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1
밥만 먹고 레벨업 111화
크로니클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가 하얀 백지장이 된 듯했다.
세상에!
자신은 고귀한 존재다.
이필립스 제국에선 피닉스 로드인 자신을 숭배하기까지 한다.
또한, 그는 과거 피닉스 오십여 마리를 휘하에 두고 부렸던 왕이다.
그런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을 이용해 핫바를 구워 먹다니!?
또 화가 나는 게 있었다.
그는 며칠 전에 밤낮으로 밭을 갈아서 빠르게 씨앗을 키우는 것을 보았다.
그때 느꼈다.
아, 참 고마운 인간이다!
몬스터들을 살리고 싶어서 저렇게 열심히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고마워하고 있었건만.
“난 자네가 전대 식신보다 나은 줄 알았더니, 아니었군.”
죄인 민혁은 두 발자국 물러나, 벌서는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스리슬쩍 잘 구워진 핫바를 슬그머니 입으로 가져가려 했다.
“난!”
흠칫!
민혁이 꼬챙이를 멈췄다.
“자네가 몬스터들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한다는 것에 감동했어.”
“……?”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몬스터들을 위해서라니? 하지만 그 의문을 잇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음식이나 내 몸에 구워 먹으면서 한가로이 시간을 낭비하다니!”
“저…… 그…… 포만도 거의 다 채워서 잠깐 쉰 건데…….”
그에 크로니클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부탁 기간은 2주!
그 2주도 본래 턱없이 부족하다.
혼자서 그 2주 동안 모든 걸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이 인간은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구나.
“정말 실망일세! 전의 식신 알렌보다 낫다는 건 취소야. 그렇게 거짓말로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하다니!”
“진짜입니다!”
그에 크로니클은 콧방귀를 끼었다.
“진짜라고? 진짜라면 이제부터 내가 피닉스가 아닌, 닭이야. 닭!”
“근데, 진짜인데…….”
“아직도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는군. 내 저 알을 직접 확인해 보지.”
알의 성장을 통해 현재 몬스터들을 얼마나 먹인지 알 수 있다.
피닉스 로드 크로니클은 성난 기색으로 포만도가 여전히 50% 미만이면 가만두지 않겠다 생각했다.
‘거짓말도 유분수지.’
그는 바로 몬스터 낙원의 중앙에 떠있는 알을 확인해 봤다.
(몬스터 알)
등급: 전설
종류: 펫
설명: 포만도가 거의 채워져 엄청난 펫을 품은 알로 변화하게 되었다.
“……!”
크로니클은 눈을 끔뻑였다.
알과 민혁을 다시 바라봤다.
“꼬꼬?”
소심하게 민혁은 크로니클이 넌지시 말했던 ‘이제부터 닭’을 암시했다.
크로니클은 방금 본 것을 착각했다고 여기며 다시 한번 확인해 봤다.
(몬스터 알)
등급: 전설
종류: 펫
설명: 포만도가 거의 다 채워져 엄청난 펫을 품은 알로 변화하게 되었다.
역시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다시 한번 민혁의 목소리가 들린다.
“꼬꼬댁……?”
크로니클은 말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야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이상하다.
트윈헤드 오우거가 오우거들을 이끌고 절벽을 캐고 있다.
퍼직!
퍼직!
퍼직!
“크르,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
“크르크르!”
그리고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취이이이익! 취이이이익! 조금만 더 하면 맛있는 날고기를 먹을 수 있다, 취이이익, 취이이이이익!”
몬스터의 낙원의 모든 몬스터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매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하지만 민혁은 그때마다 채찍질을 가했다.
‘후…… 이 정도 속도라면 포만도 100%를 채우지 못할 것 같아, 모두 미안해…… 열심히 했지만, 음식을 해줄 시간이 없어…….’
이 이야기를 들은 몬스터들은 밤낮으로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움직였다.
말 그대로 먹기 위해 일하는 자들이 된 것이다!
“……닭은 아닌 것 같네.”
크로니클은 흠흠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민혁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모른 척할 테니…….”
민혁이 소곤거리며 꼬챙이를 들어서 강조했다.
그 말뜻을 이해한 크로니클.
그가 고개를 주억였다.
슬쩍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민혁이 꼬챙이로 다시 크로니클의 몸의 불을 이용해 핫바를 구웠다.
치이이이이익!
“…….”
구워지는 핫바를 바라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 민혁은 그 핫바를 와구와구 맛있게 먹었다.
“크로니클 님의 불로 구운 핫바는 숯불 핫바 맛이 나요!”
“허, 허허…….”
크로니클은 그저 웃었다.
* * *
[길드 마스터 지니: 금방 다녀올게~] [길드 채팅 칸: 조심히 다녀와. 모르는 사람이 사탕 사준다고 따라가지 말고.] [길드 마스터 지니: ㅗ 어랏? 실수로 압정을 떨어뜨렸네?]피식하고 칸이 웃었다.
지니는 뛰어난 버프 요리를 보상으로 주는 전대 요리사의 탑장 보르토의 퀘스트를 진행하러 혼자 갔다.
본래 셋이 함께 어울리지만, 칸과 로크는 지금 레벨업을 해야 할 때였다.
랭커들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하루만 사냥을 쉬어도 단숨에 랭킹 순위가 뒤바뀌는 게 아테네였다.
그들은 밀리지 않게 사냥을 쉬면 안 되었다.
그나마 지니의 경우 그 격차가 랭커들 사이에서도 꽤 있기에 혼자 퀘스트를 진행하러 가는 것이고.
“이제 슬슬 우리도 사냥 갈까?”
두 사람이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가는 사냥터는 오만한 자의 탑이다.
이 오만한 자의 탑은 클리어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심지어 그 안에 들어가면 길드 채팅, 귓속말, 파티 채팅까지도 불가능해지는 곳.
하지만 묵묵히 광렙만 하기엔 최적의 사냥터였다.
그렇게 걷다가 칸은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근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있잖냐.”
“뭐가?”
로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민혁이가 지니를 만나면 알아볼까?”
그 말에 로크는 피식 웃었다.
“아니, ‘못 알아본다’에 한 표.”
“역시 그렇지?”
칸도 고개를 주억였다.
매일 자신의 입으로 나는 100㎏이라고 어렸을 적 말했던 지니.
그녀는 현재 50㎏ 미만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자신들도 한 번씩 깜짝깜짝 놀란다.
학교에서 ‘맷돼지 장군’으로 불렸던 지니가 지금은 몰라보게 아름다워져 있으니까.
“나도 한 표.”
칸이 말했다.
* * *
포만도 95%!
주변을 둘러보자 모든 몬스터들이 먹었다.
이제 남아 있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
바로 이곳의 왕인 크로니클이었다.
민혁은 그의 몸에 맛있는 핫바(?)를 구워 먹은 후로 곧바로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크로니클은 자신의 경우 모든 몬스터가 먹은 후에 먹겠다고 했다.
민혁은 시스템 설정상, 보스몹 같은 느낌이라는 걸 깨달았다.
본래 던전의 보스몹도 잔몹을 모두 잡아야 나오는 법!
그리고 크로니클에게 많은 요리를 해서 건넸다.
맛있는 우둔살 육회!
“내 입맛에 안 맞네.”
노릇노릇 잘 구운 꽃등심!
“안 먹어!”
닭고기로 만든 찜닭!
“……자네, 어떻게 이 가여운 아이를 먹으라는 건가.”
“정수기도 아니고 너무 깐깐하시군…….”
“자네, 뭐라고?”
“아, 아닙니다…….”
보스몹답게 크로니클은 엄청난 편식쟁이였던 것이다!
심지어 크로니클은 지금 자신이 무엇이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에 민혁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제 크로니클만 먹인다면 식신의 부하를 만날 수 있건만.
곰곰이 생각하다가 민혁은 아차 했다.
‘그러고 보면 크로니클은…….’
새다.
아무리 피닉스 로드라고 할지라도 그는 새라는 것!
그 의미는 간단하다.
‘새들은 보통 애벌레를 먹지?’
그들은 애벌레를 좋아한다는 거다.
그는 턱을 쓸었다.
이 안의 몬스터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샐로브의 땅에서 얻는 것이다.
민혁은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 검색했다.
[샐로브의 땅. 애벌레.]그러자 관련 검색어가 떴다.
“오……?”
[샐로브의 땅의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애벌레 누에 인증샷.cadad414: 오, 저기 머리카락 검고 도끼 찬 애가 누에임? 징그럽게 생겼네ㅋㅋㅋㅋㅋ 극혐!
벌레박사: 나다 이 X새끼야!!!
cadad414: 헐…… 순간 너무 벌레같이 생기셔서 누가 누에인지 구분 안 되었어요…… ㄷㄷㄷ ㅈㅅㅈㅅ 근데 정말 벌레같이 생기셨네요…… ㅎㅎ 칭찬임.
gfasfdd84: 2222
칼로만: 33333333
kvueu2h4: 4444444
콩이빠세!: 5555555
루시맘마: 단합력보솤ㅋㅋㅋㅋㅋ]
민혁은 댓글러들의 단합력을 보며 작게 웃었다.
인증샷에 보이는 누에들은 하얀 고치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크기는 성인남성 머리보다 조금 더 컸다.
누에는 한 번 실을 뽑아내면 끊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약 1,500m 정도의 실을 뽑아내어 둥그렇고 빈틈없는 고치를 만든다.
이 고치는 말 그대로 알의 껍데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안에서 고치는 누에나방이 되기의 성장 과정을 거친다는 거다.
그리고 저 누에가 뽑아내는 실이 바로 비단옷을 만드는 재료라는 거다.
그리고.
“누에라면…….”
민혁은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민혁은 어차피 한 번 먹여야 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맛있게, 만족하게 먹이고 싶었다.
그는 드디어 힌트를 찾았다는 듯, 샐로브의 땅의 고치를 찾으러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 *
크로니클은 아직 자신의 배는 채우지 못했지만, 주변을 둘러봤다.
앙상했던 몬스터들이 살이 통통하게 차올랐다.
그리고 힘이 넘쳐흘렀다.
퍼짓!
“크르, 이 녀석 실신했다!”
“며칠 동안 밤낮으로 절벽을 캐더니…… 결국…….”
분명 힘이 넘쳐흘렀다.
너무 무리하고 있을 뿐.
‘나까지 먹는다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
그는 알을 바라봤다.
벌써 저 알에서 매우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자신과 견줄 만한 힘!
하지만 자신까지 먹인다면 저 알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먹는다면 그는, 과거 식신이 입었던 갑옷까지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힘든 일일 것이다.
크로니클.
그는 정말 깐깐한 입맛을 가진 자였다.
전대 식신 알렌도 자신을 만족시킨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데, 지금의 미숙한 식신이 과연?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밖으로 나갔던 민혁이 돌아왔다.
그는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촘촘하고 둥글게 하얀 실로 말린 정체 모를 것들을 깠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번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호오?”
크로니클은 흥미를 느꼈다.
그의 주식은 애벌레와 같은 것이었기 때문.
그러다 이어 민혁은 등 뒤에 찬 프라이팬을 거대화시켰다.
그 상태에서 번데기들을 모조리 프라이팬에 넣고 끓이는 것 아닌가.
부글부글 부글!
그러면서 다시마, 통마늘, 양파, 대파 등을 넣고 계속 끓였다.
그리고 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맞춘다.
그 상태에서 그는 물이 완전히 졸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거대한 프라이팬에 자신 몫을 따로 빼낸 후에, 민혁은 후후 웃으면서 크로니클의 앞에 가져다 놨다.
검은색 번데기들.
그 번데기들이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번데기, 번데기, 번번데기데기, 번데기 일, 번데기 이, 번데기 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 * *
민혁은 고소하고 짭조름해 보이는 번데기들을 만들고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과연 크로니클.
당신이 이걸 맛보고도 맛없겠다고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했다.
이는 말 그대로 번데기다.
예전에 민혁이 초·중학생 시절에 체육대회 같은 걸 하면 꼭 외부상인들이 트럭을 끌고 오곤 했다.
그리고 트럭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번데기 1,000원.’
그럼 민혁은 친구들과 함께 가서 ‘아저씨 번데기 1,000원어치 주세요!’하고 뜨끈한 종이컵에 담기는 그 번데기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종이컵과 이쑤시개가 함께 나오면 이쑤시개는 쓰지 않고 입으로 조금씩 털어 넣곤 했다.
그러한 번데기!
추억의 음식을 민혁은 뜻하지 않게 만들게 된 것!
그리고 누에의 누에나방이 되기 전의 번데기가 바로 그 번데기 재료였던 것!
크로니클은 자신의 앞에 놓인 번데기를 자신의 부리로 툭툭 건드려봤다.
“음…….”
그러다가 부리를 벌려서 입안에 쏙 하나를 넣고 삼켜봤다.
넣자마자 고소한 맛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씹는다면 짭조름한 육즙 맛과 함께 더 고소하고 짙은 맛이 느껴질 거다.
이어 꼴딱하고 넘긴 크로니클.
그가 곧 놀란 표정으로 민혁을 돌아봤다.
“마, 맛있군.”
“후후후후……!”
민혁도 그에 자신의 머리만 한 크기의 번데기를 통째로 들고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추억의 맛!
그리고 이어 크로니클이 순식간에 모든 번데기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피닉스 로드를 먹였습니다.] [피닉스 로드가 맛있는 식사에 정말 만족해 합니다. 보상이 더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