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97
밥만 먹고 레벨업 1098화
민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룬달라라는 사서가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이 이곳을 뒤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민혁이 룬달라를 이유 없이 살해하고 도망치는 것은?
그것도 옳지 않다.
끼디딕-
돌아가는 문고리에 긴장하고 있을 때.
“아, 사건일지 방이 아니라 여기에 있었군.”
다시 문고리를 놓는 소리가 들렸다. 챙길 것을 챙긴 노인이 천천히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후.’
민혁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곧 그의 눈에 경멸이 차올랐다.
‘천사라며?’
천사는 선(善)의 상징과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 사건일지에 빼곡히 적혀 있는 내용들을 유추해 본다면 그들은 악마보다 더 더럽고 추악하기 짝이 없었다.
민혁이 서둘러 도서관을 빠져나가 선악의 경계로 향했다.
* * *
“있잖아요, 나는!”
“저기요, 저는!”
여전히 에밀라는 잔뜩 상기되어 떠들어대고 있었다.
민혁이 호출하라고 했던 이에게 귓속말을 했던 발렉은, 에밀라의 이야기를 거의 졸 듯이 들어주고 있었다.
곧 민혁이 돌아왔다.
돌아온 민혁의 표정은 심각했다.
“에밀라.”
“네!!!”
역시나 힘차게 대답한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민혁을 보았다.
“이제 그곳에 있지 않아도 돼.”
“네?”
“그곳에서 꺼내줄게.”
그 말을 들은 에밀라는 깜짝 놀랐다. 잔뜩 상기되어 떠들어댔지만 알고 있다.
“이, 이 감옥은 천계의 대천사들이 관리해요. 이 감옥을 손대면 무사할 수 없어요!”
“그건 내가 걱정할 문제라고 생각해. 물러서.”
“네, 네……!”
에밀라는 민혁에게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이, 아까 전 그에게 느꼈던 따스함과 전혀 다름을 알았다.
뒤로 물러난 에밀라는 지금 설렌다는 감정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그녀는 상기되어 떠들어댔지만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감옥은 부술 수 없어.’
‘나는 그들의 감시를 받아.’
‘나는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해.’
그랬기에 에밀라는 말한 것이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이곳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니까.
상기되어 떠들었던 이유?
그저 상상만 해도 좋았기 때문이다.
희망은 갖지 않았다.
그런데 걱정 말라던 민혁이 검을 강하게 쥐어 원으로 이루어진 그 좁은 공간을 힘껏 가격했다.
까아아아아앙-!
그 거센 소리와 함께 민혁은 끊임없이 점멸하는 경고등을 볼 수 있었다.
[경고.] [경고.] [대천사들의 힘이 깃든 감옥입니다.] [대천사들의 감옥을 부수는 것은 천계의 규율을 어기는 일입니다.] [계속하여 대천사의 감옥을 부수려 할 시 천계의 규율에 따라 다양한 제약을 받으며, 당신을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할 것입니다.] [대천사의 감옥은 특별한 힘으로 부술 수 없습니다.] [오로지 평범한 타격으로만 부술 수 있습니다.] [대천사의 감옥은 타격 데미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타격 횟수를 채울 시 대천사의 감옥을 부술 수 있습니다.] [1차 균열까지 3,000번을 휘두르시기 바랍니다.] [대천사의 감옥이 당신의 자연치유력을 비롯한 모든 치유능력을 통제시킵니다.]깡! 깡! 깡! 깡! 깡!
규칙적으로 두들겨대는 민혁이 순식간에 천 회를 넘어섰다.
평범한 사람은 검을 쥐고 백번을 휘두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스킬의 제한을 받을 뿐.
모든 육체능력은 그대로인 민혁의 검이 계속 가격한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3,000번을 두들기자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쩌저적-
둔탁한 무언가에 부딪힌 듯한 아주 작은 실금이 일어났다.
[1차 균열이 발생하였습니다.] [대천사들의 규율을 어긴 대가를 받습니다.] [무수히도 많은 교가 당신을 적대할 것입니다!]대천사는 비록 인간들이 섬기는 신은 아니었으나 성스러운 상징 그 자체였다.
선(善)을 섬기는 그들은 모두 대천사의 영향을 받는다.
많은 교가 민혁을 적대한다는 건 곧 엄청난 타격으로 온다.
에밀라도 공교롭게도 그 알림을 듣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꺼내줄게.”
또다시 알림이 들려왔다.
[2차 균열까지 5,000번을 휘두르시기 바랍니다.]민혁이 쉬지 않고 계속하여 휘둘러댔다.
‘이래서 자연치유력을 통제했나?’
계속 휘두르던 민혁은 숨이 턱 끝까지 빠르게 차오르는 걸 느꼈다.
또 검을 쥔 손바닥이 반복된 행동으로 인해 핏줄기가 흐를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딱딱한 무언가를 1시간 동안 수천 번 이상을 가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아테네에선 본래 ‘자연치유’라는 개념이 그것들을 일부 보완해 주곤 했다.
그러나 민혁은 멈추지 않는다.
쩌적-!
[2차 균열이 발생하였습니다.] [대천사들의 규율을 어긴 대가를 받습니다.] [규율을 어긴 대가로 모든 신성력을 빼앗깁니다.]충격적인 알림이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상황까지 올 줄은 몰랐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상황이 풀린다면.’
괜찮다.
까아아앙! 까아아앙!
민혁의 손에서 피가 뚝뚝 흐르고 온몸에서 땀이 뻘뻘 흐른다.
체력도 결국 자연치유력의 영향을 받으나, 그것이 사라지자 체력고갈은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신의 의지가 발동되며 민혁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다.
쩌저저적-!
[4차 균열이 발생하였습니다.] [대천사들의 규율을 어긴 대가를 받습니다.] [천계의 모든 군대가 당신을 적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이제 횟수는 7만 번까지 올라갔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베락은 민혁의 지치지 않는 체력에 감탄했다.
에밀라는 그의 손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피를 보다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을 본 에밀라는 놀랐다.
여전히 견고하게 빛나는 그 눈동자가 오로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그것은 에밀라의 석방.
그녀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 어둠 속에서 오로지 그가 검으로 튀기는 스파크가 반짝이고 있다.
쩌저저저저저적-!
[5차 균열이 발생하였습니다.] [대천사들의 규율을 어긴 대가를 받습니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이 당신의 존재를 알아챕니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은 마음대로 선악의 결계를 넘나들 수 없습니다.] [지금 당신에 의해 그 규율을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어, 어떡해…….”
에밀라가 입을 틀어막았다.
책에서 본 대천사장 가브리엘은 죽음의 신과 같은 자다. 넷의 대천사들을 이끄는 장군이며 모든 천사들의 어버이이기도 했다.
그런 존재가, 민혁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어둠이 걷히고 해가 뜬다.
[6차 균열이 발생하였습니다.] [대천사들의 규율을 어긴 대가를 받습니다.] [천계의 수호재앙들이 당신의 존재를 알아챕니다.] [경고.] [경고.] [곳곳에 잠든 천계의 수호재앙들이 당신을 공격할지도 모릅니다.]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7차 균열이 발생…….] [가브리엘이 폭주하려는 수호재앙들을 온순하게 만들어 부리기 시작합니다. 놈들은 사냥개처럼 그의 명령을 따라 언제든 당신을 물어뜯을 것입니다.] [8차 균열이 발생…….] [가브리엘이 대천사들과 모든 군대에 당신을 즉각심판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경고.] [경고.] [위험합니다.] [마지막 균열을 만들어낼 시 대천사의 감옥이 무너집니다.]민혁은 무시하고 계속 가격했다. 또다시 몇 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마지막 균열을 일으키기까지 10회 남았습니다.] [대천사의 감옥이 무너질 시 규율을 어긴 당신은 천계 전체의 공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경고.] [경고.] [대천사장 가브리엘이 모든 군대를 이끌고 선악의 경계를 넘었습니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차세대 군신이시여,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시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멈추신다면 모든 신성력을 앗아가는 것으로 이번 일을 무마시켜 드리겠습니다.] [멈추십…….]들려오는 전음에 대한 민혁의 대답은 간단했다.
마지막 남은 열 번을 가격하는 것이었다.
까아아아아앙-!
[무, 무슨……!]까아아아아앙-!
까아아아아앙-!
까아아아앙-!
계속하여 가격하자 거대한 타격음이 번져 나갔다.
민혁의 손에서 흐르는 뜨거운 피가 그의 검신을 적시고 있다.
이제 고작 두 번 남았다.
에밀라는 희망 앞에서 목도했다.
대천사장 가브리엘과 함께 엄청난 숫자의 군대가 이곳으로 매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을 돌아본 민혁이 조소를 머금었다.
까아아아앙-
그가 또 한 번 내려쳤다.
쩌저저저저저적-
엄청난 균열이 투명한 감옥으로 번져나갔다.
이제 마지막 한 번.
그가 휘두르려 할 때, 에밀라가 소리쳤다.
“그마아아아아안!”
“……?”
민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 *
에밀라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이 감옥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억이 없는 때에 이곳으로 끌려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처음엔 당연했고 언젠가는 외로워졌으며, 또 언젠가는 그나마 주어지는 책을 보았다.
그 책을 통해 세상을 보았다.
그러나 잡을 수 없는 꿈이었다. 그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민혁이란 이가 미친 듯이 감옥을 두들기는 것을 보면서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혹시나 하는 아주 실낱같은 작은 희망이 여기까지 그녀를 이끌었다.
이것이 그 결과다.
민혁의 등 뒤로 대천사장 가브리엘이 즉각심판의 명령을 내린 채 내달려오고 있었다.
나만 이렇게 고통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그 고통을 그와 나눌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천사 같은 생각을 하는 그녀가 말했다.
“제발 그만 해요!”
자신의 머리채를 움켜쥔 그녀가 엉엉 울었다.
“말했잖아요. 내가 죽여달라고 했잖아요, 어차피 난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
“다시 말할까요? 나는 죽고 싶어요! 차라리 이곳에 있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낫다고요. 당신이 하는 노력이요? 고마워요, 그런데 이제 그만해 주세요. 주제넘었어요, 당신은 결국 날 여기서 구하지 못해요. 그냥, 그냥 내가 어떻게든 죽게 해줘요. 제발!”
불가능했기에 한 말이다.
내가 이곳을 벗어나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들다는 걸 알았기에 그에게 애처롭게 했던 말이다.
이제 눈앞에 진짜 현실이 당도하고 있었다.
거대한 슬픔이 그녀를 짓눌렀다.
규칙적으로 몸이 떨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울음이 나온다.
“제발, 그냥 죽여줘.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요…….”
그것은 제발, 돌아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만난 좋은 이가 피해받지 않았으면 하기에.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민혁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앙-!
투명벽에 균열이 번져나간다. 이윽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 투명벽이 무너져 내렸다.
와장창창-
몸을 낮춘 민혁이 그녀를 안아 들고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마주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어때? 1.5m 바깥의 세상은?”
“……!?”
매일 보기만 했던 곳이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에밀라는 그 지옥 같던 감옥과 멀어지고 있었다.
“열 걸음에 네가 서 있던 감옥과 꽤 멀어졌다. 어때?”
작은 웃음을 지은 그가 다시 한번 물었다.
“이젠 자유롭게 바다를 갈 수 있고, 하늘도 볼 수 있을 거야.”
천천히 그녀를 내려놓은 민혁이 말한다.
“이젠 원하는 곳까지 달릴 수도 있어.”
그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고개를 숙여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묻는다.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부드럽고 따뜻한 그 목소리가 질문했다.
그 질문에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그 말을, 그녀가 토해냈다.
“살려주세요…….”
더 이상 저 지옥 같은 감옥에 가지 않게.
“제발, 살려주세요.”
하늘을 보고, 지면을 박차고 달릴 수 있게.
“제발 살려주세요!”
스르릉-
검이 뽑히는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억해, 에밀라?”
민혁의 목소리 톤이 변했다.
수천만 군대를 이끄는 황제의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
“너는 내게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냐고.”
에밀라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도대체 왜?
“너는 약속했다. 저곳을 나가는 순간 나의 ‘백성’이 되기로.”
이제 에밀라는 민혁의 백성이 되었다.
어느덧 가브리엘이 엄청난 군대를 이끌고 그 앞에 당도했다.
수백만의 군대가 흉흉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에밀라를 등진 민혁이 그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나는 백성을 두고 도망치지 않는다.”
[군신의 업적 시스템이 발동합니다.] [군신은 단 한 명의 백성을 위해.] [검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