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43
밥만 먹고 레벨업 1144화
군신의 동상은 존재했던 모든 군신의 집약체다. 그들 모두의 생각을 담은 게 군신의 동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신의 동상 자체는 그들과 별개의 존재다.
바랄 역시 과거 군신의 동상에 의해 많은 것을 얻었었다.
군신의 동상은 바랄이 차세대 군신에게 그 자리를 넘겼을 때,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업적은 어떠한 군신이 남겼던 것보다 위대하다.]떠나가는 자는 후손을 위한 길을 만들어줘야 했고 바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많은 것을 군신의 동상에 주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가장 찬란한 왕관’이었다.
그는 진지하게 군신의 동상에게 말했다.
-그대가 보았을 때 나를 능가할 군신이라 판단되면 주거라.
바랄은 군신의 동상의 현명함을 알았다.
모든 군신의 지혜요, 모든 군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자이니.
그렇기에 벽에 처박혀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고 목도한다.
[최초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바랄의 피가 들끓어 올랐다. 살아남은 소수의 자들의 시선이 오로지 등 뒤에 포크와 나이프가 그려진 사내에게 향해 있다.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건, 방금 전보다 두 배가량 많아진 반복의 몬스터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이야기를 들었다.
[반복의 군주 아가만을 죽이셔야만 반복의 감옥이 끝납니다.]바랄의 입술이 깨물어졌다.
처음보다 두 배는 많아진 몬스터들, 세 마리에 이르는 반복의 오우거와 전투를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는 반복자 아가만.
백색망토를 두른 사내가 처음 만난 자들을 노련하게 이끌며 충돌한다.
그러나.
‘어째서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는 수차례 질문하고 있었다.
찬란한 왕관은 가장 위대한 군신에게만 씌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 사내는 위대한 군신이 아니다.
‘수십만의 군대를 소환해 내는 그 힘은 어디 있나.’
군신들은 분명 힘을 계승 받는다. 하지만 계승 받기 이전에 그들은, 자체적으로 군대를 이끄는 능력을 만들어나간다.
그 군대를 이끌어가는 능력 자체는 다양하다.
그리고 비로소 군신이 되었을 때, 본인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능력과 군신의 힘이 계승되어 진짜 ‘군신’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거다.
그런데 그에게는.
‘분명 군대를 소환하는 힘이 없다.’
또 그에게는.
‘군신으로서의 절대적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또 그는.
‘약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한 그가 죽음을 맞이했다.
달라진 건 없다.
다시 반복될 뿐.
* * *
[반복의 감옥에선 한 번의 반복에 총 세 개의 소모품만이 사용 가능합니다.] [반복될 시 세 개의 소모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반복의 감옥에서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반복의 감옥에서 총 세 번 강제 로그아웃 당할 시, 기존의 로그아웃 페널티를 받습니다.] [유저인 당신이 반복의 감옥을 탈출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반복의 감옥을 클리어하거나 혹은 1,000번의 반복을 맞이하는 겁니다.]“…….”
수감자들을 구하러 온 민혁은 슬퍼졌다.
‘구하러 왔다가 내가 수감되었네?’
황당해서 눈물이 나온다. 설마 죄를 짓지 않고 들어온 자도 수감될 줄은 몰랐던 민혁이다.
또 민혁 같은 경우,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1,000번의 반복적 죽음이다.
만약 1,000번 죽는다면, 레벨 40 가까이가 하락할 것이다.
‘심지어 다른 반복적인 곳과 다르게 이곳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지 않는다.’
천 번의 죽음 동안 갇혀있다면 최소 바깥에서는 1년의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때라면 민혁은 도태되었을 확률이 높다.
[반복이 시작됩니다.]몬스터들에게 뭉개져 죽음을 맞이했던 민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성벽 위에 있었다.
주변의 모든 수감자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바랄이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막아라, 내가 대화를 나눌 테니.”
어차피 매일 같은 반복. 이번 한 번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민혁이 예의를 갖춰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레오 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군대의 혁명가 바랄 님 맞으십니까?”
“맞다. 네가 가진 가장 찬란한 왕관의 주인이기도 하다.”
“……!?”
그 말을 들은 민혁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래서 군대의 혁명가라는 이름이었나?’
민혁은 가장 위대했던 군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레오와 같은 것일 터다.
허황된 것을 찾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왔을 거다.
비로소, 하나씩 하나씩 일을 밟아나가면 영토에 가까워질 거라고 한 가르뎅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랄이 그 영토의 주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과거의 군신이기에 그와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랄과의 친밀도가 하락합니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이해할 수 없구나, 어째서 군신의 동상이 네게 가장 찬란한 왕관을 준 거지?”
그는 그 왕관이 가지는 무게를 알았다.
물론 민혁은 강하다. 하지만 약하기도 하다.
군신의 기준에서.
실제로 민혁이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아테네의 NPC들도 천천히 힘이 상향된다.
민혁이 아무리 강해졌어도 현재의 군신에 비할 수 없다.
그랬기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군신 바랄에게는 민혁이 애송이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혹시 모른다는 마음으로 바랄이 질문한다.
“백만의 군대를 소환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
“없습니다.”
“신들 일부를 집결시킬 수 있느냐.”
“불가능합니다.”
“그럼 네 스스로 창안한 군신의 힘이 있느냐?”
“없습니다.”
“모든 군신의 힘이 전부 계승받은 거이더냐?”
“맞습니다.”
군신 바랄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혹시나 하여 물어본 것이다.
일부러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은 것인지.
그런데 그가 가진 힘 모두는 그저 모든 군신이 계승받는 그 힘에 불과하다.
그런 자가 군신인 것이라고 하여 바랄이 울분을 터뜨릴 이유는 없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건 군신의 동상의 선택이다.
“그런데 왜 군신의 동상이 내 왕관을 그대에게 주었는가.”
민혁은 굳이 해명하진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도 알고 있다.
‘나는 룬달쿠와 기둥후보들에 의해 그러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본인의 힘에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민혁은 실제로 그 왕관을 받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민혁은 확실히 말할 수는 있었다.
“그렇다고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저는 누구보다 노력…….”
“세상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게 있는 법이다.”
현실은 그랬다.
그 ‘노력’이라는 것. 그것이 바랄은 우스울 따름이다.
‘세상 사람 그 누가 노력하지 않는단 말인가?’
특히나 군신이 되기 위해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자는 지독한 노력을 해왔던 자일 터다.
모두가 했던 노력인데, 자신의 노력만이 특별하다 말하려 하는가?
민혁이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설령 당신께서 가장 위대했던 군신이라 한들.”
“다른 이가 살아온 삶을 비난할 순 없으며.”
“설령 당신이 보기에 부족하다 판단해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될 것입니다.”
“…….”
그 말을 들은 바랄은 잠시 그 기세에 주춤했다.
‘기세는 꽤 좋구나.’
자신은 명색이 가장 위대했던 군신이다.
그런 자신에게 이런 기세를 발산한다는 것부터 훌륭한 자태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이다.
자신은 지금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다.
백삼십만 번 이상의 죽음이 그의 신경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자의 등장이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심어주었고 그것이 처참히 부서진 것 같아 화를 내었다.
“그건…….”
그는 인정할 줄 아는 자다.
자신이 실수했음을 말하려 했으나.
“됐습니다. 인정, 아니, 그 말도 싫군요. 왜 제가 당신이 말하는 그 자격을 충족해야 하는 겁니까.”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민혁이다.
“최소한 어떤 길을 보여왔고 어째서 제가 이 자리에 섰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바랄에게 민혁이 말했다.
“제가 당신을 여기서 꺼내 드리겠습니다.”
바랄은 부정하거나 ‘너 같은 자가?’라는 말 따위 하지 않았다.
더는 실수하지 않기 위함이다.
“대신 당신은 제게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
민혁은 못 박았다.
거래의 관계로.
바랄은 그 뜻을 명확히 해달라는 표정이다.
민혁이 말했다.
“제겐 영토가 필요합니다. 백성들이 편히 쉴 수 있고 어떠한 씨앗을 뿌려도 잘 자라며, 아주 크고 거대한 영토. 또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백성들을 지켜줄 수 있는.”
얼핏 들으면 허황된 영토다.
세상에 그런 영토는 존재하기 힘들다.
씨앗이 잘 자라고 때론 따뜻하고 때론 시원한 영토는, 사람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모은다.
때문에 어떤 위협으로부터 백성들을 지켜야 하는 것은 병사로서 가져야 할 됨됨이다.
하지만 민혁은 말한다.
영토가 백성들을 지켜줄 수 있는.
스스로 말하고도 너무도 상식 이상의 영토를 말한 것을 안다.
“그런 영토가 있다.”
“……!?”
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확히는 그런 영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놀라운 이야기다.
‘있다’와 ‘만든다’는 분명히 다른 것.
“그 힘은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만들 수 있으며, 어떠한 위험으로부터 백성들을 지킬 수 있다.”
“어떠한 기운이 몬스터의 접근을 막아내는 것입니까?”
마치 에밀라에 의해 모든 재앙이 천외제국에서 비껴간 것처럼?
“아니, 그런 힘은 고작해야 몬스터밖에 막지 못하겠지.”
바랄은 가장 위대한 군신으로 불렸고 ‘폭격의 군주’라고도 불린바.
“영토가 백성의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영토 안에 숨은 병기가 폭격을 가한다.”
민혁의 숨이 막혀왔다.
‘이런 미친…….’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갑자기 숨어든 암살자들이 영지의 누군가를 공격했을 때, 그 대상이 죽고 나서야 알아채기 일쑤다.
그러나 저 힘은 사전에 그러한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전쟁에서도 사기적인 힘을 드러낼 거다.’
바랄이 말했다.
“나를 비롯한 수감자들을 이곳에서 꺼내주면 그러한 영토를 만들어낼 힘의 일부를 주지.”
띠링!
[직업 퀘스트: 가장 위대했던 군주]등급: 직업
제한: 바랄의 제안을 받은 자.
보상: 영토 강화자 1단계.
실패 시 페널티: 바랄과의 친밀도 하락.
설명: 바랄은 이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를 구출해라.
말 그대로 1단계.
“1단계는 척박한 땅을 비옥한 땅으로 만드는 힘을 가졌지.”
사실 그 정도만 되어도 무수히 많은 버려진 영토를 천외제국의 영토로 가져올 수 있다.
어느덧 대부분의 수감자들이 반복의 몬스터들에게 사망했다.
남은 건 민혁과 바랄뿐이었다.
“계속되는 반복.”
또 죽는다 하여 달라질 건 없다.
“다음의 반복은 그대에게 모든 지휘권을 넘기겠다.”
바랄은 냉정히 분석했다.
‘그저 군신의 계승 받은 힘만을 가졌다면…….’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순 없다.
성벽이 무너진다. 무너지는 성벽에 바랄의 온몸이 다시 으깨져 나간다.
그와 함께 민혁도 몬스터들에게 철저히 유린당했다.
그러나 유린당하는 그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바랄은 이리 여겼다.
‘사람이 한 명 늘었을 뿐.’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반복이 시작됩니다.]그 알림과 함께 눈을 떴을 때, 무언가 조금 달라졌다.
민혁이란 이름의 사내가 자신을 보며 말한다.
“당신을 포함한 가장 뛰어난 열 명을 모아주십시오.”
달라진 것이 또 있었다.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찢으며 중얼거렸다.
“마법 사용서를 이용한 메테오 소환.”
하늘에서 일반적인 마법사가 소환하는 것에 세 배 이상 큰 운석이, 몰려오는 수십만의 반복의 몬스터들 사이로 떨어졌으며.
쿠화아아아아앙-!
“배고픈 자의 요리.”
이곳에서 처음으로 맛있는 냄새가 번져 나갔고.
“만인의 즐거움.”
열 명의 가장 뛰어난 자들의 앞으로 요리가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작은 변화가 아니다. 엄청난 변화다.
바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볼 때.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고작 한 명이 무엇을 바꾸겠냐 바랄은 생각했다.
그런데 민혁이 말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세상을 바꾼다.”
백삼십만 번의 반복이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