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Crime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폭탄마. 이제 약속 한 것을 해 주마.”
폭탄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태성 그룹에 직접 복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엔 그들이 한 일을 폭로하는 것으로 모두 심판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착각이었다.
처음에는 연구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은폐한 태성 그룹을 욕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다.
인터넷 상에선 태성 그룹에서 만든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덤으로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갱신해 일주 일만에 수백억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구속당해 모든 것은 폭탄마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폭탄마는 한국이 얼마나 대기업 위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 연구원 한 명이 자살한 이후, 모든 책임은 그의 것이 되었지. 정말 말 그대로 흐지부지 끝났어.”
폭탄마는 허탈하다는 듯 말했다.
-10분도 되지 않아 헤드라인은 연예계 스캔들 같은 것으로 채워지더군요. 그런 큰 사건을 그렇게 간단히 묻어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되니까.”
-후후······ 그렇습니까? 그럼 저희가 이러는 것도 한국이니까 그런 것이겠군요.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달칵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이 만든 폭탄이라도 만지고 있는 것일까.
폭탄마는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감정이 거세된 것처럼 행동했다.
태성 연구소 이야기를 할 때만 그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목표를 파괴하기 위한 살아가는 폭탄 그 자체.
“우선 한 가지 확실해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무엇을 말입니까?
“네가 복수하고 싶은 대상.”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물음이었다.
단순히 그의 가족을 죽인 당사자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라면 간단하다.
그들에게 직접 약, 또는 바이러스를 주사한 사람을 찾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폭탄마는 그 정도로는 만족 할 수 없었다.
폭탄마가 복수해야 할 대상은 연구소를 운영하는 태성 그룹 그 자체인 셈이니까.
-우선, ···아내와 딸에게 실험을 하라고 명령을 내린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
-그리고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 태성 그룹 그 자체를 박살내고 싶습니다.
“그것도 그리 어렵지 않지.”
폭탄마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정녕 그것이 가능합니까? 아무리 팬텀이 대단하다고 해도 혼자서 대기업 그 자체와 싸워야 하는 겁니다.
“흐흐, 걱정하지 마라. 나는 약속 한 것은 반드시 지키니까.”
마침 왕으로 승급하며 얻은 능력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겸사겸사 잘 된 일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태혁은 폭탄마에게 연구소와 싸울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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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TV프로그램이라도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태성 그룹 광고를 봐야 할 정도였다.
그만큼 태성 그룹이 매스컴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했다.
“결국 한두 명 죽은 것 정도론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태혁은 태성 그룹 송원진 사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를 처음 본 것은 데스 서커스의 관람석에서였다.
사자가면을 쓴 채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후엔 폭탄마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용케 태성 그룹으로 복귀했다는 것 같다.
그 소식을 들은 태혁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태성 연구소 사건이야 그렇다고 쳐도. 데스 서커스 사건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빠져 나왔지? 그건 검찰 쪽에 인맥이 없으면 불가능 한 일인데······.”
태성 그룹의 뒤에 야쿠자의 지원이 붙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잠깐만. 그렇다는 것은······.”
태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래의 정보와 팬텀으로 활동하며 얻은 사실들을 조합해 보았다.
그러자 어떠한 충격적인 사실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야쿠자의 손길이 검찰에까지 미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소리군. 그것도 제법 고위층에 말이야.”
자세한 것은 털어보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해졌다.
우선은 정보 수집이다.
목표는 태성 이화학 연구소.
국내에 있는 몇 안 되는 자연과학의 종합 연구소였다.
물리학, 공학, 화학, 계산과학, 생물학, 의료 등 실생활에 밀접한 것들이 연구되고 있다.
원래는 태성 연구단지 내부에 있었지만 괴질사건 이후 위치를 옮긴 상태였다.
“그래, 사자를 잡으려면 사자굴로 가야지.”
태혁은 입술을 핥았다.
가고 싶다고 내비게이션 찍고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그렇다면 마피아들과 싸울 때처럼 태성 그룹 소속 연구소들을 전부 박살내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때는 한국에서 몰아내는 것이 목적이니 그런 방식이 가능했을 뿐이었다.
“괜히 곰굴 여우굴 돌아다니다 보면 정작 중요한 사자가 도망 칠 수 있으니까.”
어? 사자라면 마침 비슷한 녀석을 알고 있잖아?
태혁의 뇌리에 문득 아주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
그리고 태성 화학 본사로 향했다.
연구소와는 달리 택시만 타도 아주 쉽게 갈 수 있었다.
근처 화장실로 들어가 조마경을 꺼냈다.
‘그럼 어디 변신의 위력을 시험해 볼까?’
그리고 왕으로 승급한 이후 새롭게 익힌 스킬을 발동시켰다.
‘역시 스파이는 미모의 여자가 해야 어울리는 법 아니겠어.’
어느새 그곳에 있는 것은 20대 초반의 앳되어 보이는 신입 여기자였다.
밝은 금발에 숏커트,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화장 때문에 풋풋한 느낌이 들었다.
입고 있는 옷은 그대로였기에 가죽 재킷이 헐렁했다.
“어머, 옷을 바꾸는 걸 깜빡 했네요? 아하하······.”
목소리나 말투까지 완벽하게 여성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따로 변조를 쓸 필요도 없었다.
위조를 사용하자 가죽 재킷과 스키니 진이 단정한 여성용 정장으로 바뀌었다.
목에는 대기업에 출입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통행증이 걸려 있었다.
태혁은 거울을 보며 최대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 보았다.
이거로 어디까지 통할지는 모르지만 우선 부딪쳐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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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답게 고층 빌딩 전체가 태성 화학 본사였다.
문을 열고 데스크로 다가가자 안내양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아! 지, 지금 오후 2시 맞죠?”
“예, 맞습니다만.”
“다, 다행이다······. 오늘 임원분이랑 인터뷰 약속이 있어서요······. 그런데 제가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너무 늦게 출발해서 엄청 서둘러 왔는데······.”
“그, 그러시군요. 고생 많으셨어요.”
태혁은 일부러 옷도 지저분하게 헝클어 틀어 놓았고 머리도 부스스 하게 만들었다.
누가 봐도 지각 때문에 급히 온 티가 역력한 모습.
안내양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출입증을 보여주시겠어요?”
태혁은 목에 차고 있는 것들을 꺼내 내밀었다.
태성 화학 관련 기사에 이름이 적혀 있는 불쌍한 녀석에게서 털어 온 물건이었다.
덤으로 그녀의 모습까지 조마경에 등록 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확인 완료 했습니다. 저번에 오신 적 있으신가요? 아이디가 등록 되어 있으시네요.”
“그,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분을 만나러 오셨나요? 미리 약속은 하셨어요?”
태혁은 최대한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게······ 서, 선배가······.”
“당황하지 마시고 누구인지 천천히 말씀 해 주시겠어요?”
안내양은 동정어린 눈동자로 신입 기자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낯을 가려서 어떻게 인터뷰를 한다는 것일까.
그녀의 뇌리에 신입 사원 시절의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비록 같은 직장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 선배답게 새내기를 잘 보듬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부, 분명 송원진 사장님이랑 인터뷰를······.”
“사, 사장님이랑요?!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안내양의 눈이 커졌다.
신입 기자가 인터뷰를 하기엔 너무 거물이었다.
그녀 또한 사장님을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였다.
“예······. 아마 맞을 거예요······.”
“이, 일단 비서실에 전화해서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가, 감사해요.”
안내양은 잠시 고민했다.
태성 화학 송원진 사장은 모종의 스캔들에 휘말리는 바람에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 거처는 직속 부하 몇 명만이 알고 있을 정도로 비밀리에 취급되고 있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그런데 명백히 신입 기자로 보이는 여자가 사장을 찾는 것이다.
평소라면 안 계신다고 바로 돌려보냈을 테지만 그래서야 너무 매몰차 보이지 않겠는가.
어차피 거절 할 것은 뻔했지만 뭔가 연락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안내양은 인터폰으로 비서실에 연락을 한 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실장님 소희예요. 혹시 ······과 인터뷰를 하러······.”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뭐야! 그런 것 가지고 내가 일일이 연락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리고 뭐 신입 기자? 방송국장이 와도 돌려보내!
“예······. 죄, 죄송합니다.”
-끊는다. 또 이런 일로 연락하면 인사고과에 반영 할 거다.
“······.”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심정으로 안내양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사장님이 안 계신 듯 하네요.”
“저, 저 때문에 엄청 혼나신 것 아니에요?”
“들리셨어요? 아하하! 괜찮습니다. 원래 이래요.”
태혁은 눈을 빛내며 안내양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후배를 잘 챙기고 친절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상대를 골라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나 예상한대로 움직여 주었다.
태혁은 친절한 안내양과 적당히 이야기를 끝낸 후 자리를 떴다.
‘역시 정보를 얻는 데는 미인계가 최고라니까.’
어리바리한 신입 기자 행세를 한 것으로 상대를 완벽하게 방심 시킬 수 있었다.
애초에 신입 기자 이름을 판 것 정도로 송원진 사장과 직접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애초에 송원진 사장이 어디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거든.’
태혁은 안내양이 비서실에 통화를 시작한 직후 바로 범죄스킬 염탐을 발동시켰다.
으로 승급한 이후 전보다 염탐 스킬로 훨씬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수화기가 어디로 연결되었는지 같은 것 까지 말이야.’
아무런 장비 없이 통화 추적이 가능한 것이다.
귀족 때는 인연치를 소모하거나 특정한 조건을 만족해야 스킬의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왕으로 승급하자 모든 범죄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덤으로 태혁의 심리 상태는 더욱 사이코패스 범죄자 같이 변했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다.
‘안내양이 통화한 장소는 이 빌딩 7층. 그곳에 송원진 사장의 행방을 아는 놈들이 있다.’
화장실을 가는 척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버튼이 6층 까지 밖에 없었다.
“VIP전용이 따로 있는 모양이군.”
염탐과 모작을 사용했다.
그러자 눈앞에 빌딩 전체의 설계도가 떠올랐다.
그곳에 지금부터 가야 할 비서실이 빨간색 점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FPS 게임의 월드 맵이라도 보는 것 같았다.
이제는 종이에 설계도를 그릴 필요도 없다는 것일까?
그런데 맵에 처음 보는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태혁은 피식 웃었다.
“정말 게임이랑 똑같군. 이것도 왕으로 승급하면서 얻은 새로운 능력인가?”
지금도 태혁의 왼쪽 속주머니 안에는 조마경이 들어 있었다.
애초에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제 명령까지 내리고 있는 것이다.
“뭐, 편의 기능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맵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경호실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태혁은 일부러 아주 당당하게 복도를 걸었다.
괜히 은밀하게 행동한다며 수상한 느낌을 줄 필요는 없다.
“흐흐흐, 도착했군.”
오면서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시선을 피해 자연스럽게 걸어가자 그저 스치듯 지나 갈 수 있었다.
태혁은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신입 기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날뛰는 것도 그림이 될 것 같지만 여기선 그 사람이 되는 것이 좋겠군.”
우선 위조를 해제해 입고 있던 옷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간단하게 폭탄마 김태성으로 변신 할 수 있었다.
재킷 안에는 애용하는 가면이 들어 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오페라 가면.
“음. 이번엔 팬텀이 나설 차례가 아니니 이걸 쓰면 안 되지.”
대기업을 박살내는 일이다.
여기서는 팬텀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될 필요가 있었다.
태혁은 오페라 가면에 위조를 걸어 얼굴 전체를 덮는 해골 가면으로 바꾸었다.
“지금부터는 폭탄마다.”
(다음에 계속…)
—————–범죄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