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555
약먹는 천재마법사 555화
실패의 끝에서부터(2)
“카이세의 혈청……!!”
“운이 좋았다. 마지막에 카이세가 혈청을 모두 박살 내려 들지 않았다면 어려웠겠지.”
카이세는 실제로 펠릭스와 교전을 벌이던 순간 남은 혈청을 모두 사용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혈청에 담긴 역행의 마력을 생각하면, 아마 역행의 능력을 자기 자신에게 중첩해 걸어서 시간선을 이동한 것일까.
“그 격렬한 전투 와중에 그런 귀한 물건을 챙겨온 것인가.”
펠릭스가 희미하게 감탄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혈액을 뒤집어쓴 순간 부리에 좀 물고 올까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펠릭스가 아니라 펠리컨이 될 뻔 했군요.”
“…….”
“…….”
“왜 그런 눈으로 보시죠?”
사이브리드 에코의 유머감각이 조금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닐까.
어색한 침묵 속에서 이리야가 아무렇지도 않게 재차 물었다.
“카이세의 혈청을 사용해서 그의 의중을 알아볼 생각이십니까?”
“당장 혈청 전부를 사용할 생각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마지막 수단이지.”
레녹은 그렇게 말하며 혈청을 품 안에 다시 집어넣었다.
“카이세가 우리와 접촉할 의사가 있다면, 빼돌렸는지 알 수 없는 혈청보다 좀 더 직관적인 방식을 선택할 거다. 그걸 믿고 생각을 좀 더 해볼 수밖에.”
올리비에라가 자신의 부상을 치료하는데 혈청을 사용하는 것을 본 만큼, 레녹도 이 귀한 물건을 섣불리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혈청이 현실로 돌아가서도 멀쩡하게 존재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폐쇄구역 안에서는 유용한 소모품 역할을 해주지 않겠나.
역천의 마력이 담겨 있는 만큼 연구 가치도 상당한 물건이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여유를 내서라도 조사해 볼 가치는 있었다.
“이리야, 생각해 봐. 카이세가 네게 무언가 메시지를 남기거나 언질을 줄 여지를 보인 적이 있나?”
“으음…….”
“펠릭스는 카이세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결백은 자리에 없었어. 카이세의 언동에서 무언가를 유추해낼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너뿐이다.”
“잘 모르겠군요……. 저 역시 당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이리야는 그렇게 말하다, 아예 카이세와 나누었던 대화 전문을 바닥에 끄적여 레녹에게 보여주었다.
“적어도 동력실 내부에서 카이세가 수상한 태도를 보인 적은 없습니다.”
“확실히 이 대화만으로는, 카이세가 내게 볼 일이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군.”
카이세는 이리야를 보며 마법사의 동료냐고 묻고, 아는 게 없으니 그녀에게는 볼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 자체가 반대로 말하자면 레녹에게는 아직 용건이 남아 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
“역시 메시지를 남겼다면 반 님쪽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결국 내 기억을 돌아보는 수밖에는 없겠군…….”
레녹이 생각에 잠긴 사이, 펠릭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해머를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동안 나는 주변을 좀 둘러보고 오지.”
“괜찮겠나?”
“군령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또 다른 추적자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펠릭스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내가 경계를 설 테니 진실을 조사하는 건 두 사람에게 부탁하겠네.”
* * *
반나절이 지난 새벽 아침.
안개가 자욱한 거리. 군령의 무리와 새벽 공기가 섞여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펠릭스.”
“반, 나와 있었나?”
레녹은 은신처로 돌아오는 펠릭스를 향해 손짓했다.
“날씨가 춥군. 안에서 쉬고 있지 그러나.”
“괜찮아.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추적당할 일은 없으니.”
휴식을 취할 장소가 필요해 은신처를 만들었을 뿐, 세 사람 모두가 제 기척과 마력을 숨기는데 능숙한 실력자다.
공중을 부유하는 유령함선에 직접 발각당하는 게 아니라면, 군령들의 무리에게 들킬 일은 없었다.
고오오오!!
번화가 저편에서 희끄무레하게 엿보이는 거대한 함선의 형상을 바라보던 펠릭스가 숨이 막힌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저 괴물을 자네가 잡아 죽였다는 말이군…….”
“엄밀히 말하자면, 저것보다는 조금 약해진 편이었지.”
레녹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드리치 오니온은 전쟁 당시 입은 부상과 지병을 치료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이 흘러, 전성기의 기량에서 내려와 있었다.
“내가 상대한 유령함선은 저렇게 거대하지도, 하늘을 날아다니지도 못했어. 폭풍이 치는 바다 위를 헤엄치기만 했을 뿐이지.”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이네만…….”
떨떠름한 펠릭스의 대답에 레녹이 웃었다.
“아마 저 권역도 전투에 특화된 능력은 아닐 거다. 외견은 압도적이지만 실용성은 떨어지지. 탐색이나 운반을 위해 변형시킨 형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양쪽의 전력 차가 비현실적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사실상 정면승부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
레녹이 아무리 강력하고 초월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드리치 오니온과 올리비에라 둘 모두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카이세가 보인 이상행동에서 그 틈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순찰에서 수확은 있었나?”
“……아니. 하지만 아즐란 님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곳곳에 남겨두었지. 뒤늦게라도 알아보고 찾아오기를 바랄 수밖에…….”
“내가 크로드 아즐란을 찾고자 하는 건, 그의 조력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야.”
레녹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를 믿지 마. 8레벨의 극위능력자들은 지나치게 불안정하고, 혼돈스러운 존재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쪽의 도움이 될 가능성은 낮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제라도 뒤늦게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
“숱한 강자들과 여행을 해왔기 때문에 잘 알지. 그들의 변덕은 항상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야. 난 아즐란 님을 믿고 있네.”
여행이라.
그러고 보면 과거의 올리비에라는 펠릭스를 보고 그가 순례길에 올랐다고 말했었지.
어쩌면 펠릭스가 했다는 여행이라는 건 말 그대로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던 걸까.
하지만 레녹은 그 여행에 대해 자세히 묻는 대신 말을 돌렸다.
“폐쇄구역 외곽 경계선 쪽은 어땠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우리가 지나왔던 수벽은 이미 완전히 이쪽 시간선에 빠져 있더군. 썩어버린 식료품들도 전부 새것으로 변해 있었어.”
펠릭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멀리까지 돌아보려 했지만, 적어도 내 눈이 닿는 지역에서 괴리되지 않고 남아 있는 영역은 없었지.”
“…….”
“아마 폐쇄구역의 괴리공간 자체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군.”
현실과 과거의 시간선이 애매하게 걸쳐 있던 공간조차, 이제는 전부 과거의 시간선으로 변해 있었다는 말인가.
레녹은 그 사실을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그 추측을 부정했다.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다. 지금 이 괴리현상이 폐쇄구역 바깥으로 퍼져 나갔다면, 시정부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추가로 개입을 해 왔을 테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과거의 시간선에 맞게 익숙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과거의 초인들이 폐쇄구역을 순찰하면서도 시간선이 어긋난 경계선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존재 자체가 과거의 시간선에 맞게 조정되면서, 현재와 과거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어지게 된다면 어떠할까.
그 사실을 이해한 펠릭스의 안색이 미미하게 굳었다.
“사실상 퇴로가 끊긴 셈인가. 결국 카이세의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서는 탈출할 수 없겠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대상지정 저항능력을 지닌 레녹에게 이러한 현상이 먹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간선 자체의 변화에는 레녹이 대응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과거에 침식된 다른 이들과는 달리 레녹 혼자서는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인지.
마음 같아서는 폐쇄구역 외곽을 직접 돌아보고 싶지만…….
두 사람이 침묵에 잠긴 사이, 등 뒤에서 이리야가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반 님. 통신회선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회선이라고?”
“이쪽도 외부와 연락할 방법을 찾고 있었거든. 이리야가 통신기를 좀 더 만져보겠다고 하더군.”
레녹이 등을 돌리며 대꾸했다.
“조정에 필요하다고 해서 주변의 마력 변질 패턴과 흐름을 대충 적어서 알려주었는데, 아무래도 효과가 있던 모양이다.”
“……그게 대충 적을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였던가?”
황당한 듯 중얼거리는 펠릭스와 함께 레녹은 곧바로 은신처 안으로 향했다.
지직, 지지직……!!
레녹과 이리야의 통신기가 산산이 분해된 채, 그 자리에서 알 수 없는 형상으로 조립되어 있었다.
괴리된 시공간 안으로 들어오며 망가진 부품을 빼고, 두 사람의 통신기에서 멀쩡한 부품으로 새로운 통신기를 하나 만들어냈던 것이다.
[치이익……립……관리……거기……]아주 버벅거리지만, 들려오는 것은 틀림없는 키건 그라임스 관리관의 그것.
통신이 끊어진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통신을 시도하고 있던 것이다.
“괴리된 시간선의 간극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기에 오류가 생기는 거다.”
레녹은 이리야의 옆에 무릎을 꿇은 채, 그녀 대신 통신기의 회선을 이어받아 주파수를 조정했다.
“기억하고 있는 외부 시간대와의 괴리를 감각으로 때려 맞춰서 회선을 조절할 수밖에 없어. 내가 하지.”
어디까지나 진짜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괴리된 영역에 존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
하지만 이리야가 용을 써도 잡히지 않던 주파수가, 레녹의 손에 들린 순간 곧바로 변했다.
[쿠르바스 댐. 키건 그라임스 관리관입니다. 864차 통신 시도. 응답이 가능하다면 연락해 주세요.]“…….”
선명하게 들려오는 키건의 목소리에 펠릭스와 이리야가 살짝 입을 벌리고 레녹을 돌아보았다.
레녹은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하고 곧바로 통신기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그라임스 관리관. 들리면 응답해라.”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크게 숨을 들이켜는 기척.
[바, 반 님…… 반 님이 맞습니까?]“그래.”
레녹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지금까지 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통신기의 부품이 실시간으로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에서 마모되고 있었다.
아마 지금 이 통신이 끝나면 두 번 다시 연락할 기회는 없겠지.
[카, 카이세 바쥬르가 살아 있는 시간선의 기억이란 말입니까……]아연한 기색으로 말을 더듬거리는 관리관을 향해 레녹이 재촉했다.
“원로원이든 중앙의회든 이 사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 상황 자체가 이쪽에서 손을 대기에는 너무 위험해졌어.”
[…….]대답 없이 흐르는 불길한 침묵.
솔직히 말해서, 레녹은 중앙의회나 원로원에게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비책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여태껏 목도했던 그들의 방식이라면, 아예 25구역을 통째로 증발시켜버리고 일을 마무리할 위인들.
하지만 레녹이 그걸 알면서도 이 구역에 들어온 것은, 블랙컨슈머 프로젝트의 비밀을 직접 파헤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백이나 원로원의 루신더 역시 그것을 알고 레녹을 이번 작전에 끌어들인 것이 아니었나.
다만 통신이 연결된 이상, 저쪽에 정보를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이쪽이 얻어낸 성과를 전달해 줄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통신기에서 들려온 음색은, 레녹이 기다리던 관리관의 것이 아니었다.
[그 당시의 일을 괜히 시간의 모래 속에 묻어둔 것이 아니거늘…….]흐릿한 통신 너머로도 숨길 수 없는 강렬한 전성.
그 음색과 함께 통신기의 부품이 마모되는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진다.
울려 퍼지는 것만으로 일대 공간을 잠식해 들어가는 강렬한 육합전성의 형상.
레녹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깨닫고, 자기도 모르게 살짝 입을 벌렸다.
“……올리비에라?”
카르텔의 회장이자, 8레벨의 마안술사.
칠채보의 마안을 완성하고 다시 8레벨에 오른 괴물이, 관리관을 대신해 통신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금기와 비밀을 취하려는 그 자세는 높게 사지만, 죽고 싶지 않다면 슬슬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이 좋을거다.]올리비에라가 즐거운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
[아직 카이세가 ‘살아 있는’ 시간선이라면, 페쇄구역에서 마주할 수 있는 괴리된 가능성 중에서도 최악이니.]“무슨 뜻이지?”
올리비에라는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살짝 의외라는 듯 낮게 웃었다.
[벌써 여기까지 말할 수 있게 되다니, 이미 금제가 느슨해지기 시작한 건가?]“……”
[시간이 됐군. 수십년 전의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냉소에서 시작한 올리비에라의 비웃음이 살짝 커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아하니 선객이 있는 모양이니까. 똑같은 추태를 반복할 이유는 없겠지.]“선객이라고?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 말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이리야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올리비에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생각이 있다면, 카이세의 메시지를 잘 찾아보는 게 좋을 거다. 그 녀석은 항상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거든.]뚜두두둑!!
그 순간, 통신기의 모든 부품들이 사방으로 엇갈리고 부러지며 그대로 박살 나버렸다.
“아…….”
어딘가 망연자실해 보이는 이리야의 모습.
레녹은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말없이 박살 난 통신기의 부품을 점검했다.
“틀렸군. 마력 전달과 감응 회로가 완전히 박살 났어. 이 정도면 오히려 내가 직접 마법을 만드는 게 빠를 거다.”
“카이세가 살아 있는 시간선이라는건, 도대체 무슨 의미지?”
멍한 표정의 펠릭스가 물었다.
“그럼 다른 누군가는 이 구역에 들어와서, 이미 죽어 있는 카이세를 보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
레녹은 그런 펠릭스의 추측에 함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올리비에라가 남긴 마지막 말을 생각했을 뿐.
“카이세의 메시지…… 메시지라…….”
올리비에라의 말을 생각하면, 카이세가 어떤 식으로든 레녹에게 메시지를 남겼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그것을 레녹조차 인지하지 못한 순간에 전달했다면, 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가만히 눈을 감고 카이세를 만난 뒤 있었던 모든 일들을 처음부터 돌이켜본다.
시공간 고정 장치가 작동하기 직전까지 기억을 영상처럼 되새기고 난 레녹은, 그제서야 자신이 놓친 부분이 어디였는지 깨달았다.
“……그렇군.”
카이세와 레녹만이 서로를 인지할 수 있으면서도, 한없이 비물질에 가까운 찰나의 영역.
다른 이들이 결코 눈치챌 수 없는 방식으로, 하지만 레녹이 반드시 알아차릴 수 있는 곳에 카이세는 이미 메시지를 남겨두었던 것이다.
레녹이 휴대폰을 들고, 빠르게 다비에게 의념을 보냈다.
‘발전소 내부 방화벽. 다시 한번 더 접속해서 보여줘.’
[네?]‘방화벽 코드 패턴, 가시화 가능하지?’
전뇌정령은 두번 되묻지 않았다. 그 대신 직전까지 해킹해 놓았던 독립 네트워크 방화벽의 코드를 휴대폰의 화면 너머로 비추었을 뿐.
빠른 속도로 해킹을 통해 입수한 코드를 훑어보던 레녹의 시선이, 코드 마지막 줄에 우뚝 멈춰 섰다.
알 수 없는 문자와 숫자배열로 이뤄져 있던 코드배열의 마지막에, 레녹이 알아볼 수 있는 문자가 보란 듯이 떠올라 있었다.
“…….”
[이 시간선을 끝내고 싶다면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