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28
밥만 먹고 레벨업 1129화
세상에 기둥후보들이 발표되고, 그들은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음지에 숨어 있었거나 힘을 드러내지 않았던 강자들의 출현에 온 세상이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다르게, ‘기둥후보’ 가능성은 있었으나 심사관들에 의해 배제된 자들도 있게 마련이었다.
생각보다 기둥후보 가능성을 가졌던 자들은 꽤 되었다.
그중 엄선된 특별했던 이들만이 기둥후보가 된 것이다.
후보 가능성을 가졌으나 심사관들에게 탈락당한 이들 중 하나.
그가 지금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루브앙 제국 세계 꼬꼬마 대회의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저 나이에 마검사가 되다니? 희대의 천재로다.’
그는 흑마법의 기둥이 되고자 했던 자.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반려 당했다.
첫 번째.
최근 대마도사 헬레냐가 기둥 자리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흑마법의 기둥이 되고자 하는 루가만은 그 대마도사 헬레냐에 비해 훨씬 약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가만이 8기둥이 되었다면, 계속해서 비교 대상에 올랐을 확률이 높았다.
두 번째는 ‘흑마법’이라는 것에 있었다.
기둥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대표한다.
마법의 기둥이었던 헬레냐는 실제로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세계에는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이 넘쳐났다.
그런데 흑마법은 다르다.
대표한다고 하기 힘들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적은 영향력과 힘을 가져서다.
물론 엘레는 그 힘을,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이겨낸 여인이고.
아무튼 루가만은 자신이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랬기에, 소년 모습의 루가만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기둥 심사관들에 의해 탈락하였다 해서 과연 기둥이 될 방법이 없을까?
‘아니, 방법은 있지.’
악신 오블렌은 심사관들의 심사도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기둥이 되었다.
실제로 기둥들 중, 뛰어난 영향력에 의해 기둥이 된 자들이 꽤 있다.
‘오블렌은 수천만 명을 살해했지.’
물론 신들의 땅과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루가만은 지금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두 번째 악신은, 이곳에서 시작될 것이다.’
결국 마지막을 부정부패로 보여주는 대회 결과를 보며 루가만은 눈을 빛냈다.
* * *
루브앙 제국 귀빈실.
이 안에서 민혁은 루브앙의 새로운 황제 카르딘과 만났다.
꽤 시간이 흘러서일까?
카르딘은 이제 제법 황제티가 났다.
그는 갑작스럽게 방문한 민혁이 불라이아의 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작은 미소를 머금다가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천외제국은 불라이의 강물을 가지고 싶은 거군요. 이유가 있습니까?”
어떻게 보면 민혁은 자신이 작은 실수를 했음을 알았다.
‘너무 급했나?’
재료 창조자라는 스킬을 서둘러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노련하게 둘러대었다.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기 위함입니다. 불라이아의 강물에서만 나온다는 물고기들은 아주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지요.”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그럼 천외제국은 루브앙 제국에 무엇을 해주실 겁니까?”
이것은 제국과 제국의 거래다.
서로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하는 거래.
“아그부다의 광산은 어떻습니까.”
“천외제국이 가진 나름 괜찮은 광산이지요. 하지만 그 규모가 무척 작은 걸로 압니다. 불라이아의 강물은 마시면 성장을 촉진시키고 상처를 낫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거 아시지요? 또 루브앙 제국은 그 강물을 통해 매년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쉽지 않다.
민혁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나 그랬지 지금은 그 수익이 바닥을 치고 있다.
카르딘 황제가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
“또 천외제국과 루브앙 제국의 거래는 썩 달갑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는 국가이다.
민혁이 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판국에 선뜻 내어줄 순 없다.
둘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하지만 성사될 듯, 성사되지 않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여기서 내가 아그부다 광산에 무언가 하나를 더 얹어주면 가능할 것 같다만.’
더 물러서지 않는 것도 천외제국의 긍지를 지키는 일이다.
쉽지 않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던 때 민혁에게 귓속말이 왔다.
[김선생: 폐하, 큰일 났습니다.]“……?”
김선생이라는 닉네임의 유저는 새싹 아카데미의 교사다.
그녀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유저였다. 오죽하면 닉네임이 김선생일까?
새싹 아카데미 교사들은 유능한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그녀처럼, 그저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듬어줄 이들도 필요했기에 민혁은 그녀가 새싹 아카데미 교사가 되는 걸 직접 사인한 바 있다.
[민혁: 무슨 일입니까?] [김선생: 브렐린이라는 소년과 블렌드라는 소년이 결승에서 만났는데…….]그 설명을 듣는 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민혁은 계속 상황을 보고 받다가 막간엔 눈살까지 찌푸렸다.
‘브렐린이라는 소년이 항의하지 않는다고?’
이해되지 않는 소리다.
그는 결국 어린아이다.
‘이 나쁜 놈들아!’라며 소리를 쳐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서지?
곧 아차 했다.
[민혁: 혹시 제가 루브앙 제국에 왔다는 이야기가 꼬꼬마 세계대회에도 퍼졌습니까?] [김선생: 네.]민혁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린아이면 어린아이다워야지…….’
그는 제국 대 제국의 거래에 흠집을 낼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민혁은 거래고 나발이고 자신의 백성이, 그것도 꿈을 품은 소년이 짓밟힌다면, 이깟 계약쯤 엎을 각오가 되어 있다.
민혁이 계속 현 상황을 보고 받았다.
결국 브렐린이 대회장을 벗어나려 한다는 말에, 그는 발 빠르게 군신의 목소리를 발동했다.
군신의 목소리는 하늘에 환상을 그리는 버전도 있지만 일반적인 신의 목소리도 가진다.
또 한 대상에게만 그 목소리가 들리게 할 수도 있고, 모두가 듣게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반경 몇㎞까지 가능한바.
그가 군신의 목소리로 브렐린에게 말했다.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끝낸 민혁.
“무슨 일 있으십니까?”
갑자기 대화의 흐름이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자 카르딘이 물었다.
“불쾌합니다.”
갑자기?
카르딘 황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민혁은 현 보고받은 상황에 대해서 낱낱이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카르딘 황제가 어이없어했다.
“지금 루브앙 제국이 그런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카르딘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 증거는, 고작 보고 몇 개고요? 아니, 그것을 떠나서.”
카르딘 황제는 예리했다.
“민혁 황제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국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의 싹을 모두 잘라낼 순 없는 법.”
민혁도 알고 있다.
부정부패는 잡초와 같다.
끊어내도, 그 뿌리를 내린 잡초는 계속 자라난다.
더불어 카르딘 황제가 더 어이없는 건.
“고작 애기들 대회 때문에 이 협상 테이블에서 저를 비난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봉변을 당한 카르딘이 어이없는 건 이해한다.
테이블 위의 양손을 깍지낀 민혁이 카르딘을 보며 말했다.
“그 고작 ‘애기’가 내 나라의 백성이니까요.”
* * *
브렐린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민혁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룬달쿠에게 말해줬다.
“그래, 브렐린.”
룬달쿠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네가 살고 있는 제국은 그런 제국이다.”
룬달쿠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명의 백성을 아끼는.”
“또 그 한 명의 백성을 위해 황제가 검을 들 수 있는 제국.”
룬달쿠는 민혁을 보며 여러 가지를 느낀 적이 있는바.
“무엇이 두려우냐.”
어느덧 브렐린이 룬달쿠의 바로 옆에 섰다.
“천외제국의 황제가 너를 지키고 있는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브렐린이 다시 대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바카만 공작은 어린아이가 대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자 관심을 가졌다.
보통 저 나이대의 어린아이들이라면 ‘아저씨 나빠요! 우리 엄마 아빠한테 이를 거예요!’라거나, ‘이 바보 똥개들아, 으아아아앙!’ 하며 울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그러한 투정 섞인 말은 어차피 이 대회 결과에 어떠한 영향도…….
“부끄럽지 않습니까!”
“……?”
하지만 예상치 못한 말에 바카만이 미간을 찌푸렸다.
오블렌 가방을 멘 소년.
키가 1m를 넘을까 말까 한 그 소년이 외친다.
“가장 위대하다 불리는 대루브앙 제국의 대회는 결국 귀족들의 입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겁니까?”
“꼬마야, 지금 네가…….”
심판의 말에 그가 눈을 부라렸다.
“꼬마라니요!”
어린아이이지만 어른스러운 브렐린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그의 팔에는 귀엽게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그려진바.
“나는 지금 자랑스러운 천외제국을 대표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묻겠습니다.”
브렐린은 어린 나이와 다르게 영특했다.
다른 제국, 왕국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 꼬꼬마 세계대회의 규정에, 무기 외의 ‘다른 능력’을 발휘하면 안 된다가 규정되어 있습니까!?”
그가 호흡을 가다듬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루브앙 제국의 논리대로라면 한 가지 무기 이상을 사용했기에 반칙이라는 건데, 마법은 순수한 제힘입니다!”
“억지 좀 그만 부리거라!”
심판이 쩔쩔매며 바카만 공작의 눈치를 살핀다.
“억지요?”
브렐린이 실소를 머금었다.
“그럼 왜 저와 대련했던 블렌드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겁니까!”
모두의 시선이 블렌드에게 향했다.
우승하여, 가장 큰 기쁨을 만끽하여야 하는 블렌드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네놈 그러다간…….”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바카만 공작이 입을 열었다.
“천외제국의 대표자여.”
바카만이 소년 브렐린을 보며 웃음 지었다.
“대루브앙이 제국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 기세가 브렐린을 찍어누른다.
“그런데 만약 다른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면? 또, 그대의 그 가벼운 혓바닥에 의해 대루브앙 제국의 명예가 실추된다면.”
바카만 공작은 결코 어린아이라고 친절한 자가 아닌바.
“즉각 처형할 수 있다.”
“……!”
숨통이 막히는 말이다.
바카만 공작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비록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그 가벼운 혓바닥은 죽음으로 갚아도 모자르다.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내가 지겠소.”
앞으로 나선 것은 룬달쿠였다.
바카만은 실소를 머금었다.
“새싹 아카데미, 원장께서 말씀이십니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일개 원장은 끽해야 백작 작위쯤 될 뿐이다.
그러나 바카만 공작은 가장 거대한 제국 루브앙의 공작.
또한 온 세상이 인정하는 강자다.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원장 미친 거 아닌가?”
“고작 원장직을 가진 자가 바카만 공작께 감히…….”
“뒷일은 생각 안 하나?”
그렇다. 모두가 고작 ‘원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었다.
바카만도 더 이상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듯 실소를 머금었다.
“……!”
그러던 중 그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진 그가.
“우웨에에에에엑!”
입에서 피를 쏟았다.
“……!”
“……!”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 자리의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와 함께.
“바카만 공작님!”
열린 문 너머로 대회장 안으로 사제들이 뛰어오려 했다.
그런데.
쿵-
쿵-
쿵-
쿵-
쿵-
대회장 내의 모든 문이 스스로 닫혔다.
그리고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은 마력들이 대회장 전체를 감쌌다.
[흑마법사의 집.] [흑마법사의 집에 갇히셨습니다.] [흑마법사의 집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오로지 내부에서만 잔혹한 흑마법사의 집을 부술 수 있을 것입니다.]곧 바카만 공작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모두 경계태세를…… 쿨럭!”
바카만은 또다시 검은 피를 토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흑마법……? 모든 힘이 봉인당했다.’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노려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병사들이 서둘러 검을 뽑아 들고 바카만을 지키기 위해 달리려 한다.
그러나.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동시에 그들의 목에서 피가 솟구치며 죽어 나갔다.
“으아아아아앙!”
“엄마아!”
“워, 원장님, 원장니이임!”
“애들아, 모두 내 뒤로 물러서.”
참가자는 수십 명밖에 되지 않으나 세계 각지에서 온 어린아이들의 숫자는 수만 명에 이른다.
그 어린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문으로 몰려든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바카만이 벽에 끌어 올려졌다.
그는 모든 힘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았다.
뚜벅뚜벅-
그리고, 관중석에서 한 소년이 걸어 나왔다.
그 소년이 걸을 때마다 점차 그 모습이 변화 해갔다.
검은색 로브를 두르고 흑빛 스태프를 든 루가만이 음침하게 웃어댔다.
“으하하하하하하!”
바카만 공작은 가장 위험인물.
그랬기에 그의 힘부터 빼앗은 루가만이었다.
미친 듯이 광소하는 그가 겁에 질려 문에 달라붙은 어린아이들과 각 학교의 원장, 선생들을 보았다.
‘이제 나를 막을 자는 없다.’
그의 스태프가 휘둘러진다. 검은 기류가 땅에 내려서며 점차 거대한 흑빛 늑대를 만들어간다.
[폭식의 늑대 Lv711.]그 거대한 흑빛 늑대의 체고는 5m에 달할 정도였다.
“크르르르르르르!”
침을 질질 흘리며 어린아이들을 보는 녀석은, 먹어도 먹어도 끊임없이 배고픔을 느끼는 녀석이다.
또 그 흉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 먹거라. 모두 먹어치우거라!”
“크허허허허헝!”
루가만은 놈이 어린아이들에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바카만 공작을 올려다봤다.
“네, 네놈……!”
“크하하하하하, 이제 세상에 새로운 악신 루가만이…….”
그때.
“끼이잉, 끼이이잉 낑……!”
갑작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루가만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폭식의 늑대가 몸과 꼬리를 낮추고 덜덜 떨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무언가’에 잔뜩 겁먹은 모습이었다.
“……!?”
루가만이 경악했다.
‘뭐, 뭐!?’
저 어린아이들 틈에 바카만 공작급, 혹은 그 이상의 강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