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Crime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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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란은 평소보다 30분 늦게 퇴근했다.
항상 일하고 나면 남들이 하지 않는 뒷정리를 맡아서 했다. 그런데 오늘 따라 평소보다 양이 많았던 것이다.
‘동생들이 많이 기다리겠는데…….’
어두운 거리를 걸을 때면 그녀는 종종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자신은 부모 역할을 잘하고 있는 걸까.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있었지만 동생들에게 좋은 옷 한 벌 사줄 수 없었다.
“콜록!”
갑자기 기침이 나왔다. 공장에서 하루 종일 먼지를 먹으며 일했다.
게다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에서 살다보니 항상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래도 내일이면 월급날이니까. 삽겹살 파티를 하자!’
한 근 정도면 두 동생이 넉넉히 먹을 수 있으리라.
동생들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어, 저 사람은?’
골목길 사이로 익숙한 그림자가 있었다.
“으응, 태혁이니?”
“음, 어떻게 알았어?”
“누나는 다 알아.”
하란은 늦게 퇴근하는 자신을 위해 마중을 나와 준 동생을 보며 생긋 웃었다.
태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기다리다가 추워 죽는 줄 알았네. 빨리 가자.”
“그래! 많이 춥지?”
하란은 갑자기 태혁에게 달려가 팔짱을 꼈다.
[강탈을 사용했습니다.]
– 상대의 소지품을 훔치는데 실패 했습니다…….
“아, 또 여사님이 왜 이래.”
‘윽. 다행히 실패군.’
태혁은 고개를 반대로 돌렸지만 그리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겉옷을 벗어 하란에게 입혀 주었다.
하란은 생긋 웃었다.
큰 동생은 항상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가슴이 뜨거운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참. 이것 좀 써 봐.”
태혁은 눈가리개를 내밀었다.
하란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요즘 이런 취미가 생겼니?”
“……그런 거 아니고. 오늘이 누나 생일이잖아.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거든.”
“헤에……. 파티?”
하란의 눈이 반짝거렸다. 언제나 마음만은 소녀였다.
눈을 가리고 동생이 이끌어 주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집까지는 한참 남았을 텐데. 몇 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 왔다.”
하란은 천천히 눈가리개를 풀고 눈을 떴다.
“와. 집 좋다.”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집이었다. 넓은 거실에 방이 3개나 되었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소파와 샹들리에. 50인치는 되어 보이는 TV까지 있었다.
하란은 혹시나 싶어 물었다.
“생일 파티 때문에 친구 집을 빌린 거니?”
“아니. 우리 집인데?”
“……그게 무슨.”
“다들 기다리겠다. 들어가자.”
태혁은 하란의 손을 잡고 끌었다.
그리고 서하란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 왔다.
“생일 축하해 누나!”
“생일 축하드립니다!”
팡! 팡!
그리고 폭죽이 터졌다.
하란은 입을 가렸다.
너무 놀라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란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꿈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이 이쁘장한 방이었다.
프릴로 감싼 침대에 장식장.
항상 다락방에서 쪽잠을 자던 것을 생각하면 공주님이 된 기분이었다.
“태, 태민아! ……그리고 누구신가요.”
방 안에는 작은 동생인 태민과 그리고 고깔모자를 쓴 덩치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아. 저 쪽은 조강석 형이야. 이것저것 많이 도와줬어.”
태혁이 강석을 소개하자 하란은 허리를 숙여 인사 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태혁이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강동 경찰서 강력 2팀 조강석입니다.”
“형사세요……?”
태혁은 하란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동네 바보 형이야.”
“얘도 참.”
“저녁 안 드셨죠? 차린 것은 없지만 식기 전에 바로 드시죠.”
화려한 케이크와 소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다양한 과일로 만든 샐러드.
누가 만든 것인지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하란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볼을 꼬집어어보았다.
“아얏!”
다행히 꿈이 아니었다.
“태혁아. 도대체 무슨 일이니? 이 집은 도대체 뭐고.”
“아. 그건 말이야.”
태혁은 하란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이 아주 우연히 현상수배범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신고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현상금을 받게 되었다.
그 돈으로 누나에게 집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하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태혁의 볼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왔다.
“누, 누나. 너무 좋아서 그래?”
“그게 아니라! 현상수배범이라니! 도대체 어쩌고 다니는 거니! 위험하잖아! 응?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순간 태혁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넓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누나 동생이잖아.”
방 안에서 이야기를 엿들은 강석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하하. 누님. 너무 걱정 하실 것 없습니다. 태혁이 녀석. 아주 약삭빠른 녀석입니다. 미국 하렘가에 던져 놔도 살아 올 걸요.”
“……예에.”
하란은 이번엔 태혁의 귀를 잡고 속삭이듯 물었다.
“그럼 저 분이 담당 형사님?”
“응. 일주일 사이 완전 친해져서 친형 같아.”
“그렇구나.”
일행은 다시 모여 생일파티를 시작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누님. 이야기로 들은 것 보다 훨씬 아름다우십니다.”
“에에, 생일이라고 너무 띄워 주시지 마세요.”
“진심입니다.”
‘강석이형……! 너무 쉽게 반하잖아요!’
태혁은 머리가 아파졌다.
옆에서 쿨 하게 쥬스를 마시고 있던 태민이 갑자기 강석에게 다가갔다.
“조강석 형사님. 인터뷰 봤습니다. 정의에 대한 연설 멋있었습니다. 싸인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태민이도 반했어! 삼각관계다!’
강석은 껄껄 웃으며 자신을 형처럼 생각해 달라는 말과 함께 싸인을 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태민이 자식.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
이번에는 그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란이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당황한 태혁이 물었다.
“누, 누나. 왜 갑자기 우는 거야?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
“그, 그게 아니라……. 너무 행복해서. 가족이 함께 모여서 이런 좋은 집에 살게 되고……. 이 모든 게 다 꿈만 같이 느껴져…….”
“꿈 아니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셋이서 행복하게 살자.”
“으, 응.”
“태혁아, 왜 셋이냐. 나는?”
강석이 끼어들었다.
태혁은 귀찮은 벌레를 쫓는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형은 가족이 아니잖아요.”
“쳇.”
어느새 하란은 다시 웃기 시작했다.
강석이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의외로 가족들 사이에 쉽게 녹아 들어온 강석이었다.
태혁은 강석을 믿음직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런 사람도 참 흔치 않은데 말이야.’
지난 5일 동안 집을 알아보는 것부터 해서 가구를 사는 것까지. 팔을 걷고 도와주었다.
강석에게라면 믿고 가족을 맡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태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새로 이사를 온 집은 넓어서 세 가족이 각방을 쓸 수 있었다.
‘전셋집을 얻는데 1억. 가구를 맞추는 데 1500만원. 남은돈은 2천 정도구나.’
그것은 앞으로 활동하는데 군자금이 되어 줄 것이다.
태혁은 책상에 앉아 공책을 꺼내 들었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것들이 적혀 있었지만. 아직 부족했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도 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잊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태혁은 앞으로 15년 동안 일어날 일을 꿈에서 보았다. 비록 비극으로 끝나긴 했지만 분명 그 정보만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로또번호라도 외워둘 걸 그랬어.’
태혁이 알고 있는 미래의 정보 대부분은 범죄자들에 대한 것이다. 그것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거물급들 뿐.
수는 약 120명.
태혁은 공책을 펴고 자신만의 블랙리스트를 적어 나갔다.
일어난. 그리고 일어날 범죄들에 대해.
‘그리고 범죄스킬도 잊으면 안 되지.’
비록 아직은 제대로 다룰 수 없지만. 그것 또한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태혁은 그렇게 블랙리스트와 범죄스킬이라는 두 개의 무기를 획득했다.
‘누가 살인 누명 같은 걸 쓸 거 같아?!’
그리고 겨우 손에 넣은 작은 행복을 지켜나갈 것이다.
태혁은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조용하던 거울이 진동했다.
[새로운 인연을 얻어 1pt의 인연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뭐야. 지금 포인트를 획득 한 거야?”
어째서 갑자기 얻게 된 것일까.
분명 태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첫 번째 승급 조건 ‘블랙리스트 작성’을 완료 하였습니다.]
[모든 승급 조건을 만족 시키면 ‘귀족’으로 승급 할 수 있게 됩니다.]
[귀족이 되면 보다 다양한 범죄스킬을 익힐 수 있습니다.]
모든 메시지를 읽은 태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평민에서 시작해서 귀족? 이러다가 범죄의 신이 되는 거 아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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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스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