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김창수와 서태춘 두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서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는 박세훈도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주영아! 누가 먼저 움직일 거 같냐?”
“제 판단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괜찮으니까 그냥 니 생각을 말해봐.”
“창수 형님은 모른 척하고 태춘 형님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
“큭큭! 역시 넌 똑똑해.”
“당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발인 끝나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둬.”
“알겠습니다.”
서로가 눈치를 보는 와중에 밤은 깊어 갔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각 모두가 술에 취해 쓰러졌다.
그러고도 한 시간쯤 더 흘렀을 때 널브러진 조직원들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뭐가 이리 시끄러워?”
“죄송합니다. 형님!”
“전화나 받아.”
“네. …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씨발!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처음엔 서태춘이 그다음엔 김창수가 급하게 뛰쳐나갔고, 마지막으로 박세훈이 비틀거리면서 장례식장을 떠났다.
한강파가 난공불락이라 해도 장례식을 치르느라 병력이 빠져 있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지트에 도착한 김창수는 털린 금고를 보고 얼마 전에 했던 임플란트가 빠질 정도로 놀랐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들이닥쳐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퍽! 퍽! 퍽!
김창수는 아지트를 지키고 있던 부하를 때리고 밟고 짓이겼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그만큼 금고 안에 중요한 것들이 들어 있어서다.
“형님! 진정하십시오.”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
“금고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러십니까?”
“내 전부나 마찬가지야.”
“네?”
“그 새끼들 누가 보냈는지 빨리 알아내.”
“네. 형님!”
* ? ? * ? ? *
노상수가 보낸 범죄 증거물을 가지고 박일권 차장검사를 만났다.
“한참 뒤에나 연락할 줄 알았는데 무슨 일 있어?”
“겸사겸사해서요.”
“하하하! 무슨 일인지 말해봐.”
“서울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 계보에 대해서 좀 아십니까?”
“종로파와 한강파 정도는 알아. 왜? 무슨 건수라도 있어?”
“한강파를 지워버릴 수 있는 정보가 있는데 해보시겠습니까?”
“…음! 썩 내키는 일은 아니야. 한강파가 무너지면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난리가 날테니까. 특히 종로파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호시탐탐 강남을 노려왔으니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대표!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몰라도 조심해. 한강파에 비해서 종로파가 훨씬 더 잔인하고 비열한 놈들이니까.”
흘려 말하는 것 같아도 차장검사인 만큼 서울을 장악한 조직에 대해선 나보다는 많이 아는 듯했다.
“한강파 다음은 종로파가 될 겁니다. 다소 시끄럽긴 하겠지만 언젠간 해야 할 일이고 빼박 증거들이 있으니까 차장님이 책임져 주세요.”
“증거가 있다고?”
“네. 곽도현 회장이 사망한 건 아시죠?”
“듣기는 했어.”
“차기 보스가 될 만한 간부를 잡아들일 수 있는 증거물입니다.”
쓰윽!
제법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는데 김창수, 서태춘, 박세훈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증거물이 담겨 있었다.
“이건 어떻게 구했어?”
“영업비밀입니다. 익명 제보로 하시죠.”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파벌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자칫 피바람이 불 수 있으니까요.”
“…음!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리고 내가 고민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아직 때가 아닙니다.”
“응?”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툭 던지니까 깜짝 놀라는 모습이 산불에 도망가는 토끼 같았다.
정치에 ‘정’ 자도 모르는 박일권 차장을 왜들 꼬시는 걸까?
“요즘 유혹이 많으시죠?”
“눈치챘어?”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총장은 어렵겠지만 지검장 정도는 하셔야죠.”
“그렇겠지?”
“그럼요. 고민도 하지 마세요. 상대도 진심이 아니니까.”
“그래?”
“이리저리 저울질하느라 막 던지는 겁니다. 차장님도 꿩 대신 닭이 되는 건 싫으시잖아요.”
“그렇게 들으니까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군.”
“이번 사건 잘 만들어서 스타 검사로 거듭나 보세요. 그다음엔 정치 스승을 만나보시구요.”
“스승? 누구를 말하는 거야?”
정치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마찬가지기에 정치 감각을 갖추려면 스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인데 솔깃했는지 들고 있던 젓가락까지 놓고 바싹 다가왔다.
“한 번에 다 알면 재미없잖아요.”
“감질나게 왜 이래?”
“우선 할 일 하시고 조만간 집들이할 때 또 보면 되잖아요.”
“아! 집들이가 있었지?”
“집들이 선물은 이번 사건으로 대신 받겠습니다.”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박일권 차장은 늦은 시간이지만 비상을 걸었고, 휘하 검사들에게 증거물을 뿌리고 한강파 차기 대권주자들을 잡아들였다.
* ? ? * ? ? *
상황이 이렇게 되니 서울 바닥에 소문이 금방 돌았고, 종로파 함수창 회장 귀에도 그 소문이 날아 들어갔다.
“신 실장! 다리 건너에서 일어난 일, 그거 누구 작품일까?”
“검찰이 나선 거 보면 누구한테 찍힌 거 아니겠습니까?”
“여태까지 조용히 있다가 곽도현 회장이 죽자마자 움직인다고?”
“배후에 누가 있다고 보십니까?”
“단순히 검찰 작품으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아서 그래.”
함수창은 한강파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당장 다리를 건너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누구 작품인지가 더 궁금했다.
“곽도현 회장이 세금 추징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보면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피바람이 불까 봐 미리 손 쓴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리는 있는 지적이긴 하지만 뭔가 부족해.”
“검찰 쪽 분위기를 알아볼까요?”
“이번 일 추진한 그 차장검사 말이야.”
“네. 회장님!”
“누굴 만나고 다니는지 마킹 좀 해봐.”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들어오는 금이 얼마나 되지?”
“150kg입니다.”
“문제없이 잘 처리하고 금은 수장고에 가져다 둬.”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종로파는 당장 강남으로 진출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함수창 회장이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기 때문이다.
사실 종로파가 다리를 건너 진출을 시도했다면 생각보다 많은 피를 흘려야 했을 것이다.
신우현이 줄을 댄 검사를 만났다.
강윤성이란 이름을 가진 평검사인데 그가 평검사여도 대검찰청 감찰부에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소식이든 알아볼 수 있는 위치였다.
“분위기도 그런데 하필 이럴 때 만나자고 하다니… 너무 눈치 없는 거 아니야?”
신우현보다 나이가 어린데 검사와 조폭이란 이유 때문인지 ‘감히 너 따위가 나를 불러내?’라고 말하는 듯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부르질 말았어야지. 아 됐고, 뭔지나 말해 봐.”
?
“눈치채셨겠지만, 한강파 때문입니다.”
“한강파가 뭐?”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서요.”
매번 겪는 일이라 이미 익숙한지 강윤성이 뭐라고 툴툴대던지 신우현은 꿋꿋하게 자기 할 말만 했다.
“뻔하잖아. 그리고 강 너머 일이라도 우리보다 너희들이 더 빠른 거 아닌가?”
“저희도 대충 분위기는 압니다만 이번 일을 누가 주도했는지가 궁금해서요.”
“왜? 박일권 차장이 아닌 것 같아서?”
한강파 사건으로 겉으로 보기에 가장 혜택을 본 건 박일권 차장검사였다.
적어도 대외적으론 그렇게 보였는데 함수창 회장은 눈에 보이는 것 말고 숨어 있는 사실을 알고 싶어서 신우현을 보낸 거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보기만 하던 검찰이 갑자기 나선 것이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눈치는 빨라가지고…….”
“역시 배후가 있었던 겁니까?”
“대충 분위기는 그래. 근데 박일권 차장 뒤에 누가 있는지까지는 아직 몰라. 들리는 말로는 총장이 있다는 말도 있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말도 있는데 내 수준에선 더 윗선까지 알아내는 건 무리야.”
“방법이 없겠습니까?”
“자칫하면 내 목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
탁!
테이블에 가방 하나를 올려놓았는데 만 원짜리 다발로 가득 채우면 1억 정도 들어가는 크기의 검은색 007가방이었다.
“겨우 이 정도로 법복을 벗어야 할지도 모를 일을 하라는 거야?”
1억이 아니라 열 배를 주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거다.
특히 이번 일은 대검에서도 쉬쉬하는 일이라 평검사가 나서서 들쑤시고 다니다간 목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거란 뜻이었다.
“생각보다 엄중한 사안이군요.”
“다 알면서 눙치지마. 지금 간 보는 거잖아.”
“그런 거 아닙니다. 검사님!”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무튼 기다려. 지금은 평검사 따위가 설치고 다닐 때가 아니야.”
“회장님께선 강너머로 번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계십니다.”
“그런 건 나 같은 검사보다 그쪽이 더 빠르지 않나?”
“보통은 그런 편인데 이번엔 좀 달라서요.”
“뭐가?”
“이렇게 될 정도로 일이 벌어지려면 조짐이라는 것이 보였어야 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음!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알아는 볼테니까 기다려봐.”
신우현은 이대론 함수창 회장에게 보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답답한데 그대로 보고했다간 된통 깨질 것 같아서다.
‘누굴 만나야 할까?’
신우현 머릿속에는 김창수, 서태춘, 박세훈 이름이 차례로 지나갔다.
셋 중에 하나를 만나면 뭐라도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데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다 생각난 사람이 곽도현 회장 수족이었던 최동욱이었다.
“아이고, 신 실장님이 연락을 다 주시고…….”
“나도 연락하게 될 줄은 몰랐어.”
“무슨 일입니까?”
“솔직히 말하지. 한강파에 일어난 일 배후를 알고 싶어서야.”
“하긴, 균형이 무너졌으니 욕심도 나겠죠.”
“욕심보다는 번지는 불을 막기 위해서라고 해두지. 불을 꺼야 나무를 심든지 말든지 할 거잖아.”
“그것도 그렇군요. 하지만 저희 쪽에서도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영문을 모르고 있습니다.”
“몰라?”
“아! 하나는 있군요.”
“그게 뭐지?”
모른다는 말에 실망했다가 하나가 있다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반색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마저 들었다.
“이게 다 그 돈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자세히 좀 말해봐.”
“시작은 회장님 세무조사였고, 추징금을 때려 맞았는데 갑자기 회장님 비자금이 해킹당한 겁니다.”
“해킹이라니?”
“회장님이 직접 관리하던 조직 비자금인데 스위스 은행 계좌라 해킹당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그게 사라진 겁니다.”
“아무리 뛰어난 해커라도 스위스 은행 계좌를 해킹하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아니었나?”
“저희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비밀번호가 자그마치 16자린데 그걸 해킹당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최동욱은 자기 신세가 한탄스러운지 신우현에게 아낌없이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너희는 당하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그 돈이 사라지고 충격을 받아서 곽 회장님께서 쓰러지셨다는 말이지?”
“네. 그 뒤에는 다 아는 스토리니까 굳이 입 아프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결국엔 조직을 노리고 누군가 계좌를 해킹했다는 말이군.”
“감히 누가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 국가 차원에서 누가 나선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스위스 은행 계좌를 해킹할 정도면 고도로 숙련된 해커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정원이겠죠. 배후엔 막강한 정치인이 있을테고.”
최동욱은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믿기 힘든 일을 당하다 보니 거대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최동욱이 엉뚱한 상상을 하는 덕분에 신우현의 머리는 더 복잡해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