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99
밥만 먹고 레벨업 1200화
8기둥은 무력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들의 영향력이나 능력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한 8기둥들도 대부분 자신의 몸 하나 지킬 수 있을 만한 힘 정도는 가졌다.
물론 제 몸 하나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말은 그들 기준에서였다.
대부분의 8기둥은 그저 강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존재들이었다.
그러한 8기둥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강한 이가 있다.
그는 악귀 오블렌과 최소 동급으로 불리었으며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그는 무기의 주인 파브로였다.
세상 모든 무기의 주인이라 불리는 파브로는 웨폰 마스터다.
어떠한 무기든 자유자재로 다룬다.
놀랍게도 그 힘을 계승 받은 자는 ‘유저 알렉산더’였다.
최초의 8기둥 클래스를 거머쥔 그는 과거에도 강했고 지금은 더 강해졌다.
그러나 알렉산더도, 민혁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8기둥 클래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 앞에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주먹 두 개를 합친 크기의 거북이가 있었다.
거북이는 평범한 거북이가 아니다.
한때 8기둥 중 무력의 상징인 파브로를 측근에서 섬겼던 자다.
그의 이름은 로스골.
로스골도 기둥 후보였던 자였다.
그러나 눈앞에서 파브로의 힘을 직접 목도하고 감히 자신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그의 심복이 되길 택했다.
그리고 지금의 파브로는 사실상 잠들어 있었다.
“이해할 수 없구나.”
로스골은 알렉산더가 탐탁지 않았다.
알렉산더는 분명히 강했다.
처음 그가 파브로의 시련을 이겨내고 8기둥 클래스가 되었을 때 로스골은 실망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알렉산더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결국 이곳의 사람들이 아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해본 적도 없는 자들 투성이다.
그러한 이방인이 파브로 님의 뒤를 계승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로스골은 그가 보이는 천재적인 재능과 무기를 다루는 능력에 경악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어째서 기둥후보가 되지 않는 것이냐.”
심사관 대장 루바는 알렉산더마저 찾아왔었다.
알렉산더는 기둥후보로서 충분한 자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기둥후보 제의를 딱 잘라 거절했다.
-저는 아직 자격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알렉산더가 진짜 웨폰 마스터가 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조건, 8기둥이 될 것.
두 번째 조건, 파브로의 분신을 죽이는 것.
그렇게 하면 알렉산더는 웨폰 마스터로서의 모든 힘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부족하다며 기둥후보가 되는 것조차 포기했다.
로스골의 표정에 알렉산더가 답했다.
“말했잖습니까, 저는 지존이 아닙니다.”
또 그 이야기다.
로스골은 그 ‘민혁’이란 사내의 언급에 말을 잃었다.
알렉산더는 자신이 민혁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로스골이 재촉하고 있지만 알렉산더는 알고 있었다.
‘기둥후보가 되었다 해도 난 기둥이 될 수 없다.’
무모한 도전을 할 바에 힘을 키우는 게 더 나았다.
“알렉산더. 언제 파브로의 분신이 폭주할지 모른다.”
파브로의 분신은 파브로의 80%의 힘만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파브로의 분신이 발휘하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분도 언제 폭주할지 모른다 하셨다. 자신의 탐욕의 결정체가.”
기둥 중 하나인 파브로는 과연 좋은 자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였다.
파브로는 기둥들조차 두려워하는 힘에 도취된 자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러나 강자의 길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끊임없는 전투와 약탈, 그리고 욕심까지.
급기야 파브로는 8기둥이나 가장 악랄한 자로 기록되려 하였다.
파브로는 멈추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에고소드는 파브로가 더 강해지길 바랐다.
결국 파브로는 그 에고소드를 봉인하려 했다.
에고소드는 파브로의 영혼을 갉아먹고 온 자아였다. 쉽사리 봉인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파브로는 그 검을 분신으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마저 봉했다.
“서둘러 기둥이 되어야만 한다. 알렉산더.”
기둥이 되면 자연스레 1차적인 힘을 갖추게 된다.
“그래야만 분신을 죽일 수 있고 분신의 힘마저 빼앗아 완전한 기둥이 될 수 있다.”
말은 쉬웠다. 알렉산더도 로스골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지 않았다.
“벌써 2천 년째 아닙니까?”
알렉산더가 한 곳에 꽂혀 있는 핏빛의 검을 보았다.
저 검이 바로 파브로의 분신이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알렉산더. 저 검은…….”
“압니다. 파브로와 같이 세상 모든 무기를 다룰 수 있으며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는 미친 검이라는 걸요. 이번이 한 370번째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에 로스골은 고개를 주억였다.
“만약 네가 8기둥이 되지 못한 때에 저 검이 깨어난다면…….”
“그것도 460번 정도 들었습니다.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는 저 검이 어떠한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요. 하지만 로스골, 자그마치 2,000년입니다.”
알렉산더는 저 검이 영영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내가 부술 수 있다고 부술 수 있는 게 아니다.’
더불어 2천 년을 깨지 않았으니 알렉산더에게 수년의 시간만 주어져도 그때쯤이면 충분히 해볼 만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때.
“……!”
“……!”
살기를 느낀 두 존재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땅에 박혀 있는 그 검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알렉산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파브로의 분신이 세상에 깨어납니다.] [경고.] [경고.] [위험합니다.]띠링!
[직업 퀘스트: 파브로의 분신 봉인이 생성됩니다.]알렉산더는 서둘러 떠오른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파브로의 분신을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그 사실이 현재로서 거의 불가능함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파브로의 분신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라 말했다.
[모든 무기의 주인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단 말이더냐?]“……!?”
알렉산더는 그 전부터 분신이 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선 안 되지, 당연히 그래선 안 되고말고.]알렉산더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아올랐다.
“설마…….”
[내 그놈을 죽여주랴?]“무슨 말도 안 되는…….”
[그 제국의 모두를 말살시켜 주랴?]“잠깐……!”
그러나 알렉산더는 이미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 파브로의 분신을 볼 수 있었다.
알렉산더와 로스골이 얼어붙어 있을 때.
피이이이이이잉-!
이미 분신은 검의 모습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 * *
헤파이스토스는 노인이 있는 곳으로 목발을 짚으며 갔다.
헤파이스토스는 알았다.
‘노인에게 꼭 놀랄 만한 아티팩트를 만들어주어서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노인은 헤파이스토스가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자다.
아직도 그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나는 날 때부터 죽이는 법을 배웠네.
그리 말하며 기간스들을 상대하던 노인이다.
잔뜩 움츠러든 헤파이스토스가 노인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노인은 그가 오자마자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알았다.
‘이런 자들 앞에선 비굴해야 한다. 최대한 조아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자신 같은 자는 평생 힘들어진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노인은 인자한 웃음으로 손짓했다.
“커피 한잔하겠나?”
헤파이스토스는 그 따스한 미소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내게 아무런 이유 없이 커피를 내밀지?
여태껏 그에게 내밀어지던 것은, 몇 날 며칠을 대장간에 틀어박혀 좋은 아티팩트를 만들어줬다는 보상의 물이나 음료들 정도였다.
모두 대가를 받고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노인은 그 어떤 것도 받지 않고, 커피를 내밀었다.
“어르신의 창을 손봐…….”
“괜찮네.”
“예?”
헤파이스토스는 노인이 더 뛰어난 아티팩트를 착용하는 것을 바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커피 한잔과 아티팩트의 교환이라니. 참으로 남는 거 없는 장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노인이 말한다.
“얼굴에 근심 걱정이 많아 보이니, 그저 이곳에서 쉬었다 가시게.”
“저에 대해서 모르십니까?”
“알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대장장이라 했던가.”
노인은 알면서도 자신 앞에서 어떠한 욕심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한 일이다. 그가 내민 커피 한잔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돌아가는 그에게 노인이 말했다.
“이곳에선 자네가 행복하길 바라네.”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에 헤파이스토스는 검신 소년을 찾아갔다. 그 옆엔 헤라클도 함께였다.
“이봐, 내가……!”
“허어, 헤라클. 나와봐라! 네 은인이 오셨다!”
“흐억, 헤라클의 은인!”
헤파이스토스를 마주한 두 존재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헤파이스토스가 처음 느껴보는 눈빛이었다.
두 존재는 그를 괴물처럼 보지도, 더럽다는 듯 보지도 않았다.
그저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웃어 보였다.
“헤스토!”
“헤…… 스토?”
헤파이스토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줄임말이다. 우리 가게에서 라면 먹고 가라!”
“김밥도 먹고 가라.”
자신 앞에 김밥과 라면을 차려준 둘은 즐거운 미소로 헤파이스토스를 바라봤다.
헤파이스토스는 대가 없이 음식을 먹으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헤파이스토스는 계속 목발을 짚고 걸었다.
이상한 곳이다.
“내가 무기를 만들어주겠네.”
대악마라 불리는 사내에게 말했다.
그러나 사내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헤파이스토스의 귀에 헤드셋을 착용시켜줬다.
아싸, 호랑나비~ 한 마리가.
정체 모를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또다시 헤파이스토스는 그를 지나쳤다.
이번엔 늑대와 같은 사내를 만났다. 그는 마구간을 보며 물었다.
“어디를 고쳐 드릴까요?”
“괜찮네. 그것보다.”
사내는 헤파이스토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자네같이 대단한 사람이 어째서 이렇게 허리를 굽히고 다니는가. 당당하게 허리 펴시게. 자넨 그럴 가치가 있어.”
헤파이스토스는 계속 걸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헤파이스토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도 자신을 괴물이라 부르지 않았다.
누구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길을 걸을 뿐인데.
“새로 오신 귀인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병사들은 존경 어린 표정을 지었고, 백성들은 그에게 살갑게 인사했다.
헤파이스토스. 그는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분과 함께, 그는 더욱 결심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을 지키리라.’
못생긴 나를, 괴물이라 불렸던 나를,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무언가를 바라지 아니하는 그들을 위해.
‘내 목숨을 바쳐 살리라.’
다짐한다.
‘당신들을 위해 이 제국을 위해. 가장 멋진 것들을 만들어줄 것을.’
그 순간, 헤파이스토스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당신은 더 이상 ‘억압’, ‘복종’에 의해 아티팩트를 만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새로운 대장장이의 길에 눈을 뜹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아티팩트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당신의 대장장이 능력이 1% 더 뛰어나집니다.]작은 미소를 짓던 헤파이스토스. 계속 걷던 그가 곧 한 사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봤다.
* * *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이 4% 치유됩니다.]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이 2% 치유됩니다.]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이 5% 치유됩니다.]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이 4% 치유됩니다.]민혁은 끊임없이 올라오는 알림을 들었다. 헤파이스토스가 마음의 치유를 얻고 있는 것이 기뻤다.
그렇기에 그를 찾아 나섰다.
민혁은 곧, 헤파이스토스가 한 사내와 마주 선 것을 볼 수 있었다.
‘로크?’
그렇다. 헤파이스토스가 마주 보고 선 인물은 다름 아닌 로크였다.
로크와 헤파이스토스가 서로를 보며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 로크와 헤파이스토스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서로에게 웃어 보였다.
헤파이스토스의 표정은 딱 이러했다.
‘이 친구도 이렇게 사는데…….’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이 17% 치유됩니다.]아니, 왜 치유되는데?
로크, 의문의 1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