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597
약먹는 천재마법사 597화
폼 체인지(5)
인간의 손으로 정령을 직접 창조한다.
학장은 그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하이먼……!!”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 자네의 계획은 그저 허무맹랑한 망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망상? 지금 내 모습을 보고도 아직 믿지 못하는군.]사자는 그렇게 말하며 노을 지는 초원 저편을 향해 시선을 힐끗 돌려세웠다.
넘실거리며 솟아오르는 마력의 기류에 사자의 갈기가 또한 솟아오르고, 해가 저무는 지평선 너머로 아름다운 은빛의 곡선을 그렸다.
중후한 목소리는 지금 이 사태와는 별개로, 놀랍도록 차분하게 침착해 보였다.
[성장촉진의식에 마법사를 공양하는 것은 정령을 성장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야. 특별하고 남다른 영성을 공양한 대가로, 기존의 정령체를 그릇으로 삼아 새로운 창조정령을 탄생시키는 분기점이지.]느긋하게 지평선 너머 풀밭을 거닐던 사자가 웃었다.
격정적인 학장과 어딘가 느긋하기 그지없는 하이먼의 대화.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격렬한 토론에 가까운 인간과 짐승의 대담을 듣고 있던 레녹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레녹의 품 안에 똬리를 틀고 있던 다비가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귀를 쫑긋거렸을 뿐.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창조정령에 대한 이야기.
허황된 망상이니, 탄생의 분기점이니 거창하게 떠들어대는 바로 그 결실이 레녹의 품 안에서 꾸물대고 있지 않은가.
“…….”
정령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언제 일이었는지, 이제는 까마득한 기억이다.
흑마법사 크레이그 틸리언에게서 강령술을 훔치고, 강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손에 넣어 초월적인 감응력으로 배합해 탄생시킨 전뇌정령.
함께한 시간이 적지 않고, 기억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착각하기 쉽지만.
다비는 레녹이 마력의 성질변화를 각성하고 6레벨에 올랐던 직후 직접 창조해 아직까지 곁에 두고 있는 존재였다.
레녹이 6레벨 초입에 시도해서 탄생시킨 다비와 같은 존재를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의 인간과 마법사를 희생시키려 들었다는 황당한 사실.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서 두 사람이 나누고 있는 대화가 현실이라는 것 역시 틀림없어 보였다.
결국 정령을 창조하는데 필요한 것은 경지나 위계가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영성이나 관념에 달려 있다는 의미일까.
[대학 차원에서 협력을 요구한다는 거짓말로 자네를 속인 것은 미안하게 되었네. 기술자문위원회의 일원인 자네가 의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겠지.]“……시의원의 부탁이었기 때문이 아니야.”
학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홀로 일어선 학장이 사자의 옆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중앙의회에서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자네의 부탁이었기 때문이지.”
[……]“마탑에서 쫓겨나 이 도시로 흘러들어왔을 때도, 성과를 내고 학계에 복귀했을 때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교육기관을 만들자고 말했을 때도……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나를 도와준 자네가…….”
말을 잇지 못하는 기색으로 한참 동안 망설이던 학장이 눈을 감고 말했다.
“결국 언젠가 이런 식으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단 말인가? 나는 이해할 수 없군…….”
하이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더 나은 영성을 갖춘 존재로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면…… 나는 그 부조리함조차 이해하려 하네.]“하이먼, 나는……!!”
학장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한껏 부풀어 오른 하이먼의 강대한 은빛의 마력이, 순간 일제히 이쪽을 돌아보는 듯한 섬찟한 환상.
콰아아아앙!!
사자가 거칠게 앞발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은빛의 섬광이 번뜩이며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학장이 끌어안고 있던 털뭉치 정령이 몸집을 부풀리며, 비대해진 털쿠션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푸웅!!
쿠션에 맞고 튕겨 나간 은빛의 섬광이 그대로 꺾여 레녹과 학장 수십 미터 저편의 초원 뒤쪽을 두들기고.
콰아아앙!!
그대로 평원의 한복판에 눈부신 빛의 기둥을 쏘아 올렸다.
일대 초원이 모조리 은빛의 광채로 물드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광대한 출력.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얼굴을 찌푸린 레녹이 학장에게 물었다.
“지인이셨군요. 저자가 괴신궁의 수장이 맞습니까?”
“하이먼 킬베르그. 주술사 출신으로 도시에 들어와, 상원의원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정치인들 중 하나일세.”
학장이 눈앞의 사자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시의회에 입성하기 수십년 전부터 내가 저술한 영계의 존재에 대한 논문을 읽고 흥미를 가져, 후원해 주기도 했었지.”
“그렇다면 저 모습은……?”
“정령성장촉진의식을 사용해, 스스로의 육신을 완전히 정령에 가깝게 탈바꿈시켰네.”
가쁜 숨을 내쉰 학장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인신공양을 통해 정령을 위한 의식에 스스로를 강제로 끼워 맞춰, 그 육신을 강제로 영체에 가깝게 변질시킨 거야.”
“…….”
저위계부터 시작해 6레벨의 마법사를 공양해 의식 자체를 변질시키면서, 하이먼 자신이 정령에 가까워지는 데 성공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학장님을 공양해서 이루고 싶은 마지막 목표는, 하이먼 자신의 손으로 창조정령을 손에 넣는 것이겠군요.”
레녹이 말했다.
“혹은 하이먼 자기 자신이 창조정령이라는 존재가 되거나.”
“……뒤로 물러서게, 에반. 자네까지 휩쓸리게 할 수는 없어.”
침을 꿀꺽 삼킨 학장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레녹을 돌아보았다.
“여기까지 와서 말입니까?”
“하이먼은 인간이던 시절에도 이미 위계를 완성한 성위급 주술사였네. 하물며 정령체에 가까워진 지금은, 그 힘이 어디까지 도달했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군.”
“…….”
“하이먼이 설마 이렇게까지 해가며 스스로의 계획을 완성시키려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 모두 내 불찰이야.”
학장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지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 하나만큼은 무사히 살려서 탈출시켜 보이겠네.”
그 순간, 학장의 몸에서 가히 폭발적인 마력이 터져 나와 들판 사방으로 거대한 파문을 밀어 올렸다.
파아아앙!!
새하얀 백발의 머리칼이 위로 살짝 치솟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의 기류.
붉고 푸른 다채로운 빛깔의 속성마력이 학장의 몸 사방에서 솟아올라, 초원 한복판을 찬란한 광채로 물들였다.
온몸을 막대한 마력의 광채로 감싼 사이올러스 가르테아논의 앞에서, 형형한 안광을 흘리며 그를 노려보는 은빛의 사자.
학장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양손을 한껏 추켜들었다.
“하이먼……!!”
콰아아아!!
온갖 색채로 물든 원소마력이 학장의 두 손을 타고 회오리치며, 거대한 빛의 고리 형태로 변했다.
그 빛의 고리가 순식간에 압축되어 학장의 양손 안에 응집된 그 순간.
방대한 빛무리가 레이저처럼 쏘아져 사자가 서 있던 자리를 휩쓸고 모든 것을 터트렸다.
퍼버버버벙!!
7레벨의 성위마법사.
위계를 완성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스스로의 힘을 다루는 일에 극한까지 완숙해진 노마법사가 전력으로 휘두르는 성위마법.
[사이올러스!!]거대한 사자의 형상을 한 하이먼이 초원을 내달리며 포효했다.
은빛 갈기가 휘날릴 때마다 흩날리는 불똥들이 그 자리에서 마력광으로 변해 학장의 몸을 덮친다.
학장의 원소마력과 하이먼의 은빛 섬광이 초원의 지평선을 등지고 엇갈리며 그 자리에서 공간을 짓뭉개고 찢어발겼다.
쿠과과과광!!
서로가 전력으로 내뻗는 살상마법의 충돌.
지상을 거칠게 할퀴듯이 짓무르고 몸을 굽힌 사자의 형상이 그 자리에서 아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화했다.
파앙!!
어지간한 사람보다 훨씬 거대한 동체를 충차처럼 밀어 쏘아내는 몸통박치기.
정면에서 들이받혔다가는 관절과 살점이 끊겨 으스러지며 즉사하고도 남을 충격량이다.
하지만 학장은 쉴 새 없이 주문을 외워 마법을 영창해 나가면서도, 하이먼의 공격을 피하려 들지 않았다.
그 대신 급격하게 몸을 부풀리며 거대한 쿠션처럼 변한 정령이, 한 번 더 사자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냈을 뿐.
파아아앙!!
고통스러운 기색으로 신음을 흘리기는 하지만, 아직 투지를 잃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고 사자의 육탄전을 저지하며 시간을 끄는 정령의 모습.
하지만 앞발로 단단히 털뭉치를 쥐고 그대로 던져버리는 사자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가고 만다.
그 사이 순식간에 다시 한번 마법을 영창한 학장의 손안에서 마치 행성을 닮은 빛의 구체가 격렬한 속도로 회전했다.
키이이잉!!
천체계통 고유마법
[사휘성(社輝星) : 대천구(大天球)]빛의 구체 주위로 수십 개의 눈부신 마력입자들이 행성 궤도처럼 회전하는 묘한 형상.
마치 이 자리에 소행성 자체를 임시로 구현해 불러 세운 듯한 강렬한 힘의 압축.
콰아아앙!!
화려한 원소마력과 은백색 정령마력이 격돌하며 솟아오른 폭발이 수십 번씩 중첩되며 원형의 충격파를 터트렸다.
풀과 공기가 동시에 타들어 가는 듯한 매캐한 탄내가 온 초원을 뒤덮고, 말라비틀어진 열기가 어깨를 짓누르고 호흡을 가로막는다.
정면에서 우직하게 터트리는 힘의 투사만으로 일대 공간을 생명이 살 수 없는 지옥도로 만드는 두 고위계 초인의 전투.
쉴 새 없이 폭발하며 번지는 마력의 빛무리만으로 이미 제대로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
콰아아앙!!
“쿨럭!!”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력과 체력을 임시로 보충한 학장의 기세가 빠르게 닳아 없어지며 꺾이기 시작한다.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학장이 빠르게 수인을 맺으며 처음으로 걸음을 뒤로 물린다.
동시에 학장의 발아래서 터져 나오는 무채색의 파동.
자성영역 전개
시성해-
[거기까지.]뻐억!!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바로 옆에 나타난 하이먼이 꼬리로 학장의 다리 뒤쪽을 후려쳤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학장의 다리가 반대로 꺾이고, 그대로 균형을 잃은 학장이 제 자리에 쓰러졌다.
“큭……!!”
학장이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술식을 이어가려 했지만, 사자의 앞발이 학장의 손목 위에 얹히며 무게를 실었다.
뚜두둑!!
“아아악!!!”
발짓 한 번으로 학장의 양 손목을 가볍게 부러뜨린 하이먼이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결국 늙은 인간의 육신으로는 이렇게 되는 거지.]“…….”
[자네가 7레벨에 오른 지 몇 년이 지났더라? 위계를 완성한 당시에도 적지 않은 나이였었지.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는 있어도, 거역할 수는 없는걸세.]침묵이 흘렀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꿈틀거리는 학장과 그런 그의 옆에서 애타게 울어대는 정령의 모습.
사자는 그런 학장의 멱살을 발톱으로 날카롭게 움켜쥐고 레녹을 향해 몸을 아예 틀었다.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레녹과 대놓고 시선을 마주하며, 호흡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스쳐 지나간다.
[에반 바일런. 원소학부 조교수이자, 아리스 리첼렌의 제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연구원이자, 쓸만한 자질의 정령술사.]하이먼이 느릿하게 레녹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반중력 기술의 창안자이자, 기술자문위원회 내정자이기도 하지.]“…….”
[자네를 여기서 죽이지는 않겠네. 나 역시 위원회의 입김 때문에라도 자네를 굳이 손대고 싶지는 않거든.]바로 옆에서 천천히 레녹의 얼굴을 들여다본 사자 정령이, 살짝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가만히 이곳에서 창조정령이 처음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게나.]대답하지 않는 레녹을 두고, 하이먼은 축 늘어진 학장을 돌기둥이 늘어선 의식 발원지로 끌고 갔다.
[정령의 본질은 관념의 물화. 그렇기에 실체화된 시점에서 능력과 특성, 성장 방향성이 정해져 있지만…… 창조정령은 다르네.]풀썩!!
텅 비어 있는 일곱 번째 돌기둥 앞에 학장을 내려놓은 하이먼이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초원 일대가 눈부신 은빛의 파도로 뒤덮여 일렁였다.
파아아아앗!!!
[백지상태의 영성을 지니고 탄생한 정령이기에, 기존의 정령보다 빠르게 모방하고, 학습하며, 술사가 원하는 방향성에 맞춰 성장할 수 있을 터.]“…….”
그 말과 동시에 하이먼의 온몸을 휘감고 솟아오른 강대한 은백색의 마력이,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일곱 번째 돌기둥 위에 떨어져 내렸다.
쿠과과과과!!!!
주술과 정령술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인간을 재료로 하여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정령을 탄생시키기 위한 위업의 마지막 순간.
쉴 새 없이 달아오르는 은백색 마력의 파도 끝이 활짝 열리고, 그 안에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정령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하이먼이 눈을 크게 뜨고.
후우웅……!!
은빛의 기둥이 그 자리에서 힘이 풀리듯이 주저앉아 소멸하며, 의식이 그대로 풀려 버렸다.
새로운 정령의 탄생은커녕, 사이올러스를 공양하는 일조차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이먼이 중얼거렸다.
[아니야…… 이건, 여기까지 와서, 실패했다고?]그 대답은 하이먼 자신이나 쓰러진 학장이 아니라, 저 뒤에 서 있던 레녹에게서 들려왔다.
“저희 같은 술사들에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온 레녹이 말했다.
“술법진을 구축해 사용하는 대규모 의식의 경우 반드시 뒤따르는 본질 부존재의 증명.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의식이 진행되는 공간에 존재할 시에는, 의식은 작동하지 않으니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이먼이 레녹을 돌아보며 거센 사자후를 터트렸다.
[누가 감히 나보다도 먼저 이 위업을 시도해 성공시켰다는 말이냐……!! 수십 명의 인간을 판돈으로 걸어야만 시도라도 할 수 있는 이 기적을!!]“그러게 말입니다.”
레녹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 순간, 레녹의 등 뒤에서 사뿐히 걸어 나오는 새파랗게 빛나는 청명한 광채.
레녹의 품 안에 쏙 들어올 만큼 아담했던 여우정령이, 어느새 레녹보다 훨씬 더 성장한 사미호의 모습으로 차분하게 서 있다.
그런 다비의 주위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네 개의 거대한 여우불의 형체.
“새로 탄생할 창조정령을 위해 직접 환경과 촉매들을 조성했다고 하셨지요.”
레녹이 하이먼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슬쩍 초원의 노을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그 순간, 노을 진 초원의 황혼이 통째로 기울어지는 환상이 일었다.
의식이 실패하며 하늘 위로 흩어져 사라지던 은빛의 광채가, 고스란히 다비를 휘감듯이 내려앉아 고요하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새로이 탄생할 창조정령을 준비해놓은 힘이, 실패해 사라지는 대신 눈앞의 정령에게 수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이먼이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뜬 찰나.
파지지지직……!!!
은백색 마력을 머금은 다비의 등 뒤에서 거대한 전격의 기둥이 내리꽂히더니, 이내 풍성한 꼬리로 변해 등 뒤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꼬리를 새로이 각성한 전뇌정령의 체구가 그 자리에서 조금 더 커지는 것과 동시에,
꼬리의 개수에 맞춰 여우불의 숫자도 다섯 개로 늘어나 다비의 등 뒤에서 맹렬하게 회전했다.
“제 정령이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는군요.”
레녹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하이먼 킬베르그 의원님.”
그제서야 레녹이 지금까지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은 하이먼이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 순간.
[하아아……!]눈부시게 빛나는 우레의 오망성을 등지고 선 전뇌정령이 고개를 치켜들고, 푸른 안광을 흩뿌리며 한발 앞으로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