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625
약먹는 천재마법사 625화
의문의 컨설턴트(3)
“……내 제자들 중에 누군가 몰래 화로에 손을 썼다는 말이냐?”
들어서는 말을 들은 것처럼 기함한 사이버드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여기 모인 녀석들 모두가 내가 직접 그릇을 보고 뽑아 키운 녀석들이야. 따지자면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지.”
“…….”
“그 말, 오늘 이 자리에서 책임지지 못하면 내 공방의 제자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할 거야. 알겠나?”
“알겠으니까 일단 작업을 멈추고 장인분의 제자들을 불러보아주시겠습니까?”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모두 한번에 보고 결론을 내리는게 빠르겠군요.”
사이버드는 그 말에 즉시 공방의 운영을 멈추고 다른 장인들을 레녹의 앞에 불러모았다.
어리둥절해하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한창 작업에 매진하다 불려나온 장인들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
청년과 장년을 오가는 다양한 나잇대의 장인들이 하나같이 언짢은 기색으로 레녹을 바라본다.
“그래, 우리 중에 범인이 있다고?”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장인이 비아냥거리듯 레녹에게 물었다.
다른 젊은 장인들 몇몇도 레녹을 보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보니 최근에 상급 공방지구로 승급되었다는 선발식의 얼간이였군.”
“나시사 솔머 장인의 이름을 빌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 스승님의 공방까지 손을 뻗으려는 거냐?”
“어처구니가 없어. 이 공방이 내게는 전부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우리를 의심할 수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레녹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일단 일렬로 나와서 제 앞에 줄을 서 주시겠습니까?”
“뭐?”
“범인을 구분해 내려면 저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최대한 같은 조건에서 비교를 하고 싶군요.”
“…….”
장인들이 발끈한 표정을 지었지만, 레녹의 등 뒤에 선 사이버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가지런히 섰다.
레녹은 그런 장인들의 앞을 천천히 걸으면서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장인들을 자세히 살피기는커녕, 눈을 감고 내리 걷는 레녹의 모습에 사이버드는 물론이고, 마우저까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두 바퀴를 더 돈 레녹이 입을 열었다.
“냄새가 없군요.”
“……뭐?”
다른 이들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깜박인 순간, 두 눈을 뜬 레녹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됐습니다. 이제 충분할 것 같군요.”
“그래, 이제 설명을 들을 수 있겠나?”
“보시다시피 여기 공방에 위치한 다섯 개의 화로는 벽면 곳곳에 떨어져 있지만, 그 열기의 흐름 자체는 공방 내부 시설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조용해진 공방 안에서 레녹이 말했다.
“화로 다섯 곳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열기 배출구가 공방 천장과 벽면, 지하를 순환하며 화력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구조지요.”
“그렇지.”
“문제는 화로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화력을 조절하는 통로의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겁니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작업대 근처의 종이에 펜을 대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공방을 중심으로 마치 수백 갈래의 거미줄이 줄줄이 뻗어나간 듯한 기이한 형상.
“정해진 공간 안쪽에서 화력을 조절하기 위해 최대한 배출구를 여러 곳으로 빼내는 바람에, 구조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요.”
“음…….”
미간을 찌푸린 채 레녹이 내민 종이를 노려보던 사이버드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내 공방이란 말인가? 그림에는 별로 재주가 없는 모양이군.”
“…….”
레녹의 조악한 그림실력으로 확실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이들에게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기 때문에 각 배출구의 열기 조절 수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어렵고, 수치가 튀는 부분이 있어도 관측해 문제점을 잡아내기 어려운 겁니다.”
화로 벽면을 툭툭 두들긴 레녹이 말했다.
“범인은 아마 이런 화로 내부 환경을 잘 알고, 설령 화로에 이상이 생겨서 내부 온도가 조금씩 오른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거죠.”
“화로 내부 환경을 잘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
미간을 찌푸린 사이버드가 레녹의 말을 따라 중얼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만약 내 제자들 중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내 공방을 망치려 들었다면 이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널렸을 거다. 굳이 이런 식으로 귀찮은 방식을 사용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화로 내부 온도를 조금씩 올려서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의 품질을 망가지는 것은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 이 거대한 공방의 매출이나 사업에 피해를 입힐 법한 수단은 그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하물며 사이버드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 공방 내부 시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제자들이 범인이라면, 화로가 아닌 다른 시설을 망가뜨리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일 터.
“내 공방에서 이 다섯 개의 화로는 가장 튼튼하고 수시로 정비되는 핵심 시설이다. 나조차도 시스템 내부 관리 권한을 이용해 강제로 화로를 과부하시키는 게 아니고서야 불가능하고, 그것도 사흘은 훨씬 넘게 걸리지.”
이미 레녹의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고 결론을 내린 것인지, 사이버드가 아예 레녹의 맞은편에 자리 잡고 빠르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만약 네 말대로 제자들이 범인이라면, 하필 화로를 건드리는 대신 상수도시설이나 환기구, 하다못해 공방의 주춧돌을 빼돌리는 식으로 손을 썼을 거다.”
하지만 레녹은 그런 사이버드의 말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겁니다.”
“뭐?”
“범인은 공방을 망치려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공방에 피해가 가더라도 상관없다 생각했던 거죠. 이 두 가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
“공방의 다른 시설이 아니라, 하필이면 화로에 손을 대야 할 이유가 그 사람에게는 존재했던 거죠.”
사이버드에게 원한이 있거나, 공방을 망치려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인한 부차적인 결과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그 의미를 다른 사람들이 천천히 되새기는 사이, 레녹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 정도 공방에서만 유지할 수 있는 초고온의 불길. 그럼에도 더 온도가 높아질 정도로 심대한 이상현상. 하물며 이 원인 자체를 다른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엇, 잠깐만. 화로에 손을 대는 건……!!”
후욱!!
다른 장인들이 말리기도 전에, 활활 타오르는 화로에 가루 비슷한 무언가를 대뜸 던져넣은 레녹이 웃었다.
“바로 문제의 원인 자체가, 화로 안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외부인이 감히 화로의 불길에 손을 대다니……!!”
격노한 어조로 쏘아붙인 젊은 제자가, 벌떡 일어나 레녹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장이라도 레녹의 멱살을 잡고 패대기칠 것처럼 성큼성큼 일어나 레녹을 향해 손을 뻗는 장인의 모습.
모두가 그 모습을 보고 한순간 두 눈을 크게 떴지만, 레녹은 시큰둥한 기색으로 청년을 바라보기만 할 뿐.
기세만 보면 레녹을 화로 안에 밀어버리고도 남을 법한 청년의 살벌한 표정에 사이버드가 그를 만류하려던 찰나.
후욱!!
청년이 레녹을 붙잡지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
방금 전까지 레녹에게 적의를 드러내던 그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자연스러운 행보.
다른 제자들이 청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입을 살짝 벌린 그 순간, 청년이 대뜸 속도를 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방향이, 방금 레녹이 손을 쓴 화로의 불길 안쪽이라는 것을 깨달은 제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보, 보얀!!”
“미친 놈아, 어딜 가는거냐!!”
“막아, 저 자식 죽으려고 작정을……!!”
다른 제자들이 뒤따라 보얀이라 불린 청년을 제지하기도 전에, 화로 안에서 튀어나온 불길이 그대로 보얀을 덮쳤다.
화르르륵!!
“크학!!”
“뜨, 뜨거워……!!”
다른 제자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고, 당황한 표정으로 사이버드를 돌아보았다.
“스승님, 어째서 보얀이……!!”
“기다려.”
사이버드가 날카로운 표정으로 화로의 불길 안쪽을 주시하며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으니까.”
그 순간, 불길 속에서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성이 버둥거리는 청년을 들쳐메고 그대로 걸어 나왔다.
화아아악!!!
“후우……!! 하여간 귀찮게 하는군.”
덥수룩한 수염이 불에 그슬린 마우저가 투덜거리고, 그 어깨 위에 붙들린 보얀이 미친 듯이 버둥거렸다.
“이, 이거 놔!!!”
“싫다.”
그대로 들쳐메고 있던 보얀을 바닥에 내던지며 대꾸하는 마우저.
쿵!!
“크학!!”
그 충격에 널브러진 보얀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간신히 숨을 토해냈다.
배를 감싸 쥔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보얀의 모습.
그 역시 사이버드 공방의 장인으로서 오랫동안 단련해 왔을 텐데도, 마우저의 근력을 당해내지 못한 듯했다.
“…….”
사이버드는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보얀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제대로 눈을 마주치기는커녕, 스승의 얼굴을 제대로 올려다보지도 못하는 보얀의 모습.
한참동안 그렇게 보얀을 바라보던 사이버드가, 떨리는 한숨을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누가 화로에 손을 대서 온도를 높였는지는 이제 알겠다.”
그 시선은 화로 옆에 기댄 채 말없이 서 있는 레녹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니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이제 전부 설명해다오.”
다른 제자들 역시, 그제서야 방금 레녹이 한 일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말없이 숨을 죽였다.
방금 레녹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화로에 던져넣은 것만으로, 정말 자신이 말하던 범인을 색출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행동으로 범인이 반드시 움직일 것을 인지하고, 미리 마우저를 대기시켜 보얀을 구해내기까지 했다.
잠깐 공방을 둘러본 것만으로 일련의 사태를 전부 이해하고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결코 불가능한 일.
헛짓거리라고 생각했던 무의미한 행동을 몇번 반복하는 것만으로, 레녹은 정말로 자신의 말을 증명해낸 것이다.
“그러지요. 직접 보여드리기 전까지는 잠깐 시간이 남은 것 같으니.”
레녹은 그런 사이버드의 말에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방의 온도가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화로 이외의 다른 원인을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거대한 공방의 온도를 조금씩 올릴 수 있는 원인은 애초에 저 열원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레녹이 주위 공방의 풍경을 쭉 돌아보았다.
“지금 공방의 모습을 보면 네 갈래 벽 곳곳에 화로가 하나 더 설치되어 있지만, 유달리 북향 쪽에만 벽 하나에 두 화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건…….”
“화로를 더 설치할 것을 염두에 두었다면 처음부터 공방의 벽을 늘리거나 구조를 바꿔 건축을 했겠지요. 이는 모종의 사정으로 급하게 화로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증거.”
레녹이 말했다.
“화로가 네 개일 때는 공방의 온도가 조금씩 내려가다가, 다섯 개로 늘어난 지금에 와서는 점차 상승하고 있는 이유. 그 변화에 비밀이 숨어 있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겁니다.”
“……화로의 개수에 의한 변화는 우리도 잘 알고 있었다.”
사이버드가 대답했다.
“하지만 화로를 하나 끄고 네 개의 화로만을 작동시켜도 공방 내부 온도는 전혀 내려가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는 화로가 아니라 공방의 다른 부분에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던 것인데…….”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화로의 개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화로가 네 개에서 다섯 개로 늘어나는 사이에 있었던 시간의 변화. 그 차이가 공방의 온도를 바꾸고 있었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화로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불길 속으로 손을 뻗으며 레녹이 말했다.
“그건 처음부터 물리적인 방식으로는 화로 내부 온도가 오르는 원인을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자, 잠깐……!!”
“슬슬 기어 나올 때가 됐는데…… 여기 있군.”
맨손으로 불길 속에 손을 집어넣는 레녹의 모습에 사이버드가 당황한 기색으로 손을 뻗은 그 순간.
화악!!
레녹이 거침없이 불길 안쪽에서 무언가를 쥐고 그대로 휙 잡아 빼 버렸다.
철퍽!!
화로 안쪽에서 붙잡혀 끌려 나온 그 순간, 레녹의 손안에서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발버둥 치는 길쭉한 동체.
그제서야 그 모습을 비로소 육안으로 확인한 다른 장인들의 두 눈이 찢어져라 크게 뜨여졌다.
“저, 저건……!!!”
[쉬싯, 쉬시시시싯!!!]혀를 날름거리면서 다리를 파닥거리는 비늘 달린 도마뱀.
도마뱀의 몸을 이루는 비늘은 타오르는 불길로 이뤄져 있고, 꼬리 끝에서도 새파란 불길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다.
명확하게 형태가 잡힌 채 존재한다기보다는, 영체와 속성에 가까운 본질.
뒤늦게 도마뱀의 정체를 알아차린 사이버드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정령.”
“그렇습니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도마뱀의 꼬리를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불의 속성을 지니고 태어난 정령. 강한 불길 속에서 태어나 열기와 불꽃을 먹이로 먹고 자라난다고 하죠.”
“…….”
“특히 이런 도마뱀의 형태를 띤 정령은 감각이 둔하고 식탐이 강해서, 앉은 자리에서 꽤 많은 먹이를 먹어치우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그랬던 거였어…….”
지금 이 모든 사태의 원인과 그 동기를 이해한 사이버드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보얀이 정령술사가 되었던 거였군.”
“스승님…….”
“아마 보얀은 다섯 번째 화로가 지어지기 전에 정령을 손에 넣었을 겁니다. 하지만 식탐이 강한 정령을 통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먹이를 주어야 할지 알 수 없었겠죠.”
보얀이 힘없이 사이버드를 바라보았지만, 레녹은 그런 보얀의 눈길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기껏 손에 넣은 이 정령을 버리는 대신, 공방의 화로 속에 키우기로 했던 겁니다.”
불길 속에서 벗어나 한참을 파닥거리던 도마뱀이, 어느새 힘이 다 빠진 듯 축 늘어진 채 혀를 빼물고 있었다.
“처음에는 화로 속에 몰래 숨어서 야금야금 열기를 잡아먹기만 할 뿐이었겠죠.”
레녹은 그런 도마뱀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덩치가 커지면서 정령 스스로가 내뿜는 힘이 강해지기 시작하자, 화로의 열기까지 덩달아 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화로를 하나 정지시킨 뒤에도 공방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았던 건가…….”
불의 정령이 어릴 때는 주위의 열기를 잡아먹기만 했기 때문에 화로의 온도가 조금씩 낮아졌을 터.
하지만 정령이 점차 성장하며 힘을 키우고, 먹은 것 이상의 열기를 내뿜기 시작하자 화로의 온도가 반대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섯 개로 늘린 화로들 중 하나를 멈춰도, 이미 정령의 힘만으로 공방의 온도가 계속 오를 지경이었을 터.
다른 장인들 역시 레녹의 설명을 곧바로 이해한 듯, 동요한 기색으로 입매를 꿈틀거렸다.
“말도 안 돼…….”
“대체 어떻게 이 도시에서 정령이 문제였다고 생각할 수 있던 거냐.”
“처음 설명을 들을 때부터, 화로의 개수가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레녹이 대답했다.
“시기에 따라 온도가 내렸다가, 그 이후로는 쭉 오르기만 했다면 그건 공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축 늘어진 정령을 보얀의 앞에 던져주자, 보얀이 도마뱀의 몸통을 소중히 들어 껴안았다.
적의 어린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보얀의 시선을 마주한 레녹이 웃었다.
“화로 안에서 살 수 있고, 또 살아야만 하는 존재가 그리 많지는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