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80
밥만 먹고 레벨업 1181화
탐사대원은 전 세계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가 얼마만큼의 탐사율을 이뤄내는가에 따라 유저들의 활동 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탐사대원이 높은 탐사율을 기록해도 그럴듯한 보상이 없어 보인다.
탐사대원은 남들 좋은 일 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거다.
탐사대로서 높은 탐사율을 기록해 유저들에게 받을 환호와 존경? 개뿔이다.
어떤 일이든 해내면 보상이 따른다.
사실 민혁은 알고 있었다.
탐사율에 관한 뚜렷한 보상에 대한 알림이나 퀘스트창은 없었으나, 민혁은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 현실이 된다.
[두 명의 척살대장을 잃은 척살대의 사기가 큰 폭으로 저하되었습니다.]협곡 안에서 전의를 상실한 척살대는 그대로 학살당했다.
[척살대 80%를 격퇴하였습니다.] [살아남은 척살대가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에 의해 골로디스 왕국이 척살대로부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율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총 탐사율 45%를 달성하셨습니다.] [업데이트 후 당신의 ‘탐사율’로 개척된 곳에 방문한 모든 유저들이 내는 세금의 1.5%를 당신이 획득하게 됩니다.]‘뭐라고……?’
민혁은 탐사율이 40%를 넘어선 후 울린 알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그들이 내는 총 세금의 약 1.5%만이 민혁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테네의 이용자 수는 수십억에 이른다.
이 중 천외제국 소속 유저는 고작해야 약 4천만 정도였고, 5천여만이 NPC로 이루어져 있다.
즉, 4천여만 명에 세금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민혁이 개척한 지점을 수억에서 십억이 넘는 유저들이 이용할 것이다.
그들이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은 전리품을 팔아도 세금.
골로디스 왕국과 같은 곳에서 무언가를 사 먹어도 세금.
여관방에서 잠을 자도 세금.
모든 것이 세금이다. 그 세금 중 자그마치 1.5%를 민혁이 가져간다는 건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는다는 뜻이다.
너무 천문학적인 금액이었기에 민혁은 의심했다.
‘이거 ㈜즐거움이 의도한 게 맞아?’
물론 민혁은 몰랐지만, ㈜즐거움이 의도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본래 ‘오늘’ 골로디스 왕국이 멸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민혁이 오지 않았어도, 골로디스 왕국은 본래 2주일 안으로 멸망할 예정이었다.
고작 1.5%뿐이지만 천외제국은 그로 인해 연간 수익이 약 30%씩 늘 수 있다.
이 탐사율을 100%로 개척한다면.
그리고 한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펼치자 거대한 백지의 지도에 골로디스 왕국을 중심으로 코딱지만 하게 개척된 것이 보였다.
‘100%의 탐사율을 채운다면 골로디스 왕국과 그 인근이 개척된다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끝일까?
만약 어떠한 조건을 충족하면 다시 탐사율이 0%가 되고 다른 지점을 개척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지역을 개척하면 내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훨씬 많아진다는 것!’
민혁의 얼굴이 희열에 휩싸였다.
그 시각 민혁을 모니터하는 강태훈과 박 팀장의 얼굴에 한숨이 서렸다.
민혁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수호신의 요리를 완성할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척살대를 잃은 가이아 대륙의 ?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거역한 골로디스 왕국에 신벌을 내리기 위해 더 많은 척살대를 골로디스 왕국에 보냅니다.] [그 선두엔 신벌자 아그레이가 동참합니다.]“신벌자?”
아칸스가 답해줬다.
“신들을 대행하여 벌을 내리는 자입니다. 일시적으로 어떠한 신의 힘을 승계받은 자이며, 척살대나 척살대장과는 그 급이 다릅니다. 척살대는 결국 인간이나, 그는 ‘그분’들 중 한 사람이니까요.”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시간을 본 그는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요리가 시작될 거다.
* * *
안톤 왕은 멍하니 앉아 있는 딸아이를 바라봤다.
이 가녀린 아이는 10년 만에 깨어났다.
계속 잠들어 있게 하겠다던 그분들의 말과는 달랐다. 아마도 영악했던 그분들은 안톤을 더 아프게 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깨어난 것만 못하다. 안톤은 온몸이 마비되어 눈만을 굴리는 엘로나를 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쿨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백 년이란 시간 동안 억압과 통제 속에서 그들에게 빼앗겨 왔다.
손수건에 흥건히 묻어난 피가,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안톤이 엘로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이 애비가 기필코 공주를 구하마.”
그러곤 밖으로 나선다.
아버지의 등 뒤에 시선이 꽂힌 엘로나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흐른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에 온 안톤은 보랏빛으로 출렁이는 포션병을 꺼냈다.
‘염원의 포션.’
힘들게 구한 이 포션은 그분들의 힘의 결정체이다.
자신의 생명력을 태워 일시적으로나마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게 한다.
벌컥벌컥-
포션을 들이켠 안톤은 몸속에서 뜨거운 피가 역류하는 느낌을 받았다.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는 혹여 엘로나가 들을까 비명을 참아냈다.
마침내 고통이 잠잠해지자 안톤이 밖으로 나섰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 중 어떠한 여파가 있을지 몰랐기에 일부러 요리 장소는 성벽 위를 택했다.
안톤은 왕국을 둘러봤다.
“…….”
그리고 울었다.
백성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떠나라.
살고자 하는 자는 산, 숲, 동굴 등 어딘가에 숨든가, 방랑자가 되어 다른 왕국, 제국 어디로든 가라고.
하지만 그 누구도 가지 아니했다.
작디작은 소국.
고작 1천만여 명의 백성에, 수십만의 병력밖에 없는.
그곳에 1천만의 백성들이 무릎 꿇고 함께한다.
우린 오늘 당신과 함께 싸우겠노라고.
한 백성 대표가 말한다.
“살아도 함께 살고.”
[신벌자와 말 위에 오른 척살대의 기마대 100만이 출정을 시작합니다!]“죽어도 함께 죽겠습니다.”
[30분 후, 신벌자와 척살대의 기마대가 들이닥칩니다.]“후회하지 않습니다.”
[신벌자와 100만의 척살대 기마대는 골로디스 왕국의 살아 있는 모두를 죽일 겁니다!]“도망치지 않습니다.”
“영광이었습니다.”
“당신의 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백성이었어서.”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순간 전하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설령 시간이 부족해도 멈추지 마십시오.”
그들이 땅에 내려놓은 무기들이 보인다.
낫과 곡괭이, 돌, 프라이팬, 식칼.
“우리가 그들을 막겠습니다.”
“나아가소서.”
“완성하소서.”
“수호신이 우릴 위해 세상에 남겼고, 그들이 빼앗아간 그것을.”
안톤에게서 더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함께 가자.”
설령 죽는다 해도 그대들과 함께하겠다.
네 개의 가이아 대륙 보물 재료 사이로 안톤과 요리사들이 제각각 맡은바 조리 도구를 든다.
그의 식칼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되었다.
누군가 든 프라이팬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된다.
이 자리의 모든 요리사들은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아니하다.
그리고 시작된다.
삼선짬뽕은 세 가지 재료가 메인이 된다.
오징어, 새우, 버섯, 그리고 또 다른 재료로 청경채를 말할 수 있다.
선정된 뛰어난 요리사들이 재료를 손질하고, 가장 뛰어난 요리사인 안톤이 손질된 재료를 요리한다.
재료들이 손질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발바크가 제거하기로 한 억센 오징어에 붙은 불순물은 벗겨지지 아니했다.
또 안드레이가 새우를 씻으려는 순간, 갑자기 기도가 막힌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또 다른 왕국 요리사가 버섯을 만진 순간, 초록색의 뿌연 독이 세상에 번져 나갔다.
대륙 10대 보물 재료들은 함부로 요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멈추지 아니한다.
안드레이는 숨통이 막히는 고통 속에서도 참아내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은 숨구멍 사이로 힘겨운 소리를 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사실 안드레이의 기도가 실제로 막힌 것은 아니다.
새우가 그를 고통스러운 환상 속에 빠져들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환상 속에서도 안드레이는 계속 손질했다.
발바크도 마찬가지다. 억세어 손질되지 않는 오징어의 곳곳에서 터져 나온 먹물이 그의 몸을 뒤덮었다.
그 순간.
치이이이이이익-
먹물이 마치 용암처럼 그의 온몸을 녹여내는 듯하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발바크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온몸이 미친 듯이 떨려댔다.
입 밖으로 끊임없는 비명을 토하면서도 발바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고통에 울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작은 손은 오징어를 놓지 않았다.
독에 감염된 자도 마찬가지다. 눈이 이미 까뒤집어져 있었지만, 그 끈을 놓지 않았다.
고작 손질을 하기 위한 싸움이 자그마치 20분을 넘어갔다.
그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모든 재료가 완벽히 손질되었다.
손질이 끝난 순간 안드레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전하.”
“…….”
안톤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눈빛이 마지막을 말하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안톤은 이 요리가 끝나면 죽는다.
완성해도 죽고, 완성하지 못해도 죽는다.
요리사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다.
“고맙습니다.”
당신이란 왕을 섬길 수 있었음에.
안톤이 쓰러지는 요리사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삼선짬뽕에 들어갈 갖은 재료들을 프라이팬에 넣고 볶기 시작한다.
치이이이이익-!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이 재료들을 익혀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대륙 4대 보물 재료는 결코 요리하기 쉬운 게 아니다.
네 개의 재료가 한데 모여 하나의 거대한 힘을 만들어내려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안톤의 눈에 지평선 너머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군대가 보인다.
그 앞을 가로막은 아칸스와 골로디스 왕국군이 그들을 막기 위해 치열하게 접전을 벌인다.
죽어 나가는 그들을 보며 안톤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필사적인 그들의 몸부림에 가슴이 찢어진다.
나의 백성, 나의 사람들이 죽어간다.
무릎 꿇었던 백성들이 하나둘 일어선다.
“전하를 위하여.”
그러곤 좀 더 시간을 벌기 위해 내달렸다.
치이이이이이이익-!
재료들이 연기를 뿜어낼 때, 안톤이 고추기름을 넣었다.
매운 고추기름 향이 피어오른다.
붉게 피어오르는 그 연기가 안톤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연기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순간, 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팬의 손잡이를 잡은 안톤이 순간적으로 잠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때, 그는 문득 어린 시절의 자신과 어머니를 보았다.
자신은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 저는 요리가 아니라 검을 배웠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멋진 검으로 적들을 베고 우리 왕국을 지키고 싶거든요.
그 말에 어머니는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셨다.
-꼭 검으로만 세상을 지킬 수 있는 건 아니란다. 때론 네 요리가 세상을 구할지도 모른단다. 너는 아직 어리지만, 가이아 대륙 최고의 요리사가 될 거라는 평이 자자하잖니.
-에에?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요리가 세상을 구해요?
어머니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요리는 때론 보잘것없지만, 가장 강하기도 하단다. 어쩌면, 그것은 요리로 구한다기보다는, 너이기에. 왕이기에, 네 사람들이기에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
안톤은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톤, 언젠간 네 손으로 너의 백성을, 너의 왕국을, 너의 세상을 구해주겠니?
안톤은 그 말의 뜻은 몰랐지만,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들은…….
꿈같은 시간이다.
그리웠던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는 건.
그러나.
그는 자신을 잠들게 하려는 그 힘을 이겨냈다.
“제가 지켜 나가겠습니다.”
다시 프라이팬을 꽉 쥔 안톤은 외친다.
“내가 지키겠습니다. 기필코! 죽어서도! 내 몸이 찢기는 한이 있어도!”
파지지지지지지지직-!
완성되어 간다. 가이아 대륙을 지키고자 했던 자신도 모르는 수호신.
가이아 대륙 변방의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작은 왕.
그 둘이 지켜내고자 하는 그것이 강한 스파크를 일으킨다.
수호신의 힘의 원천은 번개에 있다.
그 스파크가 성벽 전체를 타고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파자자자자자자자자자작-!
거대한 스파크로 이루어진 거미줄 사이로 요리하는 안톤에게 소리가 들려온다.
[염원의 포션이 당신의 염원에 반응합니다.] [이미 당신의 육체는 한계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염원의 포션에 의해 당신은 더 높은 요리에 나아갑니다.] [팔이 으깨지듯 고통스럽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듯 말을 듣지 않습니다.] [머리가 쪼개진 듯 거대한 두통이 느껴집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듯 이질적입니다.] [그 고통 속에서 염원의 포션의 힘이 마지막 힘을 끌어올립니다.] [한계를 넘습니다.] [한계를 넘습니다.] [한계를…….]완성되어 간다. 만들어져 간다.
그의 팔은 더 이상 움직이니 아니한다.
그의 다리는 부러진 것처럼 굳건히 서 있을 수 없게 한다.
촤르르르르르르-!
하늘에서 거대한 낙뢰가 내리치며 안톤을 강타하려 한다.
그것은 재료들의 마지막 발버둥.
그 거대한 낙뢰에 강타당한 순간.
안톤은 억지로 버티고자 했다.
그리고 완성을 위해 불을 끄고자 했다.
그러나 번개에 맞아 쓰러진 안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온몸을 움직여 기어본다.
불을 끄기 위해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입을 쩍 벌린다.
쩍 벌린 입으로 버너의 조작기를 입으로 물려고 한다.
하지만 닿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
식어가는 그의 눈앞에 죽어가는 백성들이 보인다.
그가 또다시 절망에 다다른다.
[수호신의 요리의 모든 재료가 요리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수호신의 요리 만들기에 실…….]죽어가는 안톤이 울었다. 그의 뿌연 시야에 누군가 그를 대신하여 가스의 불을 끄는 것이 보였다.
띠릭-
그리고 안톤을 편안히 눕힌다.
그와 함께 감히 요리에 대항하려는 그에게로 또다시 번개가 떨어지려 할 때.
그가 말했다.
“이제 제가 하겠습니다.”
“…….”
안톤은 말이 없었다.
이윽고 놀라운 소리가 들려왔다.
[원점으로 돌아간 모든 재료를 새로운 요리사가 요리하기 시작합니다.]파지지지지지직-!
하늘에서 내리친 번개가 그를 강타한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안톤을 바라보며, 민혁이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왕국,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