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00
밥만 먹고 레벨업 1101화
추악한 악마는 때론 천사의 탈을 쓰더라.
대천사장 가브리엘을 두고 한 비유는 너무도 적절했다.
스스로를 가장 큰 선(善)이라 포장하지만 그는 명예와 권력에 눈이 먼 악마와 다를 바 없었다.
마지막 자존심까지 갈가리 찢긴 대천사장은 눈의 실핏줄이 터져 피를 줄줄 흘릴 정도였다.
그가 분노 어린 시선으로 에밀라를 노려봤다.
대천사 둘이 가브리엘의 팔 한쪽씩을 잡고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대천사 미카엘이 말했다.
“다시 선악의 경계로 오겠습니다.”
미카엘의 시선이 에밀라에게 닿았다.
“천계를 대표하여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전하겠네. 그대는 무죄이고, 석방이네.”
가브리엘을 끌고 가던 대천사들도, 그녀의 앞에 있던 이들도.
그리고 방금 전까지 치열하게 민혁과 전쟁을 벌였던 수백만의 천사의 군대들도.
그들의 아름다운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그들이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에밀라에게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에밀라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를 민혁이 부축했다.
그때.
“이렇겐 못 끝낸다!”
악마의 탈을 쓴 천사가 결국 이성을 잃고야 말았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이 정의와 심판의 규율을 사용합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죄수 에밀라는, 오로지 죽어야지만 석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가브리엘에게서 쏘아진 황금빛의 작은 족쇄가 그녀의 목에 채워졌다.
“컥!”
채워진 족쇄가 그녀의 목으로 스며들어 갔다.
[가브리엘이 확정의 심판을 내립니다.] [확정의 심판이 내려진 순간, 천계의 규율에 따라 판결을 뒤집을 수 없습니다.]“……!”
에밀라가 공포 어린 시선으로 가브리엘을 보았다.
이젠 뛸 수 있다 믿었다.
이젠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생각했다.
이젠,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악마 같은 천사는 그녀의 아주 작은 희망마저 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천사가 아닌 악마와 같은 미소로 가브리엘이 광소한다.
“지금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신 걸 모릅니까!?”
가브리엘은 이로써 대천사들의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고작 1년, 2년을 감옥에 가두는 것에 그칠 수 없었다.
그는 모든 군대가 바라보는 앞에서 해선 안 될 만행을 또 한 번 저질렀으니까.
최소 50년.
“으흐흐흐흐.”
그걸로 족했다. 차세대 군신과 자신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보던 여인을 절망에 빠트린 것으로.
그때, 한 사내가 절망에 빠진 에밀라를 보며 다시 검을 뽑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멈추시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군신이다.”
분노로 가득 찬 그의 목소리가 주변의 공기를 가라앉혔다.
“나의 백성을 기만한 죄.”
그가 소름 끼치는 눈빛으로 가브리엘을 보며, 단숨에 그를 속박하여 그의 한쪽 팔을 내려쳤다.
콰자아아아아악-!
[황제의 권능 중 하나를 발동시킵니다.]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발동됩니다!]툭-!
대천사장 가브리엘의 왼쪽 팔이 땅에 떨어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팔을 바라보다 이윽고 잘린 부위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악!”
서둘러 대천사들이 그를 치유하려 했지만 이미 그의 잘린 부위는 썩어버려 치유할 수 없게 되었다.
지울 수 없는 상처.
네르바의 팔을 앗아간 힘은, 네임드 NPC들의 사기적인 치유능력과 사제들의 회복 능력을 완전히 무시한다.
이 스킬이 발동되면, 잘려나간 무언가는 붙일 수도, 재생될 수도 없다.
피를 흩뿌리며 바닥을 뒹구는 가브리엘을 보던 민혁이 대천사들을 둘러봤다.
대천사들은 당혹하였으나 민혁에게 그 죄를 묻기 힘듦을 알았다.
“만약.”
민혁이 으르렁거렸다.
“대천사 가브리엘을 옹호한다면, 차세대 군신의 이름으로 천계와 적대하겠습니다.”
그 눈빛이 고작 위협 따위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미카엘과 대천사들이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키며 고개를 주억였다.
민혁이 다시 에밀라에게 걸어간다.
등 뒤로 신음에 찬 가브리엘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크흐흐흐흐흐, 나는 팔 하나를 잃었고 고작 50년을 썩으면 되지만 저 여인은 죽어야지만 석방될 수 있지.”
실제로 더 이상 에밀라는 반경 1.5m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는 알림이 들려오고 있었다.
투명한 원의 감옥만 사라졌다뿐이지, 기존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
“그녀가 석방되는 방법은 죽음뿐이야!”
“쟤, 아가리 좀 막아라.”
“읍읍!”
때마침 대천사들이 빛의 재갈을 소환하여 그의 입에 물렸다.
그리고 민혁의 시선이 ‘베락을 시켜 부른 이’에게 향했다.
그는 이제 막 당도했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에밀라가 민혁을 바라봤다.
“저, 저 이제 어떻게 해요……? 난 이제 죽고 싶지 않아요, 이제야 비로소 살고 싶어졌어요.”
살고 싶어졌다.
그의 제국에서.
고작 나 한 명을 지키기 위해 천계를 상대로 싸웠던 이 남자의 곁에서 살고 싶어졌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은 그녀의 그것마저 앗아갔다.
민혁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
“아니, 우린 함께 갈 거야.”
“크흐으으윽…….”
울음을 토하는 그녀의 어깨를 쓸어주는 그가 말했다.
“에밀라, 나를 믿어?”
그녀가 민혁의 눈을 바라봤다.
자신을 위해 검을 들었던 그자를, 에밀라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천천히 그녀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려워하지 마, 날 믿고 있어.”
그가 죽음의 신을 보았다.
“죽음의 신. 고통 없이 에밀라를 죽음으로 인도할 수 있는가?”
“그녀가 허락한다면 바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죽음의 신에겐 ‘안락의 죽음’이란 힘이 있었다.
벌벌 떠는 에밀라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깐일 뿐이야.”
핏빛 기류가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몸 곳곳에 스며들었다.
수면제에 취하는 것과 같이 몽롱한 느낌이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며 천천히 그녀의 숨이 멎어간다.
“끄흑, 흑!”
두려움에 사시나무처럼 몸을 떠는 그녀를 민혁이 힘껏 껴안아주어 진정시켜 주었다.
곧, 그녀의 심장이 멈추고 울음이 잦아들었다.
툭-
그녀의 팔이 힘없이 떨어졌다.
모두가 숙연해졌으며,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가브리엘은 막힌 소리로 웃어댔다.
“크흡흐흐흐흐흐흡!”
그때.
“회귀.”
그녀의 시간만이 역행한다. 정확히 30초 전으로 그녀의 육체가 돌아갔다.
빛이 되어 다시 깨어난 그녀를 바라보며, 민혁은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민혁이 지옥으로 부른 자.
다름 아닌 아칸이었다.
“석방을 축하한다. 에밀라.”
“……!”
감격에 차오른 그녀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유저 베락이 입을 벌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발끝에서 시작된 전율이 쉴 새 없이 그의 온몸을 감싸 소름 돋게 만들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땐 그 허세에 의아했다.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며 한심했다.
그가 단 한 명의 백성을 위해 검을 들었을 때, 멋있다 생각했으며.
죽어가는 그녀를 끌어안아 주는 모습엔 감동했다.
그리고 살아난 그녀를 향해 가장 화사한 미소로 웃어 보이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이런 황제를 섬기고 있다.’
그런 황제 민혁이 몸을 일으켜, 가브리엘을 바라봤다.
가브리엘은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민혁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이제 그만 꺼져라.”
“……그으으으으윽!”
가브리엘이 대천사들의 팔에 질질 끌려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분노에 얼룩진 눈빛이 그들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난 돌아가야겠군. 흐음.”
군신이 민혁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제발 사고 좀 치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상황은 모두 좋게 풀렸기에 ‘흐음’ 소리를 내곤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군신이 죽음의 신을 돌아봤다.
‘의외군.’
이제껏 그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던 죽음의 신이 이 일에 개입한 것은 말이다.
민혁도 죽음의 신을 보았다.
그를 마주한 순간.
“…….”
“…….”
역시 소름 돋을 정도의 어색함이 찾아왔다.
죽음의 신은 자신의 주변에 있지도 않은 파리를 쫓았고, 민혁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에밀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가 ‘책으로만 보았던’ 그것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천사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가 양쪽 날개뼈에서 거대한 날개를 펼친다.
민혁은 그녀의 날개를 처음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일반적인 천사들의 날개 색과 달랐기 때문이다.
왼쪽 날개는 새하얬으며 오른쪽 날개는 땅의 색이었다.
민혁에겐 이제 백성인 그녀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바.
그녀에 대해 확인했다.
(에밀라)
등급: 대천사의 재목.
종류: 가신
레벨: 701
공격력: 3,559
방어력: 3,683
신성력: 8,650
특수능력:
⦁패시브 스킬 땅을 다스리는 자.
⦁패시브 스킬 하늘을 다스리는 자.
⦁액티브 스킬 자연을 다스리는 자.
⦁액티브 스킬 천사의 날갯짓.
⦁액티브 스킬 가장 고귀한 천사.
잠재력: 135
경험치:31%/100%
설명: 하늘과 땅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천사입니다. 추후, 그녀는 대천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명당을 만들어내는, ‘땅을 다스리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땅과 하늘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천사다.
또 어머니 에빌라와 아버지 반드론의 재능을 물려받아, 대천사가 될 자였다.
날개를 활짝 펼친 그녀가 한쪽 무릎을 꿇는다.
어색하게 그지없는 그 행동으로 그녀가 말한다.
“평생, 폐하만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웃는 그녀를 보며, 민혁이 끄덕였다.
“환영한다, 에밀라.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가자.”
* * *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촤아아아아-
잔잔한 파도가 땅에 부딪치며 부서지는 소리.
비릿하지만 상쾌한 그 이상한 냄새.
민혁이 에밀라를 가장 먼저 데려다준 곳은 다름 아닌 바다와 가까운 곳이었다.
맨발의 에밀라는 힘껏 내달렸다.
달리는 그녀가 하늘을 보았다.
책에서만 보았던 광활하고 높은 하늘의 구름이란 것이 아름답게 만개해 있다.
달리는 그녀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달린다는 것, 그로 인해 숨이 찬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음도 처음 깨닫는다.
그녀를 안아 들고 했던 그분의 질문이 들려오는 듯하다.
-어때? 1.5m 바깥의 세상은?
에밀라는 소리쳤다.
“너무 멋져요!”
또 한 번 그는 물었었다.
-열 걸음에 네가 서 있던 감옥과 꽤 멀어졌다. 어때?
“너무 행복해요!”
미친 듯이 내달리는 그녀가 어느덧 차갑게 부는 바람과 닿았다.
그녀의 양팔이 활짝 펼쳐졌다.
팔을 펼친 채로 달린 그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숨을 헐떡이며 그곳을 보았다.
책으로만 보았던, 아름답고 광활하게 펼쳐진 그곳.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곳.
바로 ‘바다’였다.
그녀가 힘껏 기지개를 켜 그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뒤를 돌아봐, 자신이 섬기게 된 군주, 그리고 이젠 마음속에 담아버린 ‘그분’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 * *
에밀라와 함께 바다로 갔던 민혁은, 그녀를 천외제국에 데려다줄 것을 베락에게 명했다.
그는 다시 선악의 경계로 돌아왔다.
이제 천계로부터 그 대가를 받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