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03
밥만 먹고 레벨업 1104화
천외제국의 자랑스러운 인재 중 한 명인 파크.
그는 어느덧 일개 병사에서 크게 성장해 13 기사단을 이끄는 기사가 되었다.
단장 파크는 브로드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출정준비를 한다. 최소한의 병력만이 천외제국에 남을 것이며, 건설사들도 함께 갈 것이다.”
이제 곧 50년 주기마다 찾아오는 재앙이 천외제국을 뒤덮을 것이다.
지금 당장 병사들은 못질과 망치질을 해야 했다.
천외제국의 건물이 흔들리지 않게 바로 잡고, 백성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한다 이거다.
그런데 출정준비라니?
파크를 비롯한 모든 기사단장들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사령관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재앙에 대비해야 합니다.”
“자칫, 백성들이 소중히 일궈온 모든 것들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사령관 브로드는, 백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이라는 대피령은 해지하지 않았다.
그렇다해도 우리 병사들은 백성들의 노고를 지켜줘야 한다.
“그들이 일 년 동안 피땀 흘려 농사를 지은 것. 가축들을 키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앙이 오는 마당에 출정준비를 하라니?
병사들 다 죽일 생각인가?
그러나 브로드가 말했다.
“모든 상황은 기밀이다. 그리고 이는 폐하의 명이다.”
폐하의 명. 기밀이라는 말에 그들의 기세가 한껏 누그러졌다.
그 이유는 민혁이 내린 선택은 이제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신하는 자들은 말했다.
“기밀이라니요?”
“어째서 밝히지 않는 겁니까?”
“건물이 무너져 백성들이 죽으면요?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기도 합니다.”
가장 눈치 빠른 파크가 상황을 이해했다.
“그 기밀이 혹시, 재앙을 막아낼 무언가가 준비되고 있는 겁니까?”
파크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출정준비,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말 것.
그리고 ‘기밀’.
이 세 가지를 떠올리며 수십 가지의 수를 생각해 본 파크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 기밀이 정말 재앙과 연관되어 있다면.
‘이 재앙이 들이닥친 때에 천외제국에 엄청난 힘을 실어줄 것이다.’
“저는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파크의 굳은 믿음의 말.
그리고 브로드가, ‘폐하의 명을 어긴 자. 엄벌에 처한다.’라는 말과 함께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럼에도 큰소리가 나지 않는 것.
‘나였더라도 크게 반박했을 터인데, 폐하께선 정말 많은 자들에게 믿음을 주셨군요.’
모두가 황제 민혁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재앙의 날.
아테네가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접속률을 기록했다.
사냥터든, 던전이든, 그 어떤 곳이든 휩쓸어 버리는 재앙에 의해 대부분의 유저들이 접속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임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다양한 게임방송을 통해 현 재앙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
[300년 만에 찾아온 가장 큰 재앙입니다.] [볼리톤 왕국은 미리 대비를 하고 기다렸으나, 예정되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한 재앙 때문에 볼리톤 왕국의 많은 것이 날아갔습니다.] [곧 아스간 대륙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 재앙이 여러 악재에 겹쳐 처음보다 1.4배는 더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왕국과 제국 등이 대비를 하긴 했지만 기존보다 훨씬 거대해진 재앙들에 의해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피해대비 대부분의 왕국, 제국 등이 병사들과 백성들 대부분을 피신시켰기에 인명피해는 크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왕국, 제국 등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려옵니다. 인명피해는 없으나 저것들을 복구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테니까요.] [유저들도 크게 한숨을 쉬고 있는 실정입니다. 본인들이 속한 왕국과 제국이 저런 상황에 빠졌으니 아마 그들도 피해복구에 크게 동참해야 할 테니까요.] [애석하게도 오늘은 사전투표 시작일이기도 합니다. 피해량만큼이나 자연의 주인 베로던의 득표율이 올라가고 있군요.] [자연의 주인 베로던이 더 강한 재앙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말이 있으나 그는 부정하고 있습니다.] [재앙이 여러 가지 악조건을 만나 거대해지는 걸 자신이 어쩌진 못한다는 거죠.] [어느덧 재앙이 루브앙 제국과 근접해졌습니다.] [재앙을 막기 위해 마법사들이 실드를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사들도 한 달 전부터 꾸준히 건물이 흔들리지 않게 보수공사를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거센 토네이도 여러 개가 루브앙 제국 전체를 집어삼키는군요.]엄청난 장관이었다.
실드에 가로막히는가 싶던 토네이도가 실드를 부수며 루브앙 제국 전체를 집어삼켰다.
힘겹게 토네이도를 견뎌내는 루브앙 제국의 병사들이 몰아치는 비바람과 천둥 속에서 뛰다가 빨려 들어가는 모습도 속속들이 보인다.
그러나 역시 루브앙 제국.
뛰어난 인재들이 재앙에 대응하여 나갔으며, 한 달 전부터 시작된 공사에 의해 가장 적은 피해량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루브앙 제국도 복구를 하기 위해 최소 1개월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가장 잘 막았다뿐이지,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건물이 송두리째 뽑히거나 번개를 맞은 나무들 수만 그루가 망가진 것과 같이 엄청난 피해를 루브앙 제국도 입었다.
[이제 재앙이 바다를 건너 아스간 대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닿을 알바라 왕국 다음에는 천외제국이 있겠군요.] [아스간 대륙 여러분. 되도록 오늘은 게임에 접속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바다로 들어서는 재앙을 보며 시청자들은 몸을 떨었다.
직접 본 재앙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스간 대륙 유저들의 접속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폭풍전야라 할까.
아직 재앙이 당도하지 않은 아스간 대륙의 날씨는 맑고 화창하기만 했다.
그런 화창한 날씨에 한 중년남성이 천외제국을 방문했다.
정체를 밝힌 그는 황제와 만나고자 했고 곧 그는 성벽 위에 서서 재앙을 기다리는 황제 민혁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자연의 주인 베로던이었다.
“듣던 대로 아주 잘생긴 미남이시군요. 심지어 젊기까지. 부럽군요. 허헛!”
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자연의 주인 베로던.
인상 좋은 옆집 아저씨 같지만 아니다.
500년을 살아온 그는 자연을 다스리는 종이라 알려진 바그라임 족이다.
바그라임 족은 자연을 다스리는 특이한 이능을 가졌고 그는 왕의 피를 타고난 자다.
그랬기에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민혁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애초에 사전투표 중에 경쟁자의 방문은 달갑지 않은 것이니까.
베로던이 재앙이 오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곧 아스간 대륙에도 그 거대한 놈이 당도하겠군요. 갈수록 힘을 키워가고 있는 그놈이요. 아스간 대륙 해류와 맞닿은 놈은 여러 악재를 만나 기존보다 더 크고 강하게 아스간 대륙 전체를 휩쓸 것으로 보입니다.”
민혁의 눈매가 좁아졌다.
“일부러 힘을 키우는 겁니까?”
베로던은 능청스레 웃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자연의 주인이라 한들, 왜 그런 일을 합니까? 단지 저보다 재앙을 잘 아는 이는 없기에 ‘예측’했을 뿐입니다.”
민혁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베로던은 본론을 꺼냈다.
“제게 협력할 생각은 없습니까?”
“협력이요?”
“예, 순순히 협력하여 제가 기둥이 되는 데 도와주신다면 그만한 도움을 주겠습니다.”
“순순히라?”
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순순히란 말은 저항하지 말란 소리입니까?”
베로던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협력이란 말이, 자신이 기둥이 되게 돕고 부하가 되라는 말로 들리는군요.”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죠.”
실제로 베로던의 표정은 능청스러웠지만 그는 민혁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는 기둥이 되기 위해 현재 가장 크게 부흥하는 천외제국을 휘하로 둬볼까 한다.
자신은 기둥이 되고, 대신에 그 황제 민혁을 부하처럼 부린다.
“그만한 대가도 있겠죠.”
민혁에겐 자신이 기둥이 되게 도와줌으로써 더 큰 도움을 주겠다는 말.
“어찌 압니까, 이 자연이 루브앙 제국을 압박할지.”
반대로는.
“천외제국을 압박할지?”
민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재앙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 베로던의 힘이 분명하다.
이제 민혁은 그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다 판단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내 제국에서 나가지?”
“……?”
베로던은 너무도 어이없다는 듯 웃는 민혁을 보며 다시 먼 허공을 보았다.
은근한 협박이다.
“그러니까 재앙이 갈수록…….”
“어쩌라는 거지?”
“…….”
베로던은 황당해서 웃음을 흘렸다.
“득표율 꼴찌 주제에. 아, 꼴찌는 아니시군?”
그가 본색을 드러냈다.
“어리석은 황제로다. 가여운 백성들이 일군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본인의 자존심이 먼저라는 건가.”
쯧, 혀를 찬다.
“재앙은 더 거대해져 천외제국을 공격할 것이고, 모든 것을 날려 버리겠지. 그대는 기둥의 후보들의 힘을 모르나?”
정말 저 재앙을 베로던이 조종하고 있다면 아무리 보수공사를 하고 대비해도 천외제국의 건물들 절반 이상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후보들은, 분명 뛰어나고 강한 존재니까.
“고작 제국 황제 따위가 말일세. 득표율 꼴찌의. 크흐흐, 다시 생각 안 해보겠나?”
쿠르르르르르르-!
그 순간 고요했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재앙이 더 거세져 천외제국에 오는 것을 암시했다.
그에 민혁이 말했다.
“내기 하나 하겠어?”
“……무슨 내기?”
“오늘 내로 내 득표율 15% 넘어갈걸?”
“……?”
이건 뭔 개 같은 소리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지금 그의 득표율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더 우스운 것은 그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내기를 하자는 이 앞의 어린 황제다.
재밌는 개소리였기에 베로던이 민혁을 보며 말했다.
“내기를 하면 서로 얻는 게 있어야겠지.”
베로던이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끼었다.
“세 가지 소원 들어주기.”
“세 가지 소원이라?”
“물론 누군가 인정해 주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걸로. 아테네 신님을 두고 맹세하는 건 어떨까?”
신을 걸고 서로 맹세한다.
그것은 신이 허용하는 내에서 할 수 있는 거다.
때문에 너무 과한 보상을 서로에게 요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꽤 공평했고, 그 보상은 엄청나지 않다.
예를 들어 내기에서 승리한 자가 ‘내 부하가 되어라’라고 해서 될 수 없다.
오로지 가능한 선에서만.
베로던은 그를 이용할 수만 가지의 방법이 생각났기에 미친 듯이 웃었다.
“승낙한다.”
“좋아.”
베로던은 미친 듯이 웃음이 났다.
“그런데 만약 그 투표율이 15%를 넘긴다 할지라도 이미 너의 제국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그 모습을 구경하는 건 괜찮나?”
“그러든가 말든가.”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바람이 더 거세져 갔다.
이제, 재앙이 아스간 대륙에 완전히 들어선 것이다.
베로던이 자신의 힘을 더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이 건방진 황제의 제국을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은 없던 베로던이다.
‘이 모든 게 네 오만함 때문이다.’
더 거세진 재앙을 나타내듯, 먼발치에 있는 재앙이 벌써 피부로 저릿저릿 닿듯,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먼저, 첫 번째 소원으로 네놈을 무릎 꿇게 해주마!’
베로던이 속으로 광소를 했다.
그로부터 6시간 후.
[사전투표율.]현재 투표를 진행한 자. 41.8%
1위 자연의 주인 베로던. 투표율 33.1%.
2위 죽음의 기둥 볼레인. 투표율 23.9%.
3위 먹는 자들의 기둥 민혁. 16.9%.
말도 안 되는 투표율이 베로던의 눈앞에 있었다.
민혁이 말했다.
“이제 생방송 켤 거거든?”
사색이 된 베로던의 눈이 이리저리 굴러갔다.
그 투표율은, 지금 이 순간 천장을 뚫을 듯 더 높아지려 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내기에서 승리한 민혁이 당신에게 첫 번째 소원을 빕니다.] [그의 소원은 당신이 자신 앞에 정중히 고개 숙여 예의를 갖추는 것입니다.]베로던의 몸이 강압적인 힘에 따라 꾸벅 숙인다.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인 베로던은 분명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절묘한 순간, 베로던을 생방송으로 송출하고 있는 민혁이 말했다.
“그래, 그토록 내게 협력하고 싶다니, 그래서 이렇게 예의를 갖추는군? 알았다. 생각해 보도록 하지.”
“무슨 개소리지? 내가 언제 그딴 말……!”
하지만 민혁은 빠르게 생방송을 종료한 상황이다.
유저들의 눈엔 딱 이러한 모습으로 보였다.
‘기둥 후보 중 하나가 민혁에게 예의를 갖춰 협력하고자 한다!’
민혁의 사전투표율이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 투표율은, 베로던의 것조차 뛰어넘을 듯 폭발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