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승부의 세계 (3)
“잠깐만, 저희 지금 같은 생각하는 거, 맞죠?”
황유나가 흥분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맞잖아요, 그쵸?”
“설레발치지 마. 추측으로 기사 쓰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연예부 기자 하지.”
애써 침착하려는 우성림.
그러나 그 또한 눈이 광기에 휩싸이는 건 마찬가지다.
하던 일을 끝마친 그의 손이 재빨리 마우스를 달칵거리자, 모니터에 미국 마스크 스타 숏클립 영상이 떴다.
곧이어 노란 호랑나비 의상을 입은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결승전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황유나와 나란히 영상 속 무대에 집중하는 이때.
그들은 무대를 감상하기보다,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듯 눈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가 한태주와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그의 춤 선과 몸짓이 한태주를 연상시키지 않는지.
아예 황유나는 핸드폰으로 폴라리스의 뮤비에서 활약했던 태주의 영상을 틀어놓고 비교 분석하는 중이었다.
약 3분 후,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무대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 이때.
황유나와 우성림은 누가 뭐랄 것 없이 영상을 처음으로 되돌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이 빠질 듯 영상에 집중한 건 덤이다.
그렇게 몇 번을 영상을 보고, 또 보았을까.
그런 그들의 등을 치는 사람이 있었으니.
“너희 저녁도 안 먹고 뭐 하는 거야? 성림이 너, 아무리 일이 급해도 유나 밥은 먹여야지.”
홍은지의 기습에 우성림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것만 해결하고 밥 먹으러 가려고 했어요.”
“그래? 뭔데?”
“선배도 이거 보셨죠? 미국판 마스크 스타.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가왕이 되었잖아요. 그런데 이 남자,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에요.”
관심을 가진 홍은지도 아예 의자를 끌고 그 옆에 앉은 이때.
“사실 나도 이 건에 관심 가지고 있었어. 기사도 쓰려고.”
“아, 선배! 이거 유나한테 준다고 제가 몇 번이고 말씀드렸는데.”
“농담이야, 농담. 그래도 ‘미스터 버터플라이’ 정체는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거 아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니까.”
“그럼 같이 고민해봐요, 선배님.”
눈을 반짝이던 황유나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제가 보기에 ‘미스터 버터플라이’, 한국계 스타인 건 분명해요. 결승전에서 부른 폴라리스 노래 발음이 너무나도 정확하거든요.”
“그런데 3분짜리 노래는 연습하면 발음을 정확히 낼 수 있는 거 아닌가?”
“홍 선배, 지난 달에 ‘마스크 스타’ 한국판에 록밴드 보컬인 에릭 존스 나온 거 안 보셨어요? 그분이 록발라드 불렀는데 다들 외국인이다, 미국 교포다, 했었잖아요.”
불과 한 달 전 있었던 사례에 홍은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하긴, 발음이 그리 쉽게 극복되는 게 아니긴 하지. 그런데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영어 발음마저 완벽해. 정확히 말하면 동부식 발음이랄까?”
“뉴욕 출신의 한국인 교포일까요? 제니 박처럼?”
“지금까지는 그게 제일 신빙성 있는 의견인 것 같네.”
깊이 생각하던 홍은지가 황유나에게 불쑥 물었다.
“그런데 유나야, 요즘 태주 씨랑 연락하니?”
“네?”
“아니, 지금 태주 씨 미국에 있잖아. 거기서 보고 듣는 게 있을 텐데, 혹시 우리가 쓸 소스가 있나 해서.”
“그 선배. 요즘 너무 바빠서 통 연락을 못 했어요. 미국 가서도 일만 하는 거 같더라고요.”
황유나가 예전에 태주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상기하며 말했다.
“칸 영화제가 코앞이라고 긴장한 것도 없고요.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느낌?”
“그래? 그럼 우리가 아는 스케줄 이외에 다른 거는 없는 건가?”
머릿속 한태주의 스케줄을 생각하던 우성림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런데 미국에 왜 그렇게 일찍 갔지? 처음 며칠이 비는데.”
“오늘은 영화 촬영하고, 어제는 드라마 리딩하고…… 그러네요?”
황유나와 우성림이 동그란 눈을 서로 마주쳤다.
“진짜 우리가 모르는 스케줄이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루이스 앤 모드’ 화보라도 찍었나?”
“그럼 우리가 알았겠죠?”
“그럼 도대체 뭔데?”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셋의 머리에 스친 한 가지 생각.
조금 전 우성림과 황유나가 생각한 추측이 홍은지의 머리에도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홍은지는 황유나와 우성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일단은 확실해질 때까지, 입 다물고 있는 걸로 하자. 그리고 성림이랑 유나. 이번에 칸 영화제 너희 둘이 다녀와. 국장님 허락도 받아 놨어.”
“감사합니다!”
몇 주간 홍은지에게 자신이 칸 영화제를 취재하겠다고 읍소한 우성림.
홍은지는 열정적인 후배에게 큰 건을 맡기며 당부했다.
“대신, 이번에 기깔나게 취재 잘해와야 해. 칸 영화제는 단순히 상 주는 자리가 아닌, 전 세계 영화계 거물들이 전부 모이는 만남의 장인 거 알지?”
“당연히 알죠. 그곳에서 한태주 씨가 어떤 거물들과 대화를 나누는지, 어떤 프로젝트가 거론되는지, 다 취재해 오겠습니다.”
우성림이 황유나와 든든한 눈빛을 나누었다.
“분명 대박 사건을 건질 겁니다!”
* * *
동시각, 뉴욕.
미국 인터넷 연예지를 훑어보던 알렉스는 씩 웃었다.
한국 언론은 물론, 미국 언론에도 한태주가 AAA와 계약했다는 것이 공표된 것이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해. 한태주는 우리 식구라고.”
알렉스는 활짝 웃는 얼굴로 옆에 있던 직원들을 바라봤다.
“으하하하!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야. 한태주를 손에 넣었다고!”
“그렇지만 대표님. 아무리 한태주가 아시아 슈퍼스타에, ‘데스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도약했다지만, 전속 계약 조건을 너무 후하게 해주신 것 아닌가요?”
옆에 있던 직원이 내심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7대 3이라뇨. 이건 디에고 같은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톱스타들이나 맺는 계약 단위입니다.”
“디에고가 추천한 배우잖아.”
알렉스가 눈을 찡긋했다.
“내 눈은 못 믿어도, 디에고 눈은 믿거든.”
“그래서 미첼 커티스도 영입하신 거였고요? 유튜브 스타였던 그 열다섯 살 꼬맹이를?”
“그래.”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튜브 스타였던 15살짜리 소년을 과감하게 영입한 건 디에고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는 20년 지기 친구로 못 할 말 할 말 다 하는 사이.
디에고는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
그가 고른 미첼 커티스는 지금, 신곡을 내기만 하면 빌보드 1위를 휩쓸어 버릴 정도로 성장했다.
그럼 그가 찍은 한태주는 오죽하겠는가.
더욱이 한태주는 ‘데스 게임’으로 이미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했다.
이름을 알렸고, 이제 미국에서도 차차 그의 작업물이 하나둘씩 진행 중이다.
물론 세상은 이미 한태주를 주목하고 있다.
당장 한 달 후,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오락영화 ‘탈출’이 개봉한다.
그러나 알렉스는 한태주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노리고 있었다.
“한태주가 미국 시장에는 이미 진출한 셈이잖아. 안 그래?”
“맞습니다. 앤디 피셔 감독과 한태주가 협업한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지금은 장편영화를 찍고 있죠.”
“지금 물밑에서 그 영화 소문 장난 아니야. 한태주랑 디에고의 연기 합이 굉장하다면서.”
끄덕.
직원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미국 진출작 드라마도 순조롭게 결정했습니다. ATC에서 제작, 방영하는 ‘웜 데드’요.”
“아, 로저 싱클레어가 ‘영스터 뮤지컬’ 대신 선택했다던 그 드라마? 아무튼 한태주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마성의 힘이 있는 거 같아. 디에고도 그렇고, 로저도 그렇고.”
“분명 매력적인 배우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 매력이 미국 시장에서도 통할까요? 아니, 당장 칸 영화제에서는요?”
직원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삼켰다.
칸 영화제에서 상을 탄 외국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경우도.
한국에서 톱스타인 배우가 국외 영화제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태주에게 기대하는 것만큼, 외국에서 그를 알아주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휩쓴 이때.
알렉스는 씩 웃으며 확신했다.
“한태주의 수확기는 계절을 따지지 않을 거야. 씨를 빨리 뿌리면 뿌릴수록, 열매가 열리는 것도 빨라질 거라고.”
알렉스는 얼마 전 만났던 디에고 크루즈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식사 내내 한태주 얘기만 했었다.
함께 작품을 찍을 때면 그의 잘생긴 외모와 젊은 나이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작품 속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된 그 인물의 삶만 보여서,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고 말이다.
그때를 회상하던 알렉스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확신했다.
“배우로서의 한태주 대관식은, 아마 칸 영화제부터일 거야. 그러니 우리는 황제의 이후 행보를 잘 계획해둬야지. 더한 영광을 누려야 하니까.”
* * *
다음 날.
태주는 ATC 방송국을 방문했다.
그가 캐스팅된 드라마 ‘웜 데드’의 배우들과 제작진들 미팅을 위해서였다.
태주는 바짝 긴장해 있었다.
[영어 잘만하는구만, 웬 긴장이야?]‘오늘 이곳에서 저는 영어 잘하는 한국인 배우가 아니라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태주의 결연한 태도에 이중협은 혀를 찼다.
[하여튼 저 녀석은 우리가 자기한테 기대하는 그 이상을 내다본다니까. 하긴, 보다 나은 연기를 추구하는 덕분에 늘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 테지만.]수십 명은 족히 들어갈 듯한 회의실 안에는 커다란 원탁 테이블이 자리해 있었다.
그곳에서 그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제작진들이 그를 마주했다.
“한태주다!”
“화면보다 잘생긴 것 같아. 어쩜 실물이 저렇게 잘생겼니?”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데스 게임’에서는 살을 뺀 모습이었던 건가?”
그 사이 박인우는 이미 감독과 손을 잡고 활발하게 인사 중이었다.
태주도 감독과 굳건한 악수를 하였다.
곧이어 스태프들을 둘러보았는데, 어떤 사람은 두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긴장한 듯 자신을 힐끔거리기만 했다.
긴장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 태주는 그만 씩 웃어버렸다.
“앞으로 저하고 몇 개월간 작품으로 같이 소통하셔야 할 분들이, 이렇게 긴장하시면 어떡해요.”
“그렇지, 왜 이렇게 다들 굳어 있어? 친구처럼 대해 줘, 태주 씨!”
감독이 재밌다는 듯 웃는 소리에 다른 스태프들도 덩달아 긴장이 풀려 버렸다.
‘데스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한태주에게, 그들은 막연한 동경과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걸 태주가 깨 주었다.
“역시 미스터 박이 말한 대로네. 태주 씨가 참 위트 있네!”
“제 말을 뭐로 들으신 겁니까, 감독님. 제가 분명 그랬잖아요.”
박인우가 태주를 자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우리 태주,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라고요.”
* * *
얼마 후.
제작진과의 상견례가 끝나자 곧이어 다른 배우들이 도착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스 게임’을 너무 재밌게 봐서 태주 씨가 나온 다른 작품들도 찾아봤어요. 영화 ‘광대’가 아주 인상적이던걸요?”
“난 ‘그림자 무사’. 거기서 태주 씨 엄청 멋있게 나오더라고.”
손목시계를 연신 쳐다보던 감독이 한태주를 쓱 쳐다보았다.
여러 배우와 인사를 나누던 그는 넉살 좋게 주변과 어울렸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순간.
다른 배우들과도 인사를 나눠야 할 때가 올 텐데, 하필이면 태주와 공동 주연인 로저 싱클레어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도대체 로저는 언제 온대?”
“매니저한테 조금 전에 전화 왔었는데, 차가 막혀서 30분쯤 늦는다고 했어요.”
태주와 눈이 마주친 감독이 당황스러운 얼굴을 재빨리 돌렸다.
난감해진 그가 동료들에게 속삭였다.
“자존심 싸움하느라 일부러 늦는 게 분명해, 그놈의 자식! 하, 오늘 간단히 대본도 맞춰 보려고 했는데 늦으면 어떻게 해!”
귀신 보는 배우님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