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31
그러나 레녹이 사전에 작업해놓은 [클레이모어] 마법으로 인한 피해는 갱단으로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만큼 위력적이었고, 다시 섣부른 행동에 나서는것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레녹은 조용히 그의 옆에 있던 사람을 잡아당기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어오면 눈감고 바로 쏘라고 전해.”
“예…. 예?”
괴상한 표정을 짓는 남자를 본 레녹이 다시 한번 말했다.
“들어오자마자 두 눈 꽉 닫고 방아쇠 당기라고. 최대한 인원을 줄이고 시작해야 우리 모두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질것 아니냐.”
다행히 남자는 비겁하다느니, 그건 좀 아니지 않냐느니 하는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지는 않았다.
대신 곧바로 이해한 듯한 얼굴로 빠르게 앞쪽의 사람들에게 달려갔을 뿐.
애초에 포위망을 구성하고 그들을 싸그리 죽여버리려고 다가오는 적들에 불과하다.
길거리의 범죄자들이나 다름없는 갱단을 상대로 비겁하다느니, 말과는 다르지 않냐느니 하는 말은 개소리나 다름없었다.
어둠속에서 사람들이 아주 은밀하게 장전을 마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들 역시 레녹이 내린 이 한순간에 모든 승기가 걸려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는것이다.
눈치챘을까?
창고 부지 입구 바로 앞에서, 가장 앞서가던 빡빡이 남자가 걸음을 살짝 늦추는것이 느껴진다.
다른 갱단원들이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창고 안쪽으로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플럭스 라이트]레녹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출만큼 눈부신 광원을 터트렸다.
파아아앗!!
단순한 빛이라기보다는 섬광탄에 가까운 찬란한 광채가 어둠속에서 갱단의 시신경을 난자하고.
그에 맞춰 눈을 꽉 감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타타타!!!
“크아아아악!!”
“함정이다!! 모두 피해!”
“이 씨발 새끼들이!! 아, 안돼!!”
방금 전까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걸어들어오던 갱단의 단원들이 쏟아지는 총격에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대며 상황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만 갱단쪽에서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것은 아닌지, 속수무책으로 당한 선두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예상했던것보다는 피해가 적었지만 레녹은 일단 선공을 먼저 때렸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저쪽에서 [플럭스 라이트]의 존재를 예상했을리가 없으니 그 짧은 시간동안 반응할만한 초인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적지 않은 인원들이 전투불능상태에 빠졌을 터.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서서 총을 쏴갈기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눈이, 내 눈이…!!!”
“너무 아파!! 눈이 안떠져!!”
담벼락 너머로 들려오는 목이 쉰 처절한 고함소리와 함께 총소리, 폭발음, 그리고 불꽃이 화려하게 타오른다.
아까 레녹에게 당했던 염화능력자가 기회를 보자마자 그대로 갱단 사이를 파고들어서 제 한몸을 불사르고 있는것이다.
레녹 역시 가만있지 않고 곧바로 마력을 한껏 끌어올려 왼손에 눌러담았다.
한번 더 마법을 갈기고 나면 그가 마법사라는 사실이 대번에 발각당하겠지만, 당장은 이 공세를 지속시키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머릿속에서 익숙한 심상을 한번에 무의식속에서 끄집어내어 손바닥 위에 그려낸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전격계열 공용마법의 꽃. 썬더 콜링과 함께 뇌격의 상징이라 불리는 마법이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체인 라이트닝]파아아아아아아!!
레녹의 열 손가락에서 뻗어나온 새파란 전류가 순식간에 수십갈래로 찢어지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한밤의 차가운 공기속에 피어난 푸른 꽃이 그대로 장애물을 넘어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전장 뒤편에 그 새파란 꽃잎을 흩뿌렸다.
아직 레녹의 아군이 당도하지는 않았지만, 뒤로 물러선 갱단의 단원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자리.
화력을 투사하기에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한 순간을 레녹은 놓치지 않았다.
“갸아아아악!!”
“아아아아…!!”
전격계열에서는 가장 범위공격에 특화된 마법이 사방을 폭격하자 순식간에 진형이 허물어지고 길이 열린다.
그 사이를 십수명의 사람들이 파고들면서 일방적인 공격이 시작되는것까지 확인한 레녹이 곧바로 마력을 갈무리했다.
저쪽에 도움을 줄 수 있는건 여기까지다.
이제는 머리를 상대해야 할 시간이었다.
날카로운 살기가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어느샌가 창고부지 안쪽으로 들어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마법사와.
담벼락 위에 쭈그리고 앉아서 재밌다는 듯이 그를 내려다보는 빡빡머리 남자.
갱단의 두 머리, 가장 강하고 위험한 상대 둘과 시선을 마주친 레녹이 다시 한번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압도
그 혼란속에서도 두 사람은 멀쩡하게 창고 안으로 들어와서 레녹과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레녹이 체인 라이트닝을 사용한 그 순간 그의 존재를 눈치챘겠지.
두 사람은 천천히 부지 안쪽으로 다가와 아주 자연스럽게 창고 안쪽으로 레녹을 몰아넣었다.
세 개의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맞부딫힌다.
레녹을 재밌다는 눈길로 내려다보던 빡빡머리 남자가 마법사를 향해서 말했다.
“그라임. 이런 놈이 있단 말은 안했잖아.”
“나도 모르는 일이다.”
무감정한 목소리로 마법사가 대꾸했다.
“아므낙 제약회사의 자본과 수완으로는 이런 마법사를 구하는것이 불가능했어. 그건 이미 우리쪽에서 전부 확인된 사항이다.”
“그럼 지금 우리 앞에 서있는 이 새끼는 뭔데? 하, 눈깔 삐딱하게 치켜뜨는 것 봐라.”
“……..”
레녹은 대꾸하는 대신 씩 웃어주었다.
남자도 그를 내려다보면서 살벌한 웃음을 지었다.
“크크크… 이거 재밌는 놈이네. 야, 혹시 미쳐버린건 아니지?”
“내가 왜?”
레녹이 필터를 잡고 연기를 훅 내뿜으며 말했다.
“그것보다 저기서 죽어나가는 너희 부하들이나 걱정하는게 어때.”
겉으로는 완벽하게 여유로운 태도를 가장하고 있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은 그 어느때보다도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상대의 능력을 모르는 상황에서 정면으로 부딫혀야 하는 2대 1.
단순히 육체능력만 뛰어났던 그동안의 적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마법사 역시 전력에 포함되어 있다.
한순간의 방심과 실수가 죽음으로 직결되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아, 저거 말이야? 상관없어. 어차피 한번 쓰다 버릴 쓰레기들. 이 자리에서 아예 시원하게 정리해버리라지.”
빡빡머리 남자가 잔혹한 미소를 흘린다.
“저 새끼들도 다 원하는 게 있어서 나한테 빌붙어먹던 놈들이야. 그런 짐덩이는 좀 내려놓고 멀리 날아갈 때가 됐다고.”
“가일. 쓸데없는 이야기는 지껄이지 마라.”
“왜. 딱 봐도 약해보이는데. 어차피 뒤질 놈한테 수다 좀 떤다고 뭐가 달라지나?”
“계속 이렇게 나오면 우리쪽에서도 네 영입을 재고할 수 밖에 없는데?”
“…….”
말없이 두 사람의 시선이 오가는 사이 레녹은 대충 상황을 알아차렸다.
‘저 마법사는 원래 이 갱단 소속이 아니군.’
그리고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빡빡이는 조직을 버리고 마법사가 속한 쪽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인가.
아무리 피와 살을 묻히고 밤거리를 뒹굴어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목적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이 짧은 순간에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은 기분이 든 레녹이 무심코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빡빡머리, 가일이 그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이것 봐. 이 놈 아까부터 정신 나간것처럼 혼자 피식거린다니까? 존나 건방지다고. 그냥 빨리 죽여버린 다음에 샘플이나 찾자.”
“…..틀린말은 아니군. 장애물을 오랫동안 구경할 필요는 없으니.”
마법사는 눈을 빛내면서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레녹은 그 마력의 움직임을 또렷이 쳐다보면서 그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놀랍게도 마력의 질과 움직임, 그 흐름을 눈여겨보는 것만으로 레녹은 마법사가 무슨 용도로 마법을 사용하려는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얇고 길쭉한 마력. 강한 회전력과 칙칙한 색감.
‘결계형식. 도주로를 막을 생각이군.’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입으로 무언가를 외치려는 그 순간.
레녹이 주저하지 않고 리볼버를 당겼다.
타앙!!
“챔버…!!”
그 순간 그의 등 뒤켠에서 뻗어나오려던 푸른 장막이, 빠르게 그의 앞으로 이동하면서 총알을 튕겨낸다.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마법사가 원래 시전하려던 결계 마법이 방패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도는 무산된다.
그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레녹을 쳐다보았다.
마치 레녹이 반격을 할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것처럼 보였다.
가일이 낄낄거리며 배를 잡고 웃었다.
“크하하핫!! 지금 뭐하는 거냐 멍청아!! 아무리 저놈이 약해보여도 그렇지, 그걸 가만히 보고 있는 놈이 어디있어?!”
“…….”
레녹도 설마 이런 가벼운 견제 한번에 마법이 취소당할지는 몰라서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동안 땅바닥을 벅벅 기어다니면서 마법을 완성시키는것이 당연했던 그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한순간에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마법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얼굴이 칙칙한 어둠속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이 되다만 마력사용자놈이 감히, 감히 내 마법을 막아!!”
“….마력사용자라는게 욕인가?”
레녹은 그렇게 대꾸하면서 공이를 당기고 다시 리볼버를 들어올렸다.
총구와 정면으로 마주보게 된 마법사는 움찔하더니 곧바로 지팡이를 들고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여차하면 총알이 날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잔뜩 긴장한 모양새가 역력하다.
그는 살짝 식은땀을 흘리면서 가일을 향해 빠르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법사와 전투할때 기본 상식도 모르나. 빨리 날 지켜!”
“내가 왜?”
가일이 비죽이 기분나쁜 웃음을 흘린다.
“아직 마법을 쓴것도 아니고, 총알 한발 쐈는데 왜 이리 쫄아있는거냐? 꼭 잘못하다가 뒤져버릴 것 마냥.”
“놈이 먼저 마법을 사용할수도 있는 것 아니냐!”
마법사, 그라임의 말에 가일이 시큰둥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거 어차피 번개나 광원 쪽 다루는 놈이잖아. 저런 놈들이 마법 쓸때 얼마나 번쩍거리는 줄 아냐?”
“……..”
레녹은 그라임이 그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어째서 그들이 자신을 앞에 두고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지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빛을 다루는 마법들은 강력한 효율을 지닌 대신에 그 과정에서 상당히 가시성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은 레녹이 사용했던 [플럭스 라이트]와 [체인 라이트닝]을 보고 그가 사용하는 마법에 반드시 전조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느긋해보여도 실제로 레녹이 마법을 사용하려고 낌새를 취하면 바로 달려들겠지.
한심하기 짝이없는 두 사람의 팀워크에 레녹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갱단 하나를 상대하는 일이라서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부질없는 짓이었다.
작은 갱단을 버리려는 두목과, 반목하는 마법사. 이름은 그럴듯 하지만 적을 눈앞에 두고 자존심싸움을 벌이는 양아치들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상황은 마치 레녹과 같은 마법사를 위해 준비된것처럼 완벽했다.
“마법을 쓸것 같으면 그때 달려가서 목을 물어뜯으면 그만이라고.”
그 순간. 레녹은 가일의 입가에서 송곳니가 번뜩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
그와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제니의 말.
분명, 갱단 두목이 특이한 혼혈이라고 했었지.
흘리는 살기가 굉장히 노골적이라고 느꼈는데, 어쩐지 이유가 있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레녹은 곧바로 가일을 도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너무 주변이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이제보니 잡종 개새끼 출신이었군.”
“…..뭐? 너 뭐라고 했냐?”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린 가일을 보면서 레녹이 비웃듯이 말했다.
“네 더러운 털냄새가 여기까지 난다고. 좀 씻고 다니는게 어때?”
“……..”
대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