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런던에서…
“경마해보셨습니까?”
“네. 전에 몇 번이요.”
“저기 보이는 3번 말이 제 말인데 어때 보이는지 궁금하군요.”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에밀리는 괜한 소리 말라고 눈빛으로 눈치를 줬지만, 결과가 뻔한 경주를 놓고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입니다.”
“오늘 우승하기는 어렵겠습니다.”
“하하하! 같이 출전하는 말 중에는 제일 좋은 말로 평가받는 말인데 아쉽군요.”
“보는 눈이야 저마다 다르니까요.”
“저랑 내기할래요?”
솔직히 이 말을 기다렸다.
돈 많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사는 것이 재밌을 리가 없다.
그래서 은근히 도발해봤는데 여지없이 덥석 물었다.
“아무래도 3번 말은 힘들 거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100만 달러 어떻습니까?”
얼굴 근육에 힘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유학하면서 말까지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자존심이 상한 것이 분명했다.
“저랑 내기하자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전 제 말이 제일이라고 자부하거든요.”
“좋습니다. 전 12번 말에 걸죠.”
“하하하! 경마해보셨다고 하더니 제가 보기엔 말 보는 눈은 초보신 듯하군요. 12번 말은 상위권은 불가능한 말이나 마찬가진데 말입니다.”
“간혹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니까 혹시 또 모르는 일 아닐까요?”
순간 아르만이 한 말이 신경 쓰였는지 에밀리가 옆구리를 콕 찔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남이 하는 말에 신경 쓰는 거 보면 100만 달러 날릴까 봐 걱정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에밀리는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먹고는 살짝 눈을 흘기더니 시선을 멀리 경마장 트랙으로 던졌다.
가만있을 테니 알아서 하란 뜻이다.
“자신 있어 하시니 판을 키워볼까요?”
“뭐 원하는 거라도 있습니까?”
“300만 달러에 소원 들어주기 어떻습니까? 아, 물론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요.”
“좋군요.”
“근데 정말 12번에 희망이 있다고 보십니까?”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어쩌겠습니까. 저 스스로를 믿어 봐야죠.”
“오늘 경주는 특별함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보다 훨씬 더 기대되는군요.”
아르만 왕자의 말은 특별 경주로 분류된 7경주였고, 앞으로 몇 경주가 남아서 소소한 대화를 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오빠! 이번 경주 결과 예측 가능한 거죠?”
“마권 구매하게?”
“놀면 뭐 해요. 여행 경비라도 벌어야지.”
“큭큭! 알뜰해졌네?”
“아껴야 잘 살죠.”
“딱히 우리랑은 어울리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심심하잖아요. 그리고 다다익선이란 말도 몰라요?”
“그런 말은 언제 배웠대?”
“요즘 한국말 공부 열심히 하잖아요.”
“…음! 배당판 좀 보고.”
에밀리 성화에 5경주 배당판을 보니 1, 2, 3등을 순서대로 맞추는 삼복승식 배당이 제일 좋았다.
“7번, 1번, 10번 순으로 1, 2, 3등이야.”
“359배나 되는데 가능성 있겠어요?”
에밀리도 배당이 높을 경우 그만큼 희박한 확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차원에서 물어보는 거였다.
“믿어 봐.”
“킥킥! 알았어요.”
“너무 많이 걸지는 말고.”
“3백만 달러 내기도 하는 사람이 왜 이러실까?”
“얼마나 걸려고?”
“걱정 말아요. 딱 1만 달러만 걸 테니까.”
에밀리가 만 달러를 베팅하고 돌아와서는 다시 배당판을 확인했는데 299배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경주 직전에는 333배로 마감되었다.
“마권을 구매하신 모양이죠?”
“네. 그냥 재미로요.”
아르만 왕자가 에밀리에게 마권을 샀냐고 물어보자 몇 번에 베팅했는지 슬쩍 보여주었다.
“하하하! 333배면 거의 가망 없는 베팅이군요.”
“호호호! 혹시 모르니까 기대해도 되겠죠?”
“하하하! 그거야 부인 자유니까요.”
“시작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부인!”
“고마워요. 아르만!”
역시 친화력이 장난 아니다.
나는 아직 왕자님이라 부르는데 아내는 어느새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말이 뛰기 시작하자 익숙한 함성이 고막을 자극했다.
한국 경마장을 가도 사람들 함성이 장난 아닌데 여긴 한국보다 더한 듯했다.
이런 면을 보면 서양 사람들이 훨씬 다혈질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 오빠! 7번이 1등이에요.”
“아직 멀었으니까 침착하게 봐.”
아직 3코너를 달리고 있어서 순위 변동이 심한 마지막 직선 주로가 남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찍어준 7번이 1등으로 달리고 있으니 나도 흥분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말들이 직선 주로에 접어들자 아르만 왕자가 놀라기 시작했다.
7번과 1번이 거의 나란히 달리는데 7번이 근소하게 앞서 있고 10번은 후미에서 무서운 속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10번과 같은 말을 추입마라고 하는데 추입이 뭐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날 듯이 뛰었다.
“와아!”
“하하하! 축하해.”
“큭큭! 엎드려 절받기지만 고마워요.”
한국식 표현이 정말 많이 늘었다.
“정말 놀랍군요.”
“운이 좋았던 겁니다. 초심자의 운이란 것도 있잖아요. 하하하!”
“호호호! 맞아요.”
에밀리는 만 달러를 베팅해서 333만 달러를 배당받게 되었다.
배당이 높아서 세금을 일부 떼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2백만 달러가 넘는 공돈이 생겼으니 쇼핑한다고 난리만 안 나면 다행이지 싶다.
“왕자님! 저 사람 우연일까요?”
“그러게. 나도 궁금하네.”
“일부러 접근한 거 같은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잖아. 두고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겠지.”
“특별 경주에서 이기면 어떤 소원을 얘기하실지 궁금하군요.”
“파흐드! 생각은 어때?”
“글쎄요. 제 소원은 한 가지입니다.”
“그게 뭐지?”
“다 아시면서 뭘 물으세요.”
아르만을 위해 존재하는 파흐드는 경호와 비서를 겸하는 존재다.
그래서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한 나머지 아르만이 국왕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헛된 꿈은 꾸지 않는 것이 좋아. 너무 먼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도 세상일은 모르는 거잖습니까?”
“내 성격 알면서 왜 그래?”
“죄송합니다.”
“괜찮으니까 타키온에게 베팅이나 하고 와.”
“얼마나 할까요?”
“늘 하던 대로만 해.”
“알겠습니다.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사람 많은 장소에 올 때는 백업도 있고, 밀착 경호원도 추가로 배치되기에 파흐드가 잠깐 자리를 비우는 건 부담이 없었다.
파흐드가 마권을 구매하러 가는 것을 본 에밀리가 나를 장난스레 쳐다보았다.
“우린 굶어요?”
“큭큭! 굶긴 뭘 굶어.”
“마권 구매 안 하냐구요.”
“아르만 왕자에게서 3백만 달러 받을 건데 베팅까지 하려고?”
“그냥 보면 재미없잖아요.”
“알았어. 대신 조금만 베팅해.”
“걱정 말아요. 무모한 여자는 아니니까. …음! 12번이 1등인 건 알겠고, 2등이랑 3등도 알려줘야죠.”
“쪼르륵이야. 12, 13, 14번!”
“오케이!”
쪽!
내 조언이 고맙긴 했는지 볼에 뽀뽀해주고 창구로 달려갔다.
“하하하! 재밌는 분이군요.”
“큭큭! 제 아내가 좀 그런 편이죠. 그래서 늘 새롭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부럽다는 생각은 잘 안 하는 편인데 두 분을 보니 부럽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하루하루가 전쟁이기도 하니까 너무 부러워하진 마세요. 이건 비밀인데 요리 솜씨가 아주 꽝입니다.”
“윽! 그건 좀 안타깝군요.”
“어쩌겠습니까? 운명이려니 해야죠.”
애써 챙겨주기는 하는데 에밀리가 챙겨주는 아침은 고역이었다.
그래도 다 같이 식사하는 아침 시간이 즐거워서 참는 거다.
뭐,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해서 엄마도 나도 그리고 보형이랑 우주도 웃으면서 넘기는 연기가 일품이다.
“하하하! 비밀은 지켜드리죠.”
“감사합니다.”
에밀리와 파흐드가 돌아오고 배당판을 보니 아르만이 소유한 3번 타키온은 1.5배로 가장 유력한 1등 후보긴 했다.
특별 경주라 그런지 스무 마리의 말이 2,100미터를 뛰는 경주라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보면 능력대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거리기도 했다.
반면 에밀리가 베팅한 12, 13, 14번이 1, 2, 3등으로 쪼르륵 들어오는 배당은 800배가 넘는 배당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이번 경주는 타키온이 무조건 1등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아르만 왕자님!”
“루인도 행운을 빌죠.”
“감사합니다.”
총성이 울리고 스무 마리의 말들이 일제히 발주기를 차고 달리기 시작하자 아르만 왕자도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예측에서 틀려본 적이 없는 나로선 자리에 앉아서 아르만 왕자에게 어떤 소원을 빌지 고민했다.
일단 친해지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그래. 그거면 되겠네.’
오일 머니를 끌어오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르만이 한국에 관심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왕세자가 되기까지 아직 10년이 남아 있지만 친해지는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예측할 수 없으니 빠르다고도 느리다고도 할 수 없었다.
* ? ? * ? ? *
내 기준에선 특별 경주는 싱겁기 그지없었다.
다만 에밀리가 좋아서 펄쩍펄쩍 뛰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다.
3번 타키온은 어떻게 됐냐고?
아르만 왕자의 말 타키온은 안타깝게도 레이스 도중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실격 처리되었다.
“루인 말대로 됐군요.”
“타키온은 안타깝게 됐습니다.”
“사실 기수를 바꾸고 두 번째 경주라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말에서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다친 곳은 없는지 모르겠군요.”
“벌떡 일어섰으니 크게 다치진 않았을 겁니다.”
“다행이군요.”
“3백만 달러는 호텔로 전해 드리죠. 소원은 생각해두셨습니까?”
“조금 전에 생각났습니다.”
“거침이 없는 분이군요.”
“제 소원은 아르만 왕자님과 친해지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한국에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에 방문하는 것이 내 소원이라고 하자 아르만 왕자를 포함해서 파흐드와 에밀리까지 깜짝 놀랐다.
특히 아르만 왕자는 내가 돈이나 사업권을 원할 줄 알았다가 뜻밖의 말을 꺼내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 말입니까?”
“한국에 방문해 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잘됐네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졌으니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한국은 언제라도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나라입니다.”
“제가 최고로 모시겠습니다.”
“내기에 진 건 저니까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한국에 가기 전에 어떤 나라인지 공부 좀 해야겠군요. 그런데 왜 절 한국에 초청하려는 겁니까?”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궁금할 것이다.
GBL은 아직 글로벌 기업이라 할 수 없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어도 아직 영향을 미치기엔 이른 감이 있어서다.
“좋습니다. 조만간 방학이니 한국에서 뵙죠.”
“기다리죠.”
런던에서 할 일은 다 끝났다.
그러나 에밀리랑 온 유럽은 나름 낭만도 있고, 가볼 곳도 많아서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추억으로 남았다.
런던, 파리, 마드리드를 거쳐서 서울로 돌아와서는 아크 반응로 연구를 체크해 봤는데 제법 모양새를 갖춘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빠르네요?”
“인센티브가 걸려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닙니까?”
“좋아서 하는 겁니다. 좋아서.”
“인센티브 때문이 아니라요?”
“세상에서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잖습니까. 인센티브도 무시할 순 없지만 사명감이라는 에너지로 버티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기분 좋군요.”
“지금 속도라면 한 달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