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86
밥만 먹고 레벨업 1287화
헤파이스토스는 똑똑히 기억한다.
어린 시절 아레스는, 신들의 선두에서 자신을 괴물이라 부르고 짓밟았다.
어떤 날은 바닥에 음식을 던지며 ‘넌 내 개니까 이걸 먹어야 해!’라고 외쳤고, 자신이 음식 앞에서 망설이자 머리통을 쥐고 음식에 얼굴을 처박아 버렸다.
또 어떤 날은 자신이 사모하는 여인을 빼앗아 잠자리를 가진 후 무용담을 떠들 듯 자신에게 신랄하게 그 이야기를 꺼내줬다.
또 죽지 않는 허수아비가 필요하다며 진검으로 자신을 베어내곤 크게 웃었다.
아레스는 날 때부터 헤파이스토스를 자신이 기르는 개로 여겨왔고, 헤파이스토스는 철저히 그에게 교육되어 왔다.
빠드득-!
둘의 치아가 동시에 갈렸다.
아레스는 예전부터 기르던 개에게 물렸다는 생각에 분노하여서였고, 헤파이스토스는 지난날의 모욕과 자신이 아끼는 천외제국 이들마저 비웃으려는 그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네놈이 감히이이이이이!”
NPC들은 모든 능력이 통합되어 레벨로 표기된다.
입고 있는 방어구와 들고 있던 검마저 모두 부서진 아레스는 종전에 비해 훨씬 약화되었다.
거기에 헤파이스토스의 망치에 아구창을 후려맞고 뒤로 날아가기까지 했다.
“짖어라, 예전처럼 날 보며 짖으란 말이다!”
아레스의 말에도 헤파이스토스는 그를 비웃었다.
파지지지지직-
그의 망치가 거대한 힘을 터뜨리더니 아레스 군사들의 모든 아티팩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퍼서서서서서서석-!
그리고 곧, 아티팩트들은 하나둘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빠져나가는 썰물처럼 군사들의 아티팩트가 후두둑 무너져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아레스의 육체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깟 갑옷과 검 따위가 없어도 헤파이스토스를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를 땅에 내리꽂은 그가 발을 치켜올렸다.
“예전처럼 두려워하면서 짖으란 말이다!”
아레스의 머릿속에 선명하다. 자신이 때리려고 하면 잔뜩 움츠러들었던 헤파이스토스가 있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양손으로 비비는 개가 있었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가 망치를 굳건히 쥐고 힘껏 그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퍼서어어어억-
“크흑!”
분노한 아레스가 미친 듯이 헤파이스토스의 얼굴을 짓밟았다.
천외제국 유저 수십 명이 헤파이스토스를 구하기 위해 아레스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데미지를 입히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놈은 그런 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파이스토스의 안면을 짓밟는 짓만 반복했다.
“어서 짖어라아아아아!”
평생을 주인과 개의 관계로 살아왔던 것이 틀어졌다.
아레스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코뼈가 작살나고 안압 뼈 역시 뭉개진 헤파이스토스였으나, 그는 비웃을 뿐이었다.
“난 더 이상 네 개가 아니야!”
아레스가 멱살을 잡아 헤파이스토스를 끌어올렸다.
“어서 다시 짖……!”
헤파이스토스가 치아로 그의 귀를 물어뜯었다.
“크하아아아아악!”
귀를 입으로 뜯어낸 헤파이스토스를 아레스가 땅에 내팽개쳤다.
숨을 헐떡이는 그를 보며 아레스는 머리가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칸이 쉴 새 없이 주먹으로 그를 내리 꽂아대고 있었다.
헤파이스토스를 내려다보던 아레스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완전히 머리가 식은 아레스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는 깨달았다.
헤파이스토스는 더 이상 자신의 개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더 이상 그를 짖게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한편으론 놀랍고 대단했다.
“트라우마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거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이제 완전히 천외제국의 이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지난날을 딛고 일어선 그에게 작은 박수갈채마저 보내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러나 자신의 장난감을 잃었다는 것에 허무해졌다.
옹졸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아레스는, 애초에 자비와 관용이란 것에 무지한 자다.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니.”
그가 자신에게 주먹을 뻗던 칸의 목을 낚아챘다.
“더 큰 트라우마를 남겨주마.”
아레스는 본래 이 에베야 땅에서 최소한의 참전만 하려고 했던 바 있다.
정말 하루 동안 그들이 자신의 군사들을 견뎌내면 모두 돌려보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이 직접 참전한다.
그리고 참전하여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일 것이다.
[퀘스트 내용이 변경됩니다!]유저들이 동시에 들은 알림이었다.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하루 동안 견뎌내야 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
단 유일하게 바뀐 부분은 아레스가 직접 참전한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이 사실상 가장 큰 부분이었다.
대신에 살아남은 자들은 보상으로 4레벨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그들은 알게 되었다.
아레스가 이 자리의 모두를 진짜 죽이려 하는 것임을.
목이 붙잡힌 칸이 발버둥 쳤다.
[전장의 신의 감옥.] [한 대상을 반경 4m 내의 감옥에 가둡니다.]헤파이스토스의 아레스의 군사들의 아티팩트를 부수던 힘이 멈췄다.
반투명한 기둥에 갇혀 버린 헤파이스토스에게 그는 보여주고 싶은 거다.
자신이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이는 모습을.
“야이 X새……!”
목이 붙잡힌 칸의 목이 허무하리만치 꺾였다.
스르르, 잿더미가 되어 흩어지는 그를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아레스가 걸음을 떼었다.
스가아아아아앙-!
그가 검을 휘두른 것만으로도 거대한 충격파가 일었다.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천외제국 병사들 수만의 머리를 날려 버렸고, 하이랭커들에게도 커다란 치명상을 입혔다.
“명령합니다. 모든 가신들은 뒤로 물러납니다!”
지니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약화된 아레스라고 할지라도, 학살하기로 마음먹은 그를 상대하기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무수히 많은 가신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어떻게 감히……!”
“밴 어르신! 어르신이 죽으면 민혁이가 슬퍼할 걸 모르시나요!”
밴의 치아가 빠드득 갈렸다. 창대를 쥔 그의 눈이 충혈되어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우리가 아끼는 헤파이스토스를 조롱해 왔던 자를 두고서 물러나야 한다는 현실이 그를 좌절하게 한다.
“어떻게 해서든 하루를 견뎌야 합니다. 하루만 견디면 아레스는 더 이상 번복할 수 없을 겁니다!”
지니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밴이 직접 가신들을 뒤로 물렸다.
이제 나설 것은 천외제국 하이랭커들이다.
뒤쪽에서 상황을 보던 루브앙 제국 쪽 하이랭커들도 아레스를 향해 돌격했다.
그들도 신의 검들이나 루브앙 제국군을 잃고 싶지 않은 듯했다.
“너희들은 꺼져라, 귀찮으니까.”
스가아아아아아악-!
또 한 번 아레스가 검을 휘두르자 루브앙 제국 쪽 하이랭커들의 머리가 땅에 후두둑 떨어졌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다.
그러나 아레스는 천외제국에게만큼은 다소 친절했다.
왜?
‘하나하나 밟아 죽이기 위해서다.’
소름 끼칠 정도로 잔인한 심성이었다.
루브앙 제국 진영으로 피가 낭자했다. 몸을 돌린 아레스가 오만한 시선으로 하이랭커들과 시선을 맞췄다.
[전쟁의 신의 압도.] [전쟁에서 가장 강인한 신의 힘에 압도당하셨습니다.] [4초 동안 움직일 수 없습니다.] [지독한 공포에 빠져듭니다.]“……!”
“……!”
모두가 경악했다. 가신들을 지키기 위해 그 앞을 호위하듯 막고 있던 하이랭커들의 몸이 굳었다.
그들을 비웃듯, 어느새 아레스는 가신들 앞에 있었다.
퍼서억-
“……?”
밴이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그의 복부에 아레스의 검이 꽂혀 있었다.
힘껏 뽑아낸 아레스가 그를 지나쳤다.
[뱀의 신이 시스템을…….] [전장의 신이 모든 시스템을 통제하는 힘을 무력화시킵니다.]엘리자베스의 복부에도 검이 박혔다. 망연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아레스가 쓰러진 두 사람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끌어 한곳에 던졌다.
엘피스가 마기를 폭주시키며 달려왔다.
내달려오던 엘피스의 귓가에 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거거거거걱-!
수십 번 베어진 그의 몸에서 핏줄기가 비산했고, 아레스는 그대로 발로 걷어차 밴과 엘리자베스가 떨어진 그 사이에 내던져 버렸다.
위험을 인지한 오블렌이 강림하려 했으나 아레스에 의해 막혔다.
“뭐야……. 천외제국 가신들 죽어……?”
“이렇게 손쉽게 죽는다고?”
“전쟁 미치광이한테……?”
천외제국 유저들도 현 상황을 실감하지 못했다.
깨닫는다.
아직 가이아 대륙의 이들과 자신들은 정면으로 붙을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한 타대륙이었기에 그 뛰어난 오블렌조차도 우리를 도울 수 없음을.
“민혁이는 안 와!?”
“먹는 자들의 기둥, 뭐 해!”
유저들이 소리쳤다.
천외제국 가신들은 단순히 강한 자들이 아니다.
천외제국 유저들에게 우상과 같은 자들이다.
그들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그들에겐 상상도 채 되지 않는다.
그때. 아레스의 차가운 시선이 한 소년에게 꽂혔다.
“헤라클은 어딨느냐.”
내 어미 헤라의 팔 하나를 날려버린 소년.
헤라클과 같이 지적장애를 가졌으나 검의 끝에 도달한 소년.
그러나 그것도 타대륙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코니르의 심검이 아레스에게 닿지 못하고 소멸된다.
“넌 좀 특별하게 죽여야겠구나.”
코니르의 어깨에 아레스의 검이 박혔다.
퍼서어억-
“코니르! 물러나지 않는다!”
소년 코니르는 달려들었다.
이번엔 허벅지가 뚫렸다.
“헤파이스토스, 괴롭힌 사람. 혼내…….”
퍼서어어어어억-
옆구리가 썰려 나갔다. 아레스의 검이 급소만을 피해 코니르의 온몸을 찢어발겼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코니르가 겁에 질렸다.
결국 코니르는 지적장애를 가진 소년이다.
다른 사람보다 솔직했다.
“코, 코니르. 너무 무섭다…….”
아레스는 벌벌 떨며 물러서는 코니르를 보며 희열했다.
“반응이 있으니 찌르는 맛이 있구나!”
아레스의 검이 쉴 새 없이 코니르를 난자했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코니르에게 아레스가 소리쳤다.
“네 친구 헤라클은 어딨냔 말이다!”
아레스는 헤라클에게 커다란 자격지심을 가진바.
헤라클이 있던 때 아레스는 항상 2순위에 불과했다.
영웅신 헤라클은 그만큼 강했고, 올림푸스의 12신들도 그가 진짜 12신의 자리에 오르면 어떠한 힘을 가질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스스로 지적장애를 가지는 것을 택하고 천외제국 품에 들어갔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응!? 네 친구 헤라클은……!”
그때 누군가 코니르를 막아섰다.
아레스의 눈이 휘었다.
“호오?”
헤라클이 나타났다. 코니르의 앞을 막아선 헤라클이 양팔을 펼친 채 코니르를 보호하고 있었다.
“헤, 헤라클. 나 너무 무섭다. 코니르 너무 무섭다!”
코니르가 엉엉 울었고 아레스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헤라클. 기겁했지 않느냐. 응? 갑자기 네가 나를 제압할까 봐. 하하하!”
헤라클은 여전히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듯싶었다.
코니르의 앞을 막아선 헤라클이 웃었다.
“헤라클. 이야기 모두 들었다. 코니르가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심검을 이용해 날 구해줬다고! 헤라클 약속한다. 헤라클도 코니르 지킨다!”
듬직한 헤라클, 코니르의 유일한 친구 헤라클.
그런 그의 등 뒤에서 아레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코니르의 눈에 보였다.
헤라클의 양팔이 아레스의 검에 잘려 나가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아레스의 검이 이번엔 헤라클의 목에 휘둘러지고 있었다.
그때.
“개문(開門).”
헤라클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물든다.
땅에 떨어지던 양팔이 다시 솟아올라 헤라클의 팔에 빠르게 붙는다.
[영웅신 헤라클이 봉인된 힘을 개문합니다.]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진짜 헤라클이 깨어납니다!] [영웅신 헤라클 Lv 1413.]진정한 영웅신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