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21
밥만 먹고 레벨업 1222화
민혁은 헤이즈의 방대한 꿈을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하는 그녀를 보며 맥없이 웃었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좋긴 하겠지. 하지만 생각해 봐 헤이즈. 이제껏 그런 생각을 했던 왕국, 제국이 없었을까?”
인류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무수히 많은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대상인이라 불렸던 많은 자들도 도전했을 거야. 하지만 그 누구도 신들의 땅과 계약을 체결해 낸 적은 없어.”
그 이유는 너무도 많았다.
“첫 번째 이유는 신들이 한낱 인간들의 광물이나 무기, 재료를 공급받을 필요성이 없기 때문일 거야.”
신들의 땅의 모든 것은 클라쓰가 다르다.
당장 어떠한 신이 사는 곳의 텃밭에 있는 상추만 따도 ‘누구누구의 상추’라며 신등급을 받는다.
지상에 있는 신등급의 어떠한 것은 부족한 인간들을 위해 신들이 내려준 선물이란 말도 있지만, 신들의 땅에서 널리고 널린 것들 중 하나가 떨어진 것이란 말도 있다.
“둘째. 자존심 높은 신들이 고작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가공된 것을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신들은 오만하다. 당장 차세대 군신인 민혁도 신들의 땅에 가면 그 오만함에 차일 정도다.
“세 번째. 그곳에 요리의 신이 있는데, 굳이 체인점을 통해 낸 음식점 음식을 먹을까?”
물론 헤이즈의 생각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녀가 말한 이윤 뻥튀기.
신들의 땅에 체인점 몇 개 냈다고 오십 개가 넘는 지점급의 이윤이 난다는 것.
그것은 꼭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신들에게 화폐는 무의미하지, 널리고 널린 게 돈일 거야. 그러니까 그들에게 판매하는 음식은 엄청난 가격을 붙여 판매하자는 거잖아.”
헤이즈가 끄덕였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
말만 들어도 설레는 말이다.
한낱 유저가 신들의 땅에 체인점을 낸다는 건.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실현 불가능…….
“그들이 무기나 재료를 공급받을 필요는 없다고 하셨죠? 또 요리의 신이 있는데 굳이 체인점의 음식을 먹겠냐고요.”
헤이즈가 명쾌하게 답했다.
“요리의 신이 다른 신들에게 요리해 주는 거 봤습니까? 그녀는 절대신입니다. 그리고 신들은 대부분 요리에 문외한일걸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낱 인간들이 공급을 못 했던 이유는 감히 인간들의 대표로 그 계약을 진행한 이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폐하는 차세대 군신이잖아요?”
이것도 듣고 보니 그렇다.
“심지어 그들이 기껏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 것을 먹겠냐 하지만은, 폐하는 식신이시잖아요?”
이것도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폐하는 이 아테네에서 ‘유일하게’ 그 공급책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이십니다.”
그는 인간이나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 특혜를 누려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 천외제국이 루브앙 제국보다 더 뛰어나게 수출하는 게 요리재료 말고 있습니까?”
없다.
무기, 방어구, 광물, 조각품, 그림을 비롯한 그 어떠한 것도 천외제국이 루브앙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천외제국이 아무리 빠르게 크고 있어도 루브앙을 쫓기 힘든 거다.
“그들은 수백 가지를 뛰어나게 수출하고, 우리는 딱 한 가지, 우리가 잘하는 걸 뛰어나게 수출해 내는 겁니다. 이는 엄청난 발판이 되어줄 겁니다. 왜냐, 신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거든요.”
일리가 있다. 헌신의 신인 헤이즈는 몇 수 앞을 내다보는바.
“아까 전 대식신의 두 번째 조건이 어떤 식신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라고 했죠?”
민혁은 아차 했다. 그녀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쳐 있었다는 것에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이는 그 어떤 식신도, 요리의 신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 될 겁니다.”
민혁의 온몸을 전율이 휘감았다.
“말 그대로 폐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란 말입니다.”
정말 가능만 하다면 민혁은 여러 가지를 얻어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헤이즈, 아까도 말했지만 신들에게 인간들과 같은 요리를 먹이면서 비싼 값을 받으면, 언젠가는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헤이즈가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라면에 대파 7조각 들어가죠?”
“그 정도 들어가지.”
“11조각 넣어주고 ‘신들만을 위한 프리미엄 라면’이라고 하면 됩니다.”
“……김밥엔?”
“계란지단 한 줄 더 넣어주면 됩니다.”
“얼마 받을 건데?”
“라면 한 그릇에 3,000골드니까, 신들에겐 30만 골드 정도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대파 4조각 더 넣고?”
“네.”
“?”
누군가 헤이즈를 봤다면 ‘이 사기꾼!’이라고 했을 거다.
하지만 민혁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신들의 땅에 다녀올게.”
* * *
상인의 신.
그는 절대신은 아니나 인간들의 땅에서는 절대신과 버금가는 힘을 가진 인물이다.
상인의 신은 현재 랭킹 100위권 내에 있는 상인 랭커들이 보유한 특별한 스킬들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랭킹 7위 올든의 거래성사 시, 기존 계약금의 20%를 추가로 획득하는 권능.
랭킹 4위 페빌라의 매출의 25%를 추가 획득하는 권능.
그 외 빠르게 급부상하는 ‘연계의 상인 브로우’의 권능까지.
모조리 보유하고 있는 게 상인의 신이다.
그런 그는, 신들을 포함해 아테네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진 자로도 유명하다.
신들은 물욕이 없는 경우가 있으나, 상인의 신은 달랐다.
엄청나게 뛰어난 스킬들을 여러개 보유한 만큼 페널티를 가지게 하는 스킬도 가졌다.
바로 ‘탐욕의 상인’.
계속 만족하지 못하게 만드는 스킬로 어찌 보면 이 스킬이 지금의 상인의 신을 만들어냈다.
그런 상인의 신이 절대신들의 회의실로 들어섰다.
가벼운 목례로 절대신들께 예의를 갖춘 상인의 신이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사내를 노려보았다.
“신들의 땅에 고작 인간들이 먹는 식당을 내겠단 말입니까!?”
어이가 없다. 전지전능한 신들이 고작 인간들이 만들어낸 요리를 먹는다?
또, 그가 이리 길길이 날뛰는 이유는 그가 바로 신들에게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는 유통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흘끗, 하고 민혁의 등 뒤에 선 자를 상인의 신이 보았다.
하! 하고 웃음이 나올 뻔했다.
다름 아닌 연계의 상인 브로우였기 때문이다.
‘내가 쥐여준 힘으로 이딴 짓을 해!?’
그가 화를 억누르며 대답을 요구했다.
“생각을 바꿔 ‘고작 인간들이 먹는’이 아니라, 맛있으니 ‘신들도 함께 먹는’으로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상인의 신. 차세대 군신이다.”
가라앉은 군신의 어조에 상인의 신이 입을 다물고 결국 자리에 앉았다.
민혁의 차분한 설명을 그들이 들었으나 모두 부정적이다.
신들이 고작 인간들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모두를 대표해 상인의 신이 말했다.
“그래서, 그를 통해 우리 신들의 땅이 얻는 게 무엇입니까.”
“맛있는 것을 먹는다겠죠.”
“고작 그거입니까? 차세대 군신이시여.”
그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신들은 먹지 않아도 되는 걸 아시고 하는 말씀이겠죠?”
민혁을 제외하고 신들에게 무언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상인의 신일 거다.
그런 그가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게 바로 신들에게 음식을 파는 행위다.
왜?
“배고프지 않은 자들이 음식을 왜 먹습니까?”
결정적인 문제점이다. 날카로운 말에 모든 절대신이 수긍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겠습니다. 식당은 북적이고, 많은 자들이 함께 둘러앉아 식사하는 곳이죠?”
민혁이 고개를 주억였다.
“신들이 그런 왁자지껄한 곳에서 오순도순 앉아 식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거기까지 걸어가서요?”
정확한 지적이다.
“신들의 곁엔 뛰어난 요리사들이 항상 곁에 있고, 손가락 한번 까딱이면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북적이는 식당을 찾아 체통도 뒤로하고 식사한다고요?”
신들은 오만하며 품위를 지킨다. 민혁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신들이 만족할 만하게 식당을 운영해 낼 테니 승인해 주십시오.”
상인의 신의 말에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군신은 양쪽 모두의 입장을 이해했다.
상인의 신은 사실상 신들의 땅의 경제를 담당한다. 그 틈을 파고드는 자가 차세대 군신이라 해도 용납될 수 없다.
반대로 신들의 땅이 정말 그로 인해 변화가 생긴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민혁은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
‘자칫 그것이 흐지부지되면, 그는 기껏 쌓아 올린 군신으로서의 입지가 사라진다.’
그뿐일까.
‘그가 차세대 군신으로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는 먹는 자들의 기둥후보이기 때문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실패하면.’
그마저 의심받게 된다.
그때 상인의 신이 강하게 말했다.
“고작 인간이 신의 힘을 조금 거머쥐었다고 하여 신들의 땅에 개입하려 한 죄를 묻고자 한다.”
그 시선은 브로우에게 향해 있다.
“그대에게 주어진 나의 힘, ‘연계의 신’을 박탈하겠다.”
“……!”
“……!”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무 막무가내식 처사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개입할 순 없다.
그 힘은 본디 상인의 신의 것이니까.
“너무 억지 아닙니까?”
“오만함에 대한 대가입니다.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신다면 보류를 고려해 보죠.”
상인의 신은 자신이 신들의 땅에서 쥔 권력을 파고드는 민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혁은 미끼를 던지기로 했다.
“상인의 신께서 제시한 매출만큼을 제가 일주일 동안 달성해 낸다면 브로우의 스킬을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상인의 신은 어이가 없었다.
“브로우의 사활을 멋대로 정하시는군요. 신하와 황제 관계여서입니까?”
상인의 신의 스킬을 앗아가겠다는 협박은 큰 것이었다.
때문에 상인의 신은 브로우를 보았다.
브로우를 통해 망신을…….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그깟 스킬 없다 해도 저는 민혁 폐하를 존경합니다.”
“…….”
브로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어차피 자신이 매출을 정하면 되는 것.
물론 그 매출이란 절대신들이 있기에 공정해야 한다.
“1주일 동안 2000플래티넘을 벌어들인다면 군말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유통에 도움을 주고 관리도 도와드리죠.”
굉장히 큰 금액이다. 신들이 줄을 서서 먹어야 나올 수 있는 매출이다.
“대신에 해내지 못하면 브로우의 이능을 앗아갈 겁니다. 더불어 5,000플래티넘을 요구합니다.”
결국 상인의 신은 장사치다.
어떠한 대가 없이 거래하지 않는다.
“승인하겠습니다. 단 만약 제시하신 2,000플래티넘의 두 배를 벌면요?”
상인의 신은 그에 너무 우스워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차세대 군신이시여, 너무 허풍이 심하신 것 아닙니까?”
“아, 뭐 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요.”
절대신들이 민혁의 무모함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중 오랫동안 그를 봐온 군신만이 눈치챘다.
‘이거 미끼인데……?’
민혁은 오만한 척하며 무모하게 던진다. 그 무모함 속엔 어떠한 ‘계획’이 있다.
“너무 자만 아닙니까?”
“자신감이 좋다고 해두죠. 이렇게 하죠. 두 배를 벌면 브로우의 체인점의 맛을 90% 재현하는 힘을 100%로 끌어올려 주시죠. 세 배를 벌면 또 다른 권능도 주시고요.”
“……그걸 못 하면 200,000플래티넘을 받아가겠습니다.”
상인의 신은 눈치챘다.
‘맛을 100%로 재현하게 되고 내 권능 중 하나를 추가로 얻으면…….’
브로우라는 상인은 단숨에 아테네의 대상인이 될 것이다.
그 누구도 쫓지 못할 엄청난.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상인의 신과의 내기가 성립됩니다.]상인의 신이 그를 비웃으며 나섰다.
* * *
내기가 성립되고 신들의 땅에 ‘민혁이네 식당’이란 이름의 가게가 오픈했다.
민혁과 내기를 한 상인의 신은 실시간으로 현 가게의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바.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매출은 0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으, 으하하하하하하!”
상인의 신은 체통도 잊고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도 수십 명의 신들과 함께 민혁이네 식당 앞을 지나갔다.
그는 매일매일 그 식당 앞을 지나갔다.
자신의 예상처럼 식당 앞엔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신들이 이런 곳에 와서 밥을 먹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한 걸까.”
“차세대 군신께선 유능하신 줄 알았더니, 아니셨군.”
“차세대 군신과 내기를 했다지? 자네가 이겼네.”
상인의 신의 입이 쭈욱 찢어졌다.
“내기를 했다는 이야기부터가 부끄럽군. 나는 상인의 신일세. 차세대 군신께선 먹는 것만 잘할 뿐이지, 어디 장사의 ‘장’을 알기나 하겠는가?”
그때, 민혁이네 식당에서 웬 아기돼지가 나타났다.
거만하게 걸어온 아기돼지가 그들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줬다.
그다음 그들을 뒤로하고 현수막을 걸었다.
[오늘부터 오픈!] [민혁이네 식당 배달합니다.]“……?”
상인의 신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늘부터 오픈?
그렇다면 그 3일 동안 아직 오픈하지 않고 있었기에 매출이 0이었다는 건가?
더불어 ‘배달’이란 이름.
그 이름은 생소한 것이었다.
상인의 신이 아기돼지가 쥐여주고 간 전단지를 확인해 봤다.
[민혁이네 식당.] [메뉴판: 코니르네 라면, 헤라클네 김밥, 밴의 고양이 똥 커피, 루나의 브레스구이, 민혁이네 치킨, 민혁이네 족발, 민혁에네 보쌈, 민혁이네 닭발. 콩이네 찜닭. 콩이네 쪽갈비.]상인의 신은 어이가 없어졌다.
뭘 가져다주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 그러나 그것을 떠나서 그 배달이란 것을 하기 위해 주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서구를 띄워서 주문한다?
애초에 신들이 그런 번거로움…….
그때, 상인의 신은 밑에 적힌 주문방법을 보고 경악하고야 말았다.
* * *
끔뻑끔뻑.
특별 유저관리팀.
박 팀장과 이민화 사원이 눈을 끔뻑였다.
[주문은 신의 목소리로 해주세요.]“세상에…….”
“신의 목소리를, 요리주문으로 사용한다고……?”
아니, 뭔 이런…….
“천재적인 생각을 해내지?”
신들만이 가질 수 있는 신의 목소리는, 모두가 듣게 할 수도, 단일대상만 듣게 할 수도 있다.
더 대박인 것도 있다.
박 팀장과 이민화가 추가로 맨 밑에 적힌 글귀를 읽어 내려갔다.
[배달 거리에 따라 배달료가 추가됩니다.] [배달료 400,000~ 1,500,000.]‘배달료는 어딜 가든 비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