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못해도 3천억이 들어가는 대형 토목 공사다.
그 비용을 모두 GBL에서 감당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국익 차원에서 적극 찬성해야겠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대표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원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음! 그러니까 제가 원하는 건 제 부하들 노후나 임무 도중 사망한 요원의 가족 생계를 책임져 주는 겁니다.”
고민이 묻어나오는 대답이다.
애국심이란 명목하에 희생을 강요하는 국정원에서 요원이 작전 중에 사망해도 나라를 위해 죽었다고 떳떳하게 밝힐 수 없다.
박인모는 부하 요원들이 하나둘 죽어 나갈 때마다 축적돼있는 응어리가 딱딱해져서 괴로웠다.
혹시나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해서 넌지시 말해보았다.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보죠.”
“가능하겠습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좋은 방법이 생각날 것도 같아서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차장님은 유가족이나 부상자 노후 등과 관련해서 기준을 세워주세요.”
“알겠습니다.”
오사카에 가기 전에 SJ 로봇테크(주)와 관련해서 가네다에게 모든 것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거의 동시에 국정원 3과 요원들이 오사카에 나타났고, 3과 요원들 동태를 살피던 내각조사실 공안조사부는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영천 국장이 확실해?”
“제가 직접 봤으니까 확실합니다.”
“갑자기 SJ 로봇테크 근처에 모습을 나타낸 이유가 뭐지?”
“저희가 함정 팠었던 것을 알아챈 듯한데 복수하려는 거 아닐까요?”
“빌어먹을 자식들…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철저히 감시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영천이랑 자리 좀 만들어봐.”
“알겠습니다.”
내각조사실 공안조사부 조사 2부 부장 토가와는 나영천 국장을 만나서 뭐 하려고 왔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물론 말해줄 리 없겠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자고 하다니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닌가?”
“뭐 뜯어 먹을 것이 있다고 오사카까지 온 거지?”
“우리도 할 일 하는 거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적당히 둘러보다 갈 테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냥 좀 가주면 안 될까? 우리 요원들도 피곤하다고.”
“그러라고 온 거야. 너희들도 함정 팠었잖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어떻게 알았지?”
쿨한 것 같아도 한마디 한마디에 칼날이 들어 있었다.
언제든 빈틈을 보이면 베어버릴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가 바본 줄 알아? 그런 함정은 MSS 애들도 안 속는다고.”
“빈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됐군. 쩝쩝!”
“큭큭! 너희도 조심해. MSS 애들한테 바보 소리 듣지 않으려면.”
“이 세상에서 들어본 걱정 중에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군.”
“어쩌지? 난 자꾸 당신이 걱정되는데…….”
“괜히 도발하지 말고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냄새나는 반도인은 어울리지 않는 곳이니까.”
“며칠 있다가 돌아갈 거니까 감시나 잘해. 여차하면 다 털어가는 수가 있으니까.”
나영천 국장이 토가와 부장을 자극하는 동안 나는 가네다를 통해 SJ 로봇테크(주)를 방문했다.
투자회사 대표를 수행하는 역할이지만 자연스러운 동행이라 그쪽에서도 내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가네다 대표 방문이 당연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SJ 로봇테크(주)에 투자를 하고 있어서였다.
가네다 대표는 일상적인 미팅을 하면서 투자 유지를 위해 검토해야 하는 서류를 요청했고,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는 투자사라 SJ 로봇테크에서도 협조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끼리 화장실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생산공장 견학 좀 하게 해달라고 하세요. 이왕이면 안내하는 사람이 선임 엔지니어였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죠?”
“견학이야 늘 하는 일이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서류 검토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현장 견학 일정이 잡혔는데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회사 측에서 소개해준 사람은 기술 이사로 재임 중인 후지와라 쇼헤이란 로봇 공학 박사였다.
인사를 나누고 여직원이 내주는 녹차까지 마신 다음에 현장 견학을 위해 움직였는데 그동안 나는 후지와라 쇼헤이에게 집중했다.
‘어디 보자! 당신의 약점은… 아이고!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겠네.’
그에겐 아들이 하나 있는데 골칫덩이도 이런 골칫덩이가 없었다.
마약에 도박에 여자 문제도 수시로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도박 빚 때문에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아버지 후지와라가 공학박사에 대기업 기술 이사로 재직하면서 적지 않은 급여를 받는 데도 아들 밑구멍으로 들어가는 돈 때문에 여유롭지 못했다.
후지와라가 한참 앞장서서 걷길래 은근슬쩍 따라가서 걷는 속도를 맞췄다.
“아들 문제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네?”
“여자 문제는 어쩌지 못하겠지만 마약이나 도박은 해결해 드리죠.”
“…….”
“놀라지 마세요. 전 이사님 걱정이 보이니까.”
“그걸 어떻게 아는 겁니까?”
“무당이라고 해두죠.”
일본은 한국보다 더 무속 신앙이 널리 퍼져 있어서 무당이란 개념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저, 정말 해결이 가능합니까?”
“도박 빚 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해 드리죠.”
처음 만나는 사인데도 아들 문제를 들먹이니까 단숨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절실하고 아들을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저한테 원하는 것이 있겠군요.”
“호텔에 며칠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네?”
“그냥 로봇 공학에 대해서 산업 동향을 듣고 싶어서요. 일종의 개인 교습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겁니다.”
“정말 그게 전부입니까?”
“물론입니다. 아무튼 아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오늘 저녁 10시 챌린지 호텔 프런트에서 블랙 마린을 찾으세요.”
블랙 마린을 찾으라는 말만 남기고 가네다 대표가 있는 쪽으로 가서는 언제 후지와라에게 관심을 가졌냐는 듯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시골뜨기였다.
SJ 로봇테크가 주로 하는 일은 기업으로부터 자동화 공정을 의뢰받아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거대한 공장을 자동화하려면 첨단 기술이 동반돼야 하기에 SJ가 보유한 로봇 제어 기술이 아주 중요했다.
후지와라 이사가 챌린지 호텔에 와서 블랙 마린을 찾는다고 말했더니 프런트 직원이 극도로 친절해지더니 펜트하우스로 안내되었다.
“당신 정체가 뭡니까?”
“블랙 마린입니다.”
“그게 뭐냐고 묻는 거잖습니까.”
“차차 알게 될 겁니다.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우선은 아들 사토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 아니겠습니까?”
“정말 저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겁니까?”
후지와라는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로 알고 있었고, 내가 아들을 미끼로 SJ 로봇 기술을 요구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물론입니다. 3일 정도 하루에 네 시간씩만 저를 과외해 주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로봇 공학에 관한 거니까 SJ 로봇테크 기밀 사항을 노출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아, 필요하면 과외 과정을 녹음해도 좋습니다.”
“제 아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겁니까?”
똑똑!
“마침 오셨네요.”
“누구 말입니까?”
정인회 이사가 문을 열어주자 야마다 회장이 약간 긴장된 얼굴로 들어섰다.
주변에 경호원과 부하들이 있었는데 문 안으로 들어온 건 야마다 회장 혼자였다.
“이분이 누군지 아십니까?”
“글쎄요. 전 모르는 분입니다.”
“야마다 회장님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오야붕이라 부르기도 하죠.”
“네?”
“놀라실 거 없습니다. 이분이 있는 한 후지와라 사토시는 어떤 도박장이나 마약에 접근하지 못할 거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야마다 회장님?”
“물론입니다. 대표님!”
마약을 사고 싶어도 사질 못하니 자연히 끊게 될 것이고 어떤 도박장에 들어서도 매타작에 쫓겨날 것이니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도박 빚은 야마다 회장이 펜트 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화 한 통이면 누구로부터 꽁지를 받았는지 바로 알게 되고 원금만 받고 이자는 탕감해주라고 하면 그만이다.
“한동안 고생하기는 하겠지만 마약이나 도박은 절대 못 할 겁니다. 나머진 본인 의지에 달린 일이니 이사님이 신경 좀 쓰셔야 할 겁니다.”
“이걸로 끝입니까?”
“믿어 보세요. 이 자리에 아드님을 잡아다가 잡도리할 순 없는 일이라… 원하시면 그렇게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제 역할은 다한 겁니까?”
“수고비는 따로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야쿠자 오야붕이 내게 허리 숙여 인사하자 후지와라는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싶어서 의아한 눈빛에 공포를 섞어서 떨고 있었다.
“도박 빚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자는 됐고, 원금은 갚으셔야 합니다. 원하시면 제가 갚아 드리죠. 대신 제가 해달라는 일 한 가지를 해주셔야 합니다.”
“아, 아닙니다. 원금만이라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도 그 이상 복잡해지는 건 딱 질색이라서요.”
지금 이 순간에도 후지와라 박사가 가진 역량을 내 기억 속에 담고 있었다.
이것들을 컴퓨터에 기록하고 며칠 반복하다 보면 후지와라 박사가 아는 것들은 나도 똑같이 알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기준점에서 몇 사람만 더 만나보면 SJ 로봇 기술은 GBL에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만…….
* ? ? * ? ? *
후지와라 박사는 생각보다 열정적으로 개인교습에 임했다.
심지어 연구소 직원까지 데려와서 자기 분야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더 폭넓은 지식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젠 SJ 로봇테크 직원이 아니더라도 관련 기술이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 알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아서 네 번 만에 과외를 종료했다.
“오늘까지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대표님은 정말 신기한 분입니다. 로봇 공학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굳이 이런 식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은데 왜 제 아들을 신경 써주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겁니까?”
“전 후지와라 이사님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정도의 개인 교습은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입니다.”
“누구나 아들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이해할 수가 없어서요.”
“때론 이해가 안 되는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구요. 그냥 별일이 다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편합니다. 아! 로봇 공학과 관련해서 제게 소개해주고 싶은 과학자가 있다면 누굴까요?”
후지와라는 누굴 최고로 치는지 궁금해서 한 질문이다.
보고서를 완성하려면 후지와라 한 사람만으로는 부족해서다.
“일본에서 말입니까?”
“굳이 일본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있는 그랜트 사(社)의 마커스 그랜트 대표를 만나야 할 겁니다. 로봇 공학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니까요.”
“꼭 만나보겠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차차 나아질 겁니다. 오사카만 벗어나지 않게 통제하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잖아요.”
“오사카를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행여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네다 대표에게 연락하세요. 그럼 해결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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