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riter in the Corner of the Room RAW novel - Chapter 104
104. 변화. (3).
“유진아, 총 몇 명이라고 했지?”
“5,000명 정도….”
“지금이라도 심사위원 안 한다고 하면 안 되겠지?”
“네…. 이미 심지영 배우랑 박준호 배우, 김지현 배우 등 이미 각 배우들이 심사위원으로 섭외되었으니까요…. 작가님만 빠지면 오히려 곤란해지지 않을까요?”
“그래, 대충 10팀으로 나누면 500명만 보면 되니까…. 힘내자. 하하.”
김시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오디션장으로 향하는 와중 누군가 뒤에서 김시우를 불렀다.
“김시우 작가님!”
“지현 씨.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뒤에서 김시우를 부른 사람은 바로 배우 김지현이었다.
“작가님이 불러주시면 어디든 가야죠. 그보다 잘 지내셨어요?”
“저야, 뭐 그냥 평범하게 지내죠.”
김지현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의 연기를 발전시켜 가고 있었고, 20대 여배우들 중에서 손에 꼽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종종 차가운 표정으로 인해 인성 논란 기사가 올라오지만, 김시우와 그녀의 팬들은 그녀는 그저 자기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회사 옮겼다고 얘기는 들었어요.”
“아…. 가능하면 저도 작가님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나중에 정말로 기획사를 차리게 되면 그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말이죠?”
“그럼요. 이런 거로는 거짓말 안 합니다.”
매번 그녀에게 도움을 받는 김시우는 이제 예전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있었다.
김지현도 그날 이후 김시우에게 작품에 출현시켜 달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오히려 매번 먼저 도와주며 약속대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김시우 역시 알고 있었다.
“아무튼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저만 믿으세요.”
이후 김지현 말고도 여러 배우와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오디션을 통해 뽑는 기준은 총 5가지였다.
외모, 연기력, 잠재력, 간절함, 인성.
이렇게 총 5가지를 보는데 사실 인성이나 잠재력, 간절함 이 세 가지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람을 보는 눈과 감이 중요한 것.
그래서 눈치가 빠른 배우들을 섭외한 것이었다.
“누가 뽑힐지 기대가 되네…. 자, 시작하자.”
“네. 1번부터 5번 참가자 들어와 주세요.”
이유진의 말에 시우 필름 소속의 스태프가 참가자들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럼 1번부터 자기소개를 한 뒤 준비한 연기 1분.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1번 참가자의 자기소개와 연기가 시작되었고, 포부까지 이야기하는 것을 마치자 김시우는 미리 준비해 둔 질문 중 적절한 질문을 골라 1번 참가자에게 물었다.
“1번 참가자는 만약 시우 필름에 들어왔는데 단역만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네? 글쎄요…. 아마 포기하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2번 참가자 준비해주세요.”
이런 방식으로 오디션을 보는 데 총 10시간이 걸렸다.
아침에 시작해 늦은 저녁에 끝이 났다.
“어우…. 당 떨어져….”
1차 오디션에서만 4,500명을 떨어뜨렸고, 나머지 500명 중에서 또 480명을 떨어뜨려야 한다.
“500명…. 어? 유진아 이리 와봐.”
“네? 아…. 네! 작가님.”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 김시우가 이유진을 불러 그녀에게 생각난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거 좋은 방법 같은데요?”
“그렇지? 당장 실행하자고.”
“네! 작가님.”
김시우가 생각한 것은 바로 초대형 서바이벌 오디션이었다.
***
보름이 지나고 1차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들은 한 장소에 모여있었다.
“아…. 여기가 어디야. 날도 더워죽겠는데….”
“불만이면 포기하고 집에 가든가 애처럼 찡찡대고 지랄이야.”
“뭐 이 새끼야? 말 다 했어?”
“싸우지 말자. 이제 곧 알게 되겠지.”
산 중턱에 있는 한 건물.
그리고 그곳의 운동장에 500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신원확인하고 안쪽으로 들여보내자.”
“네, 작가님.”
모두가 더운 운동장 위에 서 있을 때 단상 위에 올라가 있던 김시우는 스태프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김시우의 지시에 스태프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자. 확인되신 분은 안쪽 건물로 들어가 주십시오.”
합격자 신원확인이 된 사람들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들어온 오디션 1차 합격자들은 각자 손에 종이를 하나씩 쥐고 있었다.
“이게 뭐지? 읽어 보라고 하던데.”
건물 안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그 종이의 정체는 바로 계약서였다.
“출연 계약서?”
종이에는 너튜브 출연 계약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종이를 다 읽어 갈 때쯤 앞쪽에서 마이크를 든 남자.
김시우가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작가 김시우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손에는 너튜브 출연 계약서가 쥐어져 있을 겁니다. 저는 이번 오디션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여러분들도 동의하시겠죠? 여러 기획사들에 스스로를 어필할 좋은 기회이니까요. 물론 이렇게까지 해서 들어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은 포기하시고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건물 밖에 돌아가는 버스가 있으니 바로 가시면 됩니다. 지금 돌아가시면 참가비를 드리겠습니다.”
김시우의 말에 돌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우 또는 배우 지망생이라면 시우 필름.
아니, 김시우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기에 이런 큰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 너튜브 촬영에서 눈에 띈다면 기획사의 눈에 들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니 모두 오디션에 계속 참가하신다는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궁금하신 것은 앞쪽의 변호사들에게 여쭈어보시면 됩니다. 모든 참가자의 사인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숙소 배정을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들이 하나둘 사인을 마치고 정해진 숙소로 이동했다.
마지막 참가자까지 사인을 마치자 김시우를 비롯해 시우 필름의 사람들이 모였다.
“다들 카메라 잘 돌리고…. 그래도 이번에 CBS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다행이야. 우리끼리만 준비했으면 조금 벅찼을지도 몰라.”
김시우는 CBS에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 PD에게 조언을 구하고 방송국에서 일하다 퇴사하고 프리랜서가 된 사람들까지 소개받았다.
“그러니까요. 그보다 용케 집으로 간다는 사람이 없네요…. 한 명쯤은 돌아가야 편집할 때 편한데….”
“그만큼 다들 진심인 거겠지. 아니면 자신이 있다거나.”
“조만간 큰일 나겠네요.”
“그렇겠지?”
김시우와 이유진 그리고 그곳에 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디션 참가자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다들 모이셨습니까?”
“네!”
참가자들의 대답이 울려 퍼졌고, 김시우는 흡족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5명씩 조를 만드세요. 총 100조. 만드는 순서대로 1팀으로 부르겠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만들지 못 할 경우 임의로 만들겠습니다. 제한 시간 20분 시작!”
김시우의 외침에 배우들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서둘러 서로에게 질문을 하며 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 사이도 있어 남들이 조원을 구하러 다닐 때 그에 앞서 조를 완성하기도 했다.
“흐음…. 같은 학교 친구들인가? 벌써 조를 만들었네?”
“친구들이랑 하면 확실히 호흡은 잘 맞겠네요.”
“과연 그럴까…?”
20분이 지나자 아슬아슬하게 모든 조가 완성되었다.
“모든 조가 만들어졌군요. 자…. 첫 번째 대결입니다. 10조씩 나누어 대결하겠습니다. 생존은 50%. 대결 종목은 앞에 있는 대본으로 연기하는 것입니다. 대본을 고를 수도 싸울 조를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순서대로 1조에서 10조는 1번 대본. 11조부터 20조까지는 2번 대본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서바이벌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대본 나눠주세요.”
어느새 각 조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대본이 쥐어졌다.
“내일 아침 7시. 동시에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해산.”
참가자들은 각자 대본을 들고 회의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강당에서, 누군가는 방에서, 누군가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호오…. 저기는 벌써 시작했네?”
그리고 눈에 띄는 몇몇 조가 있었다.
그들은 그 짧은 시간에 배역을 나누었는지 벌써 대사를 맞추기까지 했다.
“아무튼 우리도 회의하게 촬영은 카메라맨한테 맡기고 다들 방으로 와.”
“네, 작가님.”
김시우를 따라 강당 옆 작은 방에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 촬영은 저들뿐만이 아니라 너희들한테도 큰 기회인 거 알지?”
“네!”
“너희들은 심사위원이자 멘토로 나갈 거야. 거기서 너희들의 실력을 보여줘. 카메라맨, 스태프들은 우리 편이니까 편집은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만약 저 친구들 앞에서 쫀다면 나는 정말 실망할 거야. 그러니까 잘하자.”
“네! 작가님.”
“자, 그러면 배우들은 조금 쉬다가 각자 맡은 조 둘러보면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조들 도와주러 가고. 스태프들은 회의 준비하자.”
배우들은 밖으로 나갔고, 방안에는 김시우와 이유진을 비롯해 스태프들이 남았다.
“일단 500명인 이상 모두에게 포커스를 맞출 수는 없어. 이곳에도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어. 드라마랑 크게 다를 게 없어. 다만 저들은 위치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거지.”
이유진과 스태프들은 돌아가면서 집중해서 촬영할 참가자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일단 친구들끼리 다 같이 나온 5명의 참가자.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은 40대 참가자.
아역배우로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학교에 다니는 참가자.
등등 개성 있는 참가자들이 많아 고르는 것 자체는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작가님. 정말 시청자 투표나 실시간 방송은 하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어. 어차피 시우 필름에서 연기할 배우를 찾는 건데 시청자들의 의견이 크게 필요하다고는 생각 안 해. 그리고 생방송은 변수가 너무 많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계속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문이 거칠게 열리며 스태프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쾅!
“작가님. 큰일 났습니다. 싸움이 났는데요?”
“주먹질?”
“아뇨. 아직은 말싸움이긴 한데 그 수위가 너무 심해서….”
“하아…. 알겠어. 봤지? 이래서 생방송은 변수가 너무 많아. 한두 명도 아니고 500명이니까.”
김시우가 스태프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자 한쪽에서 심한 욕설이 들려왔고, 김시우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하아…. 카메라로 찍힌다는 걸 까먹은 건가?”
주변 사람들이 싸우는 두 사람을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김시우가 그 사이로 들어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두 분 다 적당히 하시죠? 편집 안 하고 그대로 내보내기 전에…. 그럼 업계에서 매장당할지도 모르는데….”
김시우의 싸늘한 목소리와 이어진 팩트에 두 사람이 입을 꾹 닫았다.
“싸울 거면 적어도 욕은 하지 말고 싸웁시다. 언성 올리는 거 가지고는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네….”
김시우의 싸늘한 목소리와 시선에 싸우던 두 사람이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이후 김시우는 단상 위에 올라가 건물 안에 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설계된 스피커와 연결된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여러분. 주연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건 좋은데 우리 욕은 하지 맙시다. 정 결론이 안 나면 서로 연기로 대결하시든지 아니면 투표로 하시든지 하시고. 저희도 가능하면 여러분들 나락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래도 상관없으면 한번 해보세요. 악마의 편집이 아닌 무편집으로 내보내 드릴게요. 하하.”
김시우가 말을 마치고 사라지자 사람들은 각자 세워둔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싸움으로 일단 시선을 끌어 인지도를 올릴지…. 아니면 정석대로 착한 이미지로 밀어붙일지.
전자는 분량을 채워 인지도를 쉽게 끌어올릴 수 있지만 오히려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었고, 후자는 편집으로 너튜브 영상에 나오지 못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서바이벌 오디션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