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Life White Paper RAW novel - Chapter 322
322.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얼마 전에 5조 원이 훌쩍 넘어가는 돈을 주고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대기업 총수보고 한식당을 하라니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박재현의 말에 재경도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큰오빠 말이 맞아요. 한식당 문제는 그냥 제가 다시 검토해 볼게요.”
그러자 박경수 회장이 짧게 혀를 찼다.
“누가 단순히 식당을 맡아서 운영하라는 건 줄 아느냐.”
“……?”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박경수 회장이 맞은편에 있는 재성을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리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한다고 해도 호텔에 있는 한식당 몇 곳 가지고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
확실히 개선에 성공해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도 들어간 비용에 반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었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안 좋다는 거지.’
재성은 내심 수긍했다.
“그러니 진심으로 한식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재성이 네가 직접 사업을 해보라는 거다.”
“외식 체인 사업을 하라는 거예요?”
재경의 물음에 박경수 회장이 앞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며 대답했다.
“뭐.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
옆에 있던 박재현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식 외식 체인이라……. 그걸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저도 반대예요. 한식을 평하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나라 음식들에 비해서 체인점으로 운영하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고 수익성도 떨어져요.”
두 사람의 반대에 박경수 회장은 재성에게 시선을 줬다.
“네 생각은 어떠냐?”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 바로 식품, 외식산업이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세계 식품 산업 규모가 10조에 달했지.’
원(W)이 아니고 달러($)였다.
정말 어마어마한 시장이 아닐 수 없었다.
네슬레와 코카콜라, 펩시, 하인츠체 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식품 회사들이 세계 100대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만 봐도 식품 산 업이 얼마나 큰돈을 버는 황금시장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돈을 벌고 싶으면 사람들이 먹고 입는 장사를 하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야.’
거기다가 몇 년 뒤에 전 세계적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크게 열리며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걸 알았다.
만약 식품시장에 뛰어들려면 지금 이 절호의 기회였다.
“왜 대답이 없어?”
기다리다 답답해진 박경수 회장이 대답을 재촉했다.
“생각을 좀 정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은 내린 뒤였다.
재차 묻는 말에 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러자 재현과 재경이 동시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마 두 사람이 같은 제안을 받았으면 분명 거부했을 거다.
그만큼 실패할 게 뻔한 사업인데 왜 하겠다는 건지 둘 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작 말을 꺼낸 장본인인 박경수회장도 의외라는 것처럼 물었다.
“정말이냐? 내키지 않는데 나 때문에 억지로 하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싫다고 해.”
슬쩍 옆을 보니 재경이 열심히 눈짓으로 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재성은 씩 웃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저도 한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오너예요. 단지 그런 이유로 사업을 시작하겠습니까.”
“그럼 진심으로 한번 해보겠다고?”
큰형인 박재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응. 굳이 한식이 아니더라도 식품사업에 가능성을 봤거든. 이 기회에 분야를 좀 더 넓혀볼까 싶어.”
“또 일을 벌이겠다 이거지.”
재경이 머리를 짚으며 끙 소리를 냈다.
“내가 그렇게 걱정돼?”
“너 말고 내가 걱정이야. 우리 둘끼리 얽힌 사업이 많은데 자꾸 딴데 신경 쓰다가 말아먹는 건 아닌지 몰라.”
“에이, 누나도 참.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못 믿어?”
그러면서 재성은 한술 더 떠 형과 누나에게 권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아버지 덕분에 좋은 사업아이템을 얻은 거라니까? 둘 다 생각 있으면 같이하지 그래.”
“난 빼줘라.”
큰형인 박재현은 곧바로 딱 잘라 거절했다.
아무리 재성이라도 이번만은 고전할 거라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누나는 어때?”
“음…….”
반면 재경은 약간 망설였다.
솔직히 식품 사업에 부정적인 건재경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쟤가 하는 거니까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여태껏 재성의 말을 들어서 한 번이라도 손해를 본 적이 있었던가.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재경은 결국 직감을 따르기로 했다.
“블루 스타처럼 본격적으로 하긴 좀 그렇고…… 내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할게.”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으니 살짝한 발만 걸쳐보겠다는 뜻이었다.
“괜찮아. 후회하지 않을걸.”
재성은 안심하라는 것처럼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경수 회장은 어쩐지 정말로 성공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재성이 확신하는 태도로 이 사업을 맡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는 또 어떤 결과로 날 놀래려나.’
박경수 회장은 자식의 성장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자. 그럼 한식당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자꾸나.”
슬슬 진짜 본론을 꺼낼 때였다.
“오늘 너희들을 보자고 한 건 내년에 있을 대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그러자 재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하려면 아직 1년이나 남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지. 판세가 다 갈라진 다음에 줄을 대봤자 괜히 돈만 쓰고 고맙다는 소리도 못 듣는 법이야.”
미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박재현은 입을 떼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내년에 대선이네.’
어떤 당 대통령 후보에 베팅할지 논의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5년이 다 되어간다니.
시간이 정말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졌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재성은 박경수 회장의 말에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본격적인 경선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는 4월 이후부터 시작되겠지만 이미 본선에 누가 대권 후보로 나서게 될지 대략 알고들 있을 거야.”
지난 대선들과 달리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는 여야 모두 특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누가 새로운 청와대의 주인이 될 것 같은지 재현이 너부터 의견을 말해봐라.”
시선을 받은 박재현이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전 야당인 민국당 윤관중 의원이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겠지?”
“예.”
박재현은 허리를 바로 세우며 대답했다.
“현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이미 하반기에 있었던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뒀죠. 게다가 한미미자유무역 협정 문제 때문에 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도권과 경기도의 여론이 야당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흠. 그리고?”
“좀 있으면 4월 국회의원 선거죠. 전 거기서 다시 야당이 승리를 거둬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질 거라 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까지 야당 바람이 거세게 불겠죠.”
현재 정국을 나름대로 예리하게 분석한 대답이었다.
박경수 회장은 머리를 작게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래. 선거는 바람이라 한번 주도권을 빼앗겨 버리면 다시 되찾아오기가 힘들지.”
그러자 재경이 중간에 끼어들어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
“전 임환수 후보가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임환수? 서울대학교 교수 출신을 말하는 거냐.”
“네. 그리고 유명한 1세대 벤처 기업가이기도 하죠.”
재경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차근차근 말했다.
“후보들 중에선 제일 젊은 데다 엘리트 이미지가 있는 게 강점이죠. 지금 2030세대가 제일 불만이라고 하는 게 뭔지 아세요? 정치판에 고인물들밖에 없어서 시대의 변화를 못 따라간다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임환수 후보가 나왔으니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실제로 지지 기반도 기존 정치에 질린 젊은 층이니 분명 이번 선거의 다크호스가 될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은 무소속이잖아.”
박재현은 영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으로 재경의 의견을 반박했다.
“젊은 층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건 알지만 선거는 조직 싸움이야. 혼자서 뭘 할 수 있겠어.”
“아직 1년이나 남았잖아. 조직이야 지금부터 만들면 되지.”
재경은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대꾸했다.
“그리고 임환수 후보가 가진 개인 재산이 수천억인 거 알지? 마음만 먹으면 금방 조직을 갖출 수 있을 걸.”
“글쎄다.”
두 사람 의견 모두 일리가 있었다.
사실 이 주제는 이미 TV나 인터넷상에서 몇 번 토론거리가 된 적이 있는데 그만큼 이번 선거가 박빙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재성은 차분하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민한당 임정혜 의원이 될 거 같은데.”
이미 재성은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은 재성의 말이 뜻밖이었는지 뭐? 하면서 동시에 그를 돌아보았다.
“지금 여당 지지율이 최악인 거 몰라? 장년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이번 선거는 어려울걸.”
“나도 같은 생각이다.”
재경에 이어 박재현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지금은 여당이 불리하지. 그래도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아는 거잖아?”
미래를 안다고 말할 수도 없어서 재성은 그냥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중간에 바람이 불면 분위기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어.”
“바람만 기다리다가 선거에서 질거 같은데.”
재경은 말도 안 된다는 것처럼 입꼬리를 비틀었다.
“뭐, 일단 두고 봐. 참고로 임정혜의원의 별명이 선거의 여왕이라는 건 알지?”
“그게 뭐.”
“얼마 전에 민한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임정혜 의원이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도 모르지. 만약 그렇게 되면 야당 대세론은 크게 흔들릴걸.”
실제로 여당의 참패로 끝날 거라 예상되던 국회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바람을 일으킨 임정혜 의원이 여세를 몰아 대통령 선거에서까지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정말 박빙의 승부였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경수 회장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임정혜 의원이 만만치 않은 인물인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 않겠냐?”
“제가 여당의 승리를 점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그게 뭐냐?”
“야당의 유력 후보가 둘이나 된다는 거예요.”
어느새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박경수 회장과 형, 누나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무소속이지만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임환수 교수는 야권 후보라고 봐야 될 거예요. 그럼 윤관중 의원과 함께 유력한 야권 후보가 둘이나 되는 건데 이렇게 되면 지지 세력도 둘로 나누어지겠죠. 반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여당은 임정혜 의원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거고요. 지지율은 높지만 둘로 쪼개진 야권과 약세지만 하나로 결집된 여당이 맞부딪친다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박재현이 반론을 내놨다.
“야권도 바보가 아닌데 투표 전에 단일화를 하지 않겠어?”
“물론 그렇겠지.”
어깨를 으쓱이며 재성이 말했다.
“하지만 권력은 부자지간이라도 나눌 수가 없다는 말도 있잖아. 다른 것도 아니고 대통령 자리인데 쉽사리 양보할 수는 없을 거야. 더군다나 정권 교체 분위기가 높은 데다가 두 후보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지지율이 높으니 더욱 합의점을 찾기 어렵지 않겠어?”
다들 권력과 돈에 대한 욕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럼 넌 여당과 임정혜 의원한테 베팅해야 된다는 것이냐.”
재성이 박경수 회장과 시선을 맞추며 대답했다.
“누가 더 청와대에 가깝냐고 한다면 임정혜 의원을 선택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야기해 봐라.”
“현실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을 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기업과 자본가들의 정치 헌금이 비일비재하니까요.”
목에 힘을 준 재성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정권과 가까워지는 건 이제 이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선거 자금을 주지 말자는 거냐?”
“아니요.”
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묻는 얼굴로 박경수 회장이 재성을 쳐다보았다.
“권력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죠. 너무 가까우면 타 죽고 멀면 얼어 죽는 법이니 딱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중도를 지키는 게 최상 아닐까요.”
“말은 쉽지. 그랬다가 정권의 미움을 받으면 그룹이 휘청거릴 수도 있어.”
큰형 박재현은 도박같이 대담한 투자를 일삼는 재성과 달리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러니 어느 때건 최악의 상황부터 먼저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야 양쪽 다 섭섭하지 않게 해주되 너무 밀착되는 것을 피하자는 거지. 특혜를 받으면 당장은 좋겠지만 어차피 영원한 권력은 없어. 정권이 교체되면 바로 보복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아.”
실제로 정권의 비호를 받아 크게 성장했다가 대통령이 바뀌면 큰 곤욕을 치르는 그룹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정치권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재성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권력이 옆에 있을 때 얼마나 단꿀이 떨어지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한번 권력을 잡으면 오랫동안 이 어지던 군사정권 때와 지금은 달라. 거의 십 년 주기로 정권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그룹이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한다면 어떻게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겠어.”
재성은 회의적인 가족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주장을 펼쳐 나갔다.
“그리고 제일 그룹은 물론이고 유니콘 그룹도 정권의 치맛자락을 붙잡아야 될 정도로 작은 회사가 아니야. 정경유착이라는 부끄러운 타이틀로 검찰 포토라인에 아버지나 우리 가족이 서는 모습은 절대 보고 싶지 않다고.”
마지막 말은 진심이었다.
처음엔 낯설고 서로 데면데면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젠 가족으로서 정이 생겨 버렸다.
이미 재성에게 이 가족은 떼어낼 수 없는 인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박경수 회장은 침묵하면서 재성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막내가 너무 이상적인 소리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했는데 잘 들어보니 꽤 일리가 있었다.
특히 가장 박경수 회장의 가슴에 울린 것은 가족이 검찰 포토라인에서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
자식의 그런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박경수 회장은 단순히 부모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룹을 책임지는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에 거액의 비자금을 전달해 오지 않았는가.
만약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치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그렇게 바쳐댄 비자금 덕분이니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다들 정권에 줄을 대는데 혼자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한몫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박경수 회장은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재성이 네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심사숙고해 보자꾸나.”
재성 역시 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건 알았다.
“예.”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재경이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이번 대선에서는 임환수 교수가 바람을 일으켜서 당선될 줄 알았는데 재성이 말을 들으니까 자신이 없어지네.”
재현 역시 처음과 달리 깊은 고심에 잠긴 모습이었다.
살짝 미소만 지어 보인 재성은 각각의 생각에 잠긴 가족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조용히 차를 홀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