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50
밥만 먹고 레벨업 1251화
절대성녀 로이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평생을 아테네 교에서만 살아온 그녀다.
그저 정처 없이 걷기만 하였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떠한 곳에 도착했다.
황좌에 앉은 여인이 흐느끼는 그녀를 바라본다.
소문은 천 리를 갔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붉은빛 머리카락의 여인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패황 엘레.
그녀가 로이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여전히 로이나만 몰랐고 모두가 아는 진실.
“로이나.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네 걸음이 닿는 대로. 네가 있고 싶은 곳으로 가려무나.”
로이나는 패황 엘레가 이토록 따뜻했던 적을 본 적이 없었다.
목을 축이고 넘어가지 않는 식사를 넘긴 그녀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의 먼 곳에서 패황 엘레가 지키기 위해 뒤따랐다.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이자 ‘절대성녀’의 이름을 쥔 그녀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로이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어떠한 것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엘레의 말처럼 했다.
걸음이 닿는 대로 그저 걸었다.
패왕 라르도를 만났다.
어떤 제국에게도 물러서지 않는 왕국을 이끄는 그.
그가 로이나를 바라보며 그저 웃어주었다.
하루를 머물고 다시 떠났다.
로이나는 몰랐으나 이제 두 명의 사람이 먼 곳에서 그녀와 함께 걸었다.
이번엔 용병왕 벤테오를 만났다.
울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던 그가, 어깨 위에 호랑이로 만든 가죽옷을 걸쳐주었다.
그가 그 큼지막한 손을 로이나의 머리 위에 얹으며 말했다.
“네가 가는 그곳까지 춥지 않게 해줄 거다.”
어느새 세 명이 되었다.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가르아를 섬겼던 파벌들이 끊임없이 그녀를 기습하려 했다.
기습전에 그녀의 등 뒤를 따라 걷는 세 사람이 그들 모두를 죽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번엔 대악마 그레모리를 만났다.
“언니…….”
“…….”
치이이이이익-
로이나는 미안했다. 그저 만나기만 했는데 그녀의 몸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절대성녀의 힘이 마기를 가진 그녀를 마주한 것만으로도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그레모리는 애써 웃어주었다.
그녀가 말했다.
“사랑하라, 인간에게 허락된 그것을 해라.”
로이나는 또다시 떠났다.
처음으로 혼자 세상 밖으로 나와 계속 걷는 그녀는 자신이 알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계속 걷는 그녀가 어떠한 곳 앞에 당도했다.
* * *
헤이즈는 민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헤이즈, 내가 무모하긴 했지만 이번엔 혼내지 말아줬으면 해.”
“왜 혼내나요?”
헤이즈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보면 신성력에 연관된 모든 것을 모으고 그것을 로이나에게 건넨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그것들의 값어치를 환산하면 추정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헤이즈는 로이나와 같은 ‘인간’이었기에 알았다.
“사랑할 수 없던 삶이며 마음대로 쾌락할 수 없는 삶이었습니다.”
헤이즈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행복은 오로지 한 대상에게서 나오던 것이었고, 대답 없는 그녀에 대한 기다림은 저조차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픈 것입니다.”
가슴이 아프다.
가장 아름다운 꽃처럼 보이는 성녀이지만 가장 외로운 꽃이 성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사랑할 수 있고 쾌락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아, 그녀가 지금 힘들어하곤 있지만 곧 안정을 찾겠지.”
민혁은 그녀가 어디를 갔을지 알았다.
그녀에게 그나마 존재하던 유희를 함께 즐겼던 벤더와 관종들을 만나러 갔을 것 같다.
“그래서 차마 아홉 과일나무를 성장시킬 성스러운 어떠한 것을 달라는 말은 못 하겠더라고.”
현재 아테네 교는 초상집 분위기다. 교황의 자리에 앉아 악한 마음을 품었던 가르아가 처단되었다.
하지만 악의 처단이 꼭 기쁜 일만은 아니다.
아테네 교는 지금 교황 가르아를 잃었고, 평생 자신들과 함께 해주었던 성녀 로이나마저 떠나버렸다.
그러한 곳에서, 민혁은 차마 아홉 과일나무와 연관된 어떠한 것을 위해 도와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다음에 아테네 교가 좀 안정을 찾으면…….”
“폐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민혁은 브로드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가 성벽 밖으로 갔다.
그곳에 꾀죄죄한 로이나가 눈가가 퉁퉁 불어 서 있었다.
민혁을 보자마자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나는…… 나는 갈 곳이 없어요…….”
그녀는 슬펐다.
“성녀로 살아왔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만날 사람도 없어요. 나는 혼자예요. 외로운 성녀의 삶을 살았어요. 그래서 더 이상은 갈 곳…….”
“무슨 소리야. 로이나.”
엉엉 울고 있는 로이나에게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민혁이 턱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 그녀가 걸으며 만났던 수십 명의 이들이.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또 함께 걷던 성기사, 사제들 수십만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아본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수십만 명의 성기사와 사제들은 그녀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홀로 떠난 그녀가 혹시 위험에 빠질까 싶어서다.
그곳에서 이미 함께 걷던 엘레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있음을 알았다.
그녀의 걸음은 혼자였으나, 많은 이들이 함께였다.
그녀가 지켰던 아테네 교의 어린아이들이 로이나에게 힘껏 손을 흔들고 있다.
이제 성녀란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로이나 누나!”
“언니!”
모든 성기사들, 사제들, 그리고 벤더와 관종들이 작은 웃음을 짓고 있다.
로이나가 더 크게 울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 머물러도 괜찮을까요? 이곳에서나마 저들을 위해 살아가도 괜찮을까요?”
흐느끼는 그녀를 보며 민혁이 답했다.
“어서 와, 로이나.”
* * *
[로이나가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사실 로이나는 갈 수 있는 곳이 많았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 뒤를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그 증거였다.
그럼에도 그녀가 천외제국을 선택한 이유는 민혁이 특별해서는 아니다.
만약 그녀가 이필립스 제국에 갔어도, 마계에 갔어도, 혹은 라르도의 왕국에 갔어도 커다란 문제가 생긴다.
그건 바로 해당 제국, 왕국들이 절대성녀 로이나를 품기 힘들다는 사실에 있었다.
그리고 로이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함께 걸은 아테네 교의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녀를 품을 수 있는 제국은 이 땅에 두 개뿐.
그중 로이나는 천외제국의 품에 안기길 선택한 거다.
사실 민혁은 로이나에게 당분간 쉴 것을 당부했다.
“정말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천외제국에 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저에게 조언을 하셨어요.”
그들은 바로 벤더와 관종들이다.
“사랑하라, 새로운 삶을 누려라,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살면서 아테네를 위해 살아가는 것 말고 해본 것이 없는 로이나다.
그녀가 하는 그 모든 일이 생소하고 즐거운 일이 되리라.
그녀의 의견을 수렴한 민혁은 곧바로 로이나를 아홉 과일나무가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과일나무 앞에 선 민혁은 번식의 씨앗을 손에 쥐었다.
알림에 따르면, 가장 고귀하고 순결한 어떠한 힘을 이용해 아홉 과일나무를 번식할 수 있다.
그리고 민혁의 예상대로라면.
‘더 고귀하고 순결할수록 더 많이, 더 뛰어나게 번식할 수 있다.’
민혁이 번식되기 전의 과일들의 버프효과를 살폈다.
사과 경험치 획득률 8%
귤 손재주 9% 상승.
배 체력 7% 상승.
바나나 지력 8% 상승.
토마토 민첩 6% 상승.
망고 HP총량 5% 상승.
멜론 MP총량 5% 상승.
망고스틴 물리 방어력 및 마법 방어력 4% 상승.
샤인머스켓 물리 공격력 및 마법 공격력 4% 상승.
모든 과일의 유지기간은 4일이다. 다시 봐도 놀라운 나무다.
‘한 그루에 이런 아홉 개의 과일이 열린다.’
군침이 돈다.
민혁은 번식의 씨앗을 발동시켰다.
밝은 빛을 흩뿌리는 그것을 로이나의 손에 쥐여줬다.
[고귀하고 순결한 힘을 이용해 번식의 씨앗의 싹을 틔웁니다.]번식의 씨앗에 새싹이 자라났다.
로이나가 그것을 땅에 내려놓자, 새싹이 돋아나고 뿌리를 박은 그것이 엄청난 크기의 해바라기 모양으로 변화했다.
“……!”
레이칸이 종족 번식을 해낼 때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감히 번식의 씨앗이 평가할 수 없는 고귀함과 순결함입니다.] [번식의 씨앗이 어머니 같은 따스함을 느낍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한 그루의 아홉 과일나무에 고귀함과 순결함이 깃듭니다.] [이 나무는 어머니 나무가 될 것입니다.]한 그루의 과일나무가 더 크고 웅장하게 자라났다.
잎사귀도 더 많아졌고 맺게 된 과일도 더 많아졌다.
어머니 나무를 중심으로 해바라기가 씨앗을 뱉어냈다.
[번식을 시작합니다.] [고귀하고 순결한 힘에 의하여 아홉 과일나무에 매일 벌과 나비들이 날아들 것입니다.] [하늘이 어떤 자연재해로부터도 지켜줄 것입니다.] [해가 가장 따스한 햇빛을 내리 쫴줄 것입니다.] [비가 가장 적당히 뿌려질 것입니다.] [기존 번식의 씨앗의 힘을 뛰어넘습니다.]민혁은 황무지 같았던 종족들이 살아가던 터전에 뻗어 나가는 아홉 과일나무를 보았다.
종족들이 살아가던 이 땅은 말 그대로 황무지 같았고 동물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저 로이나의 힘이 닿은 것만으로.
[많은 동물들이 이 숲에 터전을 잡을 것입니다.]이 땅이 변화하고 있었다.
이윽고 숲 전체를 채운 광활한 아홉 과일나무를 보며 민혁이 감탄했다.
[번식이 종료되어 번식의 씨앗이 사라집니다.] [총 1,034그루를 번식했습니다.] [기존에 784그루만 번식 가능하던 것이 상향되었습니다.] [사과의 경험치 획득률 10%입니다.] [귤의 손재주 상승 11%입니다.] [배의 체력 상승 9%입니다.] [바나나의 지력 상승 10%입니다.] [토마토의 민첩 상승 8%입니다.] [망고의 HP총량 상승 6%입니다.] [멜론의 MP총량 상승 6%입니다.] [망고스틴의 물리 방어력 및 마법 방어력 상승 5%입니다.] [샤인 머스켓의 물리 공격력 및 마법 공격력 상승 5%입니다.] [모든 과일의 버프유지기간은 6일입니다.] [수확 후 72시간 후 열매를 맺습니다.] [어머니 나무는 15% 더 뛰어난 과일들을 맺습니다.]민혁은 실감할 수 없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버프열매를 맺는 이것들은 엄청난 공급을 이뤄낼 것이며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거다.
더 방대해진 천외제국의 국고가 마르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거다.
그가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을 때, 로이나 역시 짜릿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새 생명을 탄생시킨 기분이에요.”
그녀는 황홀함에 차 있었다.
아테네와 연관된 일, 혹은 기도만을 했던 그녀에게 이러한 일을 해낸 것은 짜릿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더 많은 생명을 탄생시키고 보듬어주고 싶어요.”
그런 그녀를 보며 민혁의 얼굴이 희열에 물들었다.
흠칫-
그 옆에 있던 헤이즈가 민혁을 보며 동공을 떨었다.
‘폐하께서 결국 오랜 염원을 이루시는가……?’
민혁이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렇다면 로이나. 너의 천외제국에서의 직책은……!”
* * *
천외제국에 이주민들이 몰려들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절대성녀 로이나에 대한 동경과 선망 때문이다.
아름답고 고귀한 그녀는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줬다.
많은 유저들은 절대성녀 로이나가 천외제국 가신이 되었다는 사실에 이주했고 그녀를 찾아 나섰다.
“로이나는!?”
“성녀님은 어디 계시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유저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저쪽에 가면 계실 겁니다.”
그 말을 따라 유저들이 후다닥 달려갔다.
그곳에 이런 푯말이 있었다.
[민혁이네 텃밭.]그곳에 웬 아낙네가 밀짚모자에 장화, 시골의 아주머니들이 흔히 입으시는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고 열심히 호미질 중이셨다.
“로이나 님은!?”
“우리들의 성녀님은 어디 계시지!?”
아무리 둘러봐도 로이나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새참이요~”
아낙네가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 들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절대성녀 로이나였다.
“…….”
“…….”
그렇다. 그녀의 천외제국에서의 직책은 ‘텃밭 관리인’이었다.
감자와 시원한 물을 마신 로이나는 다시 텃밭 일구기에 열중했다.
생명을 탄생시키고 더 훌륭히 자라게 하는 것.
성녀에게 잘 어울리는(?) 일이라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이나는 너무도 즐거웠다.
그녀가 송골송골 흐르는 땀방울을 훔쳐내며 행복한 미소로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