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19
밥만 먹고 레벨업 1020화
루가는 보이지 않는 검이 휩쓸고 간 자리를 보며 경악했다.
검은해골 병사들 3만 이상이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 또한 보이지 않는 검에 베였다. 루가가 서둘러 검은해골 기사단을 살폈다.
그들 역시 심검에 베여 온몸에서 피를 흩뿌리고 있었다.
‘신화 속에 내려오던 심검이라고?’
저 조금 모자라 보이는 소년이 발휘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곧 모순을 알 수 있었다.
‘신화 속에 내려오던 그 심검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그렇다. 신화 속의 심검. 그 힘은 단숨에 100만의 군대를 베어내는 게 가능했다.
또 그 어떠한 적도 심검 앞에 적수가 되지 못했으며 버틸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루가는 꽤 큰 피해량을 입긴 하였으나, 버텨낼 수 있었다.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던 검은해골 기사단이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병사와 기사의 힘의 차이는 컸다.
어지간한 기사 한 명이 병사 열 명은 상대할 수 있다.
또 검은해골 기사단의 기사들은 발라만 공작께서 직접 육성하신 병력이란 사실이다.
루가의 입술이 비틀렸다.
‘피해가 크다.’
그렇지만 곧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고, 그때는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
아니, 어쩌면 비교적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자신과 검은해골 기사단이 저 소년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때.
“……?”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얀 가면을 쓴 커다란 몸집의 사내가 움직였다.
사내가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던 검은해골 기사단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 모지리 새끼야, 안 꺼…….”
자신의 앞을 막은 헤라클에게 으르렁거리던 기사.
곧 그는 엄청난 빠르기로 쇄도한 몽둥이를 볼 수 있었다.
그 몽둥이가 기사의 몸을 후려친 순간.
우두두두두두두둑-!
루브앙 제국 대장장이가 만든 견고한 갑옷이 부서져 나가며 기사의 몸의 뼈 또한 부서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기사의 몸을 헤라클이 또 한 번 후려쳤다.
“으, 으아아아악! 그만!”
바닥에 쓰러져 뼈 곳곳이 부서진 기사가 단 두 번 만에 엄청난 중상을 입었다.
그가 또 다른 기사를 후려쳤다.
콰자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악. 내, 내 뼈가……!”
뼈가 부서져 뒤틀린 기사들은, 실제로 발이 손 쪽으로 뼈가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뻐어어어어엉-!
뻐어어어어어엉-!
뻐어어어어어엉-!
“…….”
루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단 두 명에게 기사들이 전투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
작은 소년이 ‘기술’은 뛰어나나 딜량이 부족하다면, 청년은 ‘기술’은 부족하나 엄청난 딜량을 자랑했다.
즉, 둘의 조합은 환상적이라 할 수 있었다.
단숨에 검은해골 기사단 열댓 명이 때려 눕혀졌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기사단원들은 검은해골 기사단의 평범한 단원에 불과했다.
‘붉은해골 단원들이라면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
붉은해골 단원들은 다섯의 뛰어난 기사들이다.
그들이 바로 신의 검들과 견주는 자들이었다.
‘애초에 발라만 공작님이 온다면 혼자서도 쉽게 제압하실 수 있다.’
루가가 그런 생각을 품으며 앞으로 나섰다.
일단은 그들이 오기까지 자신이 시간을 벌어야 했다.
최소한, 자신 혼자서 한 사람쯤은 상대할 수 있었다.
그때.
“일 초.”
“…….”
루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코니르가 마지막 대사를 읊어댔다.
루가는 위험을 직감했다.
“날 무시한 네가, 쓰러지는 데 걸린 시…….”
그러나 코니르는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코니르가 반응하지도 못할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온 어떠한 존재가 그를 멀리 쳐낸 탓이다.
코니르가 바닥을 굴렀다. 곧바로 그 사내가 헤라클의 뒷덜미를 잡아채 땅에 힘껏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아앙-!
“크흡, 헤, 헤라클. 아프다!”
루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키는 183㎝에 이르렀고 근육질이었다. 또 양팔에는 검은해골의 문신이 있었다.
단숨에 코니르와 헤라클을 제압한 자.
다름 아닌 발라만 공작으로 새로운 루브앙 제국의 황제를 꿈꾸는 자였다.
핏빛의 검을 쥔 그는 멀리 날아간 소년이 빠르게 자세를 잡고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코니르는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전투에서만큼은 천재적인 센스를 발휘한다.
이 순간, 그의 본능이 심검의 2장은 이자에게 꽂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심검. 2장.”
보이지 않는 검이 코니르의 양손에 쥐어진다.
파아아아아아앙-!
코니르는 실제로 루가의 평가와 같이 화려하고 대인전에 능하나 엄청난 딜을 박아 넣는 심검은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힘만큼은 달랐다.
“검의 분노.”
콰르르르르르르르륵-
순식간에 발라만 공작 앞에 당도한 코니르가 검으로 그를 베고 지나갔다.
콰하아아아아악-!
발라만에게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는 강대한 힘이 그를 지나쳤으나.
“꽤나 간지럽구나.”
발라만은 생각보다 태연하게 베인 자리에 포션을 부었다.
“…….”
코니르가 당황했다. 그리고 발라만이 말했다.
“천외제국의 검신 코니르가 네놈이었구나.”
루가를 비롯한 기사들은, 이미 상대가 심검을 발휘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것은, 정체 모를 괴력을 발휘하던 청년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청년 헤라클의 몽둥이가 발라만의 몸을 후려쳤다.
잠깐, 기우뚱하는가 싶던 발라만 공작이 몸에 힘을 주었다.
“때려봐라.”
“……헤라클, 몽둥이 견뎌라!”
콰자아아아악-
헤라클이 이어 또 한 대를 때렸다.
그러나 발라만 공작은 크게 흔들렸다가 돌아올 뿐이었다.
곧.
콰자아아아아아악-
발라만이 헤라클을 거침없이 베어냈다.
그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아, 아파…… 아파, 아파아아……!”
헤라클은 고통에 익숙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그를 공격한 적은 많았지만, 그의 단단한 피부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런 헤라클에게 살을 깊게 베고 지나는 고통은 끔찍한 것이었다.
“베는 맛이 있구나!”
발라만은 말했듯 전쟁에 미친 미치광이에 불과한 자였다.
고통스러워하는 자들에게 희열을 느끼는바.
콰지이이이익-
또 한 번 헤라클을 베어낸 그가 광소를 터뜨리며 계속 그를 베었다.
보다 못한 코니르가 몸을 내던지며 헤라클을 감쌌다.
콰자아아아악-
“크흑, 코니르. 아프다.”
베이면서도 코니르는 계속된 공격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무산되었다.
말 그대로 압도당하고 있는 것이다.
“코, 코니르. 비켜라. 나 대신해서 맞지 마라!”
“헤라클은 내가 지킨다.”
“크하하하하하, 눈물겹구나!”
발라만은 진심으로 즐거웠다.
천외제국은 자신이 황제가 되면 밀어버릴 국가였다.
그전에 천외제국의 애송이 두 명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고,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즐거워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발라만은 더 이상 소꿉장난을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최종목표는 카르딘 황자를 제거하는 거였으니까.
‘혹여 이 틈에 도망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또 함께 도착한 30만의 군대와 붉은해골 기사들과 검은해골 기사단이 있으니 걱정 없다.
“대충 가지고 놀다, 죽이거라.”
곧바로 붉은해골 기사들이 코니르와 헤라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발라만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카르딘 황자를 쫓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푸우우우우우욱-
카르딘 황자는 발라만의 앞에 있었다.
그의 검이 빛과 같은 속도로 발라만의 복부를 관통하고 있었다.
“……공작님!”
“……!”
모두 깜짝 놀란 이유.
발라만의 피부는 인간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껍기 때문이다.
소문에 따르면 발라만은 신의 피부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알라드강에서 어린 시절 목욕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부모도, 발라만이 황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던 것일 터다.
그런 발라만의 피부를 뚫고 검이 박혔다?
그것은 카르딘 황자 역시 높은 경지에 오른 실력자라는 증거였다.
“쿨럭……!”
발라만도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혹했다.
더 놀라운 건, 선공했다는 것이다.
‘도망치지 않고……?’
자신 있는 건가? 아니면?
‘이들을 버릴 수 없다는 건가?’
후자였다.
카르딘 황자는 뛰어난 스승을 만나 한층 강해졌다.
그러나 발라만 공작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으며, 심지어 이 자리에 있는 자들까지 상대하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이들을 버리고 도망칠 순 없는 노릇.’
최소한 어떻게든 자신과 이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에 발라만 공작의 복부를 꿰뚫었다.
이것은 꽤 큰 중상이었을 터.
푸화아아아아악-
검을 뽑아내고 거대한 힘을 피어 올리는 카르딘 황자.
그와 발라만 공작의 검이 맞부딪쳤다.
‘무슨……!’
카르딘 황자는 깜짝 놀랐다. 발라만 공작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듯싶었고 신들에게도 결코 굴하지 않을 실력자였다.
심지어 중상을 입었는데도 이 정도라니?
더 집중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붉은해골 기사들이 코니르와 헤라클을 짓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은 희생 때문에 도망치지 않다니. 네놈은 애초부터 황제가 될 재목이 아니니라.”
실제로 카르딘 황자의 선택은 감성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그가 너무 물러터졌다는 방증이었다.
하나, 믿고 있는 것도 있었다.
‘스승님의 도움을 받으면…….’
그는 딱 한 번. 스승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기회는 너무도 값진 것이기도 했다.
카르딘이 주변을 둘러봤다.
35만에 이르는 군대와 수준 높은 검은해골 기사들과 붉은해골 기사들에 발라만 공작까지.
‘설령, 나를 무사히 안내해 줄 그들이 온다 해도, 이길 수 없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카르딘 황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바로 그때.
“크하아아아악!”
헤라클이 코니르를 힘껏 껴안으며 그를 대신해 맞고 있던 때, 한 붉은해골 기사가 헤라클의 등에 검을 꽂아 넣었다.
“헤, 헤라클!!!”
코니르가 사색이 되었고, 헤라클은 부르르 떨면서도 안은 코니르를 놓아주지 않았다.
“으하하하하하!”
“눈물겹구나!”
“재밌군, 크흐흐흐!”
즐거워하는 그들의 웃음소리.
우스운 일이다.
‘저 둘은, 발라만 공작만 아니었다면 이 자리의 모두를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들을 짓밟음이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웃어댄다.
강함이란 게 그런 거다.
코니르와 헤라클이 수십만을 이길 수 있듯. 발라만은 그 둘을 이길 수 있다.
발라만의 검에 퉁겨나간 카르딘 황자의 손이 검을 꽉 쥐었다.
발라만이 뒤쪽 기사들에게 턱짓했다.
서둘러 죽이라는 신호였다.
낄낄거리던 그들이 막 헤라클과 코니르의 마지막을 장식하려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터져나가며 검을 휘두르려던 붉은해골 기사가 튕겨 나갔다.
그들의 중심에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의 망토를 두른 사내가 서 있었다.
그가 코니르와 헤라클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외제국, 황제……!?”
붉은해골 기사들이 놀란 음성을 터뜨렸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놀라는 그들 사이에 선 민혁이 치아를 빠드득 갈았다.
그는 네르바로부터 황자를 구출해 줄 것을 부탁받았다. 그것은 은밀해야 했기에 혼자 나선 것이다.
또 혼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천외제국’에 큰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천외제국에서 제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두 사람이 있다.”
“…….”
“…….”
발라만의 눈이 이채를 머금었다.
천외제국 황제의 등장에 놈도 함께 죽일 수 있다 판단해서였다.
“바로 코니르와 헤라클이다. 두 사람은 순수하고 착해.”
그렇다. 천외제국 모두가 두 사람을 아끼고 좋아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무엇일까?
바로 그들이 무척 강하다는 건 알지만, 순수하고 착한 그들을 자신들이 ‘지켜줘야 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개소리를…….”
“그렇기 때문에.”
민혁이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흩어봤다.
제일 건드려선 안 되는 두 사람.
두 사람을 건드린 대가는.
“너희들은 그들의 분노를 살 거다.”
“형아!”
“민혁이 형!”
헤라클과 코니르가 그를 불렀다.
곧바로 민혁이 입안에 종속의 아몬드를 넣어 씹기 시작했다.
“나는 저들의 형 중 한 명이다.”
오독-!
“그리고 저들에겐 아껴주는 할아버지와 삼촌, 누나, 이모, 고모가 있다는 거거든.”
곧바로.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팟-!
쉴 새 없이 빛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 내리치는 빛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노인이 등장한다.
“그들의 할아버지는 가장 위대한 창신이며.”
“내, 내 새끼들!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이냐!?”
다른 빛에서 나타난 자. 폐위된 황제.
“삼촌은 네르바가 시기했던 자이고.”
“코니르? 헤라클? 누가 감히 너희를!”
“너희 얼굴이 왜……?”
“누나는 신의 여섯 괴물인 엘리자베스이며.”
“코니르! 헤라클!!!!!”
쿠호오오오오오오-!
한 사내에게서 대악마의 마기가 솟구쳐 오른다.
사방팔방에서 나타난 이들의 눈에 엄청난 살기가 피어오른다.
그것은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분노.
창신, 폐위된 황제, 신의 검이었던 자, 대악마, 신의 여섯 괴물, 대해적, 그 외의 무수히 많은 수십 명의 이들.
루오가 말했다.
“누구냐, 내 새끼(?)들을 저리 만든 게.”
고르피도가 말한다.
“갈가리 찢어 죽여주겠다.”
“크하아아아아아악!”
켈베로스. 사랑이, 행복이, 소망이가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들 틈에 선 민혁.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민혁이 발라만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
“쟤들 형이, 군신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