성격.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사태가 여기까지 흘러오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사장단 중 하나가 자신을 배신한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올리비에라가 어떤 성정인지 잘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런 배신자까지도 태연하게 자신의 집무실에 불러들인 뒤 의견을 묻고 있지 않은가.
범인의 잣대로는 이해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굳이 숙이고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레녹은 팔짱을 낀 채로 덤덤하게 대꾸했다.
“카르텔의 기업경영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사장단이 일제히 레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시건방진 새끼가……!!”
메릴다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레녹은 그 시선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애초에 작금의 사태는 맥퀸이 제 사업에 개입하며 시작된 일. 사태의 주동자를 찾아내고, 배신과 관련된 증인까지 넘겨드렸으니 책임자를 벌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카르텔과 끝까지 싸워서 원한관계를 청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애초에 무수한 계열사들이 연계하여 만들어진 기업연합체.
카르텔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조직 간의 유대감도 그리 시원찮기 그지없다.
레녹이 협력사업체들을 그렇게 쉽게 박살 내고 다닐 수 있었던 것 역시, 따지자면 조직 간의 연계가 그리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
서로 주고받은 걸로 치자면, 카르텔이 입은 손해는 이쪽의 수십 배가 넘는 수준이다.
거기에 삼두령이 정말로 와해되기라도 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은 레녹과 제니의 사업에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가져올 터.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라면 모를까, 레녹이 새롭게 개발한 포션으로 사업 확장이 미친 듯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에는 형편이 좀 달라진 지 오래다.
지금 당장 저 거함을 무너뜨릴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레녹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에라는 그런 레녹의 말을 들으면서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건 어렵지 않지만……. 괜찮겠느냐?]저 마법사를 탐내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자신 혼자만이 독차지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에 시큰둥하게 굴던 흑마법사가 직접 나섰다는 건, 단순히 그를 제외하고서라도 반을 지켜보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일 테니.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은원관계를 이용한다면, 연을 만들어두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터.
[네가 맥퀸과의 은원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계속 사장단으로서 중용할 생각이다만.]“…….”
베일을 벗은 올리비에라의 표정에서는,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엿보인다.
마치 지금 레녹을 상대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재밌다는 듯한 얼굴.
레녹은 그 태도에서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만약 맥퀸이 사장직을 그대로 유지한채, 회장이 이번 일을 불문에 부친다면 그는 결국 언젠가 반드시 레녹을 죽이려고 할 테니까.
불확실한 위험요소를 남겨둔 채 일을 마무리하느니, 이 자리에서 은원을 매듭지어라.
올리비에라는 레녹에게 맥퀸을 죽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을 대가로, 반이라는 마법사에게 사장직을 떠넘길 생각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