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51
밥만 먹고 레벨업 1152화
혼돈의 나라의 왕, 브라크는 끊임없는 보고를 들었다.
“배고픔의 감옥의 수감자들이 탈출했습니다.”
배고픔의 감옥.
하루에 감자 반 알만 주어 모든 죄수를 배고픔에 미치게 만드는 감옥.
그곳의 ‘억압’도 궁극의 항아리에 힘을 모아주곤 했다.
“전하, 고통의 감옥의 수감자들도 탈출했습니다.”
고통의 감옥.
칼로 베거나, 어딘가를 부러뜨리거나, 혹은 불로 지지거나.
그들의 몸은 그러한 행위를 해대도 24시간 후 회복되곤 했다.
“절망의 감옥의 이들도 탈출했습니다.”
“좌절의 감옥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군대의 혁명가, 바랄 짓이 분명합니다.”
브라크는 이 모든 일을 예상하고 있었다.
‘꼭두각시 왕’에 지나지 않았던 브라크는 그걸 이용하고자 했다.
그는 아직 완전히 힘이 차지 않은 궁극의 항아리 속에서 강한 힘을 거머쥐고자 했다.
그런데, 엿 먹은 어떤 미친놈에 의해 그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곳의 신이 되고자 했다.’
이곳의 신은 놀랍게도 이 혼돈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자이기도 하다.
그는 순전히 궁극의 사신들을 통해서만 자신을 억압해 온 인물이었다.
자신을 개 취급하는 빌어먹을 신 놈.
그러나 브라크는 좌절하진 않았다.
‘결국, 이 힘을 써야 하는가?’
궁극의 항아리는 특별한 힘을 품고 있다.
그러한 궁극의 항아리라는 것을, 브라크가 얻은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궁극의 항아리는 힘을 담을 수 있는 특별한 항아리임이 맞다.
그리고 그 힘을 담는 능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다름 아닌 ‘브라크’, 자신이었다.
브라크는 다른 이들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포식의 재앙’이라는 유별난 권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포식의 재앙은 자칫 잘못 사용하면 브라크에게도 거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금기시되는 힘이었기 때문에, 만약 사용 도중 죽거나 한다면, 자신 또한 영원히 ‘8대 감옥’에 끌려 들어가 자신이 남들을 다룬 것처럼 영원히 그 고통 속에 빠져야 한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곧 혁명가들이 쳐들어올 터.
포식의 재앙은 ‘낙인’이 새겨진 자들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바.
가만히 앉아 있던 브라크가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기 위해 후다닥 들어오는 병사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터어어어억-!
“커헉!?”
낙인이 새겨진 병사가 브라크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왔다.
파스스스스스-
브라크가 손에 힘을 주자, 온몸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병사가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 내렸다.
* * *
가르뎅은 혼돈의 평범한 작가가 아니었다.
비록 그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재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혼돈의 억압받는 자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곤 했다.
그는 ‘마지막 장’을 그 누구보다 신중히 집필해야만 했다.
초중반까지는 어떠한 이야기를 써도 상관없으나, 마지막 장의 이야기가 그대로 펼쳐진다면, 아주 특별한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껏 내가 썼던 혼돈의 나라의 마지막 장은 매번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물론 실제로 그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 마지막 장으로 이야기를 완성시킨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혼돈의 나라의 마지막 장을 적어 내려간 가르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혼돈의 나라의 마지막 이야기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었다.
모든 이야기를 써낸 가르뎅은 변화한 이야기를 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마지막 장의 흐름과 현실이 비슷해진다면.’
그 힘이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 * *
민혁은 무한의 대장장이의 방 앞에 서 있었다.
레오에게 듣기론, 이 무한의 대장장이의 방은 가장 위대한 검을 만들어낸 후 생겨났다고 하였다.
그로 인해, 그는 무한의 대장장이의 방 안에서 다른 열한 개의 가장 위대한 무기 또한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 세트를 넘겨줬던 민혁은 휑한 대장간을 보았다.
대장장이들은 곧바로 혁명자들을 위해 만들어 숨겨둔 아티팩트를 군대의 혁명가 바랄과 그 군대에게 주기 위해 걸음했다.
그들은 두 번 다시 이 대장간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곧 혁명이 시작될 테니까.
‘언제쯤 나오시려나?’
레오가 들어간 지 이제 겨우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민혁은 바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요리의 혁명가도 구해오마.
혁명가는 총 넷이었다. 그 넷이 모두 모일 시 일시적으로 억압되었던 그들의 힘이 깨어난다고 알고 있다.
군대의 혁명가 바랄이 깨어났으니, 굳이 민혁이 요리의 혁명가를 구하러 가지 않아도 됨은 당연한 것이었다.
‘심심한데, 맛있는 거나 먹으면서 기다릴…….’
그때.
콰아아아아아앙-
콰콰콰콰쾅-!
“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아악!”
“살려줘!”
“제발, 으, 으아아악!”
거친 비명이 민혁에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비명을 쫓아 시선을 튼 민혁은, 성에서 쏟아지는 궁극대들이 사람들을 포박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붉은 용포를 두른 한 사내가 그 포박된 사람들에게 손을 뻗었다.
파사아아아아아-
그들의 몸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지며 모래보다 작은 미세한 것으로 변해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띠링!
[돌발 퀘스트: 혼돈의 나라의 구원]등급: SSS.
제한: 임시 혁명가의 증표를 받은 자.
보상: ???, 2레벨업.
실패 시 페널티: 혼돈의 나라의 멸망, 혁명가들과의 친밀도 대폭 하락.
설명: 혼돈의 나라의 왕 브라크가 모든 백성을 죽이고 그 힘을 빨아들여 진짜 신이 되고자 한다. 그를 막아라.
민혁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힘을 빨아들여?’
확실히 지금 보면 브라크는 미이라가 된 이들에게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민혁은 난처해졌다. 현재 자신은 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 세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인벤토리에 만약을 대비한 방어구 세트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 방어구 세트는 고작 ‘전설’등급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초월자의 갑옷과 영겁의 검을 벗을 때, 전투할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한 적 없으니까.’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
돌발 퀘스트의 가장 큰 단점이다.
돌발 퀘스트는 거절할 수도 없었고, 만약 브라크를 막지 못하면 혁명가들과의 친밀도가 급격히 하락한다.
상황이 무척 심각했다. 갈수록 브라크에 의해 말라비틀어지는 백성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브라크는 빠른 속도로 낙인이 새겨진 백성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힘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전부 먹어치우고, 끝내 혁명가들까지 먹는다면 나는 혼돈의 신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먹을수록 몸에 힘이 샘솟는 듯하다.
이윽고 미이라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품에 안은 소녀가 외쳤다.
“미치광이! 넌 왕도 아니야!”
울며 소리치는 소녀는 이 현실이 끔찍했다.
그녀는 날 때부터 억압된 삶을 살아왔다.
하루에 주어지는 노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잠을 잘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다.
먹는 자유를 빼앗겼고, 자는 자유를 빼앗겼다.
그 모든 이유가 브라크의 힘을 키우기 위함임을 모르는 백성은 없었다.
그녀의 울음과 함께, 죽은 유족을 끌어안은 백성들이 무기를 든다.
식칼, 곡괭이, 방망이, 호미, 낫.
수만의 백성들이 동시에 일어선다.
소녀도 품에 품은 단도를 뽑아 들었다.
“네놈은 왕이 아니다!”
“더 이상 억압받지 않겠다.”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브라크의 곁에는 궁극대의 1단장부터 20단장까지 나열하고 섰다.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숫자의 기사들이 굳건히 버티고 선바.
몰려오는 백성들을 보며 브라크는 조소를 머금었다.
“맞다, 나는 왕이 아니다.”
스스로 왕이 아님을 선언하는 브라크.
“나는 신세계의 신이며, 신은 백성을 두지 않아도 되겠지. 너희도 신의 일부분이 된다면 기쁘지 아니한가.”
무기를 든 백성들이 나아간다.
그러나 낙인이 새겨진 자들은 함부로 왕에게 대항할 수 없다.
낙인에 의해 접근조차 하지 못한 그들은 감전된 듯 파르르 몸을 떨어댔다.
그런 그들에게 브라크는 손을 뻗었다.
파스스스스스스-
그들의 몸이 말라비틀어진다.
소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절망하는 백성들의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뒤쪽에 있던 백성들이 계속 나아갔다.
낙인은 동시에 모든 자를 억압할 수 없다.
계속 밀고 들어가자, 많은 백성들이 기사들과 충돌을 일으켰다.
충돌을 일으키는 백성들이 궁극대에게 단칼에 죽어 나갔다.
그 끔찍한 모습에 소녀는, 결국 ‘혁명’은 허황됐음을 알았다.
“전부 거짓된 것이었어, 혁명은 불가능해.”
그런데 그때, 누군가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울고 있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준 그는 내달리는 백성들의 틈에 섞여 있다.
“혁명은 시작되었다.”
끽해야 자신보다 네 살, 다섯 살 많을 법한 청년이었다.
그가 말한다.
“이미 혁명을 위해 싸우고 있으니까.”
“변화하고자 하니까.”
“그리고 혁명 끝엔, ‘자유’가 있다.”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려온다.
작은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소녀는 부정했다.
“당신이 뭘 알아? 혁명의 시작은 ‘강한 자’로부터 비롯되는 거 아니야?”
소녀는 너무도 일찍 철이 들었다.
브라크를 죽일, 강한 자가 있어야만 혁명은 시작된다.
그 청년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것도 맞아.”
그가 수만 명의 달려 나가는 백성들 틈에 섞인다.
그녀의 귓가에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흩어진다.
“그래서 내가 왔어.”
수만의 백성들이 쓸려 나간다.
그러나 도시 곳곳의 집에 문을 걸어 잠그고 숨었던 수십만 명의 백성들이 거리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오너라, 계속 오너라! 크하하하하!”
계속하여, 브라크는 강해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행동이 오히려 기쁠 따름이었다.
그에게 절규하는 백성들은 추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앞쪽에서 쓰러진 백성들을 먹어치웠고, 뒤쪽에서 베여 죽어가는 자들도 먹어치울 뿐이었다.
“어차피 너희처럼 약해 빠진 놈들은 차라리 내 양분이 되는 것이 더 영광스러운……!”
그때였다.
툭-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주변에는 기사단장급 병력들이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고 있었다.
브라크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이었다.
툭, 툭, 툭툭툭툭-
쉴 새 없이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브라크는 그 이질적인 소리가 너무도 익숙했기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그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정체 모를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그 정체 모를 머리통은 다름 아닌 9기사단 단장의 것이었다.
[혁명의 이야기 속 결말과 유사합니다.] [페이지의 일부가 들려옵니다.] [끊임없는 비명 속, 모두는 절망했다.] [아아, 결국 희망은 헛된 것일까.]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여러 무기가, 그들이 죽어서도 혁명을 위할 것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죽어도 괜찮으니.] [모두 죽음을 불살랐다.] [그때,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본 적 없고.] [아무도 이야기해 본 적 없는 자의 검이 휘둘러졌다.]9기사단장의 머리통을 본 브라크가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대부분의 기사단장들의 머리통이 땅에 떨어져 있었고, 몸은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의아한 것은 그들 모두가 무릎 꿇은 상태였다는 거다.
“……?”
[비산하는 핏줄기 속, 그는 경멸 어린 시선으로 왕을 바라보고 있었다.]“좋은 말이다, 내 양분이 된다는 말.”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본 적 없으며, 아무도 이야기해 본 적 없는 자.] [그로 인한 혁명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넌 내 경험치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