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398
약먹는 천재마법사 398화
마안상동(2)
우우우웅!!
수십 개의 하프가 함께 울려 퍼지는 듯한 웅장한 공명음.
그 독특한 음률이 맴도는 공간에 선 레녹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층간소음이 상당한걸.”
[참아라.]심드렁한 어조로 대꾸한 올리비에라가 손짓하자, 그에 맞춰서 바닥 끝에서 거꾸로 뒤집힌 장대한 관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구구궁!!
위아래가 뒤집힌듯한 기이한 관문의 앞에서 그녀가 고개를 까닥이자, 그 움직임에 맞춰서 베일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철컥!!
안쪽으로 뒤집혀 열린 관문의 안에 보이는 것은 아래쪽으로 낮게 경사진 길쭉한 복도.
화려한 양탄자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진 액자가 걸린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어딘가 따스한 공기가 감도는 복도를 걸으며 올리비에라가 말했다.
[내 연구실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도 십 년 만의 일이군. 영광으로 알거라.]“영광까지?”
레녹이 그녀에게 자신의 마안을 보여준 직후, 올리비에라는 별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곧바로 술집을 나왔다.
카르텔의 본사 뒤쪽 거리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공장시설 지하 부근.
올리비에라는 그사이 수십 년간 숨겨두었던 자신의 비밀 연구실에 레녹을 데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방문했던 회장실과도 위치가 많이 다르군.”
그녀를 따라 복도를 쭉 내리걷던 레녹이 말했다.
관문 안쪽에 드리운 거대한 복도. 그 끝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집힌 관문. 다시 그 안에 펼쳐진 복도의 풍경.
거울처럼 반복되는 풍경 사이에서 끝없이 지하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만 실감할 수 있을 뿐이다.
[공적인 업무가 필요할때만 사용하는 장소다. 되도록 카르텔의 일에는 신경쓰지 않으려 하나, 네놈처럼 골치아픈 일을 물어오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니.]아무렇지 않게 대꾸한 올리비에라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회장의 이름값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일도 가끔은 일어나는 법이지.]드드드드득!!
어느새 마지막 관문의 끝에 선 올리비에라가 손을 휘젓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이 지나온 복도가 통채로 구부러져 거대한 원형의 고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길쭉한 복도의 머리와 꼬리가 맞닿아 고리를 그리는 것과 동시에, 사선으로 이어진 복도의 고리가 나사처럼 회전.
그대로 수백 미터 지하 아래쪽으로 회전하며 가라앉는다.
그 독특하기 그지없는 진입방식에 레녹이 희미하게 감탄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관문과 복도 자체가 연구실로 향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거군. 고위 술사들은 이런 식으로 연구실을 숨겨 놓는 편인가?”
[……이상한 질문이군. 네놈은 네 작업물을 아무렇게나 내놓고 다닌다는 말이냐?]“그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공간을 다방면으로 활용해가며 자신의 연구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카르텔의 회장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레녹은 자신의 연구와 작업물을 아무렇게나 내놓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녀만큼 이렇게 철저하게 모든 것을 숨기고 다닐 만큼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굳이 그런 사정을 그녀에게 설명하는 대신, 눈에 보이는 철저하기 그지없는 보안시설을 향해 화제를 돌린다.
“이만한 시설을 혼자서 구축했다고는 믿기 어려워서 말이다.”
지상 수십 미터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느껴지는 선명하기 그지없는 강력한 결계진.
진둔의 결계술을 직접 전승받은 레녹조차 그 고강함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을 정도다.
이 곳의 보안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복도의 벽에 기댄 채 고도차이로 짓눌리는 귓가를 문지르며 레녹이 중얼거렸다.
“카르텔의 회장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 알 만하군. 한 구역의 거리 전체를 통째로 사들여 사유지화한 건가?”
[나무를 숨기려면 숲을 만들어야 하는 법이지. 규모의 법칙을 충실하게 지켰을 뿐이다.]“그래?”
레녹은 힐끗 고개를 들어 올리비에라와 시선을 맞추고 피식 웃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카르텔은 당신이 가진 가장 광대한 숲이겠군.”
[…….]도시가 돌아가는 일에 더 이상 큰 관심이 없어보이는 그녀가 아직까지 이 거대한 조직의 수장으로 남아 있는 이유.
그녀는 카르텔이라는 숲에 어떤 나무를 숨겨두었기에 아직까지 이렇게 최소한 회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일까.
레녹도, 올리비에라도 두 사람이 모두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연구실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올리비에라로서는 레녹에게 큰 대가와 선심을 허락하는 일.
여기서 굳이 비밀을 들추겠답시고 초를 치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쿵!!
[도착했군. 내려가지.]“체감상으로는 거의 수천미터 아래로 내려온 것 같은데. 이런 곳에 연구실을 차려놓았다면 밖으로 나오기 귀찮아질 만도 하겠…….”
활짝 열린 관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레녹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
반경 수백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수정체의 내부.
그 안에서 거의 반절 가까이를 차지한 거대한 책이 활짝 펼쳐진 채 수정체 내부에서 지면을 대신하고 있다.
평범한 인간의 수백 배에 달하는 크기의 거대한 책 위, 종이로 만들어진 땅의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무수한 동식물의 모습들.
페이지 위에 만들어진 작은 정원 위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뛰놀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광경에 레녹이 할 말을 잃고 멈춰선 사이,
[표본을 온전한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임의로 구현해 낸 환경이다.]올리비에라는 그런 레녹을 아무렇지도 않게 앞서 걸으면서 전성을 울렸다.
[초창기 구성과는 달리 이것저것 붙여넣기는 했지만, 보안과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이런 지하 깊은 곳에 인공정원을 구축해낸 건가…… 굉장히 독특한 방식임은 틀림없군.”
레녹은 그녀의 말을 듣고 감탄을 숨기지 못했지만, 올리비에라는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걸음으로 옮겼다.
[여기에는 볼 일이 없다. 다음으로 가지.]“다음?”
거대한 책의 한가운데. 양쪽 페이지가 접히는 접합면 안쪽에 선 올리비에라가 손짓하자, 두 사람을 중심으로 책의 페이지가 통채로 한장 옆으로 넘어간다.
팔락!!
동시에 두 사람의 주위에 있던 초원의 풍경이 씻은듯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험이 끝난 채 방치된 장비들, 온갖 플라스크와 유리관의 깨진 조각들, 그 사이로 형체를 알 수 없이 버려진 표본의 모습.
실패가 끝난 실험실의 쓰레기들을 모아놓은 폐허. 올리비에라가 다시 손짓하자, 레녹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페이지가 몇 장 더 넘어가며 다른 풍경을 비춘다.
눈이 덮인 설원, 파이프가 쌓인 고철의 산, 이미 죽은 동물의 사체들이 모인 창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위에 구현되는 공간이 통째로 전환되면서 연구실의 풍경을 바꾼다.
그제서야 올리비에라의 연구실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한 레녹이 희미한 감탄을 터트렸다.
“공간 자체를 책갈피 삼아 기억해두고 페이지에 할당해 불러오고 있는 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세련된 방식이야.”
원형의 수정체를 통해 임의로 공간을 한정지은 뒤, 그 안에서 거대한 책의 형태를 기준으로 페이지마다 다른 공간을 할당.
책갈피를 넘기는 것으로 각기 다른 공간을 전환시켜 색다른 환경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극위마법사가 한 공간좌표에 이 정도로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다면 영역에 준하는 이질감을 손에 넣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군.”
그것은 규모와 수준은 다를지언정, 다른 술사들의 자성영역이나 진둔의 항하사미궁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는 이 광대한 연구실에 자신의 심상과 원념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공간은 내게 있어 새로이 만들어낸 두 번째 자성영역과도 같은 곳이다. 술사에게 있어 자신의 연구실을 구축하는 작업. 의도하지 않아도 정성이 담기는 그 행위에 극한까지 심상을 투영해 공간 자체의 격리성을 만들어낸 것이지.]“그런 복잡한 작업을 책의 페이지에 저장하는 개념으로 설계해서 구현해낸 건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양한 환경을 체험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아, 이쪽이군.]우웅!!
다음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과 동시에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는 어두운 실험실의 모습.
무수한 실험대와 유리기둥, 알 수 없는 액체 사이로 떠오르는 유물과 식물들이 시선을 사라잡는다.
레녹은 그런 실험실의 내부 풍경을 쭉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마력의 성질변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부산물을 만들었다던데, 그런 흔적이 없군.”
매드 맨슨의 다중신체적합자, 이올라의 마안이나 실무진에 속해 있었던 기라드의 비틀린 마력의 성질변화가 그런 올리비에라의 작품이라 했던가.
당연히 거리낌없이 인체실험을 자행하는 연구광의 실험실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멀쩡해 보였다.
실험실 근방에서 거대한 망원경처럼 생긴 장비를 손짓으로 띄워 올린 그녀가 대답했다.
[위계를 쌓아올리기 시작한 초인일수록 기존의 인간종과는 다른 무언가로 변하기 시작하지. 인신공양의 금술을 파고드는 거라면 모를까, 내가 생각하던 연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마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지. 이 장비는 인간의 눈을 관측하고 그 움직임을 입자 단위로 기록해 상태를 분석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그런 것치고는 생김새가 굉장히…… 개성 있게 생겼군.”
망원경의 렌즈 사이에서 살아 있는 눈동자처럼 생긴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고 있다.
[키엑! 키엑!!]“뭘 잡아다 만들었길래 이런 장비가…….”
[눈을 가져다대고 마안을 발동시켜라.]“……좋아.”
레녹은 그녀가 띄워올린 길쭉한 망원경의 렌즈 사이에 눈을 가져다 대고 천천히 마안을 다시 발동시켰다.
렌즈 사이로 마안을 발동시키자마자 발광하며 날뛰기 시작하는 눈알의 모습. 그 사이로 배어나온 마력의 파장이 섬세하게 레녹의 눈을 쓸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대충 알겠군.]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올리비에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알겠나?”
“한 달 전. 망막에 균열이 생긴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상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균열이 깊게 퍼지면서 이런 형태로 변했지.”
레녹이 마안을 거두면서 말했다.
“단순히 망가진 게 아니라 무언가로 변질되는 과정이라는 건 알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마안을 발동시킬 때마다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거야.”
가능성의 영역을 시각화하는 레녹의 마안이 문제없이 작동하는 것과는 별개로, 마안을 발동시킨 시점에서 왼쪽 눈이 아예 잘 보이지 않게 변하고 있다.
망막을 뒤덮은 균열이 점점 깊이를 더해가면서 시야각 자체를 좁혀 버리고 있는 것이다.
레녹은 이것이 미궁 안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마주하며 생긴 변화의 전조라는 건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었다.
균열이 깨져나가며 마안이 새로운 형태로 변하든, 아니면 지금의 균열을 이어붙여 마안을 치료하든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하는 시점.
그렇기에 레녹은 그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마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마법사의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이다.
무수한 마안 중에서도 단연코 정상에 다다른 지보라는 평가를 받는 ‘칠채보의 마안’을 보유한 올리비에라라면, 지금 레녹에게 일어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올리비에라는 그런 레녹을 베일 너머로 물끄러미 응시하다 물었다.
“개인적으로 자료조사를 하기는 했지. 남들만큼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애초에 네 마안이 각성부터 잘못 설계된 물건이라는 건 알고 있나?]“……뭐?”
[본디 마안이란 단순히 눈동자에서 발현이 끝나 능력을 공유하는 힘이 아니다.]근처에 놓인 고급진 안락의자에 앉은 올리비에라가 곰방대를 물고 뻐끔거리며 말했다.
[망막과 시신경, 그 안쪽에서 뇌하수체와 송과체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마력회로가 비틀리면서 생겨나는 이능의 일종. 그렇기 때문에 마안의 능력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본디 지니고 있던 능력이나 계통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지.]“일반적인 마안의 발현에 그런 사례가 많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잡스러운 힘이 아니라, 자신을 잡아먹을 정도로 강력한 마안을 각성한 술사는 경우가 다르다. 본래 술식계통을 유지한 채로 마안을 부가적인 능력으로만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발현된 마안에 맞춰서 자신의 힘을 개편할 것인지.]칠채보의 마안을 보유한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는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렸을까.
레녹이 잠시 그런 생각에 잠긴 사이 그녀가 말을 이었다.
[보통은 마안을 각성하자마자 어느쪽인지 깨닫게 되는 편이지만, 네 경우는 다르군. 마안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네 위계와 비등해진 탓에 눈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거다.]“…….”
[원래라면 이런 고민을 하기도 전에 성장한 마안에 잡아먹혔어야 정상이지만, 눈의 과부하로 끝났다는 것 자체가 네가 마안의 힘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증거겠지.]베일 사이로 연기를 뻐끔뻐끔 흘리면서 올리비에라가 웃었다.
[마안의 능력이 소유자와 비등해질 만큼 성장하는 것도 드문 일인데, 거기서 잡아먹히지 않고 이런 상태가 된 것도 신기한 일이군. 한쪽 마안만 보유한 외안 각성자는 양안 각성자에 비해 부서지기 쉽다는 걸 생각하면, 보유자 자체의 실력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일 터. 나도 이런 사례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으음…….”
[마안을 각성한 게 정확하게 언제지? 마안의 능력이나 구체적인 힘을 깨닫게 된 시점을 말해줄 수 있나?]확실히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일까, 올리비에라는 아까와는 한결 다른 태도로 레녹의 마안에 대해서 이것저것 질문해 오기 시작했다.
레녹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정도의 정보공개는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했다.
“마안을 각성한 건 몇년 전의 일이다. 왼쪽 눈동자만 마안으로 변한 보유자의 마력흐름을 우연한 기회에 관조하게 된 뒤로, 비슷하게나마 따라 할 수 있게 됐지.”
[……마안을 각성한 것이 아니라, 다른 보유자의 흐름을 훔쳐서 개안했다는 말이냐?]“카르텔의 부장급 인사들 중에 이올라라는 여자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의 마력흐름을 모방했었지.”
[이올라……? 그 아이가 각성한 마안을 모방해서, 이렇게까지 성장시켰다고?]어이가 없다는 기색으로 되묻는 올리비에라의 말에,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그녀처럼 단순히 마력흐름에 간섭하는 정도였다. 전투 사이사이에 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사용해 오다, 조금 다른 식으로 사용하는 법을 깨닫게 됐지.”
가능성의 영역을 시각화한다는 마안의 능력은 말은 단순해 보여도, 그 저력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힘이 틀림없다.
무엇보다 마안의 능력 자체가 레녹의 심상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자칫 섣부르게 입을 놀렸다가 올리비에라에게 단서를 줄 수도 있을 터.
협력과 경계 사이에서 레녹은 그녀와의 관계를 적당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보아하니 회장 당신은 이런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 걸로 일단 아윤의 일에 대해서는 마무리 짓지. 납득할 수 있겠나?”
[……어린 마법사 치고는 실로 방자한 말이지만, 좋다. 골치 아픈 일을 쉽게 처리해 주었으니, 답해주지.]올리비에가 대답했다.
“우회시킨다고?”
[술식계통 자체를 네 마안에 맞게 조정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렇지. 네놈이 마안이 힘 자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랐겠으나, 이상할 정도로 철저하게 힘을 조절하고 있는 모양이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기다렸다는 듯 광활한 연구실의 한복판에 거대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다른 눈동자에도 마안을 각성시켜서 마안의 출력 자체를 나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