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17
밥만 먹고 레벨업 1318화
초월자 벤더는 대중에게 꽤 익숙해졌다.
신들조차 외면했던 헬레냐를 막음으로써 인류의 멸망을 막으려던 집단.
초월자들.
그들이 죽음의 문턱을 수차례 넘으면서까지 헬레냐와 싸운 이유는 인간들을 위해서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자신들이 힘을 가진 자들이기에, 나약한 자들을 대신해 싸운 거다.
신보다 낫다.
초월자들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길 수 있는 거 맞지……?]천외제국에 깔린 수백 개의 카메라.
어떤 시청자가 물었다.
갑자기 강림한 크로노스의 레벨이 그들을 숨죽이게 한다.
[벤더 죽는 거 아니지?]부정해 보지만 방금 전 수호신 오블렌이 너무도 쉽게 쓰러졌다.
벤더가 민혁에게 전음 보냈다.
-계속 요리해라.
-내가 만약 죽는다면 그 요리가 마지막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벤더의 시선이 민혁에게 닿았다.
작은 미소를 짓는 벤더.
그는 민혁에 의해 새로운 삶을 살았다.
지루했던 인생에 요리란 낙을 찾았다.
아아, 방금 전까지 활약했던 신입 관종들도 훌륭했다.
생각해보면 관종들이란 집단도 민혁에 의해 모였으니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죽여보라고?]크로노스가 웃었다.
크로노스는 가이아 대륙의 제우스급이다.
비록 지금 평소보다 20% 정도 약화되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온 거다.
다른 이들을 죽여 잃었던 힘을 되찾는다.
벤더가 가진 힘은 그가 잃었던 힘을 훌륭히 되찾게 해줄 거다.
[그럼 죽어라.]공간이 비틀어진다. 비틀어지는 공간이 점차 그 범위를 빠르게 확장한다.
스파아아앗-
허공에 떠오른 나뭇잎 하나가 일그러진 공간과 닿는 순간, 산산조각 났다.
벤더가 움직인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휘둘러 온 검이다.
까라라라락-!
비틀어진 공간을 정확히 꿰뚫으며 크로노스의 심장을 찔렀다.
우지지지지직-!
크로노스는 심장을 파고드는 그 검을 보며 감탄했다.
[강하다.]이토록 강한 자가 서대륙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퍼서어어어어억-
그러나 곧, 크로노스의 손끝에서 탄생한 창이 벤더와 수차례 공방을 펼치더니,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
벤더의 검을 뽑아내어 다시 그에게 던져준 크로노스. 그의 심장에서 피가 쏟아졌다.
크로노스의 육체의 시간이 역행한다.
[육체의 시간을 되돌립니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회복의 개념이 아니다.
회복엔 시간이 소요되고 그로 인한 데미지로 인해 전투가 어려워진다.
크로노스는 아니다.
그저 시간을 되돌렸다.
크로노스는 여유가 넘쳤다.
벤더가 섬전처럼 움직인다.
좌, 우, 위, 아래.
사방팔방에서 움직이는 벤더의 검이 크로노스를 끊임없이 베어냈다.
놈의 팔이 날아갔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으며.
옆구리가 깊게 파여 피가 솟구친다.
크로노스는 그저 꽉 쥔 주먹으로 벤더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콰지이이이익-
“쿨럭!”
머리의 충격이 오장육부까지 퍼진다.
피를 토해낸 벤더의 시선에 보인다.
[육체의 시간을 되돌립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크로노스는 다시 회복했다.
[재생이란 것엔 한계가 있지.]초월자도 재생과 회복이란 개념의 큰 도움을 받는다.
그의 상처 역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시간엔 한계가 없다.]그랬기에 제우스가 그를 지옥의 무저갱의 감옥에 가둔 거다.
죽일 수 없는 걸 알기에.
벤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다는 건, 시간을 되돌릴 시간조차 주지 않고 죽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기척이 느껴졌다.
“모두 움직이지 마라!”
벤더가 엄포를 놓았다.
방금 전까지 활약했던 새로운 벤더와 관종들 멤버, 그리고 천외제국 가신들이 움직이려는 걸 막은 거다.
벤더는 이미 눈치채 버렸다.
‘덤비는 순간, 죽는다.’
자신이어서 이 정도까지 버티고 있는 거다.
벤더는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러다 피식 웃음 지었다.
“따분했다. 수천 년 동안.”
그래, 따분했다.
잠깐의 즐거움은 있었으나 따분했다.
인간과 같은 지적능력을 가졌다.
인간은 그저 오래 살면 좋은 것인가?
십 년쯤 더 살면 좋겠지.
때론 삶은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의 연속이다.
“살 만큼 살았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륵-
[초월.]흑룡갑의 초월은 벤더로부터 비롯된다.
그가 가진 초월의 힘을 보고 영감을 얻은 넥이 넣은 힘이다.
민혁이 가진 초월은 기껏해야 모방에 불과하다.
피어오르는 적색 아지랑이, 주변의 공기가 격하게 흔들렸다.
[한계를 초월합니다.] [한계를 초월합니다.] [한계를 초월합니다.]민혁의 초월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초월은 적들의 강함 등을 먹어치워 발동한다는 것.
벤더의 초월의 경우 생명력을 기반으로 한다.
피어오르는 적색 아지랑이 사이로 벤더의 육체가 쩌저저적 갈라졌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
민혁에게 전하는 인사말이다.
내가 이렇게 죽어도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언제나처럼 행복하게 살기를.
그저 그것만 바라는 마음이다.
불가능한 것을 안다.
그렇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의 가책을 덜기를.
“나아가라.”
[한계를 완전히 넘어섭니다!] [초월자 벤더 Lv 1,785.]“언제나처럼 맛있는 것을 먹어라.”
[한계를 완전히 넘어섭니다!] [초월자 벤더 Lv 1,854.]“즐거웠다.”
[한계를 완전히 넘어섭니다!] [초월자 벤더 Lv 1,888.] [모든 힘을 끌어올립니다.]파아아아아앙-!
모든 이들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빛에 반사된 검의 검로만이 보인다.
검로가 찰나에 수백 회 크로노스를 베어내고 있다.
[크하아아아아악!]거친 비명을 토하는 크로노스가 손가락을 움직이려 한다. 그 손가락을 퉁겨 시간을 역행하려 함이다.
그 손목이 잘려 나갔다.
퍼서어어어억-!
또 다른 손목도 잘리고 있다.
크로노스의 입이 움직이려 했다.
보이지 않던 벤더가 멈춰 선다.
그의 검이 크로노스의 입을 비집고 들어갔다.
“닥쳐.”
서거어어억-
옆으로 베어낸다. 크로노스가 발악했다.
주변의 모든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다.
벤더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것.
그때 벤더가 읊조렸다.
“천살(天殺).”
거대한 기운을 머금은 천살이 일그러지는 공간을 깨부쉈다.
크로노스에 직격한 그 힘이, 놈의 몸을 차츰 소멸시켜 갔다.
수만 개의 단위로 조각난 크로노스가 더욱더 쪼개지며 한낱 먼지가 되어간다.
벤더도 마찬가지다.
쩌저저저저적-
메마른 땅처럼 균열이 일어난 얼굴의 벤더가 사라져 가려 한다.
그때.
째각째각째각-
벤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늘 위에서 들려오는 시계침 소리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크로노스의 타이머.] [크로노스의 타이머가 3초 후 발동됩니다.]“…….”
크로노스는 벤더가 초월을 발동할 때 위험을 직감했다.
곧바로 타이머를 켰고 타이머는 스스로 발동시키지 않아도 시간을 역행시킨다.
소멸되어 사라지는가 싶던 크로노스의 시간이 다시 역행한다.
온몸이 깨끗하게 회복된 크로노스가 힘을 잃고 죽어가는 벤더를 보았다.
분명히 벤더는 크로노스를 죽였다.
[진짜 X같네!] [벤더가 이긴 거 아니냐!?] [크로노스 능력 뭔데!]승리는 벤더가 했다.
그러나 죽음은 벤더가 맞이해야 했다.
망연한 표정을 짓는 벤더를 크로노스가 후려쳤다.
땅에 처박혀 온몸이 부서져 가는 벤더를 보며 크로노스는 심술을 부렸다.
팔을 짓밟자 팔이 부서졌고 다리를 짓밟자 다리가 부서졌다.
팔과 다리를 모두 잃고 부서져 가는 벤더.
[초월자 벤더가 사망하였습니다.]울려 퍼지는 알림이 많은 이들의 말문을 잃게 한다.
“베, 벤더……?”
민혁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미 죽어버린 벤더를 욕보이는 크로노스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올랐다.
[아니지……?] [야, 초월자인데 이렇게 죽은 거 아니지?] [……나 눈물 나.] [민혁이 뭐 하는데!] [야…… 민혁이 지금 요리 시작해서 움직이지도 못해, 움직이면 강제 로그아웃임…….] [지금 가장 슬픈 건 민혁이인 듯. 제대로 울지도 못함. 사람이 너무 슬프면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다는데 딱 그 모습임.] [가슴이 아프다.]벤더는 인류를 위해 살았다.
그저 인공지능에 불과하나 많은 이들에게 그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신들도 알고 있다.
그때
띠링!
[돌발 퀘스트: 끝나지 않은 초월자.]등급: SSS
제한: 아테네의 모든 자.
보상: 크로노스의 시계.
실패 시 페널티: 벤더의 진짜 죽음.
설명: 아테네가 벤더의 죽음을 기리고 있다. 아테네는 크로노스를 죽이면 ‘시간역행’의 시계를 얻을 수 있는 걸 알고 있다. 단 2시간 전까지만 되돌릴 수 있다. 크로노스를 죽여 벤더의 시간을 역행시켜라.
[……퀘스트가 뜨긴 떴는데, 이거 못하는 거잖아.] [아테네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인가.]크로노스의 발이 올라갔다. 죽어버린 벤더의 얼굴을 짓밟기 위함이었다.
벤더와 관종들의 새로운 멤버들이 크로노스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궁극기를 모두 소모한 그들은 크로노스와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특히나 계속하여 시간을 역행하는 크로노스를 죽일 방법이 없었다.
유저들이 먼저 나가떨어지고 NPC들도 나가떨어졌다.
온몸에서 피를 흩뿌리는 밴을 그가 본다.
그리고 악신은 무릎 꿇고 있는 오블렌을 보았다.
피눈물을 흘린다.
악신은 의아했다.
자신이 저토록 감정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무엇이 이렇게 바꾼 걸까.
꽉 쥔 주먹의 오블렌이 읊조렸다.
[과거의 나였더라면…….]그 읊조림과 동시에 오블렌이 힘겹게 일어섰다.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못 이긴다.]악신이 경고했다. 오블렌은 그를 무시했다. 악신은 왜 이렇게까지 그가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호신의 서 수만 권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색 벼락이 크로노스를 집어삼켰다.
그의 행동은 시간 끌기밖에 되지 않았다.
퍼서어어어억-
결국 나머지 팔 하나마저도 날아간 오블렌이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 수호신이 크로노스를 밀어붙였다.
[불가능하다.]악신이 중얼거렸다.
자신보다도 약한 수호신 오블렌이다.
비록 천외제국의 이 중 가장 강한 인물일 순 있으나, 크로노스 앞에선 나약한 자에 불과하다.
오블렌의 육체가 일그러지는 공간 안에 빨려 들어간다.
빨려 들어가는 그의 육체가 뒤틀리며 피가 쏟아졌다.
“오블렌!!!!”
“수호신님!”
“으아아아아아아!”
필사적으로 오블렌을 구하기 위해 내달리는 자들을 악신이 바라본다.
악신은 그에게 분노했다.
이깟 제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던 그에게 화가 났다.
우리는 이미 배신당했다.
크로나드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겼던 적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악’이 되었다.
우리는 악이지만 오블렌은 수호신이 되었다.
뒤틀어지는 그의 육체를 보며 악신이 망연한 표정으로 웃었다.
결국 오블렌은 나이고.
나는 오블렌이다.
나는 그에게 분노했으나 오블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강함은 버렸어도 그는 행복했기에 그런 길을 걷는 거다.
오블렌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수호신의 족쇄가 풀렸다.
철컹-
그 족쇄가 풀어헤쳐지자 악신이 걸어갔다.
뒤틀려가며 땅에 피를 쏟아내면서도 이를 악물고 크로노스에게 달려들려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블렌을 죽이면 그의 힘은 내 것이 되고, 그가 나를 죽이면 내 힘이 그의 것이 된다.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소멸되어 가는 악신. 그의 힘이 오블렌에게 깃든다.
죽어가던 오블렌의 눈이 번쩍 떠진다.
스르르 사라져 가는 악신과 눈을 마주치자 놈이 작게 웃음 짓는다.
[수호신 오블렌이 오블렌의 죄. 악신의 힘을 흡수합니다.] [수호신 오블렌이 수호신의 자리에서 박탈당합니다.] [모든 8기둥이 숨을 죽입니다!] [세상에 새로운 기둥이 탄생하였습니다.] [새로운 기둥의 이름.] [악신 오블렌입니다.] [경고.] [경고.] [절대악(絶代惡.) [악신 오블렌이 강림합니다.]