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85)
085화
‘하아… 이런 인간이 국내 최대 로펌 대표라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증인 매수는 물론이고 증거 조작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인간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지도층 행세를 하고 있는지 개탄스럽고 통탄스러울 뿐이다.
노상수가 말해준 것처럼 책상 쪽에 걸린 그림 뒤에 비밀 금고가 있었고, 집에도 지하에 비밀 서고와 함께 큼직한 금고를 가지고 있었다.
압수수색을 할 수만 있다면 노태승의 민낯을 고스란히 벗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장을 받아내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공명정대한 방법으로 그를 잡아내면 좋겠지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노태승이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써먹었던 수법 중 하나인데 그중 악질적인 방법 하나를 응용할 생각이다.
‘너 같은 놈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기 위해선 더한 짓도 할 거다.’
이런 인간이 나중에 국회의원까지 된다는 건 내가 용서할 수가 없다.
두 주먹 꽉 쥐고 다짐하는 순간 노태승의 미래가 바뀌었다.
‘그래. 당신에겐 그 모습이 어울려.’
다름 아닌 죄수복을 입고 감방에 처박힌 노태승의 모습이 보여서 든 생각이다.
우리는 나름의 준비를 마쳤고, 며칠 뒤 노태승은 임유현과 함께 늦도록 진득하게 술을 마시게 되었다.
물론 내가 부탁해서 임유현 대표가 의도적으로 만든 자리였고, 노태승을 취하게 만드는 일에 성공했다.
인사불성이 된 노태승은 부축을 받아 겨우 차에 올라탔고, 타자마자 그나마 붙잡고 있던 정신줄 놓아 버렸다.
만취한 노태승을 태운 고급 세단은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출발했고,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접니다. 지검장님!”
―어떻게 됐나?
“이쪽은 준비가 됐습니다.”
―그럼 시작하면 되는 건가?
“네. 시작해 주십시오.”
―알겠네.
노태승은 그길로 사라져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당했고, 다음 날 아침부터 중앙지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찰이 먼저 움직이고 2차로 가양일보에서 특종을 터트렸다.
노앤리는 발칵 뒤집혔는데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노태승은 연락이 두절 되었다.
마치 이런 사태를 미리 알고 도주한 것처럼…….
노태승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자 이미 도주한 것으로 판단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핑계로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로펌과 노태승의 집안이 검찰에 탈탈 털리고 비밀서고까지 발견되자 그동안 노앤리와의 송사에서 패소한 피해자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상황이 이쯤 되니 노앤리에 눌려 있었던 로펌들이 기를 펴기 시작했고, 2위에서 5위 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다.
그와 동시에 노앤리에서 난다긴다하는 변호사들이 입장 바꿔서 노선을 갈아타느라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그 모든 것이 1주일 만에 일어났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둑이 무너지니 순식간에 홍수가 일어난 것과 다름없었다.
한편 이두영은 카지노 출입과 불법 도박 문제로 검찰에 소환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 조사실에는 노현우가 동재 납치 혐의로 체포되다시피 강제 구인되어서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손기화 검사입니다.”
“내가 누굴 납치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이거 왜 이래요? 이미 노현우 씨 사주를 받고 서동재 씨를 납치에 가담한 사람이 자수했는데.”
가볍게라도 법의 심판을 받고 마음의 짐을 벗으라는 의미에서 동재를 납치했다가 풀어준 혐의로 자수하라고 노상수에게 부탁했다.
“자수라뇨? 누가 자수했다는 겁니까?”
“노상수 씨 몰라요?”
“네?”
“아버님이 무리를 일으키고 도주한 상태라 그것만으로도 시끄러운데 노현우 씨마저 이런 일을 일으키다니 집안이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그, 그게…….”
그동안의 저력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로펌 노앤리는 지금 이 시각에도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당신네 로펌 때문에 대한민국 법조계가 발칵 뒤집힌 거 몰라요?”
“…….”
“그건 됐고, 납치 사건이나 털어놔요. 서동재 씨는 왜 납치한 겁니까?”
“정말 노상수가 자수했어요?”
“지금 제가 거짓말하는 걸로 보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믿기지 않아서 그럽니다.”
“대질이라도 시켜줘요?”
이런 상황은 일부러 만들었다.
노현우라면 이두영이 사주했다는 것을 절대 숨기지 않을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에 의리가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러니까 제가 고발당했다는 거죠?”
“지금 장난합니까?”
“하아~ 열라 어이없네. 내가 누군지 몰라서 이래요?”
피식!
“이봐요. 노현우 씨! 지금 노앤리가 어떻게 됐는지 몰라서 이래요?”
“이건 그냥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에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다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어? 노태승 씨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난 또… 이봐요. 노태승 씨는 이미 도주했어요. 필리핀으로 출국한 기록까지 나왔는데… 뭐 아무튼 그건 내 사건 아니니까 지금 언급할 필요 없고, 납치 사건이나 자백해요. 그래도 위해를 가하지 않고 풀어줬다니까 정상 참작은 될 겁니다.”
손기화 검사는 노현우가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그러자 의자를 바짝 당겨 앉은 노현우는 마침내 이두영을 팔아먹기 시작했다.
“그게 말입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라 이두영이란 인간이 시켜서 한 일입니다.”
“이두영이 누구길래 노현우 씨를 수족 부리듯 한다는 겁니까?”
“수족 부리듯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친한 형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아, 이두영은 아진그룹 장남입니다.”
“그러니까 이두영이 사주를 해서 노현우 씨가 서동재 씨를 납치하고 구금했었다는 말이죠?”
“그렇다니까요.”
“이두영 씨에게 확인해 보면 될 일이고 노현우 씨가 노상수 씨에게 서동재 씨 납치를 사주한 건 맞는 거죠?”
“그, 그게…….”
“네. 아니오로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그게… 네. 맞습니다.”
지금까지 한 진술이 있으니 아니라고도 못 하고 모든 걸 이두영에게 뒤집어씌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노현우 씨!”
“왜요?”
“강남스타 카지노 알죠?”
“그야 당연히 알죠. 강남 드나드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그냥 알기만 하면 다행인데 거기 내국인 출입자 명단에 노현우 씨 이름도 있지 뭐겠습니까? 그것도 수십억을 칩으로 교환한 장부까지 나왔는데 어떻게 된 건지 말해보시죠.”
“자… 장부요?”
노현우는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가 건재할 때는 찍소리도 못하던 것들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자기를 핍박하다니 성질 같아선 싸그리 잡아다 인천 앞바다에 깊숙이 묻어버리고 싶었다.
“시원하게 인정합시다. 그럼 불구속으로 수사 진행하겠습니다.”
“씨발! 열라 어이없네. 어디 그 장부 좀 봅시다.”
“노현우 씨! 입조심 해요. 여기 중앙지검입니다.”
“됐고, 그 장부나 보자니까.”
텅!
“이거 안 되겠네. 구속 수사해야지.”
손기화 검사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노현우를 압박했다.
“됐으니까 변호사나 불러요.”
“5분 드리죠. 변호사는 직접 부르세요.”
손기화는 자기 핸드폰을 내주고 자리를 비워주었다.
* ? ? * ? ? *
“이 대표! 언제 왔어?”
나는 10분 전에 손기화 검사 사무실에 도착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상명 지검장과 가까워지면서 손기화도 날개를 달았는데 그게 다 내가 연결고리여서다.
“조금 전에요. 그보다 뭐 좀 나왔어요?”
“노현우는 자백했어. 이두영이 시켰다고 진술하더라고.”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구속까지는 무리일 거야.”
“썩어도 준치라고 난다긴다하는 변호사들이 집행유예를 받아내겠죠.”
“내 말이…….”
“하지만 그 인간들이라면 또 다른 사고를 칠 겁니다. 절대 얌전히 지낼 사람들이 아니니까.”
“죄가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더 털어보기는 할 테니까 기다려봐.”
“무리하진 마세요.”
“당연하지.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생각이니까 걱정할 거 없어.”
도움은 받고 있지만 절대 불법을 요구한 적은 없다.
그래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 달라고만 했는데 알아서 털어보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검장님 뵈러 갈 건데 같이 가서 커피 한잔하실래요?”
“아니야. 어제도 올라갔다 왔는데 뭐! 그리고 이두영 조사해야지.”
부부장 검사가 지검장이랑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만 해도 가능성이 열린 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미 내가 아니어도 따로 식사도 하는 사이로 발전해 있었다.
“그럼 조만간 식사나 같이 하죠.”
“나야 좋지.”
“그럼 가볼게요. 뭐 나오면 연락주세요.”
“알았어.”
손기화 검사라 헤어지고 지검장실로 가서 커피 한잔하면서 끝까지 밀어붙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점점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노앤리는 무너져갔지만, 이두영과 노현우가 구속까지 되지는 않았다.
이미 예상한 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정도로 마무리될 거라고 하는데 아직은 변수가 남아 있다고 했다.
“무혁아! 합의해달라고 그 인간한테 자꾸 연락오는 데 어쩌냐?”
“적당히 뜯어내고 해줘.”
“그래도 돼?”
“어차피 구속은 안 될 거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합의금이나 뜯어내.”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
동재는 공돈 생긴다고 신나 하더니 노현우에게 1억을 받아냈고, 교사범으로 지목된 이두영에겐 3억을 받아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이동진 회장이 내게 노진모 실장을 다시 보냈다.
“또 무슨 일입니까?”
“회장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참 우습군요.”
“뭐가 말입니까?”
“이두영 씨나 그 사람 모친은 날 죽이려고 하더니 이젠 또 얼굴이나 보자는 겁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노 실장님! 뻔히 다 아는 얘긴데 모른 척한다고 되겠습니까?”
“어쨌든 회장님 뜻은 그분들과 다르십니다.”
“전 할 말도 없고, 들을 말도 없습니다. 아들 간수나 잘하라고 하세요. 다음엔 이정도로 안 넘어가니까.”
몇 달 전의 정인회 이사라면 내가 험한 일을 시킬 경우 거부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의 정 이사는 그때완 다르다.
“이번엔 그냥 가지만 다음엔 거절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몇 번을 찾아오든 내 대답은 한가집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셨으니까 제가 한마디는 해드리죠.”
“무슨 말을…….”
“조만간 노 실장님 부모님이 여행 가신다고 하면 말리세요. 초상 치르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만 가세요. 남들은 1억 원씩 내고 듣는 조언입니다. 흘려듣지 말고 명심하세요.”
불쑥 들은 말에 의문이 들었지만, 축객령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노진모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지?’
노진모는 여행이란 말과 초상 치를 수도 있다는 말에 찝찝함을 가득 담은 채로 돌아갔는데 이동진 회장이 버럭 화를 내는 통에 싹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청주 본가에서 연락이 왔는데 마을에서 효도 관광을 보내준다고 하면서 돈 좀 보내달라고 하길래 100만 원을 보내주었다.
‘어? 여행!’
막 돈을 보내고 나니 생각이 난 것이다.
여행을 간다고 하면 말리라고 했던 말이 떠오는 거다.
‘다 같이 가신다는데 무슨 일이야 있을라고…….’
노진모는 아주 잠깐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스스로 합리화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