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강은설 대표는 은설엔터를 더 큰 기획사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보이그룹을 준비해서 의욕적으로 데뷔시켰는데 방송에 내보내기 힘들 정도로 폭망했다.
“누가 봐도 손해나는 일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네?”
“당장은 그렇게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한 10년 후라면 제대로 대화가 될 텐데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알 건 알아야 제가 주주들도 설득하고 저 역시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작비도 오르고 배우들 몸값은 꾸준히 오르는데 시장은 그대로라 국내에서 아등바등하는 건 한계가 존재하죠. 그걸 극복하려면 당연히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요즘 기획사들 보면 너무 난립한 경향이 없지 않아서요.”
“그럼 여러 기획사를 통합해서 규모를 키우려고 은설엔터를 합병하려는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에 진출해서 바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저랑 함께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너무 막연한 거 같은데요.”
내가 생각해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게 또 사람 심리가 묘한 것이 보이 그룹에 대한 적자를 보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호의를 베푼 것인데 말이다.
내가 내민 조건은 누가 생각해도 내가 많이 배려한 것이고 손해까지 감수한 것이다.
그런데 강은설 대표는 사람은 좋은데 감각이 좀 둔하다.
이럴 땐 각설하고 계약부터 하자고 덤벼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전 크게 보고 싶습니다.”
“네?”
“한류로 대변되는 K―콘텐츠는 헐리웃 작품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시대가 곧 올 겁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려는 거구요.”
“그 준비 중 하나가 넷―고블린인가요?”
“그런 셈이죠. 제 설명이 부족하다 여기실 수 있습니다. 근데 그건 함께 하기로 한 파트너에게나 할 수 있는 설명이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대표님 하신 말씀으론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제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돈이 급할 텐데 여유를 부린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급한 마음을 제어하는 거 같은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탓이다.
이런 지지부지한 과정은 딱 질색인데…….
“이해합니다. 그래서 강 대표님 결정에 도움되실 만한 분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궁금하네요.”
“강홍철 대표님이요.”
“아, 저한테 연락처 있어요.”
“만나보시면 결정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럴게요.”
결과적으로 보자면 강은설 대표를 만난 건 여진이 부탁을 들어주는 거 말고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고블린 엔터와 합병은 진행되겠지만 강은설 대표의 우유부단한 성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격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건 아니지만 그 성격에 은설엔터와 같은 규모로 키워낸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엔터 기획사 합병은 강홍철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
은설엔터와 비슷한 규모이거나 약간 크고 작은 기획사를 합병하기로 하면서 열다섯 개나 되는 기획사를 계열사로 맞이하게 되었다.
지분 인수만 이루어졌을 뿐, 경영 간섭은 하지 않기로 계약했기에 그들과 함께 큰 그림을 그려나가려면 앞으로의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자가 필요했는데 놀랍게도 에밀리가 자원했다.
“갑자기 왜 이쪽 일을 하고 싶어진 건데?”
“궁금해요?”
“당연하지.”
“오빠 말대로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지 궁금해서요.”
“단지 그거뿐이야?”
“그거뿐이겠어요?”
“또 뭐가 있는데? 말해줘. 궁금해.”
“첫 번째는 재밌을 것 같아서고, 두 번째는 제가 키우는 신인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걸 보고 싶어요.”
“엔터 사업에 관심이 있었어?”
“전 솔직히 노상수 대표님이 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오빠랑 결혼한 마당에 나설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제 성격에 맞을 것 같아서요.”
“그런가?”
“제가 사람 통솔은 잘하잖아요.”
에밀리 말대로다.
거친 환경에서 자란 탓에 노박과 빌리도 에밀리에겐 꼼짝없이 당하는 편이니까.
물론 가족이라 당해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는 에밀리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건 인정!”
“그러니까 일단 맡겨 봐요. 이왕이면 엔터와 영화 투자 부분을 계열 분리해서 한 묶음으로 만들어줘요.”
“고블린 시네마, 고블린 무비, 고블린 스튜디오까지 묶어달라는 거지?”
“맞아요.”
그렇게 되면 단숨에 엔터 업계에 공룡이 탄생하는 셈이다.
내가 선택한 여자라서가 아니라 에밀리는 통이 큰 사람이라 벌써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자신 있어?”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그리고 오빠가 도와줄 거잖아요. 아니에요?”
“당연히 도와야지. 근데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아야 도와주지.”
“넷―고블린을 지주회사로 해서 인수 합병한 기획사를 계열사로 두면서 통제하면 될 것 같아요.”
“호오! 단숨에 엔터그룹 회장이 되시겠다?”
“그 정도는 돼야 할 만하죠. 안 그래요?”
“하하하! 우리 에밀리는 역시 통이 커서 마음에 들어.”
대부분의 주식이 내 소유로 돼 있으니 계열 분리할 것도 없지만 이참에 에밀리에게 주식 일부를 양도하고 엔터그룹을 따로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서득영 회장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쇼핑을 취미로 만들어 가는 에밀리에게도 어울릴 것 같았다.
“정말 그렇게 해줄 거에요?”
“엔터 사업을 분리해서 당신 말대로 하는 것도 좋겠어. 특히 넷―고블린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해야 하나 싶었거든.”
“고마워요. 대신 잘해 볼게요.”
“그래.”
에밀리 결정으로 나도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배신과 부침이 난무하는 연예계 사업이라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한데 아내가 맡아준다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에밀리가 그렇게 결정하자 교통정리를 위해서 바로 서득영 회장을 만났다.
“그러니까 넷―고블린을 지주회사로 엔터그룹을 만들겠다는 거지?”
“네.”
“에밀리가 회장이 되고?”
“그렇다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야 좋지. 부담도 덜고 특허가 쏟아지는 통에 그쪽으로 영역 넓히는 것도 버거운 마당이라 그쪽 사업은 결이 달라서 고민이 많았거든.”
“저도 그럴 것 같아서 에밀리 의견에 찬성하는 쪽으로 결정 내린 겁니다.”
“교통정리는 금방 끝날 거야. 자네가 대신 해주든가.”
“그건 아니죠. 엄연히 체계가 있는데.”
“좋아. 교통정리까지만 할 거니까 나머진 에밀리가 해주는 걸로. 오케이?”
“오케이!”
“헤헤헤! 오케이!”
단박에 그렇게 하자고 하는 서득영 회장을 보면서 조금 미안해졌다.
아직 한참 일할 50대라고 생각해서 부담 없이 일을 벌였는데 엔터 쪽 사업을 얼른 떼가라는 거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 ? ? * ? ? *
에밀리가 고블린 엔터그룹을 만들어내는 동안 아크 반응 실험로가 완성되고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팀장님! 3천도 유지 중이에요.”
“시간은?”
“지금 막 30분 지났어요.”
“이게 되다니 말이 돼?”
“저도 진짜 될 줄은 몰랐어요.”
“반융합이 실제로 가능하다니 이거 꿈 아니지?”
“절대 꿈 아니에요.”
이 시대엔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이 탄생해버렸다.
김선태 팀장은 실험로를 제작할 때만 해도 속으로는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써가면서 실험해도 되는지 걱정했었다.
그래도 뭐, 이왕 시작한 일이니 경력을 쌓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는데 실험이 성공하기 직전이다.
“이번이 몇 번째 테스트였지?”
“조건 바꿔가면서 테스트한 것이 쉰한 번째에요. 팀장님!”
“지금 상태는?”
“안정적이에요. 온도도 3,000도에서 3,500도 사이를 유지 중이구요.”
“이 정도면 대표님한테 연락해도 되겠지?”
“당연히 해야죠.”
“좋아. 이번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지만 테스트해 보고 연락하자고.”
“그럴게요.”
본래 기술은 1억 도가 넘는 온도를 감당해내려고 연구하지만, 김선태 팀장이 주도하는 이 팀은 달랐다.
반융합이라는 신개념으로 3천 도가 살짝 넘는 고온을 유지하는데 채 100번도 안 되는 실험에서 벌써 성공이 엿보이고 있었으니 연구 당사자들도 놀라는 것이 당연한 거다.
“근데 팀장님!”
“말해.”
“우리 팀에 외국인들이 많은데 문제없겠죠?”
“기술 유출이라도 될까 봐?”
“당연하죠.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생각해보세요. 이 기술이 유출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걱정 마!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 쪽 엔지니어들은 배제한 거니까.”
“원래 이런 일에는 미국이 더 무섭다는 거 아시잖아요.”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무슨 비밀이요?”
“우리 팀원들 전부 대표님이 선발했다는 거.”
“그건 저도 아는데… 그게 무슨 비밀이에요?”
김선태 팀장은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윤서현도 아는 사실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대표님이 신원보증을 했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윤 연구원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실력 좋으면서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선발한 거니까.”
“대표님이 그걸 어떻게 알구요.”
“그게 대표님 능력이야. 사람을 꿰뚫어 보는 거. 나도 어느 순간부터 윤 연구원처럼 그런 걱정을 했었거든. 그런데 회장님이 그러시더라고. 뭘 하든 이무혁 대표님이 추천한 사람이라면 믿을만하다고.”
“회장님이요?”
“그래.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 말고 데이터나 잘 챙겨.”
“그렇다면야… 제가 할 일이나 열심히 해야죠. 호호호!”
연구팀에 미국인, 러시아인, 영국인에 프랑스인까지 섞여 있었다.
물론 한국인이 제일 많았지만, 핵심 분야를 치자면 외국인 비중이 더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험이 성공하고 몇 번 더 테스트한 뒤 김선태 팀장은 내게 연락했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으니 와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좋은 소식이겠죠?”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설마! 벌써 성공한 겁니까?”
“놀랍게도 벌써 성공해버렸습니다. 이게 이렇게 쉽게 성공하면 안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오호! 빨리 듣고 싶네요. 정말 성공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벌써 여러 번 테스트했고, 반융합 조건을 찾아냈습니다. 현재는 3,200도 전후해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고, 아크로도 안정적입니다.”
김선태 팀장이 아주 신나서 연구 결과를 떠벌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보너스도 두둑이 약속했다.
“이제 뭐가 남은 거죠?”
“상용화를 위해선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고 변수를 고려해도 1년이면 충분하지 싶습니다.”
“1년이란 말이죠.”
“네. 그것도 넉넉잡아서 1년이니까 그사이에 특허도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요. 최대한 비밀 유지하면서 진행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연구원 걱정은 안 해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그건 제가 보장할게요. 그리고 이런 기술은 혼자 독식하려다간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럼?”
“네. 연구원이 속한 나라들 하고는 협력할 겁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구요.”
“하하하! 대표님 말씀 들어보니 이해가 팍팍 됩니다.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가 합치면 적어도 그 기술 건드릴 나라는 없겠습니다.”
“그렇진 않아요. 중국이랑 일본은 산업스파이를 지겨울 정도로 보낼 테니까요.”
이미 예견된 일이고 내가 아니어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자기들보다 우위에 서는 걸 죽기보다 싫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