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50
밥만 먹고 레벨업 1151화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일 것이다.
밥상에 앉아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식사를 하는 것.
친구의 눈을 마주 보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답한 가슴을 뚫리게 하는 것.
그렇다, 이 대부분의 일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태어났을 때부터 맹인이었던 레오에게는 오랜 시간 바라던 꿈이었다.
하늘의 ‘푸르다’는 어떠한 것인지.
산에서 바라보는 ‘장관’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생기고, 예쁘다는 것은 어떤 건지.
그는 모든 것이 너무도 궁금했다.
세상을 본다는 것.
그것은 그가 ‘가장 위대한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갈망하던 꿈이다.
사실, 작은 기대도 했다.
가장 위대한 무기를 만들어내면, 어떤 전능한 존재가 자신과 거래를 하자며 눈을 뜨게 해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인간일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방법을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보고 싶었다.
-내가 당신의 눈이 되어줄게요.
그리 말하던 아내의 얼굴이.
눈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렇게 예쁘다는 나의 딸과.
확인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줬으며, ‘나는 엄청 잘생겼으니 나중에 눈 뜨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했던, 바랄의 얼굴이.
이제 보고자 했던 대부분의 이들이 흙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가 이 ‘궁극’에 온 이유는, 이곳에서만큼은 눈을 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을 이곳에 있었음에도 방법은 찾을 수 없었고, 되레 나라의 노예가 되어 부려졌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맹인용 지팡이를 짚어대며 대장간에 왔고, 더듬더듬하여 대장간의 불을 지폈다.
보이지 않으나 손의 감촉만으로 아름다운 검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른 게 있었다.
“레오 님, 제가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식사라, 우리가 그렇게 한가하진 않다네.”
혼돈의 나라엔 여전히 고통받는 자들이 넘쳐났고, 우리는 혁명가로서 그들을 구원해야 한다.
평소와 다르게, 그 남자가 말한다.
“오늘만큼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바랄 님도 돌아오셨으니 말입니다.”
“흐음, 알겠네.”
그도 친구인 바랄이 돌아온 것은 매우 기뻤다.
또 장난스러운 미소로 말했다.
“바랄은 정말 잘생겼나? 내 죽기 전에 저 녀석 얼굴은 봐야 하는데.”
“?”
“저 녀석이 입만 열었다 하면 ‘나처럼 잘생긴 신도 드물다’ 하고, ‘신들은 깎아 만든 듯 잘생겼다’는 말이 자신을 기점으로 시작됐다고 말했거든.”
“?”
민혁이 슬쩍 바랄을 보았다.
바랄은 일반 신들과 조금 달랐다.
대부분의 신들은 굉장히 잘생겼는데, 솔직히 말하면 바랄은 못생겼다.
“…….”
바랄은 민혁의 시선을 회피했다.
곧 그들이 걸음을 옮겼다.
* * *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레오는 뺨을 스치는 그 바람을 느끼곤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민혁은 레오의 손을 잡고 언덕으로 이끌었다.
“기분은 좋네만, 어째서 이곳까지 와서 밥을 먹는가?”
“좋은 풍경을 보며 먹는 밥은 그 어떤 때보다 맛있는 법이죠.”
레오는 민혁이 말실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좋은 풍경을 보며 먹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자신은 보지 못한다.
그래도 괜찮다.
보이진 않지만, 느껴지는 산 내음과 소리가 있었으니.
보이지 않는 그가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의아함도 있다.
바스락거리는, 아주 작은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무슨 소리일까? 그러나 크게 개의친 않았다.
동물들이 움직이는 소리일 수도 있으니까.
“바랄, 거기 있는가.”
“있다네.”
“풍경은 어떠한가.”
“아주 아름답고 멋지지.”
“자네와 오랜만에 식사를 하게 되어 기쁘군.”
“나도 그렇네.”
민혁이란 자는 ‘라멘’이라는 요리를 해준다고 하였다.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라 하였던가.
요리하는 소리와, 식기 부딪치는 소리를 계속 듣던 때, 어느덧 완성한 것인지 그릇 놔주는 소리가 들렸다.
‘요리라는 것도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하군.’
작은 미소를 지은 레오는 민혁이 젓가락을 쥐여주자 힘껏 잡았다.
뜨거운 그릇을, 그저 잡았다.
자신은 보이지 않으니, 뜨거워도 참는 수밖에 없다.
“드셔보세요. 바랄 님 것도 따로 만들었으니, 함께 드시면 되겠네요.”
“따로? 같이 만들지, 왜 번거롭게 그랬나.”
민혁이란 사내가 민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씩 만들어야 더 맛있거든요.”
무언가 보이진 않지만, 레오는 증기를 느꼈다.
후끈한 증기가 얼굴에 부딪혔고, 젓가락에 무언가 집히는 느낌이 들자 그것을 크게 ‘후루루룹’ 들이켰다.
쫄깃한 면발이 입안 가득 차자, 기분 좋은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젓가락 사이로 묵직한 무언가가 걸렸다.
‘고기인가?’
레오는 그 고기를 입에 넣어봤다.
부드러운 고기는 씹는 순간 기분 좋게 목구멍 뒤로 넘어갔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맛이다.
그릇째로 들어 그 국물을 후루루룹 마셔봤다.
“하아.”
아주 맛있다.
이마에 맺히는 땀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식혀준다.
“야외에서 먹으니 확실히 더 맛있는 것 같네.”
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지?
왜, 바랄의 식기 부딪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걸까?
그러고 보면 마주 보고 앉았음에도, 왜 바람이 얼굴을 정면에서 간질이는가?
그 순간 알았다.
‘나는 지금 바랄과 마주 앉은 게 아니라 산을 마주 보고 있는 것이로구나.’
그런데 어째서지?
분명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였는데.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어둠이 차 보이지 않던 시야가 천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뿌연 무언가는, 곧 또렷이 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무언가가 보인다.
그 무언가는 그 좋은 냄새를 풍기는 나무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완전히 또렷해진 시야에 광활한 산이 담긴다.
그는 생소한 무언가에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서 느껴졌다.
“바랄, 무언가 이상하네. 갑자기 내 눈에…….”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만들어진 라멘에 손조차 대지 못하고 울고 있는 바랄이 보였다.
“그것이 푸르다는 것일세.”
그리고 울고 있는 그의 등 뒤로, 수천 명의 대장장이가 숨죽여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어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대장장이가 팔스라는 것을.
엉엉 소리 내며 우는 자가 미가댕이라는 것을.
그리고 대장장이들의 뒤에 길게 늘어선, 십만이 넘는 혁명자들.
그들은 오로지 ‘그’의 눈에 담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
팔스가 절한다.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 레오 님을 뵙습니다!”
동시에 무릎 꿇은 그들을 바라보는 레오는 믿을 수 없었다.
민혁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렇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것이 푸르다는 것이구나.”
뒤를 돌아본다.
“이것이 장관이라는 것이었구나.”
주변을 둘러본다.
“이것이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이구나.”
팔스라는 대장장이가 사진을 품에 안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뗀다.
그 사진에는 그의 죽은 아내와 딸이 있었다.
“이것이…….”
보고 싶었다라는 말.
그 말을 레오는 할 수 없었다.
내 눈은 그들을 볼 수 없었으니까.
그에게 정확한 표현은 보고 싶었다가 아니라, 느끼고 싶었다와 듣고 싶었다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내 아내와 딸인가?”
참았던 울음이 흘러나온다.
그의 눈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물.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두 사람의 사진에 손가락 끝을 가져가 어루만지다 끌어안는다.
“보고 싶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처음으로 말해본다.
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너희를 보고 있다.
잠깐 너희를 보는 것이라도 괜찮다.
“나는 기억할 테니까.”
온몸이 규칙적으로 떨리는 그가 울며 웃었다.
“내 머릿속에 항상 그 얼굴이 남아 있을 테니까.”
잠깐 보는 것이라도 행복하다. 그들을 다시 떠올리며 웃을 수 있으니까.
레오는 그 사진을 꽉 끌어안았다.
이윽고 그에게 바랄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럴수록 레오의 눈물이 더 많이 흘렀다.
레오는 그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오랜 시간을 그의 곁을 지켜주던 자였으니까.
바랄이 다가오자 레오가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래, 이렇게 생겼었군. 바랄, 이렇게 생겼었어…….”
울먹이는 그를 보며 바랄은 화사하게 웃음 지었다.
한편으로, 바랄은 이런 생각도 하고 있다.
처음으로 눈을 뜬 그였다. 그렇기에 그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자신이…….
“왜 이렇게 못생겼나…… 응? 크흐흐흐흑!”
“……?”
아닌가?
오열하는 레오를 보며 바랄이 말했다.
“무슨 소리인가, 내가 가장 잘생긴…….”
“처음 봐도 잘생기지 않은 건 안다네.”
아무튼,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했다.
레오는 한참이나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바랄이 레오가 들고 있던 사진을 천천히 받아든다.
레오도 알았다. 잠깐이라도 앞을 볼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있음을.
그가 민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이 떨려온다.
레오는 가장 위대한 검의 제작자.
민혁은 검의 마지막 봉인을 풀었을 당시에 월드 메시지 일부를 들었다.
그가 만든 다른 열한 자루의 무기도 세상에 풀려 한다는 걸.
물론 레오도 요리를 먹는 도중 알림을 들었다.
대장장이의 신이 자신의 가장 위대한 무기 중 하나를 확인하고자 했고, 레오는 그를 승인하여, 한 아티팩트의 정보를 그에게 올려놓았다.
민혁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계속 보실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그랬다. 기왕이면 레오가 앞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며 살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울고 있는 레오는 고개를 저었다.
“모두 눈에 담았으니, 충분하네. 때론 이 세상은 보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곳이니까.”
레오는 평생의 바람을 이루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음이다.
민혁을 보던 그가 양쪽 무릎을 꿇었다.
그 자리의 모두가 경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모습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전 세계에 송출되고 있는바.
“내 죽는 날까지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걸세.”
“또한, 자네에게 약속했던 갑옷을 손봐주는 일, 또 한 번 도전해 볼까 하네.”
“무기가 아닌, ‘가장 위대한 방어구’를.”
“……!”
민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발언과 함께 이 모습을 지켜보던 ㈜즐거움이 발칵 뒤집혔다.
강태훈 사장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아테네에 가장 위대한 갑옷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 가장 위대한 갑옷은 유저 민혁이 만들어낸 것과 다를 바 없다.
민혁은 레오와 함께 하산했다.
그리고 레오는 ‘무한의 대장장이의 방’ 앞에 섰다.
“이 안의 시간은 무척 느리게 흐른다네.”
레오가 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 일의 시간을 보내도 고작 하루만 흐르는 곳.”
민혁은 누구보다 그의 작업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 무리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레오의 손에는 ‘영겁의 검’도 들려 있었다.
민혁은 일전에 영겁의 검의 성장 조건에 ‘재료 채집을 위한 휘두름’ 등도 포함되었으면 한다는 말도 전한 바 있다.
“너무 무리하진 않고, 최선만 다해보지.”
민혁은 전율했다.
아테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
대장장이의 신 헤파스마저 인정한 자.
그가 무한의 대장장이의 방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1,000일.
이곳에서의 하루가 지난 후.
그가 새로운 초월자의 갑옷과 영겁의 검을 쥐고 나타났다.
그와 함께 세상에 알림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