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27
밥만 먹고 레벨업 1128화
소년 브렐린은 고아였다. 고아인 그는 고작 아홉 살이란 나이에 남들보다 더 빠르게 철이 들어야만 했다.
그에 브렐린은 천외제국이 ‘아카데미’를 건립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다양한 것들을 미친 듯이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당당히 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
그가 멘 오블렌 가방은 그가 다른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기 위해 접시 닦기, 청소, 소 오물 치우기 등을 하며 산 것이다.
브렐린은 천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다양한 것에 능통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또 반의 아이들도 형으로서 잘 챙겨주는 편이었기에 많은 아이들이 그를 따랐다.
그런 그에겐 아주 방대한 꿈이 있었다.
‘나는 꼭 세상을 이끄는 기둥이 될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흔하게 품는 꿈과 같다.
나는 크면 황제가 될 거예요, 나는 크면 어떠어떠한 존재가 될 거예요! 같은.
하지만 브렐린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어린 나이에 꿈을 위해 노력했고 아홉 살 남짓한 소년의 손엔 굳은살이 가득 박혀 있었다.
‘나는 이제 애가 아니다.’
아홉 살이면 다 컸다.
“브렐린. 너도 뭐 마시겠느냐?”
“항상 마시던 걸로 먹겠습니다.”
“……?”
“코코아요. 아, 우유도 넣어주십시오. 휘젓지 말고.”
“……?”
루브앙 제국.
대륙 각지에서 어린 인재들이 모이는 곳에 무수히 많은 인파가 득시글거렸으며, 그만큼 내부도 엄청나게 컸다.
“우와아아아…….”
“……원장님.”
“어, 어?”
룬달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브렐린을 보았다.
‘저건 또 어디서 났지?’
코코아를 음미하는 브렐린의 가방에 작은 곰인형이 들어가 있었다.
룬달쿠가 흘끗 주변을 둘러보자 루브앙 제국에 방문한 아이들에게, 선물로 인형을 주고 있었다.
‘빛보다 빠른데……?’
아무튼 브렐린이 말했다.
“체통을 지켜주세요. 우리는 천외제국을 대표하여 온 것입니다.”
그때, 다른 반의 선생님이 다가왔다.
“사랑반 여러분?”
“네에!”
브렐린이 본능적으로 대답했다가 흘끗 룬달쿠를 본다.
“우리반 이름이 사랑반이었구나. 후후.”
“후……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장단에 맞춰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길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브렐린은 그렇게 말하며 슬그머니 룬달쿠의 옷깃을 잡고 어린아이처럼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룬달쿠는 귀엽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내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장내가 꽤 소란스러웠다.
다른 제국, 왕국에서 온 아이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천외제국의 황제폐하께서 곧 루브앙 제국에 오신다는데!?”
“우와아아아!”
“민혁 황제님 말이야!?”
“어째서?”
“대루브앙 제국과 협상할 내용이 있으시대.”
“우와아아아아아아…….”
“천외제국은 정말 대단하다! 대루브앙 제국과 협상도 하다니!”
그 말을 들은 브렐린의 가슴이 뛰었다.
그는 항상 민혁 폐하를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그에게 민혁 폐하는 우상이었고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민혁이를 존경하나 보구나.”
“……또 그 이야기인가요? 원장님이 궁극자이며, 민혁 폐하의 할아버지라는 말씀이요. 저 어린아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와 있을 땐 폐하에 대한 예의를 갖춰주시죠.”
룬달쿠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이윽고 룬달쿠와 새싹 아카데미 학생들이 안내를 받아 대회장 안에 입장했다.
‘크게 될 녀석이야.’
룬달쿠는 브렐린을 보며 놀랐다.
어린 나이에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인 녀석을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또 어린아이가 갖기 힘든 기운을 품고 있는 아이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천외제국 대표로 온 것이 이 아이인 것이겠지.
새싹 아카데미는 요리나 농사 같은 다양한 것도 배우지만 검술이나 마법도 가르치는 바 있다.
곧 대회가 벌어지는 홀로 들어서자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브렐린이 말했다.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그렇구나, 가슴이…….”
[♡세계 꼬꼬마 대회♡]“웅장해지는구나.”
브렐린의 표정은 무척 비장했다.
그렇게 세계 꼬꼬마 대회가 시작되었다.
* * *
‘너무 행복하구나.’
룬달쿠는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귀요미들을 바라봤다.
‘베로민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베로민은 다음 주부터 등교였다. 또 헤이즈 언니가 좋다며, 헤이즈 언니와 자겠다고 쫄쫄 따라갔다.
‘나도 베로민과 같이 자고 싶었는데…….’
괜스레 우울해지는 룬달쿠였지만 딸이 헤이즈를 잘 따르고 천외제국에 잘 적응하는 거 같아 괜찮았다.
그는 귀요미들이 대련하는 것을 보며 즐겁게 하하 웃어댔다.
‘이런 것이 바로 행복이로구나.’
그러는 한편, 그는 브렐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꼬꼬마 세계대회 평균 참가 나이는 8살 정도인가?’
브렐린이 동갑내기 아이들에 비해 좀 작은 편이었기에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곧 브렐린이 너무도 손쉽게 상대방 아이가 입은 ‘마갑’을 부쉈다.
마갑은 아이들이 충격을 전혀 받지 않게 보호해 줬고, 투명배리어가 얼굴도 훌륭히 보호해 줬다.
또 그 충격은 간지러운 정도였으니, 마갑을 부수는 이가 승리하는 것.
브렐린은 놀랍게도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상대방 아이를 쓰러트렸다.
그에 룬달쿠는 마치 자기 아들이 이긴 듯 기뻐했다.
“우, 우리반 아이! 우리반 아이입니다. 으하하하하! 브렐리인! 나 여깄단다!”
“워, 원장님?”
“원장니임……?”
손을 크게 흔들어대는 브렐린과 패배하여 울고 있는 아이.
다른 반 선생들이 서둘러 룬달쿠를 말렸다.
그리고 브렐린은, 한숨 섞인 표정으로 룬달쿠를 보았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원장님이다. 내가 앞으로 잘 챙겨줘야겠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거짓말을 좀 많이 하시긴 하지만.
아무튼 룬달쿠보다 더(?) 어른 같은 브렐린은 쓰러져 우는 아이를 의젓하게 달래주었다.
“크흡, 우리 렐린이는 정말 신사구나.”
룬달쿠는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기분에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다.
아무튼, 브렐린은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승리하여 올라갔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이 시작되기 전.
결승전을 보기 위해 루브앙 제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대루브앙 제국의 별로서 새로이 떠오르는 바카만 공작도 있었다.
그때. 결승전에 한 소년이 오르자 거센 환호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루브앙 제국 희대의 천재!”
“블렌드!”
“그 재능은 현 공작님들도 인정할 정도라고 하지!”
브렐린보다 키가 30㎝는 더 큰 아이였다.
‘저게 여덟 살이라고?’
한 열다섯쯤은 되어 보인다.
룬달쿠는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대루브앙 제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더군.”
“녀석이 크면 루브앙의 또 다른 별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파다하지.”
“100전 100승 무패의 소년!”
룬달쿠는 뭐 어린애한테 저렇게까지 환호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 기세를 보면 이해가 된다.
곧, 결승이 시작되었다.
확실히 무패의 소년이라 불리는 블렌드는 대단했다.
‘엄청나구나. 이 시대는 어떻게 되어먹은 거지? 아니면 과거는 이제 정말 옛이야기일 뿐일까?’
룬달쿠는 브렐린을 보며 대단하다 여겼고, 브렐린 또한 저 무패의 소년을 만만치 않게 여겼다.
특히나.
‘실력은 브렐린과 동급.’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체급에서 오는 파괴력이었다.
미친 듯이 휘둘러지는 공격에 브렐린이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브렐린은 자신이 훨씬 더 작다는 점을 이용했다.
‘벌써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아는가? 허!’
실로 대단한 소년이다.
그는 작기에 더 빨랐으며, 동작이 큰 블렌드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었다.
브렐린이 쉴 새 없이 빈틈을 파고들어 마갑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파, 파파파, 파파파팡-!
그에 관중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이것은 천외제국과 루브앙 제국의 자존심 싸움일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대충 시간만 때우려던 바카만 공작도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곧.
파아아아아-
“오러!?”
몇 번을 공격당하던 블렌드의 검에 미약한 빛이 서린 것.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는 고작 여덟 살이었기에.
파아아아아앙-!
물론 아주 미약했다. 하지만 그 미약한 힘이 브렐린의 마갑을 때리는 순간, 마갑이 크게 파괴되었다.
그리고 또 한 번.
파자자작-!
결국 브렐린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의 공격이 이어지려던 때.
룬달쿠는 아쉬운 탄식을 흘렸다.
‘졌…….’
그러나, 또 다른 이변이 룬달쿠의 눈이 휘둥그레 떠지게 했다.
브렐린의 손에서 미약한 불꽃이 타올랐다.
“마검, 마검사!?”
그 아주 작은 파이어볼이 블렌드의 가슴에 적중했다.
퍼어어어엉-!
뒤로 날아간 블렌드의 마갑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룬달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나이에 저 정도 검술 실력, 심지어 마법도 발휘한다고?’
룬달쿠는 생각을 정정했다.
녀석은 자신의 생각보다 더 크게 될 인물이었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마친 브렐린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브렐린은 속으로 뜨겁게 환호했다.
‘내가 블렌드를 꺾었다.’
이제 자신은 엄청난 인정을 받을 것이고, 이 대회의 우승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때.
“대단한 대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승자는.”
브렐린이 환하게 웃음 지었다.
“브렐린 군의 반칙으로 블렌드 군의 우승입니다!”
“……!?”
“……!?”
그 말을 듣는 순간 브렐린의 가슴이 무너졌고 룬달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룬달쿠는 황당해졌다.
그런데, 되려 브렐린은 침착했다.
“왜 제가 반칙패인가요?”
그 질문에 심판이 흘끗 바카만 공작의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이 대회는 한 가지 무기를 이용해 싸우는 대회입니다. 그런데 마법을 사용했으니 반칙이죠.”
룬달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것은 말 그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개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알았다.
수천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권력’이다.
“와아아아아아아!”
뜨거운 환호 속에서 억울한 패자는 묻혔다.
그 안에서 궁극자 룬달쿠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가 외쳤다.
“루브앙 제국은 현시대 최고의 제국이라 들었소이다!”
“……누구십니까?”
심판이 질문했다.
“나는 새싹 아카데미의 원장이외다!”
“원장님이시군요.”
심판의 시선이 바카만과 룬달쿠를 한번 쓱 번갈아 봤다.
그 눈빛은.
‘지금 루브앙 제국이 개최한 대회에서, 공작님이 계신 자리에서, 고작 애기들 ‘아카데미’ 원장 따위가 목소리를 내겠다는 겁니까?’
딱 이러했다.
룬달쿠의 분노가 극에 달아오른다.
주먹을 꽉 쥔 그가 외치려 했다.
“나는 한때 궁!”
그는 자신이 어떠한 자인지 말하고자 했다.
그들이 말하는 ‘힘’과 ‘권력’이 승패를 좌지우지한다면, 자신의 그 ‘힘’으로 모두 찍어 눌러 버리리라.
그러나.
“궁극적인 우리 새싹 아카데미 원장님이시죠. 됐어요, 원장님.”
“……?”
어느새 다가온 브렐린이 그의 옷깃을 잡고 있었다.
소중한 오블렌 가방을 등 뒤로 멘 그가 말했다.
“……폐하께서 지금 루브앙 제국과 무언가를 협상 중이시잖아요. 소란은 좋지 않습니다.”
“……?”
그렇다. 브렐린은 자신의 처지를 알았다.
자신은 고아였고, 천외제국은 아직 루브앙과 대적해선 안 된다.
또 고작 자신 같은 어린아이 한 명 때문에 제국과 제국의 거래가 틀어져선 안 되지 않겠는가.
알고 있다.
수천만 백성 중, 자신은 고작 한 명의 아이에 불과할 뿐.
천외제국 황제께서, 원치 않으시리라.
“브렐린. 너 설마…….”
룬달쿠는 민혁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브렐린을 떠올리며 그가 할 생각을 눈치챘다.
“민혁이는 네 생각과 다르다. 민혁이는 너를 위해…….”
“오늘은 더 이상 거짓말 들어줄 힘이 없네요. 민혁 폐하라고 하셔야죠.”
브렐린이 씁쓸하게 웃음 지었다. 그리 말하는 브렐린은 주먹을 꽉 쥐고 떨고 있었다.
오블렌 가방을 멘 소년 브렐린이 입술을 꾹 다물고 대회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한다.
그렇게 걷다가 결국, 브렐린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소년 브렐린은 고아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부단히 노력했고 나아갔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비로소 깨닫는다.
결국 이 세상은 강한 권력을 쥔 어른들의 세상이라고.
“으흐흐흐흐흑.”
그런데 그때.
거대한 누군가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도 좋을 건 없단다.”
그는 거짓말쟁이 원장님이다.
“울고 싶으면 울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소리치고 싶으면 소리치거라.”
우습다.
자신을 궁극자라 소개했고, 나이는 4,900살쯤 먹었다는 거짓말쟁이 원장님이 이 순간 너무도 큰 위로가 되어줬다.
하지만 브렐린이 실소를 머금었다.
‘천외제국 황제께서는 이런 상황을 원치 않으실…….’
그러나 그때.
놀라운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군대를 다스리는 신이 소년을 바라봅니다.]룬달쿠가 말했다.
“어른이 어른인 이유는, 너희들을 올바르게 이끌고 나아가게 함이란다.”
“아이들은 때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상식을 벗어난 일도 하게 마련이란다.”
“그러나 괜찮다. 너희는 어리니까.”
[모든 군대를 다스리는 신이 소년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룬달쿠가 더욱더 브렐린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분께서도 말한다.
[물러서지 말라 말합니다.] [피하지 말라 말합니다.] [맞서 싸우라 말합니다.]룬달쿠가 브렐린의 몸을 돌려 그 눈을 마주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욕해라, 싸워라. 저들에게 돌을 던져라.”
“너의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우리 어른들이 질 테니.”
[모든 군대를 다스리는 신이 소년에게 약속합니다.] [그는 모든 것을 걸고 당신을 지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