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
002화
“크으~ 무슨 일인지 말 안 할래?”
“뭘 해서 돈을 벌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지랄. 그렇게 방해를 해대는데 뭘 어쩌려고?”
“방법을 찾아 봐야지.”
“뭐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
“글쎄다.”
“아니야. 평상시랑 확실히 달라. 뭔데? 말해 봐.”
“아직 좀 복잡해서 그러니까 좀 기다려. 정리가 되면 말해줄게.”
“그러든가.”
소주 한 병을 다 비우는 동안 우리는 술과 안주인 어묵탕만 홀짝거렸다.
생각이 정리되기엔 부족한 시간이지만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기엔 어울리지 않았다.
“야!”
“그래. 뭔데?”
“내가 한 가지 시험해 볼 것이 있는데 그대로 해볼래?”
“뭘 시험하는데?”
“아무래도 나한테 신기(神氣)가 있는 거 같다.”
“뭐?”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겨우 찾아낸 핑계다.
신기가 있다고 하니 동재 표정이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지? 하는 표정이다.
서로 알아 온 것이 10년인데 군대를 다녀왔다곤 하지만 갑자기 신기가 어쩌고저쩌고하니 머리가 헤까닥 한 건 아닌지 의심하는 거다.
“너네 어머니 곗돈 탈 날짜가 다가오잖아.”
“…….”
“맞지?”
“그, 그걸 어찌 알았냐?”
“말했잖아. 내가 좀 변한 거 같다고.”
“지랄. 그걸 믿으라고?”
“아무튼 어머니한테 가서 전해. 계주 아주머니가 도망 갈 생각하고 있으니까 곗돈 100만 원 떼먹히지 않으려면 빨리 돌려받으라고 해.”
“…….”
혼란스러운 모양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과거로 회귀했느니 하는 것보단 이편이 낫다 싶어서 신기가 있다는 핑계를 댔는데 동재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놀랐냐?”
“그럼 안 놀라냐?”
“며칠 전부터 조금 이상하더니 갑자기 그런 게 보인다. 아무튼 후회하지 말고 어머니한테 말씀드려.”
“엄마가 믿겠냐?”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확인만 해보시라고 해. 괜히 후회하지 말고.”
“그럼 나 공무원 시험은 어떻게 되는데.”
“그렇게 공부해서 되겠냐?”
“지랄…….”
그런 걸로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말했더니 찰지게 욕을 내뱉었다.
“대신 내가 하란 대로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으니까 실망할 거 없어.”
“진짜냐?”
“그럼 거짓말이겠냐?”
“씨발! 아니기만 해봐. 뒤지게 맞을 줄 알아.”
그렇게 말하더니 훌쩍 일어났다.
설마하니 지금 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곗돈 이야기를 하려는 줄은 몰랐다.
“어디 가?”
“어디긴. 집에 가지.”
“벌써 가려고?”
“싸돌아다니지 말고 너도 얼른 들어가. 헛소리하다가 열라 맞지 말고.”
“어디 가서 소문내지 말고 너도 입조심 해라. 솔직히 나도 아직 혼란스러우니까.”
“후~ 알았어.”
한참 째려보더니 알았다고 말하곤 집 방향으로 총총 걸어서 사라졌다.
* ? ? * ? ? *
“엄마!”
“무혁이 만난다면서 벌써 왔어?”
“엄마! 여기 좀 앉아봐요.”
“왜?”
“엄마! 곗돈 받을 때 됐죠?”
“그게 왜?”
“혹시 무혁이 어머니한테 말한 적 있어요?”
“요 근래엔 만난 적 없다.”
“그러니까 말한 적 없다는 말이죠?”
“당연하지. 근데 그건 왜?”
“아 글쎄…….”
동재는 조금 전 무혁을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를 엄마한테 털어놓았다.
계주 아주머니가 도망간다고 말했더니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무혁이가 그랬다고?”
“네.”
“무혁이가 그걸 어찌 알고?”
“나도 몰라요. 혹시 모르니까 확인이나 해봐요. 엄마 그거 한참 모은 거잖아.”
“향자 언니가 그럴 리가 없지만, 확인은 해보마.”
“그러세요.”
“근데 무혁이가 왜 그런 소리를 한 건지 물어는 봤어?”
“몰라요. 신기가 생겼다나. 뭐라나.”
“신기?”
“네.”
“신내림이라도 받았다니?”
“그런 건 아니라는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마세요. 저 무혁이한테 죽어요.”
동재는 그리 말하고 자기 방에 가서 누워 버렸다.
이놈의 달동네 지긋지긋한데 어떻게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하는 건데 좀 아까 ‘되겠냐?’ 하고 말하는 친구 얼굴을 생각하니 발로 차 버리고 싶었다.
“동재야.”
“아! 몰라요. 잘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염병!”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말도 거칠다.
동재 엄마 오갑숙은 자는 중 마는 둥 밤잠을 설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계주 노릇을 하고 있는 이향자네 집으로 달려갔다.
“언니!”
“어… 어쩐 일이야?”
“뭐하우?”
“그냥 있었어. 곗날에 볼 건데 뭐 하러 왔어.”
갑숙은 열려 있는 안방을 눈으로 훑었다.
‘이불 짐?’
분명 이불을 보자기로 여매서 매듭을 지어놓은 것이 보였다.
이러다 정말 곗돈을 떼먹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겁이 덜컥 났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언니! 내가 급해서 그러니까 곗돈 좀 돌려 받아야겠수.”
“이번에 갑숙이 네 차롄데 왜 그래?”
“우리 아들 때문에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런다니까. 얼른 돌려줘요.”
“은행에 가야지. 내가 가진 돈이 어딨겠어.”
“그럼 은행으로 갑시다.”
이향자는 오갑숙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마치 도망가는 걸 알고 온 것처럼 자기 돈을 내놓으라니 심히 당황스러웠다.
“며칠만 참지. 그래.”
“언니. 내가 오죽하면 그러겠수. 얼른 갑시다.”
“아, 알았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채근하자 이향자도 어쩔 수 없이 은행으로 가야 했다.
동네를 벗어나서 조금만 걸어가면 새마을금고가 있는데 거기서 돈을 찾으면 되는 일이라 오래 걸릴 일도 아니다.
“자, 100만 원! 이제 됐지?”
“고마워요. 오죽 급했으면 그랬겠수.”
“무슨 일인지 말이나 해봐.”
“우리 아들 일이라 말하기가 좀 그래요. 그럼 나 가우.”
갑숙은 이향자에게서 받은 곗돈 100만 원 중 90만 원을 자기 계좌에 넣고 10만 원은 따로 챙겨서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계원들 집에 들러서 이향자가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얼른 가서 돈을 돌려받으라고 했다.
의심스러워서 할 말이지만 이향자는 정말 도망가려고 하는 중이었고, 갑숙이 하루 전에 이향자를 붙잡은 거나 다름없었다.
?
“받아.”
“이거 뭐에요?”
“뭐긴. 돈이지.”
“그러니까 무슨 돈이냐구요.”
“무혁이 말이 맞았어.”
“네?”
“무혁이가 진짜 신기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년이 정말 도망가려고 이불 짐을 싸놨지 뭐겠냐.”
“그래서요?”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곗돈 돌려받고 계원들에게도 싹 다 알려줬지.”
갑숙은 하마터면 피 같은 돈 100만 원을 날릴 뻔했기에 아직도 아찔한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무혁이 말이 맞았다는 거죠?”
“그렇다니까. 이거 가지고 가서 무혁이랑 소주나 한잔해.”
“저 좀 나갔다 올게요.”
동재는 갑숙이 주는 10만 원을 챙겨서 후다닥 뛰어나갔다.
그리곤 곧장 친구네 집으로 뛰었고, 10분 만에 도착했다.
헉… 헉…….
“뛰어왔냐?”
“너 뭐냐?”
“다짜고짜 무슨 소리야?”
“신기 있다는 거 진짜냐고?”
“참! 어머니한테 말했어?”
“그래. 진짜로 도망가려고 짐까지 싸놨다가 들켰다더라.”
“그랬다면 다행이네. 돈은 찾았고?”
“야! 이거 봐!”
동재가 만 원짜리 뭉치를 보여주었다.
돈을 보여주니 뭔가 했는데 듣고 보니 나한테는 복채나 다름없는 돈이었다.
“뭔데?”
“엄마가 주셨다. 너랑 소주 한잔하라고.”
“그래? 그럼 가자. 그렇잖아도 답답했는데.”
우리는 포장마차에 도착할 때까지 말없이 걸었다.
그리곤 평소처럼 소주와 어묵탕을 시키고 오늘은 조금 여유 있다는 생각에 계란말이도 주문했다.
“어쩔 거냐?”
“철학관이라도 차릴까?”
“아진에서 가만있겠냐?”
“당장은 IMF 때문에 정신없을 거야.”
“그래도 철학관은 좀 그렇지 않냐? 어쩌다 우연히 맞은 걸 수도 있잖아.”
“나도 철학관을 차릴 생각은 없다.”
“나 몰래 신내림이라도 받았냐?”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럼 뭔데?”
“네가 날 만지면 그때 보이더라. 그게 무당들이 말하는 신빨 아닐까 싶어서 그리 말한 것뿐이야.”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어서 그리 비교한 것이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동재 입장에서는 그게 허투루 들리지 않는 듯했다.
“진짜 그런 게 된다고?”
“몰라! 갑자기 그게 보이더라.”
“어제 그 포장마차?”
“그래.”
“씨발! 도대체 뭐냐?”
“나도 모르겠다.”
당사자인 나도 겨우 하루밖엔 안 된 일이라 정신이 없는데 동재는 오죽할까 싶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건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일이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까.
“후~ 정신이 하나도 없네. 그래서 어쩔 생각인데?”
“그건 아직 모르겠다.”
“아직 너도 인정 못하는 거지?”
“솔직히 모르겠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무혁아!”
“왜?”
“너 누가 만지면 그 사람 미래가 보인다고 했지.”
“아직 확신이 없다. 너한테만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거야 시험해 보면 알잖아.”
“어쩌려고?”
“증권사 객장에 가보자.”
“거긴 왜?”
동재가 하는 말을 들으니 시험도 해보고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객장에 있는 사람들 미래를 보고 대박 나는 주식을 찾아내 보자는 거였다.
“이왕이면 돈 많은 양반들 만져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
“…음! 좋아. 가보자. 그리고 이참에 핸드폰부터 개통하자.”
“핸드폰은 왜?”
“그래. 삐삐 가지곤 답답해서 안 되겠어.”
매달 내는 통화비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삐삐를 이용하는데 동재 말처럼 뭐라도 하려면 핸드폰부터 개통해야 할 것 같다.
“알았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핸드폰 매장에 가서 최신형 핸드폰으로 개통하고 방배동에 있는 대연증권 지점을 찾아갔다.
객장에서 만난 인연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증권사 객장에 처음 들어간 우리는 어리바리한 티를 내고야 말았다.
“하하하! 여긴 처음인가?”
“네?”
“촌티를 팍팍 풍기니 모른 척 할 수가 있어야지. 아! 웃은 건 미안하네.”
“아! 네. 처음입니다.”
“하하하! 반갑네. 난 모현권이라 하네.”
인상 좋게 생긴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어리둥절한 기분에 주위를 보니 아무도 우릴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또 저라나 보다 하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이무혁입니다.”
“저는 서동재라고 합니다.”
실은 내민 손을 보고 살짝 긴장해 있었는데 용기를 내서 모현권의 손을 잡았다.
순간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장면이 영화 예고편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반갑네.”
“자네 표정을 보니 마치 나를 아는 듯하군. 우리 어디에서 본 적 있나?”
“아닙니다. 여기서 처음 뵌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인가? 마치 나를 아는 것처럼 보던데.”
“아저씨에게서 돈이 많이 보여서요.”
“응?”
내가 하는 말이 어떻게 들렸을까?
반응을 보는데 내 팔을 잡아끌더니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로 끌고 갔다.
덕분에 동재도 쫄래쫄래 따라왔다.
“왜 그러세요?”
“여기 앉아 봐.”
“아, 네.”
“자네 뭐 좀 볼 줄 아나?”
“무슨 말씀인지?”
“나한테서 돈이 보인다며?”
“그냥 뭐…….”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해서 얼버무렸다.
동재한테는 못 할 말이 없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신기가 어쩌니 하는 말은 하기 힘들어서다.
“그러지 말고 말해 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지만 원래 초심자의 행운은 무시 못하는 법이거든. 자네가 무당이면 복채를 두둑이 줄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자네가 말하는 대로 된다면 후사하겠네.”
“오를 만한 종목을 말해 달라는 겁니까?”
“그거 아니면 뭐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