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32
그 대신 가일의 눈동자가 시퍼런 색으로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고작 두마디에 순식간에 달아오르기 시작한 가일을 보면서 레녹은 자신이 상처를 제대로 후볐음을 직감했다.
“꿀럭…. 너…. 이 씨발새끼가…….”
우득! 우드득!! 콰지지직!!
뼈가 으스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트레이닝복 안에 감춰져 있던 그의 몸이 급격하게 부풀어오른다.
비죽이 튀어나오는 길쭉한 송곳니와 질질 흐르는 침.
난잡하게 헝클어진 회색 털과 그 사이를 타고 은은히 흐르는 생생한 야생의 살기.
한마리의 짐승으로 변해버린 괴물이 거기 서 있었다.
완전히 변이를 마친 가일이 레녹을 노려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사, 사지 멀쩡하게 뒤질 새, 생각은 하지 마라.”
당장이라도 달려들것처럼 몸을 웅크린 웨어울프를 보면서 레녹은 고개를 끄덕였다.
웨어울프라는 종 자체는 WORLD 2.0에서도 존재했던 종이라 레녹도 어느정도 그 특징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야생의 본능과 짐승의 육체를 타고난 아인종. 선천적인 흉폭함과 본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감이 있지만 그 강력함은 쉬이 비할데가 없다.
다만 눈앞의 가일은 레녹이 알고 있는 온전한 웨어울프와는 조금 다른점이 있었다.
변신과 함께 지나치게 충혈되어있는 두 눈과 자기 입에서 나오는 침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치악력.
양쪽 다리에서 비틀린 채 살을 파고드는 발톱과 숭숭 빠져나와 살갗이 보이는 피부까지.
완벽한 조형물 그 자체였던 크로켄 아실러스와 비교하는것조차 모욕인, 엉망진창인 몸이다.
지나치게 불순해지고 열화된 혈통으로 인해 스스로의 변신조차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혼혈 웨어울프가 거기 있었다.
말까지 더듬기 시작한 가일을 레녹은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상태로는 오래 생각하는것도 생각하는것도 힘들겠지. 와라.”
쉬이익!!
바람이 한군데로 새어나가는듯한 기이한 소음.
직후 가일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콰아앙!!
레녹의 코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우뚝 멈춰섰다.
우지직..!!
피부조직이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가일의 주둥아리가 기묘한 방향으로 비틀어진것이 눈에 보였다.
막대한 충격량을 안고 정면에서 질주해온 가일의 몸이 레녹의 실드 앞에서 그대로 허물어진것이다.
축축한 콧구멍 사이로 새빨간 선혈이 질질 흘러나왔다.
“…..이, 이익!!”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코피를 멍하니 응시하던 가일이 이를 악물고 몸을 놀린다.
순식간에 다시 레녹의 눈앞에서 사라진 가일이 뒤늦은 바람소리만 남긴 채 주변을 맴돌다 다시 달려든다.
아까와 똑같은 정면. 단순히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그 나름대로 치밀한 심리전을 건 결과겠지.
하지만 아까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장창!!
가일의 공격이 실드 한장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레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공격이 들어올만한 방향은 한정되어 있고, 전투에 돌입한 레녹에게 피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롯이 정면에서 스스로의 마법을 믿고 부딫힐 뿐이다.
집중한 상태에서는 중화기조차 잠시 막아내는것이 가능한 실드 다섯장을 중첩해서 박아넣었다.
지금 이 조건으로는 공장을 터트렸던 그 폭발속에서도 살아서 도망쳐나올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가일과 그라임은 설마 레녹이, 그것도 정면에서 그 공격을 연달아 막아낼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듯 크게 안색을 바꾸었다.
상황을 파악하게 만들 시간을 줄 필요는 없었다.
실드에 아가리를 박아넣은 채로 돌처럼 굳어버린 가일을 보며 레녹이 리볼버의 방향을 돌렸다.
“내 차례지?”
텅 비어있는 웨어울프의 가슴팍.
그 한가운데로.
[반동제어] [충격강화] [격발가속]조준보정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타앙!!
단 한순간에 3발의 보조마법을 박아넣은 탄알이 가일의 가슴팍에 정확하게 머리를 들이밀고.
터어엉!!
마치 거대한 주먹에 얻어맞은 것처럼 웨어울프의 거체가 뒤로 크게 쏠린다.
“끼, 히익….!!”
정말 짐승이라도 된것마냥, 새된 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가일이 가슴을 부여잡고 미친듯이 몸을 떨었다.
단 한번의 공격. 고작 그것만으로 가일은 패닉에 빠진듯이 모든 공격의사를 잃어버린 듯 했지만 레녹은 멈추지 않았다.
냉혹한 마법사의 이성이 여기서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끊임없이 내면에 속삭인다.
한번 손을 대면 확실하게. 주도권을 움켜쥐었다면 절대로 놓치는 일 없이.
전투시에 기동력을 보장할 수 없는 레녹의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전투방식이다.
파지지직…!!
쩍 벌어진 아가리 사이로 푸른 전류 두가닥을 뽑아 그대로 꽃아넣는다.
영창조차 필요없었다.
콰앙!!
“카아아악!!”
고기가 타는듯한 불쾌한 냄새와 함께 가일이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레녹은 그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발을 한번 쓸어서 역관절로 이루어진 가일의 두 다리를 얼려버리고 그대로 한번 더 마력을 끌어올렸다.
[썬더 콜링]콰아아아아아아!!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섬광이 번뜩이고.
창고의 지붕을 박살내고 도착한 낙뢰가 정확하게 가일의 머리 위에 내리찍혔다.
실망
압도적인 화력. 레녹의 철두철미한 마력분배에 의해 전신의 급소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내리찍힌 맹공의 결과는 순식간에 드러났다.
가일의 몸이 너덜너덜한 걸레짝처럼 변해 천천히 쓰러졌다.
쿠우웅!
육중한 거체가 힘없이 땅바닥에 대가리를 처박으면서 굉음을 뿜어냈다.
그제서야 흘려내던 마력을 가다듬은 레녹이 마법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일을 상대하는 동안 당연히 개입해 올 줄 알고 마법을 사용하는 순간에도 철저히 의식을 분산시키고 있었는데, 아무런 반격이 없다.
설마 아직까지 마법을 영창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 이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저쪽에서도 괜찮은 마법을 준비했겠지.
어디 한번 꺼내봐라.
레녹의 열망에 찬 시선이 곧장 마법사를 향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그라임이 움찔거렸지만, 과연 놀고만 있던것은 아닌지 곧바로 준비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파아앗…!!
손에 든 지팡이에서 뻗어나온 마력이 삽시간에 주변을 환하게 물들인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발광하는것처럼 보일 만큼 강렬하지만, 정작 그 질감 자체는 이미 완성되어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원형의 충격파를 내뿜는 마법. 시전시간이 긴 대신 위력은 상당한 편이군… 빡빡머리를 던져두고 혼자 조용히 영창을 하고 있던건가. 납득이 가지 않는건 아니야.’
레녹은 그라임의 마법을 보는 순간 그 원리와 구조를 어렵지 않게 간파했다.
충격계열 마법. WORLD 2.0에서는 습득 난이도에 비해서 위력이 꽤 괜찮고 가시적인 위압감도 상당해서 마법사를 선택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던 계열이다.
선택한 방향은 자신을 제외한 전방위. 이 일대를 한번 싹 쓸어버리고 새롭게 판을 짤 생각인가?
당연하지만 그렇게 둘 생각은 없었다.
우우웅…!!
레녹은 눈앞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그라임의 마법에 마력을 뻗어서 순식간에 그 흐름을 파악하고 장악하기 시작했다.
허무할정도로 쉽게 파고들어간 레녹의 마력이 눈깜짝할 사이에 그라임의 모든 제어능력을 강탈하고 그 방향을 싸그리 바꿔버린다.
그 순간, 이 창고안에서 움직이는 모든 마력의 움직임은 레녹의 제어하에 있었다.
올려친다.
퍼어어엉!!
그라임의 의지를 벗어나 그의 머리위로 솟구친 충격파가 [썬더 콜링]이 박살낸 창고의 지붕 사이로 허무하게 사라졌다.
주고받은 단 한번의 공방. 일방적인 우세.
두 사람이 모두 그 결과를 이해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다.
“흐흐흐흐….”
한참을 침묵하던 그라임이 음침한 조소를 터트렸다.
“아티팩트지?”
“……뭐?”
어안이 벙벙한 레녹의 얼굴을 보며 마법사가 비틀린 조소를 날렸다.
“처음 네놈을 볼때부터 알고 있었다. 고작 제약회사의 뒤처리나 해대는 떠돌이가 이런 힘을 가졌을 리 없어….!!”
“……..”
“어디서 운좋게 엄청난 유물이라도 얻은 모양인데, 난 속지 않는다. 지금쯤이면 네 하찮은 마력도 모두 떨어졌을 터…. 이제 내 차례야.”
레녹은 아주 잠시 그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가 방금 낙뢰를 불러와서 가일을 넝마조각으로 만들어버린것을 보고도 아티팩트같은 보물의 힘이라고 착각하고 있던건가?
‘하지만….. 표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군.’
레녹은 마법사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고 나서야 그 말의 저의를 깨달았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믿고 있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확실히 아니다.
그라임의 자신만만한 말투와는 달리,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눈동자는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다.
레녹의 마법을 웬 아티팩트의 힘이라고 여기고 그를 경시했다고 해도, 방금의 공방을 겪고나면 의심할수밖에 없겠지.
방금 그가 가일의 머리 위에 떨군 그 낙뢰가 사실 그의 온전한 능력이라면.
지금 자신의 의도를 벗어나 느닷없이 하늘로 날아가버린 충격마법이 사실 우연이 아니라면.
그 의문을 머릿속 한구석에 밀어놓고도 여전히 확신을 가지지 못해서 불안해하고 있다.
아니.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레녹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던 기묘한 호승심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제대로 된 마법사? 틀렸다.
그의 앞에 서 있는것은 자신의 감각과 판단조차 제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멍청이에 불과했다.
알 수 없는 소속감과 우월감을 가지고 선천적으로 남을 깔아보기만 하는, 상대를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편견에 갇힌 낙오자.
더 듣고 있을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후욱!!
레녹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손바닥을 기울여 미리 깔아두었던 마력을 잡아챘다.
오로지 갱단의 머리를 상대하기 위해서 준비해두었던 마법이 작동하면서 창고 안쪽에 깔린 어둠이 격동한다.
그 직후. 어두운 달빛에 가려져 창고안에 드리우던 그늘이 크게 꿈틀이더니 단번에 그의 사지를 옭아매고 양 손목을 잘라버렸다.
ㅡ서걱!!
마법사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단단히 쥐고 있던 지팡이가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지며 볼품없는 금속소리를 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텅 비어버린 양 손목을 응시하던 그가 울부짖었다.
“끄아아!! 아아, 아아아아!!!”
오래 끌 이유는 없다.
레녹은 담담하게 다시 리볼버를 장전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오는 레녹을 보면서 그라임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까지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을 마주한 당혹감만이 가득했다.
“으, 으으…!! 어, 어떻게 이런 일을…!!”
두 사람은 몰랐겠지만, 그라임과 가일이 그를 쫓아서 창고 부지 안쪽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레녹은 이 수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그림자계열 공용마법 [섀도 레이드].
짙은 어둠속에서 가장 은밀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수준이 낮은 덱스터에서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오직 시전자의 발밑에서 뻗어나온 그림자만을 다룰 수 있고 전개속도가 굉장히 느리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어둠과 거의 동화된 창고 안쪽에서는 더할나위없는 기습수단이 될 터.
그를 전격계열의 마법사라고 확신하고 있던 그라임의 선입견과, 주변의 환경을 적절하게 이용한 레녹의 선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단 한순간에 승부가 끝나버린것이다.
그라임은 그를 보고 역량을 모두 파악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레녹이 보기에는 전혀 아니었다.
그들이 창고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치열한 수싸움과 공방을 무심코 기대하고 있던 레녹에게는 싱거운 결말.
철컥.
총구를 그의 이마에 가져다대자, 그제서야 시종일관 오만해보이던 그의 얼굴에 선명한 공포의 감정이 떠오른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레녹은 어째서 자신이 이 전투에서 동요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