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29
밥만 먹고 레벨업 1130화
점차 민혁과 카르딘 황제의 언성이 높아져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천외제국 측에서 조사관들을 꾸려 루브앙 제국에 보내겠습니다.”
“꽉 막히셨군요. 지금 대루브앙 제국을 조사하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카르딘 황제께서 이번 꼬꼬마 검술대회의 진상을 확실히 밝혀주시든가요.”
이제 거래는 뒷전이었다.
카르딘 황제는 민혁을 보며 기가 질렸다.
‘부럽기도 하다.’
고작 한 명의 아이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싸우는 민혁이.
또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카르딘 황제는 스스로 말했다.
결국 자신들도 제국에 깊게 뿌리박힌 부정부패는 잡기 쉽지 않다고.
어쩌면 그것이 이름뿐인 황제의 민낯일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민혁의 무모함은 사실이었다.
“거래는 이제 뒷전이시군요.”
“거래보다 중요하니까요.”
“하, 됐습니다. 더 이상 당신과…….”
그때.
“큰일 났습니다!”
귀빈실이 시끄러워졌다. 귀빈실은 왕국, 제국의 귀한 자들을 대접하는 곳.
그렇기에 이곳을 타고 넘어온 목소리는 카르딘 황제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사색이 된 바카만 공작의 기사들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그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았다.
“바카만 공작께서 갑자기 입에서 피를 뿜으시더니…….”
그들은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부에서 결계를 부술 수 없다?”
“그렇습니다.”
카르딘 황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바카만이 입에서 피를 뿜었다. 그와 동시에 문이 닫혔고 외부에서 그 어떠한 물리적 힘을 사용하려 해도 열리지 않는다.
그것은 즉.
“바카만 공작을 노린 거다…….”
그 정체 모를 누군가 가장 위험요소인 바카만 공작부터 제거했다는 뜻이 된다.
“꼬꼬마 세계대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민혁의 표정도 심각해지긴 마찬가지였다.
그곳엔 소중한 새싹 아카데미 아이들과 교사들이 있었으니까.
곧 현기증을 느낀 카르딘 황제가 이마에 손을 짚고 비틀거렸다.
“하필 바카만 공작을…….”
그는 현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입에서 피를 뿜어댔다는 의미는 이미 바카만 공작이 제압됐다는 이야기다.
바카만 공작은 새로이 임명된 대루브앙 제국의 별이다.
그만큼 뛰어났으며, 강한 자이기도 했다. 또 더 이상 그 공작 자리를 메울 만한 다른 인재가 없는 상황이다.
그때 민혁이 말했다.
“외부에서 부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내부에서 부술 수는 있는 것 아닙니까?”
완전하게 무언가를 차단하는 능력은 없다.
특히나 대회장 전체를 감쌀 정도의 능력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르딘 황제는 헛웃음을 지었다.
“바카만 공작이 당한 상황에서, 그 누가 내부에서 결계를 부순단 말입니까.”
그런데, 민혁이 말했다.
“있습니다.”
“예?”
“그 안에 그 결계를 부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
카르딘 황제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머릿속에 여러 사람이 떠오른다.
이번에 천외제국이 보낸 이들은 끽해야 아이들을 지킬 병력들과 원장, 교사들에 지나지 않건만?
“일단 그곳으로 가죠.”
그들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 *
맹수는 먹잇감 앞에서 이성을 잃게 마련이다.
또 대부분의 맹수는 자신보다 강한 맹수를 만났다 할지라도, 자신이 질 상대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도망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맹수들도 자신들보다 몇 수 위, 절대 승산이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꼬리를 말고 도망치곤 한다.
마치 한 마리의 사자가, 한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를 마주한 것처럼.
사자가 코끼리와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끼리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사자의 기를 짓눌러 버리는 거다.
지금.
“끼이이이잉, 끼이잉…… 낑…….”
꼬리를 말고 뒷걸음질 치는 폭식의 늑대를 보며 루가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어디 숨은 거냐.’
그의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어느덧 뒷걸음질 치던 폭식의 늑대가 루가만의 옆에 앉아 두려움에 벌벌 떨다, 결국 오줌을 지려 버렸다.
루가만은 이해할 수 없었다.
두려움에 소리를 지르는 수천 명의 꼬맹이들과 역시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원장, 교사들이 다였다.
당연하다.
자신이 바가만을 무력화시키자마자 한 것이 이 대회장의 모든 병력을 죽이는 것이었으니까.
그에 루가만은 손가락을 퉁겼다.
검은 기류가 솟구쳐 오른다. 그 검은 기류는 아이들을 미치게 할 것이고, 30초 후 온몸의 피가 역류해 죽게 만들 것이었다.
쿠화아아아아아악-!
그 기류가 회오리치며 아이들을 향해 뻗어간다.
그런데.
화아아아아아아-
“……!?”
정체 모를 어떠한 벽이 흑마법을 막아내고 있었다.
흑마법이 맹렬하게 파고들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 벽은 너무도 견고하고 단단했다.
결국 흑마력이 스르륵, 한 줌의 바람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루가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또한 바카만 공작도 십자가에 못 박힌 것처럼 벽에 매달려 현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는 과거에 들었던 전설을 떠올렸다.
‘아주 오래전 존재했던 강자들 중,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있었다.’
그 능력은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 능력은, 압도적으로 강한 힘으로 상대방의 어떤 공격이든 허용치 않게 하는 것.’
즉 그것은, 약자 따위가 감히 그 강자를 해할 수 없는, 절대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한 힘이 어째서 이곳에서……?’
바카만 공작도 눈을 굴려, 그 주인공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카데미의 원장들이나 교사들만이 보일 뿐.
“노오오오옴!”
더욱더 거대한 흑마력이 루가만의 스태프에서 솟구쳐 올랐다.
하늘을 가득 채운 그 힘으로, 루가만은 거대한 폭발을 만들어내려 했다.
바카만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했던 강자들 중 더 극소수의 이들은…….’
그 순간.
쿠구구구구구-
대회장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소란에 의해 바닥에 흩뿌려진 돌가루들이 허공으로 천천히 떠올라 공명하기 시작했다.
루브앙 제국의 뛰어난 건설사들이 만들어낸 대회장의 벽이 규칙적으로 진동을 일으킨다.
‘기운만으로 상대방을 무력화시킨다.’
그 순간, 루가만은 알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자신의 심장을 비트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힘 앞에 하늘 위로 폭사했던 흑마력이 산산조각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한다.
“크하아아아악!”
쿠우웅-!
루가만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정체 모를 힘 앞에 무력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거대한 중력에 찍어 눌리듯, 그가 결국 양쪽 무릎을 꿇었다.
그 상체가 바닥 쪽으로 짓눌리려 한다.
결국.
“이런 X같은!”
루가만은 이 대회장 내에서 진짜 힘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기운을 숨기기 위해 처음부터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위장해 들어왔다.
동시에 힘의 일부를 억눌렀다.
애초에 대루브앙 제국을 등지려 했던 그가, 고작 이 정도 힘밖에 가지지 않았을까.
그의 몸에서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그 피가 바닥에 스며들며 오각형으로 마법진을 소환한다.
[봉인이 해제됩니다.]봉인이 해제된 루가만은 자신을 억눌렀던 기운을 이겨냈다.
쿠화아아아아아아-!
몸을 일으킨 그에게서 거대한 흑마력이 폭사했다.
그가 입술을 비틀었다.
“마법사 중 흑마법사들의 비율이 얼마큼 차지하는지 아느냐?”
아직 정체를 모르는 그놈에게 하는 경고다.
“고작 1%다.”
흑마법사들은 무척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어이가 없는 일이지. 흑마법은 기존 마법보다 더 뛰어나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데 말이다.”
루가만의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명확한 이유도 있었다.
흑마법은 어떠한 ‘제물’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둥후보가 되어 흑마법의 위대함을 알릴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폭사된 거대한 기운이 하나의 창을 만들어낸다.
“마침내 기둥이 되어 흑마법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리려 한다.”
그 창이 벽에 박히는 순간, 그 자리의 모두가 녹아내린다.
흑마력을 품은 흑빛창이 매섭게 쏘아졌다.
그리고 창의 앞엔 공교롭게도 브렐린이 있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울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그런 브렐린의 동공에, 흑빛창이 비친다.
그 흑빛창은, 곧 브렐린의 머리통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때.
[궁극의 힘이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킵니다.]어디선가 거대한 힘이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흑빛창이 브렐린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렐린은 자신도 모르게, 원장님의 옷깃을 꽉 붙들고 있었다.
원장 룬달쿠는 검지 손가락으로 그 창끝을 타앙, 하고 때렸다.
콰지이이익-!
창이 천장에 튀어 올라가 폭발했다.
후두둑 천장이 무너져내리며 그 잔재가 아이들을 덮치려 했다.
그러나 그 잔재들은 한 거대한 힘 앞에 멈추더니 아이들을 비껴가 스르르 땅에 떨어졌다.
룬달쿠가 브렐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민혁이와 약속한 게 있었다.”
눈물을 글썽이는 브렐린을 보며 룬달쿠가 머리를 긁적였다.
브렐린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고작 손가락 하나로 그 거대한 흑빛창을 쳐냈다.
“당분간은 평범한 원장으로 살기로.”
룬달쿠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자그마치 수천 년이란 세월 동안 이끌던 자들의 땅의 파괴왕으로 살아왔다.
그런 자신이, 갑자기 천외제국에서 입지를 드러내며 등장하는 것은 많은 균형을 무너트리는 일이다.
룬달쿠 스스로도 더 이상 그 이름이 아닌, 그저 평범한 ‘아비’이자 ‘원장’의 길을 걷고자 했다.
구오오오오오오오-!
힘을 제한하는 것은 루가만뿐이 아니다.
룬달쿠에게서 피어오르는 백색 아지랑이가 점차 대회장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오늘만큼은 그래선 안 되겠구나.”
일순 브렐린은, 처음 그를 만난 날의 소개를 떠올렸다.
나이는 4,900살쯤이라 했으며.
-나는 궁극자라 불리었단다.
-많은 기둥후보들도 내가 가진 힘을 시기하고 질투하였다.
-어떠한 기둥후보들은 내게 결투를 요청했다가 호되게 당한 후 돌아갔지.
-또 나는 기둥의 자리를 마다했다. 더 높은 곳을 보았거든.
모두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나는, 해선 안 될 죄를 저질렀단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저 너희와 웃으며 평화로이 살아가고 싶단다.
그 어린아이들에게 허풍을 떠는 것처럼 말하던 룬달쿠의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얘기했던 자신의 말에도 그는 머쓱하게 웃었으니까.
또 다른 자가 그의 몸에서 흩어져 나오는 백색 아지랑이를 알아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바카만 공작이었다. 놀랍게도 바카만 공작은 수천 년 전 그 전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 이유는 바카만 공작이 룬달쿠가 탄생했던 가문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어린 시절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다.
그분에게선 백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하였다.
어느덧, 루가만의 인근에 다다른 룬달쿠가 ‘어린아이들 대회용 목검’을 쥐고 루가만이 만들어내는 모든 마법을 산산조각 냈다.
바카만 공작이 숱하게 들었던 전설 중에는 이러한 것도 있었다.
-몇몇 이들은 그를 시기했고 몇몇 이들을 그를 동경했다.
동경하던 이 중, 한 인물은 그에게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은 ‘그가 누구인지’ 세상에 알리는 것.
또 현 상황을 파악하여,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
[수천 년 만에 시대를 초월했던 강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거대한 아지랑이를 피워내는 룬달쿠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한 루가만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 한 ‘존재’를 ‘흑마법의 세계’에서 불러온다.
“아긴토마키아!”
쿠르르르르르르르-!
쩌어어어어억-!
아긴토마키아.
마법사들이라면 모르는 자가 없는 존재.
마법사들과 다르게, 존재하는 ‘흑마법의 세계’의 수호자이자 신.
모든 흑마법의 원천이자, 흑마법의 주인.
그 거대한 아긴토마키아가 공간을 찢으며 거대한 마력을 폭사시킨다.
아킨토마키아는 등장과 동시에 수백 종류의 정신이상 마법을 발산한다.
그 수백 개의 정신이상 마법이 거대한 기류가 되어 대회장에 번져 나가려 한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했던 강자는 이리 불렸습니다.] [궁극.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경지.] [궁극. 인간이 닿고자 하는 최고의 경지.] [궁극.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경지.] [그가 불리었던 이름.] [궁극자.]쿠구구구구구구구-
피어오르는 백색 아지랑이와 함께, 룬달쿠가 쥔 어린이용 목검에서 뻗어 나간 수백 개의 백색 검기가, 아킨토마키아가 흩뿌리는 모든 흑마법을 허공에서 소멸시켰다.
“기둥이 되려 한다고?”
“그렇다. 네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애초에 루가만은 궁극자가 무엇인지 모르는바.
“나도 기둥후보들은 꽤 알거든.”
공간을 찢고 반쯤 넘어온 아킨토마키아를 향해 그가 검을 세워 올렸다.
쿠화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힘이 아킨토마키아를 강타했다.
“왜냐면.”
[궁극자.] [그는 16명의 기둥후보를 살해한 인물입니다.]“내 손에 많이들 죽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